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원하는 기회는 아직 오지 않았다

   
홀름 프리베(역: 배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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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북스
   
13000
2014�� 07��



■ 책 소개 


“최고의 기회를 잡을 ‘결정적’ 타이밍을 노려라!” 


맘에 드는 공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노련한 타자처럼 


진정한 프로는 ‘진짜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 


 





베스트셀러 『디지털 보헤미안』의 저자이자 세계가 주목하는 독일의 젊은 경제학자인 홀름 프리베의 책.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모두가 ‘속도’와 ‘변화’를 요구하는 현대사회에 필요한 새로운 화두로 ‘현명한 기다림’을 강력하게 제기한다. 


 





전작인 『디지털 보헤미안』을 통해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창조적이고 자유로운 노동 방식을 추구하는 새로운 지식 계층의 탄생을 예측했던 저자는 이 책에서 새로운 주류로 자리 잡게 될 성공의 원칙을 들려준다. 그것은 모두가 빠르게 움직이는 순간에도 완벽한 타이밍을 잡기 위해 전략적으로 기다릴 줄 아는 것, 그리고 그런 자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만이 진정한 성공에 이를 수 있다는 역발상적 메시지다. 


 





오늘날 비즈니스에서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결코 남들보다 빨리 움직였거나 많은 것을 새롭게 바꾼 사람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최고의 타이밍을 노리며 끈기 있게 기다렸고,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신중하게 선택했으며 그 기다림 끝에 온 결정적 기회를 놓치지 않았기 때문에 성공했던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현명한 기다림을 우직한 바위에 비유하여 ‘바위 전략’이라고 부른다. 덜 행동하기를 권하는 이 전략은 ‘행동하지 않는 전략’을 표방한다. 이는 언제든 움직일 수 있지만 ‘지금은’ 기다리기로 결정한 의식적인 행위를 의미한다. 저자는 바위 전략을 통해 세간의 속설과는 달리 혁신 자체를 재고해 볼 것을 제안하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완벽한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법, 침묵으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는 기술 등에 대해 알려 준다. 


 





■ 저자 홀름 프리베 


경제학자이며 미래학자로, 또한 저널리스트로 활발히 활동 중인 홀름 프리베는 베를린에 기반을 둔 독립 싱크 탱크 및 디자인 에이전시 ZIA(Zentralen Intelligenz Agentur)의 공동 창립자다. 독일 MTV에서 트렌드 연구원 겸 편집인으로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취리히 예술대학(Hochschule der Knste in Zurich)과 카셀 미술 아카데미(Kunsthochschule Kassel)에서 디자인 이론을 가르치고 있다. 일간지 『타게스차이퉁』(Tageszeitung), 『콘크레트』(Konkret), 『네온』(NEON) 등 독일의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있으며 『네온』이 선정한 ‘독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세계적인 혁신 컨퍼런스 중의 하나인 리프트 컨퍼런스(LIFT Conference)와 독일 IT 컨퍼런스인 리:퍼블리카(Re:Publica) 등에 연사로 참석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사업모델 및 전략에 대해 강의하기도 했다. 


 





대표 저서로는 사샤 로보와 함께 쓴 『디지털 보헤미안』이 있다. 이 책은 조직과 회사에 구애받지 않는 창조적이고 자유로운 노동 방식을 추구하는 새로운 세대인 ‘디지털 보헤미안’의 탄생과 사이버 생태계의 미래를 집중 조명함으로써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 외에 지은 책으로는 『자이언트 머신: 새로운 세계의 최고 브랜드』(Riesenmaschine; Das Beste aus dem brandneuen Universum), 『당신이 늘 알고 싶었던 6에 대하여』(Was Sie schon immer ?ber 6 wissen wollten) 등이 있다. 




■ 역자 배명자 


서강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8년간 편집자로 근무했다. 그러던 중 대안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독일로 유학을 갔다. 그곳에서 뉘른베르크 발도르프 사범학교를 졸업했다. 현재 가족과 함께 독일에 거주하며 바른번역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한다. 『위기의 시대 메르켈의 시대』 『부자들의 생각법』 『거짓말의 힘』 『위키리크스』 『독일인의 사랑』 등 다수를 번역했다. 


 





■ 차례 


서문_ 당신이 기다려 온 최고의 타이밍은 과연 지금인가? 


 





제1장. Be Here Now _나는 지금 어디에서 길을 잃었는가 


Don’t Panic! 


움직일수록 길은 더 보이지 않는다 


치명적 위험, 조급증 


‘뭐라도’ 해야 한다고? 


기술은 어떻게 우리의 숨통을 조이는가 


‘쓸데없는 업무’의 탄생 


능동적인 기다림의 기술 


당신에게 유리한 파도를 기다려라 


조금의 시간이 더 필요할 뿐 


 





제2장. Don’t Believe The Hype _ ‘혁신’이라는 이름의 환상 


어쩌다 ‘정지’는 ‘도태’의 다른 이름이 되었나 


신중한 여우 vs 자신에 찬 고슴도치 


70년간 변하지 않은 레고의 생존 전략 


미래는 생각보다 느리게 온다 


습관의 법칙 


일찍 일어나는 ‘벌레’가 몰랐던 것 


혁신만 바라보면 정말 중요한 것을 못 보게 된다 


변화의 강요에 당당하게 맞서는 법 


 





제3장. Playing Rock _ 완벽한 기회를 잡기 위한 ‘바위 전략’ 


가위바위보에서 100퍼센트 승리하기 


움직이지 않는 골키퍼의 승부차기 성적 


가장 단순한 작전이 최고의 작전 


앙겔라 메르켈의 무기, 기다림의 리더십 


최후에 원하는 것을 얻는 자가 승자가 된다 




제4장. Sound of Silence _ 세상은 결국 조용한 사람들이 바꾼다 


의미심장한 침묵의 시간 


침묵을 깨는 자, 반드시 패배할지니 


입을 열어야 할 때와 다물어야 할 때 


은근하지만 강력하게,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토론보다 강력한 침묵 커뮤니케이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전략이다 


 





제5장. Steady State _ 동요하지 말고 하던 일을 계속하라 


발전은 곧 행복이라는 착각 


레드 퀸 효과: 아무리 달려도 제자리인 이유 


새로운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변화의 시대정신에 맞서기 


혁신은 때로 독이 든 성배와 같다 


검은 백조는 항상 ‘혁신’의 가면을 쓰고 온다 


새로운 시스템은 곧 새로운 문제 


그대로 내버려 두는 기술 


모든 문제는 부족할 때가 아니라 넘칠 때 생긴다 


기회는 반드시 돌아온다 


 





참고 문헌 




당신이 원하는 기회는 아직 오지 않았다


Be Here Now: 나는 지금 어디에서 길을 잃었는가

Don’t Panic

길을 잃었는데 어디가 어딘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마트폰 배터리가 나가서 내비게이션도 못 쓰고 구조 요청도 할 수 없다면? 상황이 정말 심각하다는 걸 감지했고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렀다면?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은 위험이 명확히 보이는 곳에서 발생하지 않는다. 문명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길 근처 사각지대에서 일어난다. 고무보트가 아주 서서히 해안에서 멀어지는 것처럼, 나무 밑동만 보며 버섯을 따다가 어느 순간 길을 잃는 것처럼 말이다.


모든 것이 통제되는 상황에서 패닉에 이르기까지 상황은 아주 천천히 진행된다. 길을 잃는 것은 시작점이 없다. 언제부터 길을 잃었는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길을 잃었다는 게 확실해질 때까지 우리의 정신은 애써 상황을 부정하면서 오래도록 망설인다. 패닉 상태에서 우리의 의식은 상당히 오랫동안 상황을 부정한다. 무조건 안전한 것처럼 해석하고 일부러 낙관적으로 생각하며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스스로 주문을 건다. 반면 무의식은 벌써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하고 몸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 칵테일이 대량으로 제조한다.


진화생물학 측면에서 패닉은 유용한 반응 패턴이다.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하고 긴장과 함께 신체 에너지가 활성화된다. 수백만 년 동안 인류는 강도나 맹수들을 만나 본능적으로 자신을 방어하거나 도망을 쳐야 할 때 이 패닉의 도움을 받아 왔다. 그러나 생존 싸움이 아니라 그저 산에서 길을 찾는 일이라면 패닉은 결코 좋은 반응이 아니다. 패닉은 무분별한 행동을 낳고 대부분의 경우 그런 행동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패닉은 내적 혼란을 야기하며 내적 혼란은 생명을 위협하는 물리적 원인인 피로, 갈증, 체온저하 등을 부추긴다. 그리고 이것이 다시 내적 혼란을 강화한다. 재앙을 부르는 악순환인 셈이다.


실제로 앞을 가늠할 수 없고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우주를 여행하든 지구에서 길을 잃었든 상관없이 패닉에 빠지느냐 냉정을 유지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이것이 삶과 죽음을 결정한다.


움직일수록 길은 더 보이지 않는다

캐나다 저널리스트인 곤잘레스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여러 사례들을 조사했다. 그는 어떤 전략이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가장 확실한 생존을 약속하고 어떤 전략이 재앙으로 이끄는지 분석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생존을 약속하는 전략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Be here now!’이다. “길을 잃었음이 확실해지는 마지막 단계는 끝일 수도 있고 새로운 시작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포기하고 죽는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상황을 받아들이고 살아남기를 시작한다. 생존법은 대단한 능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완벽할 필요도 없다. 그냥 다음 단계를 올바르게 진행하기만 하면 된다.” 올바른 다음 단계란 대부분의 사례에서 ‘그 자리에 머무는 것’이다. 즉, 현재의 상황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다. 따라서 길을 잃었을 때 거의 모든 생존 전략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달리지 말고 멈춰라! 지금 있는 그곳에 머무르며 힘을 아껴라!


2012년 여름, 기적적으로 구조된 바이에른 주 출신의 70대 남자 이야기가 언론에서 일제히 보도된 적이 있었다. 그는 티롤 지방의 얼음 틈 사이에서 일주일을 버텼다. 배낭에 있던 유일한 식량인 초콜릿을 신중하게 나누어 매일 한 조각씩만 먹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최대한 에너지를 아꼈다. 엿새 후 그는 등산객들에 의해 발견되어 구조되었다. 체온이 34도까지 떨어졌고 얼음물의 미네랄 때문에 신장이 약간 손상되었지만 의사들의 소견은 “전체적으로 아주 양호하다.”였다.


그 남자는 곤잘레스가 소개한 ‘생존을 위한 기본 법칙’을 무의식중에 따랐다. “생존을 다투는 상황은 태엽시계와 같다. 저장된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에너지를 쓸 때마다 저장된 자원이 줄어든다. 이럴 때는 한정된 자원을 극단적으로 인색하게 쓰는 것이 최선이다. 비용과 효용의 균형을 맞추고 가장 큰 배당률을 약속하는 기업에만 투자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위 전략의 첫 번째 가르침이다. 살아남고 싶으면 움직이지 말라! 그리고 상황을 파악하라! 바라는 미래가 아닌 ‘현재 상태’를 기반으로 하여 에너지를 아끼고 자원을 잘 분배하라!



Don’t Believe The Hype: ‘혁신’이라는 이름의 환상

혁신만 바라보면 정말 중요한 것을 못 보게 된다

인터넷의 세계적 확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정보 및 광고 매체는 텔레비전이다. 많은 개발도상국들의 텔레비전 구매율이 컴퓨터를 앞서기도 하지만, 최근 전 세계에 민영방송 붐이 일고 있는 것도 이를 증명한다. 텔레비전뿐만이 아니다. 라디오 이용률은 젊은 층을 필두로 모든 연령대에서 증가했다. 미디어 분석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전 국민의 80퍼센트가 낮에 라디오를 들으면 하루 평균 청취 시간은 안정적으로 199분을 유지한다고 한다.


1970년대에 생겨나 지금은 정보 매체의 화석이나 마찬가지인 텔레텍스트(Teletext, 텔레비전 전파를 이용해 문자 정보를 전달하는 문자방송)는 독일에서 조용히 성장했다. 독일에서의 큰 성공에 힘입어 최근 오스트리아 국영방송국 ORF는 텔레텍스트를 스마트폰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이트 teletext.orf.at에 접속하면 브라운관 텔레비전에서 한 줄씩 나오는 투박한 텍스트를 휴대폰으로 읽을 수 있다. 분야별 주소가 들어 있는 『겔벤 자이텐』(Gelben Seiten, 독일판 업종별 전화번호부)은 전화번호와 함께 유선전화를 쓰는 모든 가구에 무료로 배포되거나 우체국 곳곳에 높이 쌓여 있다. 거의 몇 킬로그램은 될 것 같은 이 묵직한 책은 인터넷과의 경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능을 발휘하는 사업 모델이다.


저울의 한쪽에 혁신이 있다면, 다른 한쪽에는 100년 전과 똑같이 생산되는 상품과 끈기 있게 모든 변화에 대한 압박을 이겨 내고 이윤을 올리는 기업이 있다. 바로 시대에 구애받지 않는 명품 회사들이다. 산업화의 대량생산 논리에서 보면 이들은 구닥다리 그 자체인 옛날 수공예 기술과 생산 과정을 유지한다. 그러나 바로 그 방식이 이윤을 창출한다.


이들의 변화를 거부하는 태도는 오히려 높은 질을 보증하는 증명서다. 스위스 명품 시계 제조사 바쉐론 콘스탄틴은 ‘1755년 제네바 호수의 한 섬에 설립되었고 아직도 그곳에 있다!’는 슬로건으로 광고한다. 기계식 시계의 르네상스야말로 옛 기술이 디지털 시대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가치와 끈기가 있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다.

“인간은 완벽하게 현대적이길 원한다.”는 시인 아르튀르 랭보의 전위적인 주장은 예술에서는 정당성을 가질 수 있지만 일상과 실제 역사에서는 정반대다. 현재는 아직 고르게 분포되지 않은 미래와 잊히고 싶지 않은 과거의 혼합이다. 그리고 후자가 더 많이 들어간다.


변화의 강요에 당당하게 맞서는 법

우리는 정말로 그렇게 빨리 움직이는 시대에 살고 있을까? 경영자, 정치가, 컨설턴트, 그리고 전문가와 조언자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현대 세계에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은 바로 변화에 대한 믿음뿐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변화의 속도가 유례없이 빨라졌고 혁신의 타종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이다.


혁신을 기반으로 하는 우리 시대가 실제로 내놓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곧 컴퓨터, 디지털화, 인터넷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러고 나서 한참을 더 궁리해도 더 이상 떠오르는 것이 없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온라인 결제 시스템 페이팔(Paypal)을 설립하고 벤처자본가로서 페이스북에 투자하여 거금을 번, 인터넷 붐의 대표적 인물 피터 틸이 이 논쟁에 가담했다. 그는 2011년에 발표한 글에서 오늘날을 ‘미래의 종말’이라고 표현했다. 만일 누군가가 혁신이 결국은 패배할 것이라 확신하고 벽에 ‘미래의 종말’이라는 문구를 적는다면, 고개를 끄덕일 사람이 인터넷 사용자들만은 아닐 것이다.


틸은 특히 여행 속도가 과거에 비해 더 이상 빨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003년 콩코드 여객기가 사라진 후 초음속 여객기는 단 한 번도 운행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바이오테크놀로지가 약속한 의학적 혁신 역시 공중분해된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효과적인 암 치료의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컴퓨터 용량의 도약과 인터넷 붐도 미국의 경제성장 수치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않는다. 틸은 “우리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원했지만 얻은 거라곤 그림 140장뿐”이라며 트위터의 입력글자 수 제한과 웹 혁신의 제한된 세력 범위를 슬쩍 비꼬기도 했다.

결론을 말하면 변화를 위한 변화, 변화의 명령에 비판적으로 대하라! 손에서 뜨거운 트렌드라고 해서 반드시 입에서도 뜨거운 건 아니다. 미래는 떠나지 않는다. 모든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 기회를 엿보지 않아도 된다. 과도한 선전을 믿지 말라! 하던 일을 태연하게 계속하라! 세계가 오랫동안 고대했던 혁신은 어쩌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분야에서 진행될지도 모른다.



Sound of Silence: 세상은 결국 조용한 사람들이 바꾼다

의미심장한 침묵의 시간

의도적인 침묵은 크게 지르는 소리만큼 강력할 수 있다. 대화를 중단하는 침묵은 거의 중성자탄급의 파괴력으로 소통을 무너뜨린다. 건물과 인프라 구조는 그대로 남아 있지만 사람들의 상호작용은 소멸되는 것이다.


치킨게임이나 아이들이 즐겨 하는 눈싸움처럼, 이 침묵의 경쟁에서도 먼저 조급해져서 침묵을 깨는 사람이 진다. 침묵은 힘이다. 먼저 침묵을 깨는 사람이 약자다. 게임이론의 시초라고 여겨지는 ‘죄수의 딜레마’의 심문 상황에서 괜히 용의자 두 사람을 따로 심문하는 것이 아니다. 자백을 하지 않으면 둘 다 무죄이지만,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범행을 자백했는지 알 수 없고 결국 자기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으로 자백을 결정한다.

프랭크 파트노이는 『속도의 배신』에서 고등학교 동창이자 판매 분야에서 거의 천재에 가까운 능력을 보여 준 친구의 예를 들어 이 내용을 설명했다. “그는 고객이 구매를 결심하게 하기 위해 긴 침묵을 이용한다. 먼저 입을 여는 쪽이 진다는 것을 잘 아는 그는 마지막 설득 후에 침묵한다. 몇 년 전 어느 노부부에게 정수기를 팔던 때였다. 이때도 그는 의미심장한 침묵을 지키며 소파에 한 시간 넘게 앉아 있었다. 결국 노부부가 먼저 침묵을 깼고 정수기를 구매했다.”


고요함 속에 힘이 있다. 이를 바위 전략으로 해석하면 침묵은 목표가 뚜렷한 소통 수단이자 의도적인 도구이며,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행동하는 전술이다.


토론보다 강력한 침묵 커뮤니케이션

모델 케이트 모스의 이력을 보면 의미심장한 침묵이 얼마나 멋지게 기성품을 명품 브랜드로 만드는지 알 수 있다. 사실 그녀의 체격 조건은 모델에 적합하지 않다. 그럼에도 그녀는 슈퍼모델의 신전에 가장 오래 머물렀다. 코카인을 하는 사진이 공개되는 소동과 추문들도 그녀를 신전에서 끌어내리지 못했다. 여왕과도 같은 몸가짐, 대중 앞에서 말을 삼가는 태도, 인터뷰는 거의 하지 않으며 한다고 해도 모범 답안 같은 대답만 아주 짧게 하는 것이 그녀의 성공 비법이다. 그녀는 스핑크스의 신비한 오라를 뿜어낸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녀에게서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보고, 원하는 대로 해석할 수 있다.


심리학자 파울 바츠라빅의 명언처럼 침묵으로도 소통은 가능하다. 그리고 예술가의 침묵은 특별한 주목을 받는다. 예술가들이 침묵을 통해 우리에게 어떤 특별한 의미의 신화와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예술가의 침묵이 인상적일수록 더 많은 평론가들이 그 침묵을 해석한다. 예술가의 험난한 길에 놓인 실패와 위기의 비극적 결말을 표현한 것이라고, 의식적이고 인위적인 예술적 거부의 표현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예술가의 침묵에 어떤 메시지가 있으려면 (대중들이 보기에) 침묵하기 전에 뭔가를 확실히 말했던 예술가라야 한다. 침묵만으로 유명해진 예술가는 지금까지 한 명도 없다. 그러나 그동안 수없이 많은 ‘작품 없는 예술가’들이 출현했다.


미국의 예술가이자 조각가인 톰 프리드먼은 개념미술을 통해 진부함(그의 표현을 빌리면 ‘비영웅적’ 영역)의 새 영역을 획기적으로 개척했다. 예를 들어 「천 시간의 응시(1,000 Hours of Staring)」라는 작품은 빈 백지다. 그러나 프리드먼이 천 시간 동안 응시했다는 것만으로 백지는 예술 작품으로 승격했다.



Steady State: 동요하지 말고 하던 일을 계속하라

발전은 곧 행복이라는 착각

석기시대로 돌아가자는 말인가? 멋진 시대일 것 같지만, 바위 전략은 그렇게 멀리까지 가진 않는다. 게다가 변한 게 없어 보이는 남녀의 태도를 진화생물학적으로 설명하면, 석기시대는 현재와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한번쯤 허심탄회하게 ‘발전’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서구 세계는 자연의 순환적 시간에서 벗어나 발전이라는 이름의 지속적인 성장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고 가르쳐 왔다. 우리는 지구를 정복한다! 내일은 오늘과 달라야 한다! 우리의 아이들은 더 좋은 것을 누려야 한다! 이런 지속적인 발전에 대한 이상이 학문과 기술의 도약과 자본의 혁신을 추동한 진짜 원동력이자 자본주의의 핵심 코드다. 그러나 40년 전 로마클럽이 자연적인 성장의 한계를 지적한 이후 ‘더 높이, 더 빨리, 더 멀리’의 이념에 흠집이 났다. 세계 금융위기와 함께 발전에 대한 논쟁이 새롭게 불붙었고 발전이 여전히 행복 공식인지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렇다면 발전의 소용돌이에서 내려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정지 상태에 있는 경제를 상상할 수 있을까? 정지가 후퇴와 동의어로 인식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쩌면 석유가 바닥나기 때문이 아니라 혁신의 근본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미 정지 상태를 향한 지름길 위에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정상을 지나 ‘미래의 종말’에 도달했고 ‘지루한 시대’의 한복판에 있는지도 모른다.


새로운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가사노동뿐 아니라 기술적 발전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나 이른바 ‘리바운드 효과’가 있다. 리바운드 효과란, 예를 들어 자전거나 스키를 탈 때 머리를 보호하자고 헬멧을 썼는데 오히려 헬멧을 믿고 더 위험하게 타는 경우를 말한다. 연료가 적게 드는 절약형 엔진은 자동차를 더 자주 이용하게 하고 더 멀리까지 달리게 한다. 에너지 효율성 상승으로 얻은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는 대부분이 리바운드 효과로 물거품이 된다. 붉은 여왕의 말이 여기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제자리에서 벗어나려면 두 배로 빨라야 해!”


우리들 대부분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우리는 발전이 언제 어디서나 무조건 긍정적인 것이며 뭔가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때 발전에 대한 가치 평가가 사실은 시간적, 공간적으로 제한된 상황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인지하지 못한다.


발전은 오늘날의 시대정신과 점점 더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사회가 다양하게 발달할수록 직선적 발전은 각각의 다양성과 더욱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중간시민 계층이 문제를 겪는다. “중간 계층은 통제 상실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발전을 안정이 아니라 불안정으로 여긴다. 전해 내려온 가치와 교훈들이 아직 유효한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다. 또한 발전은 가치의 상실을 의미할 수 있다. 더 이상 발전을 지속적인 개선으로 해석할 필요가 없다.”


달리 표현하면 발전은 그 순수성을 잃었다. 발전은 유아기의 순진함과 청소년기의 격동을 잃었다. 그렇다고 발전이 무조건 거부된다는 말이 아니다. 더 이상 발전의 순수성에 그렇게 쉽게 빠져들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새로운 것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라는 뜻이다. 그리고 단지 새롭기 때문에 멋진 것은 없다. 가사 로봇, 하늘을 나는 자동차, 물 위의 정원도시를 꿈꿨던 과거의 유토피아는 현재 기껏해야 노을빛으로 물든 감상과 복고풍 미래의 향수로 우리 안에 남아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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