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남기는 관계의 비밀

   
김대식
ǻ
북클라우드
   
13500
2015�� 03��





■ 책 소개


사람 부자 김대식이 전하는 관계의 지혜


최고의 ‘사람 부자’ 김대식 교수는 자주 연락하는 전화번호만 4만 개, 하루에 받는 전화만 350통, 걸려온 전화에 메시지 회신하는 시간도 3시간을 훌쩍 넘는다. 그는 어떻게 이토록 많은 ‘내 사람들’을 만들 수 있었을까? 이 책에서 저자는 인생 선배로서 젊은이들이 놓치고 있던 ‘관계의 모든 것’을 따스하면서 냉철한 시선으로 짚어준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관계만큼 어려운 것이 없음을 깨닫게 된다. ‘사람’을 만나는 경험이야 말로 자신의 진짜 스펙이 되는 만큼 인연의 씨앗을 뿌리되 관계의 오묘한 속성을 간파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누구를 어떤 일로 만나든 인맥보단 인연으로 만나라’, ‘관계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동그라미를 점검하라’ 등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던 특별한 관계의 철학이 이 책에 펼쳐진다.


■ 저자 김대식
대한민국 각계 오피니언 리더들이 인정하는 ‘사람 부자’. 국내 한 일간지에 “4만 개의 전화번호를 세 대의 휴대 전화에 나누어 갖고 다니며, 받는 전화와 메시지에 회신하는 시간만 하루 3시간이 넘는 마당발”로 소개되었을 만큼 다양한 사람들과 인연을 맺어왔다.


고단한 젊은 시절을 보냈지만 그때마다 용기를 북돋아준 고마운 이들이 있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팍팍한 세상을 살아가는 진짜 힘은 나와 함께 걸어가는 ‘내 사람들’이며, 사람을 남기는 관계야말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라고 믿는다. 지난 30년간 쌓아온 ‘사람’과 ‘관계’에 대한 남다른 통찰을 아낌없이 나누고 있다. 가장 큰 즐거움은 귀한 인연들과 따뜻한 밥 한 끼 먹으며 정감 있게 대화하는 것이다.


일본 오타니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서대학교 교수로서 대한일어일문학회 회장과 전국 대학교 학생처장협의회 회장,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수위원으로 활동했다. 이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과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공직에도 몸담았다. 저서로 『젊은이들은 왜 이디야에 열광하는가』 『붕어빵 하나』 『아들아 아들아』 등이 있다.


■ 차례
Prologue 한두 사람이 우리의 삶을 바꾼다


PART 1 다시, 관계를 디자인하라
나는 그대가 ‘사람 부자’면 좋겠다
인맥보다 인연으로 먼저 만나라
딱 세 사람만 더
관계도 나이 드는 방식이 있다
놓치지 마라, 내 사람이다


PART 2 어떻게 사람 부자가 되었나
첫인상보다 마지막 인상을
기브 앤 테이크, 그 주고받음에 대하여
마음속에 몇 개의 의자가 있는가
배려는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SNS, 그리고 너와 나
그래도 맨 얼굴이 아름답다
평판은 남이 써주는 자기소개서다
선택에도 수준이 있다


PART 3 만나고, 겪어내고, 성장하라
결코 가볍지 않은 사소한 문제들
밑지는 관계를 철학하다
장점을 보고 반했으면 단점을 보고 돌아서지 마라
비교도 잘하면 ‘약’이 된다
기회를 잡을까, 관계를 지킬까
미숙한 수용보다 완벽한 거절을
잘 싸우는 것도 능력이다
손을 놓을 때도 시간은 필요하다


PART 4 사람을 남기는 관계의 정석
저는 관계 1년차입니다_ 겸손
당신을 한 번 더 생각나게 하는 힘_ 약속
이게 진짜 100점짜리 애티튜드다_ 경청
그 사람이 더 알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다_ 긍정
그만큼 타인이 채워줄 공간이 넓은 것이다_ 결핍
당신의 가장 좋은 사람을 나눌 수 있는가_ 공유


PART 5 사람을 남기는 관계의 습관
번호는 바꾸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큰 사람을 단번에 부르는 기적
10분이 만남의 질을 바꾼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진짜 고수가 돼라
눈과 귀를 붙잡는 잡담 내공 기르기
이너서클, 지금 당장 시작하라


 




사람을 남기는 관계의 비밀


다시, 관계를 디자인하라

나는 그대가 ‘사람 부자’면 좋겠다

2013년, 어느 일간지에 ‘세 대의 휴대 전화에 4만 개의 번호가 저장되어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마당발’이라며 소개된 적이 있었다. 이 4만 개라는 숫자는 추리고 추려서 실제로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들만 꼽은 것이다. 잠실 운동장의 수용 인원이 최대 3만 명이라고 하니, 4만 명이 적은 수는 아닐 것이다. 그래서인지 쑥스럽게도 주변에서는 나를 가리켜 ‘사람 부자’라고들 한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 보니 이들을 모두 챙기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니다. 많을 때는 걸려오는 전화만 해도 하루 300~350통에 문자도 200통에 달하니, 회신하는 시간을 합치면 3시간은 그냥 지나간다. 그러다 보니 주위 사람들로부터 “그 사람들이 밥이 되나 떡이 되나? 자네 뭐할라고 그렇게까지 챙기나?”라는 타박 아닌 타박을 받기도 한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그동안 살아오면서 사람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존재가 바로 ‘사람’이라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힘’이란 어떤 배경이나 권력이 아니라, 넘어졌다가도 씩씩하게 일어나 이 팍팍한 세상을 걸어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을 말한다. 생각해보면 각자의 삶에 크든 작든 용기를 불어넣어준 사람이 한 명쯤은 있을 것이다.


최고의 스펙은 ‘사람’을 겪어낸 ‘경험’이다

인생의 젊은 날에 꼭 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앞으로 활동할 분야를 정하고 직장에 들어가 안정된 보금자리를 꾸리는 것, 물론 현실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꼭 필요한 것이 바로 다양한 사람을 겪어내는 일이다.


삶의 각 시기마다 겪어야 할 ‘사람의 총량’이라는 게 있다. 이때 관계의 너비를 그리고 깊이를 다채롭게 경험하지 못하면 사람 보는 안목이 길러지지 않는다. 그리고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남은 삶이 고달파질 수도 있다. 그 누구도 혼자 살 수 없는 세상에서 사람과 관계에 대한 지혜가 부족하니 말이다. 살다 보면 사회 경험이 부족한 젊은이도 아닌데 ‘왜 저렇게 행동할까? 나중에 어디서 어떻게 만나게 될 줄 알고?’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나는 그 이유가 사람의 가치와 관계의 지혜를 제때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러니 죽을 때까지 이 사람도 만나보고 저 사람도 만나는 일에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어느 구름에 빛이 들어 있는지 모를뿐더러, 관계 안에서 성장하는 자신과 마주했을 때 삶의 고개를 오를 수 있는 힘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살아갈 날 동안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신만의 인연을 차곡차곡 쌓아 보자. 단언컨대, 젊은 시절부터 사람의 귀함과 관계의 소중함을 깨달은 사람을 위해 인생은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어떻게 사람 부자가 되었나

기브 앤 테이크, 그 주고받음에 대하여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 관계에 있어서 이것만큼 민감하고 미묘한 사안이 또 있을까. 그것은 기브 앤 테이크가 자신이 상대에게 존중을 받느냐 혹은 그렇지 못하느냐를 보여주는 가장 직접적인 단서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베푼 만큼 상대가 주지 않으면 억울해한다. ‘내가 저한테 어떻게 했는데 나에게 이럴 수가 있어?’라며 서운해 하다가 끝내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기브 앤 테이크에 대해 이런 감정을 느끼는 이유가 무엇일까? 기브 앤 테이크를 바라보는 눈이 지나치게 좁은 곳에 머물러 있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 이를 바라보는 스펙트럼을 조그만 넓혀보자. 내가 생각하기에 기브 앤 테이크를 철저하게 ‘주고받는 것’으로 보는 이유는 오로지 경제적 관점에서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즉 실컷 줘놓고서 억울한 감정이 드는 건 ‘생각’을 생략했기 때문인데, 그러다 보니 받아야 한다는 심리가 밑도 끝도 없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모든 관계는 무엇인가를 주고받는다. 부모와 자식, 사랑하는 연인, 오랜 친구 등 어떤 관계라도 무엇인가를 주고받는다. 다만 무엇을 주고받느냐가 다를 뿐이다. 어떤 관계는 돈, 물건, 정보, 인맥 등 경제적인 자원을 주고받는가 하면 또 어떤 관계는 사랑, 위로, 공감 등 정서적인 자원을 주고받는다. 그런데 주고받는 대상을 경제적인 자원에만 국한하여 생각하니 나만 준 것 같아 억울하고 서운한 것이다. 하지만 평소 자신이 상대방에게 현명한 조언을 많이 듣거나 작은 일에서도 마음 씀씀이가 느껴지는 배려를 받았다면, 그만큼 내가 더 많은 정서적 자원을 받았다는 점을 잊지 말자. 비록 커피 한 잔도 내가 더 자주 사고, 밥 한 끼도 내가 더 많이 산다 해도 말이다.


호혜와 호구는 다르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아무에게나 베풀기만 하라는 것은 아니다. 좋은 의도로 베푸는 사람을 착취하려는 상대에게 이용만 당하다가 자칫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또 하나 알아두어야 할 것이 바로 ‘호혜’와 ‘호구’를 구분하는 일이다.


호혜가 상호 간에 이뤄지는 나눔이라면, 호구는 한쪽의 일방적인 헌신을 말한다.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다른 어떤 것도 고려하지 않고 정말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한다. 게다가 누울 자리라도 하나 발견하면 틈을 주지 않고 달려든다. 이런 사람이 내뱉는 말 하나, 행동 하나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말려드는 자신만 손해다. 그러니 이런 사람과는 가급적 꼭 필요한 말만 주고받고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또한 대놓고 자기중심적인 유형은 아니나, 유독 그대에게만 받으려는 이기 있다면 용납할 수 있는 ‘선’을 정해놓자. 그렇지 않으면 내가 이만큼 해주었으니 이 관계를 내 마음대로 이끌어가겠다는 식으로 상대를 조종하려는 마음이 자리 잡을 수 있다. 누군가에게 베풀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면 ‘내가 이만큼 했으니 넌 이거라도 해라’라는 나눔의 뒤끝이다.


제대로 된 기브의 철학은 주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는 사실을 전제로 삼는다. 그러므로 ‘기브 앤 테이크’는 어느새 ‘기브 앤 해피’가 된다. 조금만 생각을 바꿔서 이러한 지혜를 마음에 품어보면 어떨까? 베푸는 쪽이 결코 손해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점차 깨닫게 될 것이다.



만나고, 겪어내고, 성장하라

손을 놓을 때도 시간은 필요하다

“만약 이런저런 갈등을 겪어 보니 이 사람은 오래 관계를 맺을 만한 사람이 아니다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지요? 그래도 끝까지 붙잡고 가야 할까요?” 사람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을 아는 이들이 빠짐없이 묻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솔직한 나의 답변은 이것이다. “끝까지 데려가세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지만, 세월이 지나다보면 그 바뀌지 않는 성품이 당신을 도와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오랜 시간 겪어 보니 내가 성장하는 것이 힘들고 큰 불이익을 받는 건 아니더라도 계속해서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관계라면, 그때는 정리해 나가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조언이 될 것 같다. 사람과 사람이 만날 때는 즐겁고 따뜻해야 하는데, 계속 스트레스만 받는 인연은 이어가는 것이 오히려 상처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외나무다리, 동화 속에만 있는 건 아니다

여기서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처음 그 사람과 친분을 맺는 과정에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던 것처럼 관계를 정리할 때도 시간과 예의를 들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만날 때만 예의를 갖추는 사람은 하수다. 그건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다. 손을 놓을 때조차도 상대를 배려하는 사람이 진짜 고수이자 성숙한 사람이다.


어떠한 관계든 무 자르듯이 단번에 자르면 탈이 나게 되어 있다. 나에 대한 상대의 마음이 식었음을 서서히 느끼다가 헤어지자는 말을 듣는 경우와 그런 눈치조차 채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헤어지는 경우는 전혀 다른 상처를 낳는다. 결과만 같을 뿐, 상대의 마음에 남기는 상처의 크기와 깊이가 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피치 못하게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면 시간에 맡겨둘 것을 권하고 싶다. 만약 본인이 먼저 연락해서 만남을 갖거나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였다면 이제는 상대의 연락에만 응답하거나 그 횟수를 차츰 줄여나가는 식이다. 이때 상대가 자신이 뭔가 서운하게 만들었냐고 묻는다든지 또는 자신에게 고칠 점이 있으면 이야기해보자는 식으로 나온다면 그 관계는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네가 그렇게 하는데 나도 아쉬울 것 없다”라는 식으로 나온다면 정리하는 게 맞다. 이쪽에서는 마지막까지 예의를 갖추고 최선을 다했으나, 저쪽에서는 동일한 수준으로 반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나무다리는 동화 속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정말 중요한 순간에 그 외나무다리가 내 앞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 그러니 훗날 ‘내가 왜 그때 그렇게 했지’라고 뒤늦은 후회를 하지 않으려면 예의 없이 손을 놓지 말자. 관계를 시작할 때뿐만 아니라 끝낼 때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정말로 아름답다.



사람을 남기는 관계의 정석

당신의 가장 좋은 사람을 나눌 수 있는가_ 공유

“당신이 가진 가장 좋은 사람을 친구에게 나누어 줄 수 있습니까?” 이 질문만큼 사람의 됨됨이를 알아볼 수 있는 질문도 없다고 못 박는 지인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관계를 일종의 도구나 자원으로 생각하다 보니, 관계를 공유하는 것에 거부감을 지닌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나의 좋은 사람, 경쟁력 있는 지인을 타인과 공유하면 자신의 자원이 줄어든다고 여긴다. ‘내가 어떻게 얻은 인맥인데 이걸 그냥 줘’ 혹은 ‘이렇게 대단한 사람을 소개해주면 나만 손해잖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참 이상한 일이다. 페이스북 같은 SNS에서는 친구의 친구를 타고 가며 잘도 관계를 맺으면서 현실에서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만나게 하는 것을 싫어하니 말이다. 이처럼 관계 공유를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는 이중적이다.


그들이 독점하지 않는 이유

그런데 그동안 지켜본 바로는 자기 분야에서 손꼽히는 사람들은 관계 공유에 대한 생각이 남달랐다. 대단한 그리고 다양한 관계의 주머니를 가진 사람일수록 자신의 것을 타인과 공유하지 않을 것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다. 그들은 관계를 공유함으로써 ‘좋은 평판’이라는 무형의 자원이 축적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평판이 언젠가 다른 일을 진행하거나 중요한 자리에 참석하게 될 때 어떠한 형태로든 자신을 도와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개인적으로 처리해야 할 사안이 아니라면 일부러 만남의 자리를 만든다. 만날 대상에게 동석할 사람을 일러줌으로써 미리 준비하도록 배려하며, 그날의 주제에 맞는 지인을 초대해 그룹 형식으로 자리를 마련한다. 이 사안에 대해서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을 테니 안면을 트고 지내라는 뜻에서다.


화수분을 아는가? 아무리 금은보화를 꺼내도 남은 양이 절대로 줄지 않는다는 옛 이야기 속 그 항아리 말이다. 관계는 화수분과 같다. 나누고 소개하고 연결해도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멀리멀리 뻗어나간다. 그러니 사람을, 관계를 독점하려는 어린 마음이 있다면 오늘부터 내려놓자. 연결할수록 나의 동심원이 멀리멀리 퍼져 나간다.



사람을 남기는 관계의 습관

눈과 귀를 붙잡는 잡답 내공 기르기<
/P>『잡담이 능력이다』라는 책이 한때 베스트셀러에 오른 적이 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잡담이, 알고 보면 중요한 존재라는 메시지에서 사람들이 신선함을 느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 잡담은 관계를 맺고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에서도 중요하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이 사람이 고수인지 하수인지는, 만나자마자 어떤 이야기를 꺼내느냐를 보고 판단할 수 있다. 하수는 만나자마자 곧장 용건부터 꺼내기 바쁘지만 고수는 절대로 본론으로 직행하지 않는다. 먼저 다양한 화제를 입에 올리며 단단한 상대의 마음을 노크한다. 잡담이라는 뜸을 들인 뒤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비로소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처럼 잡담은 대화의 앞머리에 위치해 대화의 물꼬를 자연스럽게 열어주는 효과가 있기에, 잡담을 풀어내는 내공이 필요하다.


잡담도 재료가 있어야 만들어진다

잡담 내공을 쌓는다고 해서 머리를 싸매고 공부하라는 뜻이 아니다. 짬 날 때마다 다음의 방법들만 충실히 실천해도 충분하다.


첫째는 신문 읽기다. 신문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여주는 일종의 스캐너와 같다. 신문을 볼 때는 몇 가지 규칙이 있는데, 매체마다 논조가 다른 만큼 보수 성향의 신문과 진보 성향의 신문을 동시에 볼 것을 권한다. 정치, 사회, 문화면은 큰 헤드라인 중심으로 훑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경제지를 따로 보는 것도 추천한다.


또한 어떤 신문을 보든 인물에 대한 기사는 알림은 빼놓지 않고 보자. 신문에 실리는 사람들은 지금 당장은 나와 친분이 없는 저명인사들인 경우가 많지만, 강연이나 학회 등에서 뜻하지 않게 알게 되어 인연이 닿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아는 사람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면 특히 꼼꼼히 챙겨야 한다. 나쁜 일이라면 위로가 필요한 시점이니 말 한 마디로도 내가 기억될 수 있고, 기쁜 일이라면 “얼마 전에 좋은 일이 있으셨다고 들었는데 축하합니다”라며 이야기의 물꼬를 트면서 관심을 나타낼 수 있다.


두 번째는 독서다. 독서만큼 우리의 지식 주머니를 채워주는 행위는 없다. 지식이 가난한 사람은 바닥이 보인다. 반면에 책을 가까이 한 사람은 그 깊이감이 남다르다. 말 한 마디를 해도 가볍지가 않다. 또한 책을 통해 얻은 지식과 지식을 엮어 자신만의 콘텐츠로 만들어낼 줄 안다. 그래서 이야기를 나눌수록 대화의 범위가 더욱 넓어진다.


어디 그뿐인가. 책은 어휘력을 향상시켜 표현력마저 키워준다.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딱 떨어지게 전달하는 사람과 구구절절 설명하는 사람을 비교했을 때, 첫 번째 사람에게 호감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일 거라고 생각한다. 말이 잘 통해야 관계도 맺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러니 자격증 수험서나 토익 문제집만 읽지 말고 책다운 책도 들여다보자. 어려운 책을 읽으라는 말이 아니다. 자신의 관심사에 부합하는 쪽으로 일다 보면 전문가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안목을 지닐 수 있다.


마지막으로 권하는 것은 메모인데, 위의 두 방법에 비해 좀 더 가볍게 실천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나는 평소에 손바닥만 한 수첩을 가지고 다니다가 눈에 들어오는 간판이나 광고 카피, 신문이나 책에서 발견한 좋은 구절이 있으면 즉석에서 적어둔다. 수첩에 적는 것이 귀찮다면 스마트폰을 활용해보자. 메모할 때는 그것을 어디에 쓰려고 했는지 짤막하게 덧붙이는 것이 좋다. 의도를 적어 놓아야 당시에 왜 이 내용을 적었는지 기억할 수 있다.


메모를 할 때 또 하나 권하는 방법이 ‘용어 메모’다. 정치, 경제,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과 만나다 보니 용어의 힘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말하는 사람이 어떤 용어를 쓰는지 유심히 들어 보면 그 사람이 몸담고 있는 세계가 보인다. 예를 들어 글을 보고 누구는 ‘텍스트’라고 말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콘텐츠라고 이야기한다. 이럴 때 일정한 경계 안에서 통용되는 말을 그 밖에 있는 사람이 알아듣고 반응해주는 것처럼 반가운 일이 없다. 공통의 화제를 부르는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별도의 수첩을 준비해 용어를 메모하기도 한다. 대화 상대가 자주 언급한 용어를 기억해냈다가 상대의 이름 옆에 용어의 뜻을 적어 넣는 것이다.


이렇게 세 가지 습관 중 어느 하나라도 몸에 배면 잡담 내공이 하나둘 쌓이면서 세련된 잡담이 가능해진다. 만남의 자리에서 인형처럼 미소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과 만나도 자신 있게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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