왜 우리는 생각에 속을까

   
크리스 페일리(역: 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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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앤뷰
   
14000
2015�� 05��



■ 책 소개


마음은 뇌가 이야기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의식에 대한 편견을 송두리째 뒤집는 책이다. 저자는 진화생물학자로서 의식의 발전 과정을 인간의 사회생활에서 찾는다. 인간이 사회에 적응하고 인간으로서 성취하기 위해 의식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의식은 판단하고 결정하는 데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감각되고 인식된 세계를 자기 내부의 경험으로 축적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의식적으로 자신을 이해하려면 다른 사람 속에 비친 나를 찾아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 저자 크리스 페일리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했고 진화생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 재학 시절에는 ‘12인의 유력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히기도 했다. 크리스는 대학 졸업 후 투자 은행인 바클레이즈 캐피탈에서 일하다 과학자들이 인간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을 더 공부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3년간 시골의 작은 방안에 들어앉아 흥미진진하고 놀라우면서도 때로는 불편한 실험들을 계속했다. 우리가 아는 우리의 결정 방식과 실제 우리가 결정하는 방식의 차이, 그리고 우리가 아는 우리의 경험 방식과 실제 우리가 경험하는 방식의 차이가 연구 대상이었다. “우리의 의식이 외부로부터 경험하는 것은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변화시키기 위해서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로 성공하기 위해 우리의 의식을 진화시켜왔다.”


■ 역자 엄성수
경희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집필 활동을 하고 있으며, 다년간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근무하였다. 현재는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 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나는 오늘부터 나를 믿기로 했다』 『본질에서 답을 찾아라 : MIT대학의 18년 연구 끝에 나온 걸작 ‘U 프로세스’』 『현대 경영, 마키아벨리에게 답을 묻다』 등 다수가 있으며, 저서로는 『왕초보 영어회화 누워서 말문 트기』 『기본을 다시 잡아주는 영문법 국민 교과서』 『1분 영어 회화』 『친절쟁이 영어 첫걸음』 『초보탈출 독학 영어 첫걸음』 등이 있다.


■ 차례
서문 마음은 뇌가 이야기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


제1부. 생각만으로는 그 생각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제2부. 의식이 한다고 생각하는 일은 실제로 무의식이 한다
제3부. 뇌는 외부로부터 내부로 의식을 형성해 간다
제4부. 마음은 존재하지 않지만, 여전히 유용하다
제5부. 의식은 뇌 속 조언자 중 하나지만, 영향력은 있다


감사의 글


 




왜 우리는 생각에 속을까


서문 마음은 뇌가 이야기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

당신의 삶은 무의식적인 마음에 의해 지배된다. 삶이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생각들, 스스로 깨닫지 못한 채 하는 움직임들, 다른 누구 때문에 한다고 생각하는 행동들에 의해 결정된다. 미처 눈치채지 못하거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이런저런 말과 색깔, 몸에 밴 행동들, 기타 다른 신호들이 생각하는 방식을 변화시킨다. 자신의 사고력과 판단력에 대해 얼마나 자신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자신감은 일련의 착각에서 생겨난다. 그리고 현대의 과학에 의해 밝혀지고 있지만, 그 착각이 다윈이나 코페르니쿠스의 발견보다 더 획기적으로 우리가 자신을 보는 방식을 변화시킨다.


나는 이제부터 정말 획기적인 사실들을 독자들 머릿속에 집어넣을 생각이다. 이는 실험실이나 특이한 환경에서만 관찰될 수 있는 특별한 일들이 아니다. 데이트하거나 도덕적인 결정을 내리거나 다른 사람과 공감하거나 아니면 정치인을 선택하거나,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중요한 일에서 문자 그대로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의식적인 마음이 쓸모없다는 말은 아니다. 나는 우리가 왜 의식이라는 것을 가졌는지, 의식이 하는 일은 무엇인지, 의식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 의식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는지 설명하려 한다. 의식하는 인간의 뇌만큼 적응력이 뛰어난 뇌는 없다. 자, 다른 사람이 우리를 모델로 삼듯, 우리 뇌를 모델로 삼아보자. 우리는 의식적으로 자신을 이해하지도 않고 그들이 할 행동을 예측하려 한다. 뇌의 의식을 통해 우리는 다른 어떤 생물보다 복잡한 사회생활을 하며 그 덕에 세상을 지배한다. 이 논리는 인간이 현재 뇌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과정을 왜 진화시켜왔는지 설명해준다. 그러나 나는 그에 앞서 의식은 당신이 상상하는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시켜야겠다.


과학의 발전으로 세상은 우리가 경험하는 그리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과학은 더 심오한 진리, 그러니까 우리가 경험하는 경험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려줄 것이다.



생각만으로는 그 생각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만일 누군가 자꾸 당신을 따라 한다면, 그 사람은 천성적으로 공감을 잘하거나 당신을 아주 좋아하거나, 아니면 그 사람 역시 이 책을 읽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남을 따라 한다. 친구의 말버릇을 따라 하기도 하고 대화 상대의 몸짓을 따라 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이 의도된 행동은 아니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방학에 집에 돌아가 부모님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새로운 억양이 몸에 배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두 분은 내게 "너, 상류층 사람이 되려고 용쓰는구나!"라는 농담까지 하셨다. 방학이 끝나갈 무렵 나는 다시 내 고향인 북부 억양을 쓰고 있었고, 그다음 방학을 맞을 무렵에는 다시 상류층 특유의 우아한 억양을 쓰고 있었다.


다른 사람을 따라 하는 것은 의도적인 행동은 아니지만, 어쨌든 사회생활에서 중요한 일이다. 존 바그 교수와 타냐 차트랜드 교수는 뉴욕대학교에 몸담고 있던 시절에 사람들이 언제 왜 서로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을 따라 하는지에 관한 얘기를 나누게 했는데, 그중 한 사람은 지원자가 아닌 연구진이 일부러 넣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연구진에서 집어넣은 사람은 얘기 중에 계속 자기 얼굴을 문지르거나 아니면 발을 떨었다. 그런데 연구진이 지원자의 모습이 담긴 비디오를 보자, 발을 떠는 연구진 측 사람과 짝을 이룬 지원자들은 덩달아 발을 떨었고, 얼굴을 문지르는 연구진 측 사람과 짝을 이룬 지원자들은 얼굴을 문지르고 있었다. 그런데 실험이 끝나고 지원자와 인터뷰를 했더니 함께 얘기를 나눴던 사람 가운데 특이한 버릇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챈 지원자는 한 사람도 없었다. 그러니까 분명 의식적으로 연구진 측 사람을 따라 한 것이 아니었다.


천성적으로 공감을 잘하는 사람이나 심리학자들이 천성적으로 공감을 잘한다고 인정할 만하게 설문에 답한 사람은 무심코 다른 사람을 따라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누군가와 잘 지내고 싶을 때도 무의식적으로 그 사람을 따라 하는 경향이 있다. 서로 마음으로 무의식적인 교감을 하는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또 자신이 따라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진지하게 할 수 있다. 우리가 만일 이런 신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안다면, 주도권을 쥐고 있으면서도 언제든 부드러운 웃음을 날릴 수 있는 세일즈맨과 같은 태도를 보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따라 하기는 연애에도 도움이 된다

프랑스 연구진은 똑같은 기법이 연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그들은 독신 남녀들이 애인을 찾을 수 있도록 여러 사람을 돌아가며 잠깐씩 만나게 하는 스피드 데이트 행사에 참가한 일부 여성에게 사전에 코치를 해뒀다. 데이트할 때 눈에 띄지 않게 파트너의 말과 보디랭귀지를 따라 하라고 요청한 것이다. 상대가 "정말 그래요?"라고 물으면 간단히 "예."라고 하는 대신 "예, 정말 그래요."라고 답하고, 만일 상대가 귀를 만지면 몇 초 후에 자신도 귀를 만지라는 것이었다.


스피드 데이트가 끝난 뒤, 구에구엔 교수는 모든 실험 참가자에게 설문지를 나눠주고 자신이 만난 파트너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그 파트너 중 어떤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은지 물었다. 그 결과, 남성들은 여성이 자신의 말과 행동을 따라 했을 때 더 섹시하다고 느꼈고 그만큼 더 그 여성에게 애프터 신청을 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개 데이트할 때는 적당한 레스토랑을 고르고 말도 신경 써서 잘하고 가장 돋보이는 옷을 입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정작 데이트를 얼마나 잘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미처 당신도 깨닫지 못하고 데이트 상대도 알아채지 못하는 당신의 다른 어떤 행동일 수도 있다.



의식이 한다고 생각하는 일은 실제로 무의식이 한다

우리가 의식하는 일들을 하기 위해 꼭 그것을 의식할 필요는 없다

식물은 의식하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하늘로 잘 뻗어 올라가고 또 씨앗을 뿌린다. 벌레 역시 기분 좋게 차진 진흙의 촉감을 모를지 모르지만, 그래도 진흙 속을 잘 파고 들어간다. 그러나 인간은 의식한다. 우리는 무언가를 보고 무언가를 배우고 손을 뻗어 무언가를 만지고 도덕적인 문제들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결정을 내리고 누군가를 갈망하고 목표를 설정할 때 의식한다.


그러나 사실 그 모든 일을 하는 데 의식은 필요치 않다. 실제로 우리가 그런 일을 할 때 그것을 해내는 것은 대개 의식이 아니다. 우리의 의식적인 경험은 뇌 속에서 일어나는 과정들, 그러니까 뭔가를 결정하고 목표를 설정하고 손을 뻗어 뭔가를 만지려 할 때 잘 이끌어주는 과정과는 다르다. 우리를 마음대로 조종하기 위해 심리학자들이 동원하는 아주 다양한 방법이 우리에게 낯설게 보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만일 우리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 의식이라면, 우리는 그 과정을 이미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알 수 없다.


무의식적 지식이란 말은 모순된 말이 아니라 정상적 기준이다

우리는 갓난아기 시절에 걷는 법을 배운다. 처음에는 조금 서툴지만, 곧 우리 몸의 근육들을 통합 조정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 별 노력 없이 저절로 가능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정확하게 알게 됐다는 얘기는 아니다. 당신은 그러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상체를 구부려 손가락 끝이 발가락에 닿게 할 수도 있고 어지간해서는 그러다가 앞으로 넘어지지도 않는다. 그럼 이제 발뒤꿈치를 벽에 딱 붙인 상태에서 똑바로 서서 다시 같은 동작을 취해보라. 이번에는 안 될 것이다. 당신은 아마도 그 이유를 알 것이다. 학창 시절 물리 시간에 무게 중심에 대해 배웠을 것이고, 그래서 엉덩이가 뒤로 빠질 수 있으면 앞으로 몸을 숙여도 무게 중심이 여전히 두 발 위쪽에 있게 된다. 그런데 벽에 기댄 상태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래서 몸이 앞으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주변에 어린애들이 있다면 손을 뻗어 발가락에 닿게 해보라고 하라. 아이들은 몸이 아주 유연하므로 아마 당신보다는 더 잘할 것이다. 이제 그 애들에게 발뒤꿈치를 벽에 붙이고 서서 다시 해보라고 하라. 아이들은 쉽게 다칠 수 있어 자칫 잘못했다가는 분노한 부모에게 고소당할 수도 있으니, 벽 근처에 책상 같은 것은 다 치우고 아이가 앞으로 넘어질 때 잽싸게 잡을 준비를 해라.


만일 우리가 다른 사람이 걷는 것을 유심히 관찰해 걷는 법을 배우는 것이고, 또 부단한 연습 끝에 천천히 무의식적으로 걸을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면, 당신은 아이들이 벽에 기대선 상태에서 손끝을 발가락에 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어쨌든 그건 그 애들에게는 새로운 기술이니까. 그러나 십중팔구 아이들은 자기 몸이 앞으로 넘어가는 걸 보면서 놀랄 것이다. 아이들은 벽에 기대어 손끝을 발가락에 대려 할 때 엉덩이가 뒤로 밀린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배우는지도 제대로 모르면서 몸의 균형을 잡는 법을 배운다. 우리가 몸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물리학적인 이유와 해부학적인 이유를 알게 되는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뇌는 외부로부터 내부로 의식을 형성해 간다

우리가 어떤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선택하기 때문에 그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우리의 무의식은 우리 대신 여러 가지 결정을 내린다. 그러나 막상 무의식이 그런 결정을 내릴 때, 우리는 무의식이 그런 결정을 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며, 무의식이 어떻게 그런 결정을 했는지도 모른 채 마음속으로 이런 의문을 갖게 된다. 내가 왜 그렇게 했지?


어느 토요일 아침, 할인판매 중이던 한 매장에서 제품 진열에 관한 심리 테스트를 하던 심리학자들이 우연히 묘한 사실을 알아냈다. 우리 무의식이 어떤 식으로 결정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였다. 쇼핑객들이 오른쪽에 진열된 제품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설문조사에 응한 쇼핑객들은 진열된 네 짝의 스타킹을 평가해 가장 품질이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스타킹을 골랐다. 그런데 그 네 짝의 스타킹이 다 똑같은 스타킹이라는 것을 아는 쇼핑객은 없었다. 이전 조사와 마찬가지로 쇼핑객 대부분은 오른쪽에 전시된 스타킹을 골랐다.


그러나 쇼핑객들에게 왜 그 스타킹을 골랐느냐고 물었더니, 오른쪽에 있는 물건에 더 마음이 간다는 식으로 대답하는 쇼핑객은 없었다. 왜 그것을 골랐는지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던 것이다. 대신 그들은 스타킹의 실이 촘촘하다거나 탄력 있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했다. 연구팀이 쇼핑객들에게 혹시 제품의 위치가 제품 결정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대부분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정신 나간 사람 보듯 했다.


우리가 의식적인 결정을 하는 과정은 우리가 실제 결정할 때 그럴 것이라고 상상하는 것과는 좀 다르다. 우리의 무의식은 우리 대신 결정하면서 묘한 방법을 쓴다. 다른 누군가 우리 선택에 관해 설명할 때 쓸 법한 방식으로, 우리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설명해주는 것이 무의식이 하는 역할이다.



마음은 존재하지 않지만, 여전히 유용하다

다른 사람을 제대로 예측하려면 그들을 모델로 삼아야 한다

당신이 만약 지금 이 책을 공중에 들고 있다 떨어뜨린다면, 그다음 어떤 일이 일어나든 별로 놀라지 않을 것이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모델을 갖고 있어서 생각을 직접 행동에 옮기지 않아도 어떤 일이 있을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모델에는 적어도 두 가지 측면이 적용된다.


첫째, 당신은 주어진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일련의 법칙 같은 것을 잘 안다. 공기보다 무거운 물체는 바닥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잘 아는 것이다. 어떤 물체는 그대로 뚝 떨어지고, 또 어떤 물체는 빙빙 돌거나 펄럭거리면서 떨어진다. 당신은 물체가 바닥에 떨어지면 대개 소리가 나며, 더러 바닥에 떨어진 뒤 모양이 바뀌거나 튀어 오르거나 구른다는 것도 안다.


둘째, 당신은 각종 물체와 관련된 특정 정보를 활용해 모델을 조정하고 어떤 법칙을 적용할 것인지 판단한다. 책은 얼마나 무거운가, 그것을 바닥에서 얼마 높이쯤 되는 곳에 들고 있나, 바닥에는 카펫이 깔렸는가, 어떤 각도로 책을 들고 있는가?


물체에 대한 자신의 모델에 적용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려면, 여러 가지 법칙과 특정 지식을 알고 있어야 한다. 물체가 아닌 사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 다른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이는지 대체적인 법칙을 알고 있다.


우리는 사람들이 뭔가를 보고, 뭔가를 원하고, 뭔가를 알고, 뭔가를 느끼고, 뭔가를 할 수 있다고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세세한 부분은 직접 사람을 관찰하면서 채워나간다. 그러니까 사람들의 모습에서 그들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보다 세세한 부분을 알 수 있다는 얘기다. 사람들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사람들이 걸치고 있는 옷이나 장신구들을 보고, 사람들이 그동안 어떤 식으로 행동했는지를 보고 그들의 욕구와 그들의 감정과 그들의 기분 상태를 알 수 있다. 말하자면 사람들의 마음에 대해 나름의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런 다음 우리는 그런 모델을 활용해 사람들의 행동을 예측한다. 이를테면 와인 잔이 종이처럼 펄럭이며 땅에 떨어지는 일은 없듯, 화난 사람이 부드럽게 아이들을 어루만지는 일은 없는 법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기 위해서는 그들이 우리 마음을 읽는 방식 그대로 우리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예측하고 그들의 행동에 영향을 주려면, 그들의 마음을 모델화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우리 마음속의 움직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아야 한다.


내가 당신 발을 밟았다고 가정하자. 나는 당신이 어떻게 반응할지 알아야 하고, 또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러나 답은 당신이 발을 밟혔을 때의 내 마음 상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만일 내가 고의로 당신 발을 밟았다고 생각한다면 나를 때리려 할 것이고, 나는 막을 준비를 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실수로 당신 발을 밟았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사과한 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갈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당신이 어떻게 행동할지 알고 싶다면, 당신이 내 마음을 모델로 삼듯 나도 내 마음을 모델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내 마음에 대한 당신의 모델은 당신 마음에 대한 내 모델의 일부여야 한다. 다른 사람이 우리를 모델로 삼듯, 우리가 우리 마음을 모델로 삼는 것은 우리 의식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눈과 귀가 있다. 우리에게 고해상도 뇌 스캐너는 없는 것이다

내가 당신 마음을 읽으려면, 내 눈에 보이는 것을 기초로 당신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당신은 화가 나면 얼굴이 빨개지는가, 아니면 주먹을 불끈 쥐는가? 과거의 행동으로 볼 때 당신은 성질이 욱하는 사람인데, 그것을 내가 알고 있는가?


당신 역시 마찬가지다. 당신 발을 밟아놓고 내가 미안해하는 것 같은가, 아니면 오히려 화를 내는 것 같은가? 내가 어설퍼서 실수한 것을 아는가? 내가 공격적으로 보이는가? 내가 당신 발을 빤히 내려다보면서 일부러 밟은 것 같은가? 내가 만약 당신이 내 생각을 어떻다고 생각하는지 알아내려면,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지 알아내려면 내 마음에 대한 당신의 모델과 비슷한 내 마음에 대한 내 모델이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내 마음에 대한 나 자신의 모델은 당신의 모델처럼 온통 실수투성이라는 점이다. 내 모델은 내 관점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사람들의 모델은 과거의 내 얼굴을 보고, 내가 입은 옷을 보고, 심지어 내 피부색을 보고 내린 해석 때문에 영향을 받는다. 인간에게는 눈과 귀가 있지만, 고해상도의 뇌 스캐너는 없다. 그래서 우리 자신에 대한 우리의 모델은 결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모델은 내가 나의 뇌 속에 일어나는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도 관찰할 수 있는 외부의 것들을 근거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추론하는 것이다.



의식은 뇌 속 조언자 중 하나지만, 영향력은 있다

의식은 뇌 속의 한 조언자일 뿐이며, 그나마 가장 좋은 조언자도 아니다

자제력을 이해하는 것은 심리학자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일 수도 있다. 자제력이 강한 사람은 대개 더 건강하고 점수도 잘 받으며 이성 관계도 더 좋고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더 적으며, 성공할 가능성은 더 크다. 자제력은 의식의 자기 모델이라는 조언자가 뇌에 주는 조언과 다른 조언자가 주는 조언 간의 싸움이다. 뇌 속에서 일어나는 이처럼 다른 과정은 오래된 과정으로, 우리가 자신에 대한 모델을 갖기 훨씬 전부터 우리 행동에 영향을 주고 있다.


다이어트 중인 여성은 케이크를 덜 먹어서 더 매력적인 몸매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러나 그녀의 식욕은 자꾸 자기 뇌에 케이크 한 조각을 더 먹게 하라고 꼬드긴다. 그렇게 그녀의 뇌 속에서 전쟁이 벌이지고, 그녀는 결국 마지막 남은 케이크 한 조각마저 먹어버린다. 그런 다음 그녀의 의식 모델은 자신의 행동을 보고 그것을 설명하는 일을 한다. 그 모델은 자신이 먹은 것은 겨우 케이크 한 조각에 지나지 않으며, 어차피 내일부터 본격적인 다이어트를 하려 했다고 합리화한다. 의식 모델로부터 오는 조언은 케이트를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만, 무의식적인 결정을 뒷받침하는 이런 합리화는 의식에서 추론되며, 의식적인 결정으로 경험한다. 의지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기이한 경험이다.


의식은 그녀의 관측된 현재까지의 행동에 기초하기 때문에, 결국 자신의 현재 체중에 만족하며 다이어트할 의지가 부족하다고 추론할 수도 있고, 아니면 인생에는 다이어트보다 더 중요한 일이 많다고 결론 내릴 수동 있다. 그러면 그녀의 자기 모델은 뇌를 향해 케이크를 먹지 말라는 조언을 더는 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다이어트도 끝나게 될 것이다.


우리가 뇌를 잘 돌본다면, 뇌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해준다

의식과 갈등은 아주 긴밀한 관계가 있다. 그리고 뇌는 서로 상충하는 충동 사이에서 경중을 따지고 결정한다. 이런 갈등들이 모두 진화론적으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 대부분 동물은 먹을 것을 찾아 나서는 일과 포식자들을 피해 안전하게 숨는 일 사이에서, 그리고 에너지를 보존하는 일과 사냥하는 일 사이에서 결정해야 한다. 심지어 초파리들도 배가 고플 때는 더 큰 모험을 한다. 그러나 인간은 사회생활에 관심이 많아서 이런 갈등들을 잘 안다. 다른 사람들은 항상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측하고 싶어 하니 말이다.


의식은 또 전혀 새로운 유형의 갈등에도 관여한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사무실에 앉아 스프레드시트를 작성하거나, 시험공부를 하거나, 책을 쓰거나, 면도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순전히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그런 일을 하는 것이다. 인간이 다른 사람이 자기 행동을 어떻게 해석할지 가장 잘 아는 방법은 의식을 만들어내는 사회적 모델들을 통해서다. 예를 들어, 배고프거나 지쳤음에도 불구하고 사무실에서 열심히 일할 때, 우리는 의식을 관장하는 뇌 부위의 조언에 따라 사회생활에 더 도움이 되는 이 일을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동물로서의 원초적 충동에 따를 것인지를 놓고 갈등하게 된다. 뇌 속에서 이런 갈등을 관리하는 데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일을 하는 데 실패한 극단적 예는 범죄이다. 석방된 죄수들에 대한 장기간의 연구에 따르면, 혈당에 대한 그들의 생리학적 반응을 보면 장래의 폭력성을 상당 부분 정확히 예견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교도소 내 식단을 개선하면 수감자들의 폭력성이 줄어든다고 한다. 통제력과 기분을 개선하는 한 가지 방법은 아침 식사를 하는 것이다. 밤이면 우리의 혈당 수치가 떨어져 보충해주어야 한다. 우리는 또 아침 식사에 앞서 밤에 숙면을 취해야 한다.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잔 실험 참가자들은 집중력이 필요한 과제를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그들의 뇌가 혈당을 제대로 신진대사에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뇌 속에서 벌어지는 많은 전투에서 승리하려면 의식이라는 조언자는 자원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의식이 제 역할을 더 잘하게 하려면, 필요한 에너지로 무장시켜야 하고, 가족과 지지자 등을 통해 사회적인 동기를 부여해야 하며, 운동을 통해 훈련해야 하고, 한 번에 너무 많은 싸움을 벌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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