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트루스

   
메리앤 커린치(역: 황선영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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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앤뷰
   
14000
2015�� 04��





■ 책 소개


진실을 만나는 방법!


진실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탐구하고, 사실 간의 연결점을 찾아 객관적인 진실을 찾아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 특히 다양한 정보원(Resources)의 특성 이해를 바탕으로 정보원과 심리적, 감정적 유대관계를 만들어내는 기술들을 상세하게 다룬다. 관계의 기술은 모든 정보원에게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상대가 누구이며, 어떤 상태이며, 어떤 감정을 말하는 상대에게 느끼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심지어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이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제1부에서는 어떻게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지를 다룬다. 제2부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더 큰 진실을 찾기 위해 우호적인 정보원이나 적대적인 정보원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며, 어떻게 관계를 형성해가야 하는지를 다룬다. 진실 탐구는 우리의 인간관계를, 비즈니스를, 삶의 모양을 바꿔주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진실은 보이는 그대로가 아니다. 진실은 진실을 볼 수 있는 눈에만 비친다.


■ 저자 메리앤 커린치
21권의 저서를 집필한 작가로, 대부분이 인간의 행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에서도 『질문의 힘』 『거짓말의 비밀』등으로 그녀의 저서는 유명하다. 더 익스플로러스 클럽(THE EXPLORERS CLUB)은 2010년에 그녀에게 회원 자격을 부여했다. 그녀가 극한 스포츠에서 보인 업적과 인간의 마음과 심신 간의 상호작용을 헌신적으로 연구한 공을 인정한 것이다.


2004년에 메리앤은 비소설 전문 에이전시인 더 루디 에이전시(THE RUDY AGENCY)를 설립했다. 그녀는 커리어 초기에 저명한 로비 조직에서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로 일하기도 했다. 그 전에는 전문극단을 운영했고, 워싱턴 D.C.에서 미술과 교육프로그램을 위한 기금을 모으는 일을 했다. 워싱턴 D.C.에 있는 미국가톨릭대학교에서 연설과 극 분야를 전공했고,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미국운동위원회(AMERICAN COUNCIL ON EXERCISE)에서 발급한 개인 트레이너 자격도 소지하고 있다.


그녀의 웹사이트 주소는 ‘WWW.KARINCH.COM’이며, 현재 콜로라도 주의 에스티즈 파크에 살고 있다. 커린치의 가장 최신 저서 및 공저서로는 『질문의 힘』 『건강한 인간관계 형성하기』 『방랑하는 마음(THE WANDERING MIND)』 『거짓말의 비밀』등이 있다.


■ 역자
황선영

연세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과 불어불문학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자 및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시장을 이긴 16인의 승부사에게 배우는 진입과 청산 전략』 『리더의 존재감은 어디서 오는가』 『싱크 스마트 워크 스마트』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위대한 협상의 달인』 『성공을 부르는 리더십』 『동기부여 불변의 법칙』 『그들도 모르는 그들의 생각을 읽어라』 『통찰력으로 승부하라』 등이 있다.


조병학
연세대학교에서 교육학을 전공했다. 현대그룹 구조조정본부에서 인사업무를 담당했으며, 현대경제연구원의 수석연구위원으로 지식비즈니스실장을 역임하며 Creative TV(creativetv.co.kr) 비즈니스를 총괄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지방행정연수원, 육군3사관학교, 한국경제신문사, 한국생산성본부 등 많은 민간 기업에서 창조성과 관련된 강의활동을 해왔으며, 저서로 『브릴리언트』 『브릴리언트Ⅱ』 옮긴 책으로는 『씽킹트리』, 『무엇이 당신을 최고로 만드는가』 등이 있다.


■ 차례
감사의 글
서문_피터 어니스트
‘진실’을 만나기 전에


제1부. 어떻게 진실에 다가갈 것인가
01. 사실과 진실
02. 정보원 검증의 기술
03. 인간관계에 신뢰 쌓기
04. 동기부여의 예술과 과학
05. 정보를 얻는 커뮤니케이션
06. 정보의 분석과 해석


제2부. 어떻게 더 큰 진실을 찾을 것인가
07. 진실을 말하려는 사람들
08. 진실을 숨기려는 사람들
09. 적대적 정보원 활용
10. 자기평가


 




더 트루스 : 진실을 읽는 관계의 기술


사실과 진실

사실은 어디에서 기원하나

우리에게는 오감보다 더 많은 감각이 있다. 그래서 ‘사실’을 이해하려면 이 다섯 가지 동물적인 감각이 포착한 것을 넘어서야 한다. 1920년 8월 8일 오스트리아 철학자 루돌프 스타이너(Rudolf Steiner)는 ‘상상, 영감, 직관에 관한 인간의 12가지 감각’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이 강연에서 스타이너는 사고가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보여주었다. 스타이너는 이런 능력을 개발하면 우리가 과학의 도움으로 물질세계를 탐구하듯이 사람들이 정신세계를 탐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이를 위한 조건으로 다음의 12가지 감각을 조직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12가지 감각은 시각, 미각, 따뜻함을 느끼는 감각, 청각, 후각, 언어 감각, 촉각, 균형 감각, 사고, 자기운동(Self- movement), 성격 중심으로서의 자아, 존재에 대한 인식으로서의 삶이다.


감각을 둘러싼 최신 논의를 살펴보면 인간의 감각이 위 12가지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감각의 수가 이렇게 늘어나는 데는 다음과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감각은 각각 하나의 센서에 연결되어 있는데 각각의 센서가 서로 다른 정보를 포착한다. 예를 들어, 시각은 사실 빛의 세기에 대한 인식과 색의 인식으로 구성된 두 가지 감각이다. 한밤중에 누군가 집에 침입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보이는 것이 키 180cm 정도인 사람 형성이 어두운 방을 돌아다니는 것뿐이라면, 그 사람의 피부가 하얀지 까만지 아니면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마녀처럼 녹색인지 알 수가 없다. 어두운 데서는 컬러를 인식하는 감각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균형 감각에 대한 스타이너의 생각은 옳았다. 우리는 귀안에 있는 센서 덕에 방향을 알 수 있으며, 그것이 곧 균형 감각으로 이어진다. 또한, 따뜻함을 느끼는 감각에 대한 생각도 옳은 것으로 드러났다. 인체에는 열을 감지하는 데 사용되는 신경 조직이 있으며, 추위, 통증, 가려움, 압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스타이너는 자기운동을 하나의 독자적인 감각으로 취급한다는 점에서 현대 과학과 의견을 같이했다. ‘Howstuffworks.com’에 실린 ‘사람에게는 몇 가지 감각이 있는가?’ 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스타이너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우리의 근육과 관절에는 인체의 다양한 부위와 근육의 움직임, 그리고 긴장 정도를 알려주는 센서들이 있다. 우리는 이런 감각 덕에 눈을 감고도 양손의 검지를 맞댈 수 있다.”


누군가에게 마터호른 (Matterhorn: 스위스와 이탈리아의 국경에 있는 알프스 산맥의 봉우리) 등반에 대한 정보를 전부 제공해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는 등반에 적용할 수 있는 ‘모든’ 감각을 고려하여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 다시 말해, 몸이 수직으로 이동할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그리고 마터호른 정상에서 체르마트 (Zermatt: 마터호른의 산기슭에 있는 스위스 남부 마을)가 어떻게 보이는지도 언급해야 한다.


우리의 몸이 하루 동안 우리에게 알려주는 정보를 모두 떠올려 보면 독자적인 감각을 20개 이상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언제 소변을 봐야 하는지, 언제 과식했다는 것을 인지하는지와 같은 감각도 포함된다. 또한 우리가 다루지 않은 소위 ‘여섯 번째 감각’도 잇다. 여섯 번째 감각이란 인체의 감각기관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직관적인 능력을 뜻한다. 그렇다면 사실은 어디에서 기원하는가? 우리는 자료를 수집하는 이런 모든 정보원을 감각이라고 부른다.

「블링크: 첫 2초의 힘」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은 우리가 현실이라고 인지하는 것의 구성 요소에 대해 또 다른 차원의 생각을 제시했다. 그의 책은 폴 게티(J. Paul Getty) 박물관에 새로 들어온 조각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로 시작된다. 문제의 조각은 기원전 530년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박물관의 과학 팀이 14개월 동안 현대 과학 기술을 동원하여 분석한 결과 진품이라는 판정이 나왔다. 게티 박물관을 1986년 가을 「뉴욕 타임스(New York Times)」1면에 이 귀한 골동품에 대한 기사를 실어 놀라운 유물을 수집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박물관을 5년 후 이 조각이 진품이 맞는지 의심하게 된다.


실제로 분석하는 과정이 별로 과학적이진 않았다. 즉 과학 기구를 활용한 명확한 분석이 없었다는 뜻이다. 1983년 가을에 문제의 조각이 박물관에 처음 도착했을 때, 여러 미술사가와 미술 감정가가 조각을 처음으로 접했다. 그들은 조각이 진품이라는 것을 믿지 못하고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게티 박물관의 과학자들처럼 조각의 진위를 판단하는 데 전자 현미경, 질량 분석기, 엑스레이 회절 분석기, 엑스레이 형광 분석기 등도 이용하지 않았다. 그저 눈으로 조각을 살폈을 뿐이다. 글래드웰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저명한 미술 감정가 4명이 조각이 진품이 아니라는 것을 즉각 알아보았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페데리코 제리, 에블린 해리슨, 토머스 하빙, 게오르기오스 돈타스를 비롯한 모두가 쿠로스상을 보고 ‘직관적 반발심’을 느꼈다. 그 순간 그들은 절대적으로 옳았다. 그들은 2초 동안 조각을 한 번 흘낏 보고도 게티 박물관의 조사팀이 14개월 동안 알아낸 것보다 조각의 본질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글래드웰이 말하는 순간적인 직관, 즉 다양한 감각을 통해 얻은 경험을 즉각적으로 이해하는 방식과 게티 박물관의 조사팀이 활용한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이해 방식을 생각해 보면 한 가지 사실에도 얼마나 많은 정보가 들어 있을 수 있는지 감이 잡힌다. 쿠로스상이 진품인지 아닌지는 한 가지 사실일 뿐이다.


과연 진실이란 무엇인가

진실은 감각기관을 통해 모은 정보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여러 정보 조각 간의 관계를 나타내기도 한다. 마크가 뉴올리언스에 살고 있다는 것과 그가 주말마다 필라델피아에 있는 집으로 비행기를 타고 간다는 것은 두 가지 ‘사실’이다. 만일 여러분이 마크의 직장 동료들만큼 그에 대해 모른다면, 그가 뉴올리언스를 싫어하고 필라델피아를 그리워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실’은 마크는 뉴올리언스를 좋아하지만, 아내가 아이들과 함께 이사 오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내가 아는 사람들이 모두 필라델피아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크는 어쩔 수 없이 주말마다 집이라고 부르고 싶은 곳을 떠나 한 번도 좋아한 적 없는 도시로 돌아간다. 이 이야기에서 진실의 근본적인 요소는 마크의 감정이다.


진실은 현실에 기반을 둔다. 개인의 상상력, 신념, 경험은 그런 현실을 더 분명하게 보여주거나 잘 보이지 않게 감추는 경향이 있다.



정보원 검증의 기술

뉴스를 보면 “대체 누가 진실을 말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이 책을 쓰는 동안 뉴스에 매일같이 오르내리던 인물이 세 명 있었다. 시청자 수천만 명이 그 세 인물을 보고 “저 사람이 하는 말을 믿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졌다. 이것은 중요한 질문이다. 뉴스거리가 되는 사람의 행동은 전 세계적으로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뉴스에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더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는 시청자도 있다. “저 사람은 과연 자기 말을 믿는 것일까?” 이 질문은 “저 사람은 자신이 진실을 말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와 같은 질문이다.


뉴스에 자주 등장하던 세 사람은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Snowden), 버락 오바마, 블라디미르 푸틴이다. 내가 이들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들의 말과 행동이 행사하는 막강한 영향력 때문이다. 이들처럼 유명한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는 누구나 정보의 출처를 조사할 수 있다. 정보 담당자들이 사람을 읽을 때 사용하는 기술과 비판적 사고를 조합하면 된다.


에드워드 스노든부터 살펴보면, 그를 둘러싼 가장 중요한 사실은 그가 감시 활동에 관한 미국가안전보장국(NSA, National Security Agency)의 기밀문서를 언론에 유출했다는 것이다. 이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이 기밀문서에는 NSA의 국내 활동뿐만 아니라 국외 활동에 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따라서 이 사건은 미국이 정보를 모으는 방식에 대한 국제 사회의 인식에 영향을 미쳤다. 여기서 ‘정보’는 정치적, 지정학적, 군사적 가치가 있는 정보를 일컫는다. 스노든의 행동에 대한 ‘사실’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을지 몰라도 그의 행동에 대한 ‘진실’과 그 후에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첫째, 그가 의회나 정부에 자신의 걱정거리에 대해 알리려고 노력했는지, 둘째, 기밀문서가 유출되더라도 다치는 사람이 없도록 충분한 조처를 했는지, 셋째, 그가 왜 러시아에 갔는지 등이 주요 쟁점이다. 이런 쟁점이 논란이 되고 있는 까닭에 뉴스의 헤드라인에서도 다음과 같이 상반된 견해가 나타난다.


제 8장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이는 무엇인가 감추려는 정보원에게 ‘예’ 또는 ‘아니오’로 답할 질문을 던지는 것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는 또한 스노든의 경우처럼 언론과 대중이 진실을 두고 지극히 상반된 시각을 보이기 쉬운 이유에 대한 통찰도 제공한다. ‘NBC 뉴스’의 브라이언 윌리엄스가 진행한 아래의 인터뷰에서 스노든은 ‘예’ 또는 ‘아니오’로 답할 수 있는 중요한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윌리엄스 : 스노든씨 생각에 기자들에게 넘긴 문서의 내용 중 국가 안보에 해가 되거나 위협이 될 만한 것이 없습니까?

스 노 든 : 알려진다고 해서 공익에 해가 될 만한 내용은 없습니다.


윌리엄스는 스노든이 이렇게 답하자마자 “스노든씨가 군사 기밀을 넘긴 것을 부인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라고 덧붙였다. 스노든이 단순히 ‘아니오’ 라고 답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따라서 스노든이 국가 안보에 해가 되는 문서를 언론에 유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


윌리엄스는 나중에 이런 질문도 던졌다. “스노든씨에게 잘못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좋은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드십니까? 일종의 공공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보시는지요?” 이에 스노든은 이렇게 답했다. “두 가지 다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또 하나의 ‘예 ․ 아니오’ 질문에 대한 흥미로운 답변이다. 이때의 ‘두 가지 다’가 정확히 무엇을 지칭하는지는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노든은 이렇게 대답하고 나서 옳은 행동과 합법적인 행동의 차이에 대해 미리 준비한 것 같은 발언을 덧붙이기도 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 불복종의 가치에 대해 논하려고 멍석을 깐 것이다.


나는 한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회사 임원으로 일하면서 가끔 언론과의 인터뷰에 나서는 상사들을 조언했다. 그럴 때면 스노든처럼 말하려는 요지를 분명하게 하라고 가르쳤다. 인터뷰 중에 자신의 메시지를 완전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사항 몇 가지를 명확히 언급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인터뷰에 임해야 한다.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주제에 조금이라도 근접하는 질문이 있으면 메시지 일부를 전달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에드워드 스노든의 사례처럼, 청취자나 시청자의 관점은 무엇을 ‘진실’로 규정하는지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공익이 어떤 식으로든 실현된다면 미국의 스파이 법을 위반한 행동조차도 도덕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반면에 법을 위반해 범죄 행위를 한 악영향이 문서 유출이 가져온 공익을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사람에게는 스노든이 ‘애국자’라는 것이 진실이고, 두 번째 사람에게는 스노든이 ‘반역자’라는 것이 진실이다.



정보를 얻는 커뮤니케이션

분석적 청취

청취란 누군가가 하는 말을 주의 깊게 듣는 것이다. 나는 분석적 청취가 특정한 목적을 염두에 두고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으로 생각한다. 분석적 청취에는 서로 연관된 세 가지 요소가 있다. 그것은 키워드, 열린 마음, 대화의 속도 맞추기다.


키워드

정보원이 키워드와 개념을 사용하는 방법을 보면 여러분이 원하는 정보를 얻는 바른길에 있는지를 알게 해 준다. 이런 키워드와 개념이 대화에서 빠졌다면 의식적으로 집어넣어야 할 때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엉뚱한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우려가 있다.


2014년 1월 21일, NPR의 ‘프레시 에어(Fresh Air)를 진행하는 테리 그로스가 배우 호아킨 피닉스와 한 인터뷰를 예로 들어 보자. 피닉스는 ’그녀(Her)에서 선보인 연기로 아카데미 상 후보에 막 오른 터였다. 그는 인터뷰를 자주 하지는 않지만, 멋진 인터뷰를 하는 데 관심이 많은 호감 가는 게스트였다. 하지만 이따금 주제에서 벗어나곤 했다. 가장 심했던 때는 자신이 얼마나 지루한 사람인가를 이야기할 때였다. 피닉스는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듭니다. 대체 누가 제 말에 신경을 쓸까요?” 라고 되묻자, 그로스는 “우리요. 영화를 좋아하는 우리가 신경 씁니다.” 라고 답했다. 이렇게 하고는 대화의 주제, 즉 호아킨 피닉스의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도록 대화 속으로 다시 끌어들였다.


정보기관에서 일하는 내 친구 잭은 키워드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에 대해 얼마나 많은 것을 알 수 있는지 상기시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키워드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의미에는 대화에서 키워드가 빠졌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도 포함된다. 이야기는 이렇다. 잭은 어느 날 운동 트레이너를 두기로 했다. 트레이너와 두 번째로 운동할 때 10분 동안 워밍업을 하며 그녀에게 휴일에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새 남자친구가 생겼고 둘이 낚시를 하러 간다고 대답했다. 그 말에 잭은 리컴번트 바이크(Recumbent Bike)를 타는 9분 동안 미늘이 없는 낚싯대를 잘 던지는 것의 어려움에 관해 이야기했다. 또한, 어느 시간대에 어떤 물고기를 낚으려면 어떤 미끼를 사용해야 하는지, 낚시하는 장소마다 미끼를 달리해야 하는 것도 알려 줬다.


잭은 그녀의 이야기가 흥미롭다고 느꼈다. 하지만 정보가 흥미로운 것은 아니었고, 한 번도 그녀의 입에서 ‘재미’라는 단어를 듣지 못한 점이 흥미로웠다. 그녀가 한 번도 고기를 잡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잭은 그녀가 낚시에 흥미가 없다고 추측했다. 고기를 낚는 기술과 과정에 관심이 있을지언정 고기를 잡는 행위 자체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 것이다. 아니면 그녀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남자친구가 가장 좋아하는 활동을 자신과 함께 나누는 것일 수도 있다. 잭은 이런 생각을 기억해 두고는 다음 주에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내기로 했다.


다음 주 월요일이 되었을 때 잭은 헬스장에 도착하자마자 워밍업을 하기 위해 바이크로 향했다. 그녀가 “좋은 아침입니다.”라고 인사를 건네자 잭은 이렇게 물었다. “주말에 날씨가 아주 좋았는데 남자 친구와 낚시하러 가셨습니까?” 그러나 그녀는 “아......”라고 말하고 나서 한참 뜸을 들인 후, “남자친구는 낚시하러 갔는데요, 저는 밀린 서류 작업을 했어요.” 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낚시가 다 끝나고 저녁 무렵 바비큐 파티를 위해 모일 때에야 남자친구와 합류했던 것이다.


그다음 주 월요일이 되자 두 사람은 월요일에 나눈 대화를 반복했다. 차이가 있다면 이번에는 서류 작업이 아니라 집안일이 트레이너의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그녀는 엄마가 곧 오시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잭은 그분이 한참 후에나 오신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후 몇 주 동안 잭은 낚시에 관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몇 주가 더 지나자 트레이너의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도 듣지 못하게 되었다. 잭인 한참 전에 처음 남자친구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는 이미 낚시를 좋아하는 남자와 오래 만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빠졌기 때문이다.


열린 마음

자신의 내면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상대방을 조롱하거나 상대방의 말에 지루해한다면 여러분은 상대방의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판단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주의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눈치를 챌지도 모른다. 상대방의 말을 의심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선을 넘어 그것이 냉소나 비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를 미디어 용어로 설명하자면 어드보커시 저널리스트처럼 행동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어드보커시 저널리즘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은 프로그램 진행자가 게스트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감정이 가득 담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의 가장 큰 문제는 진행자가 게스트에게서 답을 얻지 못하고 대신 긴장감만 불어놓고 말기 때문이다.


빌 오라일리(Bill OReilly)는 정치 평론가이자 TV 프로그램 ‘오라일리 팩터’의 진행자다. 그는 하원의원 바니 프랭크(Barney Frank)에게 2008년에 세계 금융 위기가 닥쳤을 때, 그가 미국에서 수행한 역할에 대해 집요하게 물었다. 프랭크는 2013년에 은퇴하기 전까지 32년 동안 하원의원을 지냈으며, 당시에 미 하원 재정서비스위원회(House Financial Services Committee)의 회장도 겸했다.


오라일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전 국민이 당신에게 화를 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프랭크는 사실을 토대로 화제에 대해 충실하게 대답했지만, 시청자들이 인터뷰를 보고 나서 기억한 것은 그런 내용이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 오라일리의 다음 질문이 기억에 더 남았을 것이다. “그런 건 다 좋은데요, 7월만 하더라도 나라가 잘 돌아가고 있다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그 말을 듣고 많은 사람이 주식을 샀다가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그 뒤로는 안목 있는 시청자라면 두 사람의 대화에서 실질적인 정보를 얻을 확률이 거의 없어 보였다.


대화의 속도 맞추기

말을 빨리하는 사람 중 다수가 상대방이 말하는 속도가 느리면 그들의 문장을 대신 끝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대화를 통해 최대한의 정보를 얻으려면 상대방의 말을 방해해서는 안 도니다. 문장을 끝내려고 하지도 말고 여러분의 생각을 불쑥 던져 방해하지도 말아야 한다. 안 그럴 경우 정보를 얻기 위한 여러분의 여정은 금세 끝나버릴 것이다. 이전에 어느 스키 선수와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그녀는 회전 경기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딴 선수였고, 나는 그녀에게서 신체적, 정신적 훈련에 관한 통찰을 얻고 싶었다. 우리는 마치 오랜 친구처럼 말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만 나누고 말았다. 내가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고 인터뷰를 통해 ‘독자들의 훈련’에 대해 조언을 얻는 것이 목표라는 사실을 잊은 것이다. 그래서 바로 그녀의 말을 끊고 다른 대화로 이끌었는데, 하마터면 훈련에 대한 그녀의 통찰을 영영 얻지 못 할 뻔했다.



진실을 말하려는 사람들

진실을 말하고자 하는 사람도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기억 왜곡은 일어날 수 있으며 실제로 일어난다. 그 중 몇몇은 지극히 평범한 실수로 봐도 무방하다. 다른 경우는 생리적 문제가 있거나 정황적인 증거만 가진 까닭에 실제로 일어난 일이나 말을 잘못 해석할 우려가 있다. 대인 기술을 갖추고 정보를 분석하는 방법을 훈련하면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진실을 말하고 싶어도 진실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모르는 사람도 있다. 이런 일은 온갖 종류의 사적, 공적 상황에서 발생한다. 내가 대학원에 지원할 때 일어난 일이다. 학과장이 특정 학위를 취득하려는 이유에 관해 물었을 때 나는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그 학위를 따고 싶었지, 이유까지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학과장이 던진 여러 가지 질문은 내가 동기를 찾는 데 도움이 되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여러분의 대인 기술, 심문 기술, 분석 기술이 상대방에게 더 완전하고 진실한 이야기를 향해 나아가도록 할 수 있다.


의도하지 않은 거짓말의 출처

협조적인 정보원이 거짓 기억을 털어놓는다면, 그 사람은 여러분에게 진실을 알리려고 하는데 어떤 이유에선지 그러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UCLA의 두 연구원은 ‘신경질환이 원인이 아닌 거짓 기억’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무의식을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통로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들의 전제 중 핵심은 거짓 기억이 생성되고 나면 무의식이 불확실성을 나타내는 뇌 기능을 억압해 거짓 기억을 실제 기억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무의식을 통제하는 데 일가견이 있지 않은 한 여러분 역시 다른 사람만큼이나 거짓 기억이 많은 것이다.


오귀인

귀인(歸因)은 사람들이 ‘특정한 행동이나 사건의 원인을 추론하기 위해 정보를 활용하는 과정’이다. 오귀인은 이런 귀인을 잘못하는 것이다. 웨이트리스가 무례하고 시끄럽게 굴던 남자의 무릎에 수프를 쏟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가정하자. 이때 누군가 “무엇을 기억하십니까?” 라고 묻는 다면, 여러분은 “남자가 웨이트리스에게 무례하게 굴어 웨이트리스가 그의 무릎에 수프를 일부러 쏟았다.” 고 말한다. 하지만 진실은 웨이트리스가 근육 경련이 일어 고객의 무릎에 수프를 실수로 쏟았다는 것이다. 이때 여러분의 ‘기억’은 이 사건을 아무런 연고나이 없는 다른 사건과 연결했다는 점에서 오귀인이다.


오귀인 이론은 우리가 왜, 그리고 어떻게 의도하지 않게 자신을 속이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이 이론은 특정한 사람이나 사건에 대한 강한 감정적인 반응에 기반을 두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젊은 여성이 스카이다이빙을 처음으로 해 봤다고 가정해보자. 그녀는 남자 강사의 몸 앞쪽에 안전 끈으로 묶여 스카이다이빙을 즐겼다. 감탄과 환희에 젖어 소리를 지르고 땅에 내려와서는 “이게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이었어요!” 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강사는 그녀를 안아 주고 웃으면서 “당신이 최고의 학생이에요!” 라고 칭찬했다. 그 일이 있고 몇 시간 후 그녀는 남자친구와 함께 차 안에 있었다. 그녀는 그날 밤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스카이다이빙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이 아직 들뜬 상태였다. 남자친구는 경치가 좋은 장소에 차를 세워두고는 바다 너머로 지는 해를 함께 보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반지를 꺼내 그녀에게 청혼했다. 그녀는 청혼을 받아들였다. 유난히 기분이 좋았던 나머지 그 순간에 느낀 남자친구에 대한 긍정적 감정의 원인을 잘못된 데서 찾은 것이다. 그녀는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지만, 자신이 그랬다는 사실을 영원히 깨닫지 못할지도 모른다.


오귀인에 관한 유명한 사례는 1975년에 심리학자 도널드 톰슨(Donald M. Thompson)이 겪은 일이다. 톰슨은 어느 날 저녁에 TV에 출연하여 목격자 증언에 관계된 심리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 방송이 나간 다음 날 경찰이 톰슨을 강간 혐의로 체포했다. 어느 여성이 그를 가해자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톰슨은 그 범죄가 일어난 시각에 TV에 출연하고 있었기 때문에 강간을 저질렀을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이 사건은 오귀인에 해당하는 사례였다. 피해 여성은 공격을 당하기 직전에 톰슨을 TV로 보고 있었고, 그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강간범의 얼굴을 톰슨의 얼굴로 대체한 것이다.


톰슨의 경우는 피해자의 의도하지 않은 거짓말을 쉽게 반박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개 문제가 그렇게 순조롭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이런 이유로 목격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사건에서 오심이 종종 발생한다. 오귀인은 드문 현상이 아니며, 사람들에게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일을 매일 겪을지도 모른다.

여러분은 믿는 사람이 말이 안 되는 내용을 말이나 글로 전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면 그와 관련된 사람, 장소, 사물, 사건 등에 관해 질문은 던져 보자. 유용한 질문을 던지면 상대방이 정보를 알맞은 맥락에 집어넣을 수 있다. “다시 물어 미안한 데, 그 일이 일어날 때 어디 있었다고 했지?” 또는 “그 사진을 휴대전화로 본 거야? 난 가끔 휴대전화로 보면 색이 이상해 보이더라고.” 처럼 질문하면 된다. 때로는 맥락과 관련된 이런 유형의 정보에 초점을 맞추면 상대방이 제공한 정보를 실제로 그런 것인지 다른 각도에서 살펴볼 수도 있다. 그 정보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면 상대방은 말실수를 쉽게 넘어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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