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비행사의 지구생활 안내서

   
크리스 해드필드(역: 노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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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퀘스트
   
14500
2014�� 12��



 

책 소개

네모난 우주비행사에 둥근 구멍, 이것이 내 인생 이야기다

비록 어떤 역할에서 플러스인 사람이었더라도 임기가 끝났다면, 다시 제로를 목표로 삼을 차례다

 

캐나다 출신 우주비행사 크리스 해드필드의 책. 이 책은 아홉 살에 품은 우주비행사라는 불가능한 꿈을 가능으로 만들어가는 도전의 여정을 그리는 동시에, 우주비행사의 일상과 우주탐사 프로젝트의 실제에 대한 호기심을 채워줄 흥미진진한 이야기(우주왕복선 발사, 우주유영의 감동, 긴박감 넘치는 위기 대처 사례)들로 채워져 있다. 또한 꿈을 좇는 길에서 터득한 반직관적인 삶의 지혜도 들려준다.

 

책은 한 우주비행사의 회고록인 동시에, 제목 그대로 삶을 위한 지침서(Guide to Life)’이며, 인생의 진로 앞에서 방황하는 모든 세대에게 건넬 만한 책이다. 우리들 대다수는 해드필드처럼 로봇을 조종하거나 우주선에 탑승하거나 우주에서 뮤직비디오를 찍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생생하고 신선한 통찰을 따라가노라면, 우주비행사처럼 생각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테고 아울러 지구에서의 삶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뉜다. 우주탐사 과정을 그대로 빌려, ‘1: 발사 준비’ ‘2: 이륙’ ‘3: 지구 귀환이다. 프롤로그 불가능한 임무Mission Impossible’에 등장한 아홉 살 소년은 달에 첫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의 모습에 넋을 잃고 우주비행사를 꿈꾸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주비행사가 되기까지와 과정과 우주비행사로서 훈련받는 과정에서 얻은 통찰들이 1부에 담긴다.

 

실제 발사 전 격리에서부터 발사, 우주정거장 입성, 우주정거장 생활과 각종 사건 사고들에 이르기까지 우주 임무비행의 과정을 따라가며 우주탐사의 실체를 보여주는 것이 2부다. 그리고 3부에서는 다시 소유스 로켓을 타고 지구로 무사히 돌아와서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자리에서 내려와 다시 새로운 사다리를 찾기로 마음먹기에 이른다.

 

저자 크리스 해드필드

캐나다 출신 우주비행사. 전 국제우주정거장ISS 사령관. 20여 년에 걸친 우주비행사 훈련을 거쳐, 4천 시간에 이르는 우주 체류 기록을 남겼다.

 

20135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지구 귀환을 앞두고 데이빗 보위의 노래 [스페이스 오디티Space Oddity]를 부르는 모습을 촬영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다. 이 영상은 우주에서 촬영한 최초의 뮤직비디오라 불리며 유튜브 공개 3일 만에 천만 명이 감상했다. 지구로 돌아와 은퇴한 뒤에는 세계 곳곳을 방문해 우주비행사로서 위기의 순간을 겪으며 체득한 삶의 지침과 의미, 그리고 우주 프로그램의 의의 등을 널리 알리고 있다.

그의 성취와 생존의 비결은 나사에서 배운 삶의 자세다. ‘성공보다 실패를 눈앞에 그려보라’ ‘부정적 사고의 힘을 긍정적으로 이용하라’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것보다 자세를 잃는 것이 더 위험하다’ ‘사소한 일에 진땀을 빼라등으로 압축되는 그의 지혜는 반직관적이면서도 경험에 기초한 공감을 이끌어낸다.

1988년 미공군 시험비행학교를 최우수 졸업하고, 1991년 미해군 올해의 시험비행 조종사로 선정되었으며, 1992년에 우주비행사로 선발되었다. 25차례의 우주왕복선 미션에서 캡콤(교신 담당자)을 맡았으며,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러시아 스타시티의 나사 운영책임자를 역임했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는 휴스턴 존슨우주센터 로봇공학 책임자, 2006년부터 2008년까지는 국제우주정거장 운영책임자를 맡았다. 20135월까지 국제우주정거장 사령관으로서 144일간 우주에 체류했으며, 수많은 과학실험을 지휘하고 비상 우주유영을 감독했다. 지구로 귀환한 뒤 20136월 은퇴했다.

 

역자 노태복

한양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환경과 생명운동 관련 시민단체에서 해외교류 업무를 맡던 중 번역의 길로 들어섰다. 과학과 인문의 경계에서 즐겁게 노니는 책들 그리고 생태적 감수성을 일깨우는 책들에 관심이 많다. 옮긴 책으로 꿀벌 없는 세상, 결실 없는 가을』 『생태학 개념어 사전』 『신에 도전한 수학자』 『동물에 반대한다』 『생각하는 기계』 『진화의 무지개』 『19번째 아내』 『우주, 진화하는 미술관』 『이것은 과학이 아니다』 『얽힘의 시대등이 있다. 저글링을 하면서 즐겁게 산다.

 

차례

들어가며 불가능한 임무

 

1부 발사 준비

1. 평생이 걸린 여행

2. 자세를 유지하라

3. 부정적 사고의 힘

4. 사소한 일에 진땀을 빼라

5. 내 곁에 있어줄 세상의 마지막 사람들

6. 다음에는 무엇이 내 목숨을 노릴까?

 

2부 이륙

7. 고요의 기지, 카자흐스탄

8. 뻑적지근하게 지구를 떠나는 방법

9. 목표는 제로

10. 지구 밖에서 살아가기

11. 네모난 우주비행사에 둥근 구멍

 

3부 지구 귀환

12. 연착륙

13. 사다리 내려가기

 




우주비행사의 지구생활 안내서

불가능한 임무
첫 우주유영에 나서기 전 에어록airlock 안에서 둥둥 떠 있던 순간, 나는 이제 곧 한층 더 진귀한 아름다움을 마주하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시속 28,000킬로미터로 지구를 도는 우주선에 매달려 우주의 장관 속을 유영하는 순간. 나는 이 순간을 평생 꿈꾸며 준비해 왔다. 하지만 그런 숭고한 순간을 코앞에 두고 내게 닥친 것은 살짝 난감한 딜레마였다. 어떻게 나가야 좋단 말인가? 출입구는 작고 둥글었지만, 장비들을 죄다 가슴에 달고 등에는 큼직한 산소통과 전자장치들을 붙인 나는 네모났다.

네모난 우주비행사에 둥근 구멍. 이것이 내 인생 이야기다. 요약하자면, 빠져나가기 불가능해 보이는 문을 통과해 생의 목표에 도달하려고 궁리해 왔던 이야기다. 문서로만 보면 내 경력은 마치 정해져있던 것처럼 보인다. 엔지니어에서 전투기 조종사, 시험비행 조종사를 거쳐 우주비행사가 되었으니까. 이 분야에서 전형적인 길을 한 단계 한 단계 순탄하게 걸어왔으니까. 하지만 실상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 내 삶의 여정에는 줄곧 급경사와 막다른 길이 함께했다. 내게 우주비행사는 타고난 운명이 아니라 실현시켜야 하는 꿈이었다.

정말로 중요한 상황에서 훌륭한 결정을 믿음직스럽게 내릴 수 있는 우주비행사가 되기란 합격통지만으로는 부족했다. 사실 그런 우주비행사의 능력은 어디서 툭 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다년간 진지하고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했다. 새로운 지식을 쌓고 신체능력을 개발하고 기술을 쌓아야만 이룰 수 있는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바꿔야 할 것은 마음가짐이었다. 우주비행사로서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발사 준비
평생이 걸린 여행
나는 무중력의 우주공간에 있다. 고작 8분 42초 만에. 하지만 이 순간이 오기까지 훈련하는 데는 얼추 수천 일이 걸렸다.

우주비행사는 아주 중요한 순간에 불완전한 정보를 갖고서도 훌륭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다. 우주에 고작 여드레 머무른 나는 진정한 우주비행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도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른다는 깨달음은 얻었다. 배울 것이 여전히 많았다.

이렇게 우주로 향하는 길에, 내게는 한 가지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바로 이 지구에서 더 행복하고 나은 인생을 사는 법을 배운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나는 문젯거리를 예측하고 중요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법을 배웠으며, 두려움을 누그러뜨리고 집중력을 발휘하여 곤경에서 벗어나는 법도 배웠다. 내가 배운 많은 기법은 꽤 단순하면서도 반직관적이어서, 때로는 익히 알려진 경구를 재치 있게 뒤집는다. 이를테면 우주비행사들은 스트레스를 줄이려면 사소한 일에 진땀을 빼라고 배운다. 우리는 어두운 면을 살피고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도록 훈련받는다.

우주비행사가 이런 자질을 지닌 까닭은 특별히 똑똑해서가 아니다. 비결은 우리가 세상과 우리 자신을 다르게 보도록 배운 데 있다. 간단히 표현하자면, 우주비행사처럼 생각하기. 하지만 그걸 배우려고 우주로 갈 필요는 없다. 핵심은 바로 관점 바꾸기이므로.

자세를 유지하라
아무리 유능하거나 능숙하더라도 모든 우주비행사는 본질적으로 다음 시험에 대비하는 영원한 학생이다. 단 하루를 우주에서 보내기 위해 보통 여러 달 동안 준비해야 한다. 우주비행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훈련기간은 최소 몇 년이다.

우주로 나갈 수 있느냐 없느냐는 개별 우주비행사의 능력을 완전히 넘어서는 많은 변수와 상황에 달려 있다. 우주에 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그리고 귀환 후 다시 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자세는 20년 넘게 나를 지탱해 준 힘이었다. 우주비행에 나의 자존감이나 행복, 나의 직업적 정체성 따위를 걸지 않았기에 하루하루의 일상이 즐거울 수 있었다.

앞날을 비관적으로 내다보는 태도 덕분에 내 직업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른다. 심지어 그런 태도는 분명 내 경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성공은, 우주비행으로 이어지든 아니든, 예고되지 않은 기나긴 여정 내내 자신이 하는 일을 즐기는 것이다. 훈련을 더 높은 어떤 목표에 이르는 준비단계로 여겨서는 안 된다. 그 자체가 목적이어야 한다.

우주비행에서 자세는 방향성을 가리킨다. 태양과 지구 또는 다른 우주선의 위치와 견주어 나의 우주선을 어디로 향하도록 할지를 가리키는 말이다. 자세를 제어하지 못하면 두 가지 일이 생긴다. 우주선이 공중제비를 돌기 시작하면서 승무원들이 정위치를 벗어나고, 우주선 또한 올바른 경로를 이탈한다.

자세 유지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가장 기본이기 때문에 우리는 자세를 잃지 않으려고 만전을 기한다. 내 경험상 이는 지구에서도 마찬가지다. 궁극적으로 내가 바라던 경력상의 목표에 이르렀는지 아닌지를 판가름하는 것은 내가 아니다. 세상에는 내가 제어할 수 없는 변수가 수두룩하다. 하지만 단 한 가지는 내가 제어할 수 있다. 바로,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의 자세다. 자세를 통해서만 든든함과 안정감을 느끼며, 옳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다. 따라서 나는 의식적으로 자세를 살피고 필요하다면 고친다. 자세를 잃는 것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보다 훨씬 더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테니까.

어떤 상황에도 통하는 말은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나? "준비해라. 열심히 일해라. 그리고 그 모든 걸 즐겨라!" 내 생각은 단순명쾌하다. 시간이 있으면 준비하는 데 쓰라.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디 있는가? 아직 필요성을 못 느끼더라도 몇 가지를 배워두는 편이, 필요성은 느끼지만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몰라 헤매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법이다.

나는 매사를 이렇게 접근한다. 가장 벅찬 과제를 떠올리고 그것을 해내기 위해 알아야 할 것을 살펴본다. 그다음에 거뜬히 해낼 수 있다고 확신이 설 때까지 연습한다. 결코 준비를 멈춘 적이 없다. 만일에 대비하여.

앞을 즐기는 것과 승진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승진을 직업 사다리의 다음 칸에 오르기로 보기보다는 배움의 다음 과정이라고 여긴다면 말이다. 배우는 것 자체가 발전이다. 설령 사다리의 같은 칸에 머물더라도 말이다.

우리 훈련의 상당수는 다음과 같다. 우리는 훨씬 더 큰 임무에 조금이나마 기여하는 일들을 해내는 법을 배우지 결코 우리 자신의 직업적 전망을 위한 일을 배우지 않는다. 우리는 실제로 겪지 않을 수 있는 경험을 연구하고 시뮬레이션하느라 많은 시간을 들인다. 우리는 늘 가상의 상황에 대비해 배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배우려는 자세다.

부정적 사고의 힘
내 경험상 두려움은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를 때와 곧 생길 일에 대처할 수 없다고 느낄 때 생긴다. 도통 뭐가 뭔지 모를 때 우리는 사실을 알고 있을 때보다 훨씬 더 두렵다. 무엇을 두려워해야 할지 전혀 모를 때는 모든 것이 두려움의 대상이다.

나는 두려움을 넘어서는 법을 배웠다. 각각의 경우마다 위험요소와 해당 물리법칙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내가 속수무책이 아니라는 걸 경험을 통해 아니까. 내게도 상황을 제어할 능력이 어느 정도는 있는 것이다. 사람들 눈에 우주비행사는 초인적인 용기가 있거나 로봇처럼 두려움에 무감각한 존재로 비춰지곤 한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크게 겪는 위험상황에서 평정을 유지하기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지식이다.

어떤 것에 준비가 되었다고 해서 확실히 성공한다는 뜻은 아니다. 물론 누구나 성공하길 바라지만. 제대로 준비가 되었다는 것은 무엇이 잘못될 수 있는지 이해한다는 뜻이며, 이에 대처할 계획이 있다는 뜻이다.

훈련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본능을 개발한다. 위험이 닥치면 아무거나 해보고 안 되면 달아나지 식이 아니라, 위험의 우선순위를 곧바로 파악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훈련을 받는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참가자의 능력이 얼마나 잘 갖추어져 있는지 증명되기도 하지만, 지식의 허점이 들춰지고 미처 예상치 못했던 연쇄효과들이 드러날 때가 더 많다.

위험성이 높을 때에는 준비 여부가 결정적이다. 이 모든 시뮬레이션은 위험의 우선순위 정하기, 곧 서로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이해하여 어느 것부터 먼저 다룰지 결정하는 것이다. 동료들과 함께 아주 벅찬 시뮬레이션을 마친 뒤 우리는 최대한의 효과를 뽑아내기 위해 준비를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많은 사람이 최상을 기대하려면 최악에 대비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이 말이 교묘하게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단 한 가지의 최악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쁜 가능성의 전체적인 스펙트럼이 언제나 존재하는 법이다. 유일하게 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대처할 계획을 마련해 두지 않은 상황뿐이다.

문제를 예상해서 해결책을 찾는 것은 걱정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일, 즉 생산적인 일이다. 마찬가지로 행동계획을 내놓는 것은 마음의 평안을 주므로 시간낭비가 아니다. 일어나지 않을 일을 준비하는 것이더라도 그 일이 위험성이 매우 높다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문제를 예상하는 일이야말로 최선의 예방법이다.

대다수의 우주비행사들처럼 나는 인생에서 마주칠 일에 잘 대처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일이 잘될 때는 물론이고 잘못될 때에도 어떻게 해야 할지 늘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부정적 사고의 힘이다.

사소한 일에 진땀을 빼라
원숙한 경지에 올라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다면 아주 사소한 것에는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원숙해지기 위해 애쓰는 도중이라면, 제트기 비행이든 기타 연주든 아무리 많이 준비해도 지나치지 않다. 철저한 준비야말로 승률을 올리는 최선의 기회다. 사소한 일에 진땀을 빼지 않는 우주비행사는 죽은 우주비행사였다.

어떤 분야에서든, 비판을 인신공격이 아니라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언으로 여길 줄 알면 분명 이롭다. 특히나 우주비행사에게 비판을 감정을 배제한 채 받아들이는 능력은 기본적인 생존 기술이다. 부정적인 말을 들을 때마다 발끈하거나 되받아친다면, 우주에서는 죽은 목숨이다.

나사의 주요 활동 가운데 하나가 브리핑인데, 누구나 끼어들어 자기가 맡은 시스템별로 무엇이 잘못인지, 어떤 조치가 미흡했는지 분석한다. 모든 관련자가 자기 관점에서 어떻게 보았는지 발언할 수 있다. 따라서 누가 실수를 저질렀다면 수십 명이 달려들어 그것의 부정적 영향을 늘어놓는다. 집단 뭇매가 아니다. 집단적인 지혜를 얻기 위해서다. 그래서 실수에 대한 반응은 절대로 "별거 아냐. 자책하지 마."가 아니라 "끝까지 파헤쳐보자"다. 실수라는 실 한 가닥을 통해 옷감의 전체 구조를 파악하려는 것이다.

아주 쉬워 보이는 결정도 우주에서는 매우 어려울 수 있다. 비행규칙의 미덕은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할 때 확신을 준다는 데 있다. 실제로도 위험을 감수해 보자는 유혹은 언제나 크다. 하지만 비행규칙은 확고했다.

사소한 일에 진땀을 빼온 습관의 이점 중 한 가지는 아주 침착해지는 법을 익히게 된다는 것이다. 세부사항과 규칙을 엄격히 고수하는 나사의 태도는 외부인들의 눈에 터무니없이 까다롭게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우주비행사가 임무 중 사망하는 사건은 대부분 어느 시점에서 중요해 보이지 않던 세부사항을 간과한 탓이다.

내 곁에 있어줄 세상의 마지막 사람들
늘 성공적인 삶을 살아왔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남에게 뒤처질 때 조바심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 적어도 존슨우주센터에 오기 전까지는 만사가 순탄했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일찍 찾아온 성공은 뼈아픈 대가를 치르곤 한다. 딱히 준비를 하지 않아도 보상을 받아왔기에 준비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준비할 줄을 모른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런 슬럼프 지점에 이르고 나서야 타고난 재능에만 기댈 수 없다는 걸 절실히 깨닫고 정신 차려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또 어떤 이들은 그 점을 깨닫지 못하고 어영부영하다가 꿈에서도 예상치 못했던 자리, 즉 하위권으로 처지고 말지만 거기서 벗어날 방법을 모른다. 대체로 이들은 자신의 약점을 알아차리지 못하므로 좋지 않은 결과를 자기 탓으로 보지 않는다. 고가의 특수한 장비를 이용해 단기간에 많은 목표를 성취해야 하는 벅찬 환경에서 동료로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촉망받던 스타급 우주비행사 후보에서 어려운 상황을 함께 헤쳐 나가기엔 못미더운 사람으로 전락한다.

누구와 함께 비행하느냐?는 우주비행사들이 서로에게 묻는 첫 번째 질문이다. 누구도 얼간이랑 우주에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동료를 인정해야 한다. 닐 암스트롱과 함께 가길 바라지 말고 동료의 장단점에 따라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야 할지 생각하게 된다. 벽돌을 바꾸지 않고서도 담장을 쌓아야 하는 것이다.

생존훈련을 통해 내가 얻은 교훈은 이것이다. 지구에서든 우주에서든 팀의 일원일 때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핵심 질문은 바로 어떻게 해야 내가 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다. 영웅이 필요한 게 아니다.

가령 강하게 비판해야 할 일이 있으면 사람을 공격하기보다는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지는 편이 좋다. 지나가는 말로라도 동료를 조롱하지 말아야 한다. 고참일수록 경솔한 언행은 큰 파장을 일으킨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쏘아붙이듯 말하지 않아야 한다. 우주궤도에서 심각한 곤경(큰 부상이나 장비의 중대한 고장)에 처하면 동료만이 내 생존의 유일한 희망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들은 나와 함께 할 마지막 사람들이다.

동료 승무원들이 끝까지 생사고락을 함께할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들과 멀어지거나 그들을 짜증나게 만들고 싶지 않을 것이다.

동료가 성공하도록 돕는 것은 함께 일하기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만이 아니다. 나 자신의 생존과 성공 가능성도 높인다. 우주비행사 각자가 더 나아질수록 나도 더 나아진다.

넘치는 능력을 갖춘 동료는 모두에게 안전망이 된다. 자기만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의식적으로 남들이 성공하도록 도와야 한다. 남이 유능해지도록 도우면 자기 앞길을 막는 짓이라고 여기는 이들도 있다.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남을 멋지게 보이도록 돕는다고 해서 내가 추해 보이지는 않는다. 아니, 그건 외려 나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일이다. 특히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상황에서는.

온통 일류들만 모여 있는 분야에서도 동료의 이익을 꾀하는 것이 곧 자신의 경쟁력도 유지하는 길이다. 직관에 반하는 듯 하지만 진리다. 동료의 성공이 자신의 성공에 큰 이익이 됨을 한번 이해하고 나면 자연스레 그렇게 행동하게 된다. 위기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동료의 도움이 절실하다. 그리고 실제로 도와줄 수 있는 사람도 동료뿐이다.

다음에는 무엇이 내 목숨을 노릴까?

지금 중요하지 않은 의문에 집중하다 보면 잘못된 상황을 수습할 기회를 놓치기 쉽다. 굵은 글씨, 즉 생존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행동지침을 알아야 한다. 굵은 글씨라고 부르는 까닭은 훈련 매뉴얼에 대문자 볼드체로 쓰여 있기 때문이다. 굵은 글씨는 조종사 용어로서, 위기상황에서 목숨을 살려낼 절차들을 설명하는 마법의 단어다. "굵은 글씨는 피로 쓰인다."라는 말이 있다. 종종 실제 사고 조사를 통해 작성되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면을 살펴라, 사소한 일에 진땀을 빼라, 동료를 세상 마지막까지 함께 남을 사람으로 여겨라, 굵은 글씨를 숙지하고 또 언제 사용할지를 알아라……. 결국에는 이 가운데 어떤 것도 나를 살려내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진짜 위기상황이라면 어디에서 희망을 찾겠는가? 더 많이 알아두고 조종감각을 더 예리하게 하는 것만이, 치명적인 결과에 끝까지 맞설 준비를 더 잘하는 길이다.

통제불능 프로그램의 시험비행 조종사로 일하면 혼돈의 와중에서 핵심에 집중하는 능력이 커진다. 나는 문제를 포기하지 말 것, 그리고 모든 게 잘되려니 섣불리 낙관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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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