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의 본심

   
윤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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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키
   
13500
2011�� 07��



■ 책 소개
&nbsp&“우리 사장은 날어떻게 생각할까?” 

남의 평판에 예민하지 않은 사람은드물다. 특히나 당신이 직장인이라면 자신의 상사, 나아가 사장이 ‘나를 유능하다고 생각하는지’가 정말로 궁금할것이다.

창업 10여 년차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현직사장이 사장의 본심을 모르고서는 승진, 해고, 보너스의 비밀을 결코 풀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며 그간 사장들이 차마 말할 수 없었던 속마음을털어놓는다. 심리서를 집필했던 저자답게 사장이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깊은 속내까지도 심리학으로 분석해 내며 사장의 행동과 결단의 이면을 환하게알려주고, 사장의 신임을 얻기 위한 방법, 조직생활을 성공적으로 해나가기 위한 방법, 궁극적으로는 사장을 인간적으로 이해하고 진심으로소통해나가기 위한 방법을 가르쳐준다.

■ 저자 윤용인
딴지관광청의 창간인이자 현재 여행컴퍼니 노매드 Media & Travel의 대표이사이다.<딴지일보&& 기자 및 사업국장을 거쳐 2000년 7월 여행 전문 웹진 딴지관광청을 창간한 그는 여행시장의 민감한 문제를 예리하게파헤치는 글들을 통해 많은 여행 독자와 소통했다. 사업규모가 커지면서 좀 더 크게 놀 판이 필요했기에 2003년 11월 노매드 Media& Travel이라는 여행컴퍼니를 설립하였다. 현재 노매드는 한국 외에도 아프리카, 태국, 베트남 등에 자회사를 둘 정도로 성장한중견회사가 되었다. 2011년 5월에는 심리와 여행을 접목시키는 치유여행을 기획하면서 서울형 사회적 기업으로도선정되었다.

본업인 여행은 필수로 하면서 심리학에 흥미를느껴 관련 서적을 탐독하며 전문가적인 지식을 쌓았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 관찰을 즐기는 그는 2007년에는 임상심리를 다룬 도서『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의 수석 디렉터를 맡았고 이후 심리에세이 『어른의 발견』『심리학, 남자를 노크하다』를 선보였다. 또한‘윤용인의 심리 사우나’와 ‘아저씨 가라사대’를 각각 주요 주간지와 일간지에 연재하며 수많은 독자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 차례
들어가는글 - 맛있는 역지사지

1장 “말이그렇다는 거지, 뜻이 그러냐? - 사장의 본심
“자네 실력 정말 대단하군”… ‘내가 젊을 땐 너보다더했어’
“장기휴가를 쓰겠다고? 그럼 쉬어야지” … ‘평가를 받을 시간이 돌아왔군’
“요즘 무슨 책을 읽나?”… ‘제발 부끄러우니공부 좀 해라’
“자네는 나만 믿고 따라오게” … ‘사실 나도 엄청 불안해’
“업무시간에 집중해서 일하고 꼭 칼퇴근하게나” …‘도대체 일은 언제 할 거야?’
“자네는 내가 키워주지!” … ‘천천히 지켜본 후에’
“지난번에 내가 말한 건 어찌 되었지?” …‘너, 딱 걸렸어!’
“팀장인 자네가 참아야지, 부하인 자네가 참아야지” … ‘너네 둘 다 똑같애’
“저 친구, 조만간 에이스되겠는데?” … ‘흠… 그런데 엉덩이는 얼마나 무거울까?’

2장 사장에 대한 오해와 편견
우리 사장은 사람 소중한 줄 모른다?
사장이 돼서야알게 된 사장에 대한 오해
우리 사장, 사람 보는 눈이 없다?
자기도 늦게 나오면서 직원들은 지각하지 말라니!
사장들은 왜 자꾸말을 바꿀까?

3장 사장에게 미움받는방법, 사장에게 예쁨 받는 방법
불만 가득 툴툴족이 창조적 파괴자라고?
쿨한 퇴직, 쿨하지 못한 퇴직 
무조건법으로 해결하겠다는 직원 
구구절절 사연 많은 직원 
외계어를 가르쳐주는 직원 
사장은 예스맨을 좋아할까,싫어할까?
격려는 사장을 무용수로 만든다 

4장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 - 사장 심리 이해하기
“술 먹고 갈래?” 떠보는사장의 속사정
사장들은 왜 등산을 좋아할까?
사장은 왜 무속인의 말에 귀가 얇아질까?
사장이 명절선물에 인색한이유
사장에게 무언가 요청하기 좋은 날은?
사장들은 왜 이리 똑같은 말을 할까?
잘 나가는 사장을 바라보는 사장마음

5장 계급장 떼고 털어놓는 사장의조언
일을 밥벌이로만 여기는 직원에게
일이 지겹다는 직원에게
매너리즘에 빠진 직원에게 
프리랜서를 꿈꾸며퇴사하는 직원에게
인생역전을 꿈꾸는 직원에게 
상사와 관계가 좋지 않은 직원에게
소통으로 고민하는 직원에게
여직원과불화하는 상사에게
갑이라 불리는 직원에게&nbsp& 
워커홀릭 직원을 바라보는 사장의 시선
마치는 글 - 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마라





사장의 본심


"말이 그렇다는 거지, 뜻이 그러냐? - 사장의 본심

"자네 실력 정말 대단하군"… 내가 젊을 땐 너보다 더했어

일부 낙하산이나 바지 사장을 두는 회사의 경우를 제외하고, 십수 년을 아래에서부터 일하다가 CEO 가 되거나 자신이 직접 창업을 한 사장이라면 충분히 그 분야의 전문가들인 경우가 많다. 한 달을 두고도 세대차이가 난다는 시대, 세상의 모든 환경이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으니 사장들의 실무경험도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일로 치부될 수 있다. 하지만 업무흐름을 파악하고 일의 결과를 예측하는 능력, 어떤 직원이 생산성 있게 일하는지 판단하는 눈은 그 회사에서 사장이 분명 최고라고 생각한다.


한때 일에 미친 적이 있다는 사실. 그것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지휘자가 반드시 갖춰야 할 보검(寶劍)이 된다. 이를 다른 말로 자신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자신감으로 충만한 사장들은 칭찬에 인색할 수밖에 없다. 아주 드물게 어느 똘똘한 직원에게 "자네 실력 대단하군"이라며 말의 성찬을 차려주더라도 그 뒤에는 내 젊었을 때 비하면 아직 멀었지만, 쩜쩜쩜이 생략되어 있다.


따라서 사장에게 칭찬받은 직원이라면 사장에게 특정한 화제에 관한 의견을 말하거나 특히 조언을 해야 할 때, 스스로 발언의 범위나 수위를 잘 조절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경영환경 분석이나 관련 정보 파악, 컴퓨터 등 신기술의 적용 등 젊은 직원이 젊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은 능력 있는 직원의 개입범위가 분명하다. 그러나 사장의 칭찬에 취해 회사의 어제를 온통 부정하거나 저평가하는 발언, 더 나아가 사장의 능력을 늙은 가수의 철 지난 유행가에 빗대어 비꼬는 유머 따위는 절대로 꺼내서는 안 될 말들이다.


"업무시간에 집중해서 일하고 꼭 칼퇴근하게나" … 도대체 일은 언제 할 거야?

본질적으로 사장은 직원들이 오래오래 회사에 남아 있는 것을 미덥다고 느끼는 사람들이다. 자신보다 직원들이 늦게 퇴근해야 본전 생각나지 않는다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


어느 날 먼저 퇴근한 사장이 밖에서 약속을 끝내고 사무실에 두고 온 무언가가 생각나 회사에 들어왔을 때, 밤 8시도 안 됐는데 회사에 불이 홀랑 꺼져 있으면 사장의 마음속에는 서운함의 불이 찰칵 켜진다. 자기들이 무슨 공무원이라고. 요즘에는 공무원도 이러지 않는다며 이런 방만한 직원을 믿고 어떻게 회사를 끌고 나갈 것인지 한숨을 쉰다. 그 불편한 심기는 다음날 임원회의에서 고스란히 표출된다. 사장은 임원들을 째려보면서 무슨 꼬투리라도 잡을 것이 없나 눈을 삼각형으로 뜬다.


야근하는 직원을 보며 정시에 퇴근하라고 말하는 사장들의 마음속에는 두 가지의 양가감정이 공존한다. 일만큼 개인의 시간도 중요하다는 합리적 정신과 쉴 때 다 쉬고 일은 언제 할 것이냐 싶은 새마을 정신이 왔다갔다한다.


그러니 직원들이여, 지금이 어느 때인데 18세기 노동자 마인드를 갖는 것이냐며 사규로 정한 퇴근시간이 다가오자마자 자리를 털고 일어나 구두와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사무실을 박차고 나오지는 말지어다. 법적으로 논리적으로 그것은 하등 문제될 것 없는 행동이지만 퇴근 시간에 사장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은 다음 세기에도 이어질 월급 받는 이들의 숙명이다.


최소한 조금은 미안해하는 표정과 "죄송합니다. 저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정도의 대사는 직장인이 늘 시연해야 할 기초필수 연기력이다. 사장이 등을 떠밀어도 정말 조금이라도 일을 더하고 싶어 미쳐버릴 것 같은 간절한 눈빛연기까지 할 수 있다면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퇴근연기의 종결자!


"저 친구, 조만간 에이스 되겠는데?" … 흠… 그런데 엉덩이는 얼마나 무거울까?

비단 신입사원이 아니더라도 어느 순간 급속히 스윙감을 깨우친 야구선수처럼 별로 눈에 띄지 않다가 만루홈런 급의 영업실적을 올리거나 대박 기획아이템을 터뜨리는 직원도 있다. 이른바 능력의 전당에 등극하는 순간인데 사람들은 이때 수군대며 진급의 에스컬레이터를 탔다거나 미래가 비단길이라며 이들에게 은근한 시기의 눈빛을 보내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사장들은 이들을 어떻게 볼까?


담담하게 본다.


직장생활이라는 것이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라 장거리레이스임을 잘 알고 있는 사장들은 직원의 반짝이는 재능에 큰 감흥이 없다. 사장에게는 연극 중간에 배우가 열연한다고 해서 손뼉 칠 생각이 없는 것이다. 오히려 과거 능력맨 중 몇 명이 보였던 행태가 슬그머니 기억의 수면 위로 떠오른다. 바로 겸손상실이다.


사장의 관심은 똑똑한 신입사원이나 대박을 터뜨린 직원이 얼마나 유능한지에 있지 않다. 오히려 사장은 그들이 자신의 유능함을 회사에서 얼마나 진득하고 겸손하게 보여줄 수 있을지를 눈여겨본다. 똑엉가(똑똑하지만 엉덩이가 가벼운 사람)로 끝날 사람이라면 사장은 큰 아쉬움 없이 사표를 수리할 것이다. 아무리 최고의 패라 해도 곧 빠져나갈 패에 애정을 가질 사장은 없다. 직원이 똑엉무(똑똑하지만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가 되었다고 느낄 때에야 비로소 사장은 진심으로 그의 재능에 박수를 보내고 간, 쓸개라도 빼주겠다는 신뢰를 보여줄 것이다.


당신은 회사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인재인가? 사장이 당신을 총애하고 편애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잊지 마라. 그 주목과 총애와 편애의 뒤쪽에 당신의 지구력을 측정하는 시계가 째깍째깍 돌고 있음을. 그 시계를 감지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능력맨이 가지고 있어야 할 능력이다.



사장에 대한 오해와 편견

우리 사장, 사람 보는 눈이 없다?

퇴직을 하는 한 직원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사장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직원들 사이에서 김 팀장 평판이 아주 안 좋습니다." 비슷한 경우는 또 있었다. 회식을 기분 좋게 끝내놓고 집에 가려는데 팀장이 옆에 오더니 말했다. "사장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요즘 회사 분위기가 좋지 않습니다. 지난번 연봉협상 때문에 다들 불만이 많습니다. 특히 모 부서의 아무개 씨는 퇴직결심까지 하고 있어요."


"사장님은 잘 모르시겠지만…"으로 시작되는 직원의 은밀한 조언을 받는 경우는 무수히 많다. 자기 방에서 무얼 하는지도 모르겠고 출퇴근시간도 일정하지 않으며 직원에게는 큰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한 사장의 모습을 보며 직원들은 사장이 정말 회사 돌아가는 것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말 사장은 이런 저런 회사의 상황에 무지한 것일까? 그럴 리가 있겠는가. 회사가 망하면 집도 날아가고 인생도 끝나는 게 사장의 처지다. 그런데 어떻게 사장이 자기 회사에 대해 무관심할 수 있겠는가.


원래 바둑을 둘 때도 훈수꾼이 결정적 한 수를 더 잘 보는 법이고 경기장에서 뛰는 축구선수보다는 경기장 전체를 바라보는 눈 밝은 관중이 그 경기흐름을 더 정확히 진단하는 법이다. 마찬가지로 직원들은 당장 자신을 중심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해석하지만 사장은 회사 전체를 바라보며 그 흐름을 캐치하기 마련이다.


모두에게 폭탄으로 보이는 직원이 회사에서 자리를 보전하고 있는 이유를 같은 직원의 눈높이에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다. 그 폭탄이 있음으로써 그 아래에 있는 직원들이 오히려 하나로 뭉치고 있다는 것, 그 폭탄은 지나치게 잘나가지만 언제든 회사를 그만둘 수 있는 누군가의 백업용이라는 것, 최소한 그 폭탄은 일의 속도가 느리더라도 회사가 휘청거리는 위기의 순간에 끝까지 회사를 지킬 거라는 것, 그 폭탄은 오히려 그 많은 단점으로 인해 자신을 숙이고 회사에 충성을 다할 것이라는 판단을 어떻게 사장이 아닌 동료들이 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제발 행여라도 당신의 사장 앞에서 "사장님은 모르시겠지만…"이라는 말로 누군가를 비난하지 말라. 또는 충성심을 발휘한답시고 사장이 모를 것 같은 회사의 소소한 비밀을 폭로하지도 말라. 사장은 다 알고 있다.



사장에게 미움받는 방법, 사장에게 예쁨 받는 방법

사장은 예스맨을 좋아할까, 싫어할까?

신입사원 환영회식 자리였다. 한 친구가 갑자기 충성주를 바치겠다고 했다. 충성주는 고사하고 흔하디흔한 폭탄주도 같이 마셔본 적 없는 이 초식남들의 회사에 느닷없이 등장한 이 외계인은 부산스럽게 맥주잔에 소주를 따르고 나무젓가락을 걸치더니 그 위에 양주잔을 올리며 잠시 나를 순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이어서 자신의 머리를 테이블에 "탁!"하고 박는데 그 순간 나는 기절하는 줄 알았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우리를, 정확히는 나를 쳐다본다는 창피함은 두 번째 문제였다. 충격적인 일은 머리를 들고 일어나 "충성을 바치겠습니다!"라고 외치는 신입의 이마에 선홍색 피가 주르륵 흐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나의 사회생활을 역행하고 나의 콤플렉스를 조롱하며 몇 년의 회사문화를 전복시킨 이 당돌한 과잉 충성맨을 대체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까. 그러나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왜냐하면 다음날 그리고 또 그 다음날 그리고 계속해서 나는 그 퍼포먼스가 떠오르고 직원 이마의 피가 그려지며 그가 외친 "충성!"이라는 구호가 그다지도 믿음직스럽게 귓가에 맴돌았기 때문이다.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나는 그 직원이 귀엽고 예뻐서 혼자 일하는 뒷모습을 보며 싱글거렸음도 고백한다.


세상에 선물 싫어하는 사람 없다고 하물며 아랫사람의 손바닥 비비는 소리에 달콤함을 느끼지 않는 상사는 없다. 그 비빔질이 세련됐고 노련하며 우아하기까지 하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무기이자 재능이다. 나처럼 아예 그것에 콤플렉스를 느꼈던 상사는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는 부하의 장점으로, 반대로 그것을 너무 잘해왔던 상사는 당연한 부하의 자세로 그 무기를 인정할 것이다.


그러므로 예스맨이 상사를 우쭐하게 한다는 것은 시대불문 회사불문 엄연한 사실이다. 물론 예스맨의 범주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하고 받아들이며 외적으로 반응할지는 철저하게 윗사람의 자질과 품성 문제일 테고.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 - 사장 심리 이해하기

사장들은 왜 등산을 좋아할까?

연말에 아는 출판사 직원 한 명이 다음과 같은 문자를 보냈다. "선생님, 왜 사장님들은 등산을 좋아하는 걸까요? 그것도 꼭 직원들 다 끌고 가려고 하시는 것 같아요. 우리 사장님도 정초부터 등산하재요ㅠㅠ"


나이 들면 산을 좋아하게 되는 것이야 거의 자연법칙에 가까운 보편적 현상이다. 더구나 매달 한 번씩 산통을 치르듯 월급 지급으로 골머리를 썩고 치통을 치르듯 몇몇 직원들로 인해 속을 썩으며 회사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세 번은 희망을 갖고 일곱 번은 절망하는 사장들이야 말해 무엇하랴. 평지에서처럼 응석부리는 이 하나 없어 좋은 이 산은 얼마나 사랑스럽고 정이 가는 대상이겠는가. 그런데 문제는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를 직원과 공유하려는 오지랖 넓은 홍익정신의 사장이다.


직원과 등산을 하고자 하는 사장의 요구가 거의 매주 표출된다고 하면 기러기 사장 경우처럼 처절하게 외로운 인간의 몸부림이니 좀 더 진지하고 심도 높은 대화의 자리가 꼭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앞서 등장한 출판사 사장처럼 어느 특정한 날에 직원과 등산을 함께하기를 원하는 경우라면, 글쎄, 이런 것을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 싶다.


아마도 그 사장은 새해를 시작하면서 등산을 통해 직원들과 좋은 공기를 마시고 덕담도 주고받으며 파이팅도 외치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직원들과 정상을 함께 밟으며 우리 회사도 꼭 이렇게 정상에 서보자는 마음을 공유하고 싶었을 것이다. 조금은 힘들더라도 같이 땀을 흘리며 산을 오르면서 한 식구라는 가족의식도 가져보고 싶었을 것이다. 왜? 이유 없다. 파이팅, 정상, 가족 같은 단어는 사장 명함을 갖고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예외 없이 무한애정을 갖는 키워드들이다.


게다가 이 땅의 장남들이 그러하듯 무언가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사람은 의식이라는 것에 일종의 강박증세를 가지고 있다. 묵은해가 가고 새해가 오는 이 신성하고 거룩한 시간은 사장에게 있어 의식에의 절정에 놓인 순간이다. 바로 등산이라는 의식 말이다.


이러하니 개 끌려 나오듯 나왔더라도, 그리하여 앞에 가는 사장의 궁둥이에 벼락이라도 꽂혔으면 하는 증오심이 등산 내내 솟구치더라도 이왕 간 산행에서는 철저히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씩씩한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이 예쁨 받으며 월급 받는 자의 마땅한 행동양식이다. 아주 발랄하고 힘 있게 워킹을 하며 등산을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면 당신 사장의 마음속에는 건강한 젊은이를 향한 호박 같은 믿음 덩어리가 뭉근하게 생겨날 것이다.


그러니 면접자리에서나 사장과의 술자리에서 "자네, 등산 좋아하나?"라는 질문을 받거들랑 주저 없이 우렁차게 준비된 대답을 발사하라. "그렇습니다. 제 부친은 심마니셨고 조부는 땅군이었습니다!"


희한하게도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는 사람에게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동질감과 신뢰를 갖게 된다는 사실, 당신의 처세목록에 밑줄 한 줄 그어도 좋을 팩트이다.


사장에게 무언가 요청하기 좋은 날은?

하루는 24시간, 한 달은 31일, 일 년은 365일, 계절은 춘하추동, 절기는 입춘·우수·하지·입추·동지 등 24절기로 딱딱 나눠지게 마련인데 사장의 하루와 한 달과 일 년과 계절과 절기는 사장의 방식으로만 돈다.


일 년에 열두 번은 월급을 줘야 하는 날이고 열두 번 월급을 다 주고 나면 사장은 나이 한 살을 더 먹게 된다. 그래서 사장의 달력에 가장 큰 동그라미가 쳐 있는 날은 월급날이다. 월급날 주변으로는 군데군데 복병도 숨어 있다. 매달 며칠은 4대 보험료 빠져나가는 날, 법인카드요금 빠져나가는 날, 대출이자 빠져나가는 날, 임대료 빠져나가는 날 등 사장의 달력에는 공백이 없다. 빨간 날이 유난히 많은 달에는 직원들이 쉴 수 있어서 좋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 명절이라도 끼어 있을라치면 떡값 챙겨야지, 긴 연휴가 이어지면 이번 달 매출은 줄어들겠다는 걱정이 먼저 드는 것도 사장의 달력이 전하는 말이다.


사장의 달력에 동그라미 쳐진 그 수많은 날들은 오너 우울증이 경보음을 울리는 날이기도 하다. 특히 월급날을 열흘 정도 앞두고부터는 오너 우울증이 기지개를 켠다. 이럴 때는 아무리 친한 친구가 만나자고 해도 귀찮고 술을 마셔도 혼자 마시고 싶다. 신경은 극도로 예민해져서 아내에게 신경질만 부리게 되고 회사에서도 자기 방에 들어가 좀처럼 나오려 하지 않는다.


그러다 어찌어찌해서 무사히 월급을 주게 되면 오너 우울증은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바야흐로 일주일 정도의 사장 홀리데이가 시작된다. 그러니까 사장이 정신적으로 가장 편안한 때는 월급날 이후 일주일인 것이다.


바로 이때가 찬스다. 만일 사장에게 휴가계를 내야 한다면, 사장에게 급여인상을 요구하고 싶다면, 사장에게 결재처리의 간소화를 기안하고자 한다면, 사장에게 회사복지의 개선을 요청하려고 한다면, 바로 월급 후 일주일을 노리라는 것이다. 오너 우울증은 조울증과 같다. 죽을 것 같이 우울한 월급날을 지나게 되면 나머지 일주일은 조증의 랄랄라 기간이다. 이때 사장은 갑자기 대인배가 되어 웬만한 직원들의 부탁은 다 들어주게 마련이다.



계급장 떼고 털어놓는 사장의 조언

프리랜서를 꿈꾸며 퇴사하는 직원에게

대학을 갓 졸업한 직원들이 입사 1년여 만에 퇴직을 할 경우 가장 많이 나왔던 퇴사의 변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였고 또 하나는 프리랜서로 일하고 싶어서였다. 학구열 퇴사자에게는 열심히 하라고 등을 두드려주지만 프리랜서의 꿈을 꾸는 사람에게는 꼭 한마디의 조언을 해준다. 그것은 바로 프리랜서라는 단어가 품고 있는 낭만성에의 함정이다.


물론 뛰어난 능력을 가진 소설가, 아나운서, 예술가 들은 자기의 재능을 충분히 펼치며 자기 집에서 작업실에서 최고의 결과물을 멋지게 만들어낸다. 그러나 지구인들 중 뛰어난이라는 수식어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훨씬 희소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부족한 능력을 타인에게 보완받고 타인의 단점을 자신의 장점으로 감싸주며 조직을 만들고 조직의 질서에 순응하는 것이다.


숨 막힐 듯 조여오는 회사의 규칙과 상사의 압박, 소모품으로 전락되는 것 같은 자신의 미래가 너무 불안해서 프리랜서를 대안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최소한 프리랜서라는 단어에서 뿜어나오는 언어적 달콤함에 너무 현혹되는 것은 스스로 경계하기 바란다. 충분히 준비가 되었을 때 독립하라. 젖과 꿀만이 흐르는 프리랜서동산은 지구에 없다. 조직과 함께 늙는다는 것이 얼마나 안전한 일인지는 조직을 벗어난 사람만이 안다.


소통으로 고민하는 직원에게

작년 말 새해의 회사 주제어 투표를 했더니 직원들에게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것이 소통이었다. 그러나 모든 추상어는 구체적인 행동지침과 함께하지 않을 때 뜬구름처럼 막연한 말잔치가 된다. 소통을 잘하자고 했다면 과거의 아쉬운 점을 꺼내놓고 이후에는 서로의 벽을 망치로 부술지, 드릴로 허물지를 정리해야 한다. 그런 목적으로 진행된 장장 8시간의 끝장토론 끝에 나는 두 가지의 전리품을 챙겼다.


하나는 회의를 진행할 때 상사가 해야 할 역할이다. 본질적으로 회의 시간은 회사의 공식적인 소통시간이다. 그런데 대부분 회사에서 회의시간은 훈시와 상명하복의 시간이 된다. 회의가 해결이 아닌 소통이 되기 위해서라면 직원의 하소연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유능한 심리상담사 또는 정신분석가들은 내담자가 편하게 자기 말을 할 수 있게 하는 사람들이지, 자기 지식을 달변으로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회의공간에서 직원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든 윗사람은 묵묵히 들어주고 공감의 반응을 보여주어야 한다. 비단 그것이 당장의 전력적인 해결책은 아니라 하더라도 얻을 수 있는 것은 훨씬 많다. 직원들이 요즘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알 수 있고, 직원 역시 자기가 스스로 했던 말을 자기 귀로 다시 들으며 자기 객관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바로 이것이 회의의 미학이다. 그리고 그것이 소통이다.


또 하나는 화해의 수단이다. 상호간에 감정이 대립되었을 때 소통이라는 것은 100만 년 동안 쿨쿨 겨울잠을 잔다. 게다가 미운 사람과 같은 지붕 아래에 있는 것 자체가 당사자들에게는 지옥이다. 조직을 위해서든 개인을 위해서든 화해만이 능사다.


대부분은 부하직원이 화해의 제스처를 취한다. 이때 어떤 수단을 쓸 것인가도 중요하다. 가장 좋은 화해의 방법은 직접 만나서 대화하는 것이다. 눈을 보고 대화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하고 싶은 말은 조심스럽게 하는 것이다. 대부분 윗사람들은 이런 직원에게 약하다. 아니, 어느 쪽이든 먼저 손을 내밀었을 때 나중 내민 사람은 공연히 미안해져서 반쯤은 접고 들어가는 것이 사과의 법칙이다.


소통은 결코 쉬운 화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어렵고 막막한 것도 아니다. 기대치를 지금의 상황보다 조금만 높게 가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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