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우린 ‘직장의 신’이 될 수없다!
학창시절부터 15년 넘게 해외생활을 하며 외국기업, 한국기업, 공기업, 민간 대기업을 두루 경험해본 저자전정주가 기업문화에 대처하는 해법을 제시한 책이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맞지 않는다’는 것도 어찌 보면 기업문화다. 기업문화가 직원들이 일에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고 사람들에 치이는 것을 방임한다면 결국은 지쳐 떠날 수밖에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해 다양한 직업 및 직급을 가진 선배들의경험담을 통해 현재의 자기 문제점을 진단하는 것이다.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면 이 책의 경험담을 활용해보길 바란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독자들이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도록 안내한다.
■ 저자 전정주
미국 뉴욕대를 졸업하고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 MBA를 마쳤다. 한국은행국제협력실을 시작으로 소시에테 제네랄(Societe Generale) 리서치 애널리스트, 리먼 브러더스(Lehman Brothers) 뉴욕 및홍콩 IB, 노무라 인터내셔널(Nomura International) 홍콩 IB 부문 이사를 지내며 500억 달러 이상의 M&A 딜을성사시킨 바 있다. CJ E&M 영화 부문 해외투자제작팀 미국 담당으로 댄스영화 ‘Make Your Move’ 프로듀서를 맡았다.
■ 차례
프롤로그
01 학교인가? 군대인가?
지각하면 혼나면 된다 | 직장 선배는 선도부 | 반성해라 | 직장 내 왕따? | 일은 되도록 상사가 보는 데서 해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간섭 | 칭찬보다는 비판 | 정신통일!
02 직원은 존중보다 관리와 무시의 대상?
내부 아이디어에 대한 불신 | 독심술,끝까지 듣지 않아도 된다 | 국민적 절약정신 | 신입사원은 모두의 비서인가? | 관리자를 관리하다 | 현업은 믿을 수 없다
03 회사가 좋아하는 인재상
정보는 알아서 파악해라 | 자꾸 물어보지 말고 알아서 잘하자 | 의사결정 시 리스크는 언급하지 말자 | 예측 가능해야하지만 동시에 창의적이어야 한다 | 내 일이 아니라 회사 일이다! 쓸데없는 열정은 금물
04 우리 회사는 아날로그 시대
직급이 높을수록 컴맹? | 의사결정은대면으로, 콘퍼런스콜이 뭔데? | 내 하드가 있는데 왜 공유 드라이브를 써? | 이메일은 덕후용 | 뽑아서 줘봐, 컴퓨터에선 안 보이네
05 회의, 꼭 해야 돼? 회의의 본질은 반성의 시간, 의견 개진보다 필기를 | 반대 의견을내면 저격 당한다 | 그룹토론은 불편하다 | 체어퍼슨(chairperson)이 뭐꼬? | 회의는 많을수록 좋은 법 | 신입사원이 감히 회의에서의견을?
06 무능한 상사, 나를 미치게한다
실무경험은 부하직원들만 있으면 된다? | 모호한 업무지시, 알아서 잘하라 | 변덕은 제발 그만! | 부서 간 협력은개인 친분에 의존하자? | 신중한 상사에게 신속한 의사결정을 요구하지 말자 | 반말과 막말은 상사의 사랑이다
07 우리 회사 업무 방식, 이해할 수 없다
챙겨라 | 프로젝트는 많을수록 좋다. 딱히 끝낼 필요는 없다 | 긍정의 힘! 불가능도 긍정으로 이겨내자 | 실제업무성과보다 보고가 중요하다 | 용두사미 컬처, 시작이 요란하면 실행은 저절로 될지어니 | 비효율적인 절차, 절차, 절차
08 네가 뭘 아는데? 그냥 하던 대로해!
경쟁사와 교류는 금물 | 신규 사업 검토 시 벤치마킹은 필수 | 전략의 공유나 소통보다 수립이 중요하다 | 나의목표는 이익창출이 아니라 오너의 지시실행이다 | 실제 이익보다는 외형이 중요하다
09 死생활은 있되, 私생활은 없다
회식은 업무의 연장이다 | 휴가는 안쓸수록 좋다 | 직원들의 사생활은 없다 | 독특한 우리 문화, 워크샵
10 우리 회사 업무 평가, 과연 공정한가?
업무에 대한 피드백, 있다? 없다? |공평하고 무난하게, 잘하는 사람을 띄우지 말고 못하는 사람을 질책하지 말자 | 평가는 윗사람 고유 권한 | 인재는 성과보다는 소문이나 평판으로판단해라 | 평가 및 인센티브 시스템, 과연 존재하는가?
11 인사부,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
인사발령은 본인도 모르게 | 잦은조직개편, 유연한 우리 회사 | 인재는 모두 회장 비서실로 | 가장 좋은 커리어 관리는 승진 | 승진 누락은 스스로의 책임, 알아서 이해하자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12 외국어만잘하면 글로벌인재?
전문지식이나 문화적 차이는 언어로 극복할 수 있다 | 성공하는 글로벌인재는 빨리 한국화되는 인재 |자격증이 실무 능력보다 중요하다
13 이책을 집어든 당신에게 묻고 싶은 질문
내가 조직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 10년 후 나의 모습은 무엇인가? |나만이 이 조직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인가? | 조직 내의 나의 롤모델은 누구인가?
에필로그
회사가 우리를 열받게 하는 65가지 이유
직원은 존중보다 관리와 무시의 대상?2011년 미국 「포춘」지가 선정한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 1위에 선정된 소프트웨어개발기업 SAS 관계자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우리 직원들은 행복하기 때문에 SAS를 떠나지 않는다. 그런데 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이다.”이 회사의 이직률은 약 4%로 업계 평균 이직률인 20%대에 비해 매우 낮다.
회사에서 가장 열받는 경험 중 하나는 아마도 존중받지 못한다는 기분이 들 때일 것이다. 회사가 직원들을 존중보다는 관리나 무시의 대상으로 취급하면 애사심이나 생산성이 높아지기 힘들다. 물론 직장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무시당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최소한 우리가 상대방에게 그런 느낌을 주는 가해자가 되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에게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주는 대상은 개인(상사 혹은 동료) 또는 회사 제도일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배려심이 부족한 기업문화 탓일 가능성이 높다.
현업은 믿을 수 없다많은 회사들이 현업을 의지박약집단으로 취급하고 관리를 통하여 매출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업 경험이 없는 사람이 관리팀에서 세부전략, 지침 혹은 목표매출액을 일방적으로 정해서 하달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때 현업부서가 현실적인 제약을 제기하면 오히려 찍히기도 한다. 따라서 현업팀원들은 현지사정 및 정보가 관리팀보다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뚜렷한 생각에 따라 전략을 실행하기보다는 (현지 사정과 괴리가 있더라도) 관리팀이 원하는 것을 실행하기에 급급할 때도 있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이 ‘관리팀’에 근무 중이라면? 직접 현장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므로 좋은 판단을 위해서 어떠한 정보가 필요한지 고민해야 한다. 현업에서 원하는 정보를 알아서 보고하지 않는다고 불평하기보다는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스스로 파악해 요구하는 것이 관리팀에서 해야 할 일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이메일보다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콜이 좋다.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보다는 의견을 나누면서 서로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정보를 독점하려는 욕심을 버리자. 많은 본사 관리팀들이 현업 정보의 유일한 채널이 되려고 한다. 현업팀이 직접 다른 팀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불쾌해 하기도 한다. 이보다는 오히려 현업팀이 다양한 팀과 직접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도우미 역할을 자처하자. 순조로운 일처리를 위한 지름길이 될 것이다.
회사가 좋아하는 인재상가끔 드는 생각이 있다. ‘회사는 정녕 슈퍼맨을 원하는 것인가? 근면하고 창의적이고 꼼꼼하고 사교적이며 영업마인드, 재무 감각에 체력까지 겸비한 인재? 한국 회사에 근무하면서 이 리스트는 더욱 늘어났다. 순종적이나 열정적이며 창의적이어야 하고 말하지 않아도 윗사람의 의중을 눈치챌 수 있어야 하고 글로벌해야 하지만 동시에 한국적이어야 하며, 시계처럼 성실하나 술은 잘 마시고 잘 놀아야 하는 등 양립하기 어려운 조건들까지 추가되는 듯했다.
나의 경험상 미국에서는 직무 역량의 숙련도, 발전 상황 등 강점을 위주로 평가받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완벽한 인재상을 정해 놓고 그에 대비되는 약점을 주로 평가받는 것 같았다. 우리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은 과연 무엇일까?
자꾸 물어보지 말고 알아서 잘하자대기업 지주회사에 다니는 선배와 저녁 약속을 했는데 약속시간이 다 돼서 선배한테 약속 취소 문자가 왔다.
선배: 대표님한테 올려야 되는 보고서를 2주 동안 30가지 버전은 만들었는데 아직도 전무님이 원하시는 게 수익성 강화인지, 매출 확대인지를 모르겠어서… 내일 출장가시기 전에 결론을 내야 되는데 언제 사무실에 돌아오실지 알 수가 없어. 나: 이메일로는 해결 불가능? 선배: 전무님 이메일 체크 안 해. 문자로 물어보기도 그렇고. 얼굴 보기를 기다려야지…
왜 선배는 전무 출장 전날이 되어서야 중요한 질문을 던지기로 한 것일까? 설사 그 방식이 비효율적이더라도 소통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은 조직 생활에서 득보다는 실이다. 상사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면 아는 척하고 넘어가기보다는 모르는 것을 정확히 짚고 넘어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익숙지 않아 당장은 불편해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중요한 질문을 하는 부하를 무능하다고 하는 상사는 없다.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면 주변의 동료나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자. 동료나 선배들도 확신이 없는 이슈는 상사에게 정공법으로 질문해 명확히 처리하는 것이(자의적으로 처리한 후 다시 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다. 언제나 효율성을 먼저 생각하자. 회사가 진정 원하는 인재상은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는 사람이 아닌 모르는 것을 물어서라도 알아내는 사람이다.
우리 회사는 아날로그 시대IT기술의 발전과 함께 우리의 업무 환경은 보다 편리해졌다. 그러나 효율성이 늘어난 만큼 업무량이 더 많아졌으니 회사 입장과 달리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꼭 좋은 일만은 아니다. 내가 첫 직장을 다닐 때만 해도 이메일이 본격적으로 업무에 사용되기 전이라 결재는 주로 지면이나 팩스로 처리되곤 했다. 이메일, 콘퍼런스콜, 스마트폰, 태블릿 PC까지 일상이 된 오늘날의 사무실에서 이러한 것들이 없던 시절은 상상하기 어렵다. 하루가 이메일과 콘퍼런스콜만으로 꽉 채워지기도 하니 말이다.
그러나 모든 조직원의 IT 숙련도는 동일하지 않다. 따라서 세대간 활용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대부분의 회사에 아날로그 세대는 분명 존재한다.
직급이 높을수록 컴맹?우리나라는 분명 IT 강국이다. 그러나 이는 30대까지만 해당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고위층으로 갈수록 IT 숙련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시되며, 고위층이 이메일이나 문서작업 능력이 뛰어나면 도리어 화제가 되기도 한다. ‘이메일을 찾아 달라’, ‘문서를 뽑아 달라’, ‘로그인이 안 된다’ 등 컴퓨터 관련 문제가 있을 때마다 직원들을 귀찮게(?) 하는 풍경은 많은 사무실의 일상이 아닐까? 심지어 팀의 중요 문서가 저장되어 있는 공유 드라이브의 위치를 모른다든지, 처음부터 아예 연결조차 안 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오늘날 기업들이 IT 업그레이드에 쓰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일이다.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컴맹 상사의 IT 전도사가 되어 보는 것이다. 그러나 대신 해주기보다는 가르쳐주는 것이 좋다. 상사 앞에서 빛의 속도로 처리할 수 있는 실력을 과시하기보다는 천천히 혼자서 어떻게 할 수 있는지를 설명해주면 그는 생각보다 고마워할지도 모른다. 사실 상사 입장에서도 눈치가 보여 가르쳐주기를 청하지 않고 그냥 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무능한 상사, 나를 미치게 한다2012년 10월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499명을 대상으로 상사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0점’이 15%를 넘었다. 전체의 56%가 평균 점수인 2.2점에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응답자의 88%는 상사가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는데, 불만족 사항(복수응답)의 첫 번째는 ‘부하에 대한 배려 부족’(58%)이 꼽혔다. 그 외에는 ‘리더십 통솔력 부족’(46%), ‘커뮤니케이션 부족’(45%), ‘실무 능력 부족’(27%) 등이었다.
또 다른 통계(2012년 10월 잡코리아)에 의하면, 팀장 또는 부서장이 나의 리더라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꼈던 적으로 ‘아랫사람을 감정적으로 대할 때’(40%), ‘업무지식 및 전문성이 떨어져 무식해 보일 때’(33%), ‘책임져야 할 일에 나몰라라 할 때’(30%), ‘아랫사람한테는 강하게, 윗사람한테는 아부하는 모습을 보일 때’(26%), ‘업무 지식에 일관성이 없을 때’(21%) 순으로 나타났다. 상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팀 전체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만족스런 직장 생활이 힘들어진다.
실무경험은 부하직원들만 있으면 된다지금 우리 상사는 실무경험에 빠삭한가? 전문직이 아니라 일반직으로 기업을 다니다 보면 로테이션제 때문에 관리자들이 아래 직원들보다 실무에 대해 무지한 경우가 생긴다. 상사가 실무 경험이 부족하면 직원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 또 구체적이기보다는 모호한 지시를 내려 팀 전체가 비생산적이 되기 쉽다. 심한 경우, 무조건 ‘잘해보라’로 일관하는 임원들도 있다. 밤 새워 보고서를 작성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읽지도 않고 무조건, 습관적으로 ‘발전’ 운운하는 상사 때문에 미쳐버리겠다는 직원들, 부지기수로 깔려 있다. 본인이 실무를 잘 모를 경우, 업무에 정통한 2인자와 상의하거나 스스로 업무 파악이 될 때까지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하지 않는 편이 낫다.
상사가 실무경험이 전무하다면 그와 발을 맞추어 나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상사가 잘 모른다고 알아서 업무를 처리하기보다는 최대한 그를 의사결정이나 업무에 참여시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도록 하자. 이때 최대한 이메일에 참조로 넣어서 그가 일의 흐름을 파악하기 용이하게 한다든지 중요한 의사결정을 상의하고 전 사례를 설명하면서 전에는 어떤 식으로 의사결정이 됐다는 것을 알려 주면 효과적일 것이다.
우리회사 업무 방식, 이해할 수 없다결혼 생활과 마찬가지로 각자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하나의 팀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효율적인 업무 방식은 이러한 차이를 극복하고 팀워크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첫 취업이나 이직 시 가장 먼저 익숙해져야 하지만 입사 전 미리 파악하기 힘든 것이 회사의 업무 방식이다.
역사가 있는 회사들은 대부분 고유의 업무 방식 혹은 관행이 있고 이는 기업문화를 반영한다. 흔히 회사에서 ‘일을 배운다’는 것은 결국 업무 방식을 배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효율적인 업무 방식은 기업뿐 아니라 개인의 경쟁력도 좌우할 수 있다. 업무 방식이 고착화되지 않고 효율성을 유지하려면 구성원들이 회사의 성장단계, 상황, 시대 등에 따라 지속적으로 고민하여 바꿔 나가야 한다. 무능한 상사만큼이나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이해하기 힘든 업무 방식이다. 우리 회사의 업무 방식은 과연 효율적인가?
프로젝트는 많을수록 좋다. 딱히 끝낼 필요는 없다기업들은 철저히 수익을 좇는 동물이다. 특히 투자자들의 감시하에 놓여 있는 상장사는 더욱 그렇다. 나의 동료 중에는 유난히 새로운 프로젝트를 벌이는 걸 좋아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최고봉인 동료가 있었다. 그녀는 팀의 역량이나 업무량, 인원, 회사의 재무역량과 상관없이 계속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제안했는데 신기한 것은 회사에서는 그런 점을 높이 산다는 것이었다.
물론 팀원이 신규프로젝트를 자체 검열하면 좋은 프로젝트를 놓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역량이 되지 않아 주어진 프로젝트들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계속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일까? 이미 진척이 없는 프로젝트가 10개가 넘는데 기존의 프로젝트를 정리하거나 집중하기보다 끊임없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발의하는 것은 거의 민폐에 가깝게 느껴졌다.
안타까운 것은 설상가상으로 팀의 업무량이 한계에 달했는데 상부에서도 새로운 프로젝트가 계속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이때 과다한 업무량이나 인원 부족을 이유로 곤란하다는 의견을 내면 찍히기 십상이었다. 그것보다는 긍정적인 태도로 “네, 네”하면서 주어진 일을 최대한 받는 것이 일 잘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한 듯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각해 보길 바란다. 단기적으로는 일을 거부하는 것이 찍힐 수 있는 길이겠으나 어떠한 프로젝트도 끝까지 완수하지 못한다면 결국 ‘삽질’만 하는 사람이라는 평판이 남는다. 이직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내부적으로야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프로젝트가 엎어지는 뒷사정이 이해될 수 있지만 이직 시 이력서에 남는 것은 결국 완수된 프로젝트뿐이다. 가수가 데모곡을 많이 녹음하는 것보다는 한 곡이라도 제대로 된 히트곡이 있어야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네가 뭘 아는데? 그냥 하던 대로 해!관행이나 ‘분위기’라고도 불리는 기업문화는 신참 입장에서는 효율적인 면도 있겠지만 놀랍도록 비합리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을 것이다. 관행은 대부분 시행착오 끝에 합리적인 것이 정착되기 마련인데 그렇다고 시대를 초월(timeless)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고착화되어 이제는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납득도 가지 않고, 구체적인 이유를 물어보면 ‘문화’, ‘관행’이라며 ‘그냥 하던 대로 하자’라는 대답을 듣게 되는 경우가 아닐까?
아직 사회 경험이 일천한 신입사원이 제기하는 의문이라면 더더욱 ‘네가 뭘 아는데?’ 하는 눈빛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신참(신입사원이나 경력사원)의 궁금증은 기존 직원들이 당연시하는 것을 재고해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이자 자산이다.
이해할 수 없는 관행에 의문을 제기한 적이 있는가? 가수로서 최고의 정점에 있을 때 SM이라는 최고의 배경을 내던지고 의문을 제기한 아이돌그룹 JYJ도 하나의 예다. 아이돌들에게 당연시 되던 불리한 계약 관행을 공론화시키고 자신의 이익은 물론 후배들의 계약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은 당시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자신의 커리어를 걸고 감행하기에는 사뭇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도 이해할 수 없는 관행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주객이 전도되어 버린 전략과 실행계획, 이익보다는 매출에 집중하는 현상 등 지금까지 하던 대로만 하고 있는 일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경쟁사와 교류는 금물</P>전반적으로 우리나라는 경쟁사 이직은 물론 공동 협력이 활발하지 않은 듯하다. 아무래도 이직이 잦으면 회사 간 거리도 좁혀지고 실무자 간의 협력이나 교류가 활성화되는 반면, 이직이 금기시되어 있는 업계라면 교류도 쉽지 않을 것이다. 경쟁사 간 이직은 영업 기밀 노출 등의 단점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장점도 많다.
일단 직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전문 분야를 직접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이직이 가능한 경쟁업체가 많을수록 몸값이 올라간다. 나의 첫 직장은 한국은행이었는데 아무리 전문성을 쌓아도 현재 하는 업무를 다른 곳에서 할 수 없다는 점이 장기적 커리어로서 매력도가 떨어지는 요인이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경쟁사의 직원을 통해서 경쟁사의 노하우를 수혈받을 수 있고 내부 직원들에게 자극이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같은 일을 다른 시각에서 해 본 우수한 직원이라면 혁신을 추구하는 회사가 두 팔 벌려 환영할 만하지 않을까?
전문성을 살리고 객관성을 확보하고 싶다면 동종 업계 종사자들과의 교류를 제안한다. 경쟁사가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하고 있지 않은지, 우리 회사에 대한 업계와 고객의 생각이 무엇인지 경쟁사와 비교하고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있어야 업무도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동시에 경쟁사의 문화는 우리 회사와 어떻게 다른지, 직원들의 처우는 비슷한지 등 많은 유용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경쟁 회사 직원들과 교류를 하게 될 경우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우리 회사 영업기밀에 대한 보안이다. 하지만 보안이 두려워 교류를 금기시한다면 이는 프로페셔널로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소중한 기회를 놓치는 행위다. 동종 업계의 네트워크는 유사시 회사 밖에서 우리를 자립할 수 있게 하는 큰 자산이 되기도 한다. 또한 회사의 분위기에 함몰되지 않고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게 도와준다.
死생활은 있되, 私생활은 없다투자은행 시절 나는 말 그대로 死생활은 있되, 私생활은 없었다. 주 100시간 이상의 근무가 이어지는 나날이 대부분이어서 9시 출근해 새벽 2∼3시에 퇴근하는 것이 일상이었고 출장, 주말 근무까지 겹쳐 정상적인 사생활이 힘들었다. 많은 지인들과 연락이 끊길 수밖에 없었고 해외에 살았기 때문에 가족을 만나기도 힘들었다.
이때 제일 참기 어려웠던 점은 장시간의 근무 자체보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스케줄의 불확실성이었다. 차라리 이번 주는 100시간 근무라고 정해져 있다면 그에 맞춰 무언가를 계획해볼 수 있었겠으나 근무시간이 클라이언트와 시장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뀌어서 실제로 주말 하루를 쉬게 되어도 종일 스탠바이를 하다가 밤이 되어서야 ‘아, 오늘은 쉬었구나’ 하는 식이었다.
‘올해만 하고 그만둬야지’를 되뇌던 나를 지탱시켜준 원동력은 어마어마한 보너스였다. 사람이 간사한 게 ‘이제는 그만두겠다’고 다짐하다가도 보너스가 입금되면 생각이 달라지면서 ‘1년만 더 버텨볼까?’라고 고민하곤 했다. 일 잘하는 뱅커들은 대부분 업무량에 사활을 걸고 밤낮없이 일하기보다는 눈치 있게 적당히 사생활을 유지해 방전되지 않도록 자신을 지키는 사람들이었다.
2012년 12월 잡코리아가 직장인 1,3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빠르게 변하는 기업에서 살아남기 위해 직장인들이 갖춰야 할 요건’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 창출을 위한 여가활동’(65%)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야근, 격무, 유명무실한 휴가 및 회식 문화로 유명한 우리나라에서는 직장인 대부분이 일과 생활의 균형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회식은 업무의 연장이다우리나라에서는 회식이 일주일 단위로 있을 정도로 매우 잦고 업무의 연장선상으로 받아들여져 참석을 못하면 눈치를 봐야 한다. ‘정’이 많은 우리 정서상 새로운 동료가 입사하거나 일하던 동료가 이직을 하면 환영회와 송별회는 필수인지라 ‘시즌’이 되면 회식이 잦아진다. 문제는 즐기자고 모이는 회식이 많은 직장인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에서 ‘회식=술’이란 공식은 여전히 유효하고, 회식 자리에서 잘 놀고 팀원들과 잘 어울리는 직원이 원만한 화합형 인재라는 선입관도 깊게 자리 잡혀 있는 듯하다. 엄연히 근무 시간 이후의 자리이고 많으면 일주일에 몇 차례가 될 정도의 잦은 횟수에도 불구하고 참석하지 않으면 눈치를 주거나 사회성 없는 직원으로 매도하는 문화도 그렇거니와 많은 대기업에서 ‘절주 선언’을 해야 할 정도로 만연한 (강요하는) 음주 문화 역시 직원들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업무와 관련하여 풀어야 하는 부분이 있거나 칭찬해주고 싶은 일이 있다면 술의 힘이나 회식 자리의 분위기를 빌리기보다는 맨정신에 사무실에서 피드백을 통해 푸는 것이 정답이다. 마음이 맞는 직장 동료와 사적인 친구로 발전할 수는 있지만, 모든 직장 동료가 음주가무를 통해 사적인 교감을 나눠야 하는 대상은 아니다. 따라서 폭탄주, 가무 등이 요구되는 회식 자리를 업무의 연장선상으로 강요하는 문화는 직원의 사적 취향을 존중하지 않는 문화로 느껴진다. 더불어 회식 자리에서 직원에 대한 업무적 평가(화합형 인재 등)마저 이루어진다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우리의 음주·회식 문화도 서서히 바뀌고 있다. 이에 발맞추기 위해 우리도 회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동료가 있다면 눈치를 주거나 다른 팀원과 그러한 동료를 욕하기보다는 존중해주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 동료들에게 지나친 음주를 강요한다거나 2차, 3차를 끊임없이 외치는 상사나 직원이 있다면 먼저 나서서 말려보는 건? 술자리에서 ‘나 사실 자네에게 서운했었네’ 하며 짐짓 심각한 이야기를 하려는 상사가 있다면 다음날 상사에게 따로 ‘커피 타임’을 요청하거나 “어제 먼저 말씀 꺼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맨정신에 다시 한 번 소통을 시도하는 것도 좋다. 음주가 없는 새로운 포맷의 회식 아이디어를 제안해 볼 수도 있다. 조금씩 바뀌고 있는 회식·음주 문화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지 생각해보자.
외국어만 잘하면 글로벌인재?우리나라 영어 위기감은 하루이틀 된 일이 아니다. 해외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도 대부분 영어에 대한 압력을 느끼고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높다. 최근에는 글로벌 열풍과 함께 ‘글로벌인재’가 화두로 떠올라 업종과 업무를 불문하고 영어능력을 입증하는 것이 당연한 관례가 되었다. 내국인 직원이 영어만 잘하면 글로벌인재가 되는 것인가? 고등학교 때 유학을 떠나 커리어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일하거나 해외 관련 일을 한 나의 생각으로는 글로벌인재는 언어에 능통한 인재라기보다는 세계적으로 통하는 업무 역량을 갖춘 인재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류 붐을 일으키고 있는 케이팝 아이돌이야 말로 진정한 글로벌인재가 아닐까 싶다. 이들은 대부분 언어 실력보다는 한국 밖에서도 사랑받는 재능, 매력, 그리고 실력을 겸비했기 때문이다. ‘강남스타일’을 통해 진정한 글로벌스타로 거듭난 가수 싸이의 경우, 출중한 영어실력이 그의 활동 폭을 넓히는 근간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인기의 핵은 세계적으로 통하는 음악의 매력과 뮤직비디오의 유머 코드였다. 글로벌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언어 실력은 부수적인 것이고, 그보다는 자기 분야의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자격증이 실무 능력보다 중요하다우리나라는 자격증에 대한 강박이 엄청나다. 나는 고등교육을 미국에서 받았고 커리어의 대부분을 영어로 업무를 했기 때문에 업무 시에는 영어가 한국어보다 편하다. 그런데 어느 날, 영어 자격증시험을 봐야 한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상사에게 시험을 꼭 봐야 하는지 묻자, 자격증이 없으면 다 봐야 하고 대표도 봐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한나절 업무를 희생하고 시험을 보면 되긴 했지만 나에겐 촌극으로 느껴졌다. 경력상 명확하게 나타나는 영어실력을 꼭 ‘시험’을 통해 객관화해야 한다는 강박 자체가 지나치게 한국적이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자격증 소지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실무경험과 실력이다. 현실에서의 자격증은 대부분 그 분야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을 보장할 뿐 개인의 업무능력을 반영하지 못 한다. 왜냐하면 성공적인 업무 완수를 위해서는 지식만이 아닌 대인관계, 커뮤니케이션 스킬 등 다양한 부가 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격증에 의존하지 않고 상대방의 실력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평가자 역시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갖추어야 한다. 전문가와의 대화나 업무를 통해서 가능한 실력 검증을 굳이 자격증에 의존하려는 것은 기업들의 자체 평가 능력을 불신하고 관리적 편리만 추구하기 때문이 아닐까? 안타까운 점은 기업들의 이러한 자격증 사랑에 부응하기 위해서 많은 구직자와 직장인들이 실무경험과 실력을 쌓을 시간에, 자격증 획득을 위하여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쏟는다는 것이다.
진정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고자 하는 분야가 있다면 자격증에 연연하기보다는 그 시간에 해당 분야를 실제로 체험하면서 노하우를 쌓아보자.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실력보다는 진정한 내공을 쌓는 것이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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