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이 읽힌다
Chapter 1. Body Sign 신체 신호 - 상대의 뇌를 스캔하는 보디 사인
눈 - 눈으로 속마음을 읽어라
눈동자는 숨은 심리를 드러낸다
눈 맞춤은 상대의 심리 상태를 읽는 방법 중 가장 손쉬운 요령이다. 눈으로 전달하는 신호는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다시 말해 언어와 소리를 사용하지 않고 몸짓이나 느낌만으로 소통하는 법의 핵심이며, 많은 경우 의사소통의 중심을 이루기도 한다. 우리는 눈 맞춤을 통해서 대화를 조절하고 상대의 우위에 서려는 의지를 전하며, 상대가 거짓말을 하는지 안 하는지를 파악한다. 과학적으로 눈은 몸의 초점이며, 눈동자는 우리 의식으로 통제가 불가능하다. 눈을 보면 속마음이 읽힌다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빛의 밝기가 일정하다는 조건에서 눈동자는 속마음에 따라 확대되거나 축소된다. 기분이 좋아서 흥분하면 동공은 원래 크기의 네 배까지 커진다. 반대로 화가 나거나 의심이 가는 등 부정적인 감정이 되면 동공은 작아진다. 심리학자들은 1995년 재미있는 실험을 시도했다. 카지노에서 포커를 전문적으로 플레이하는 전업 갬블러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었다. 짙은 색의 선글라스를 착용한 상대와 게임을 할 때와 그렇지 않은 상대와 게임을 할 때 이기는 횟수를 체크하는 내용이었다. 이 실험 결과, 예상대로 선글라스를 쓴 상대와 게임을 할 때 이기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포커 게임에서 상대가 좋은 카드를 쥐고 있을 때 그의 동공은 빠르게 확대될 것이고 갬블러들은 그 사실을 직관적으로 눈치채고 다음 베팅을 할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짙은 색의 선글라스로 눈동자의 변화를 가린다면 과감한 베팅을 하기는 어렵다. 이것은 상대의 심리를 간파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이고, 따라서 평소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을 테니 게임에 이길 확률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눈의 상태로 숨은 심리를 알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사람에 따라 기억력이 좋은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태어날 당시의 일까지 기억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불과 어제 나눈 대화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양쪽 모두 공통점이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을 조금씩 왜곡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왜곡은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기억의 정확성을 체크하거나 왜곡된 부분을 가려낼 때에 정확하게 관찰해야 할 부분이 바로 눈이다. 만약 당신이 면접관의 위치에 있을 때 상대에게 “첫 직장에서 받은 초봉이 얼마였는가?” 혹은 “어린 시절의 장래 희망은 무엇이었나?”라는 질문을 던졌다면 인터뷰이는 얼마간 기억을 더듬게 되고 바로 그때 눈동자를 움직이게 된다. 이때 눈동자를 움직이는 것은 옛일을 기억해 내기 위해 애쓸 때 나오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눈동자를 전혀 움직이지 않고 당신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을 차분히 이어간다면 그것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눈동자가 동요하지 않는 것은 기억해 내려고 애쓰지 않는다는 신호이므로 적당히 그럴 듯한 말로 옛일을 꾸며댔을 수 있다. 먼 옛날의 일을 바로 기억해 내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눈동자를 움직이지 않으면서 당신을 쳐다본다는 것은 지금 자기 말을 당신이 믿는지
아닌지 확인하려는 본능적인 행동이기도 하다. 상대는 거짓말이 먹히는 상황과 먹히지 않는 상황을 파악하여 다음 액션을 취하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눈을 보면 속마음이 읽힌다’는 말은 엄밀하게 따져 보면 정확하지 않는 말이다. 사람의 가장 진실한 감정을 나타내는 부분은 눈동자이므로 ‘눈동자를 보면 속마음이 읽힌다’가 정확한 표현이다.
Chapter 2. Attraction 매혹 - 사람을 끌어당기는 심리 기술
속도 - 나만의 고유한 속도를 유지하라
미안한 기분이 들게 하는 사람
로버트 치알디니는 『설득의 심리학』에서 모든 관계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상호성의 법칙’에 대해 설명했다. 상호성의 법칙이란 상대로부터 작은 호의를 받게 되었을 경우에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해 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은연중에 생기게 됨을 말한다. 만약 어떤 사람이 당신의 생일을 기억하여 선물을 보냈다면, 당신도 그의 생일에 선물을 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길 수밖에 없음을 정리한 개념이다.
상호성의 법칙을 일반적인 인간관계로 확대시켜 적용해 보면 우리가 상대방으로 하여금 먼저 미안한 마음이 들게 함으로써 관계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상대가 미안한 마음을 가진 상황이 실제로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거래처에 들렀는데, 만나야 할 거래처 직원이 대단히 바쁜 상황이라면 당신은 당신의 잘못과는 관계없이 다소간 미안한 마음이 생길 것이다. 그런데 그 거래처 사람이 누군가와 논쟁을 벌이다가 수세에 몰리고 있는 상황까지 봤다면 당신은 괜스레 그를 도와줘야겠다는 생각까지 들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위험하다. 가능하다면 서둘러 그 자리를 뜨는 것이 낫다. 이런 상황에서 거래처 직원과 납품 계약까지 하게 된다면 당신은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물건을 사서 나오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여러 인간관계를 맺다 보면 의도적으로 상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게끔 하는 사람들이 있다. 첫 만남에서부터 호들갑을 떨면서 매우 바쁜 체하고 과장된 표정을 짓거나 들뜬 목소리로 말하고 화려한 행동으로 넋을 놓게 만들되, 결코 예의를 잃지 않고 매사에 깍듯하게 행동하는 부류가 그렇다.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먼저 자신의 말과 행동이 진실 그 이상을 넘어선 진리이며, 당신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정말 판단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느끼게끔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자기 페이스에 맞게 당신을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다. 사람은 누구나 예외 없이 ‘자기만의 속도’로 말하고 행동한다. 이런 자기만의 속도가 상대의 영향으로 느려진다면 답답함을 느끼고 지루할 것이다. 반대로 그 속도가 빨라지면 긴장되거나 불안해지며 급기야 정신없이 말려들게 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인간관계에서 느린 속도는 효율성의 측면에서 빠른 속도에 말려들 가능성이 높기 마련이며, 그 결과 빠른 속도의 사람이 우위를 점하게 된다.
굳이 상대의 속도에 맞출 필요는 없다
만약 당신이 느린 속도나 평범한 속도의 소유자라고 해서 자신과 관련 없는 미안한 상황이나 빠른 속도에 말려들 필요는 없다. 만약 당신이 빠른 속도에 말려들고 싶지 않다면 그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당신 자신만의 고유한 속도를 의식적으로 계속 유지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상대가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그것은 당신 때문이 아니다. 상대가 빠르게 질문한다고 해서 빠르게 대답하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상대가 빠르게 움직인다고 해서 당신도 똑같이 빠른 속도로 움직일 필요도 없다.
만약 당신이 상대의 빠른 속도에 휘말린다면, 그래서 당신만의 고유한 속도를 잃어버린다면 당신은 이미 90% 이상 상대의 페이스에 휘말린 것이다. 그러니 상대를 끌어당기는 기술은 당신 자신만의 고유한 속도로 상대를 초대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관계를 이끌어 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자존심이다. 자존심이란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자기 속도에 대해서는 긍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 속도가 느려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는 경우에 자괴감에서 비롯되는 판단 착오가 생길 수밖에 없다.
미국의 정치가 해리 브라운은 이렇게 말했다. “반드시 어떤 누군가의 의견을 따를 필요는 없다. 어떤 특정한 직장에서 일해야 할 필요도 없다. 또 어떤 정해진 인간관계에 속해야 할 필요는 없다. 그 모든 것은 당신 스스로가 선택할 일이다.”
속도는 곧 자존심이다. 자존심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은 제대로 된 관계를 맺기가 어렵다. 매사에 자기 페이스를 지켜 내려는 노력에서 심리 게임의 승자와 패자가 갈리게 된다.
Chapter 3. Turn around 반전 - 실패를 위한 안전망, 위기관리 테크닉
대비 - 항상 예비하라
위기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뉴욕의 한 항공사에서 극적인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준 사례가 있다. 1999년 어느 날,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어느 도시로 향하던 US 에어웨이 소속 여객기가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서 이륙하던 중 허드슨 강에 불시착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여행기 이륙 직후 맞은편에서 갑작스레 날아든 새떼를 정면으로 뚫다가 엔진이 멈춰 버렸고, 이내 동력을 잃은 비행기가 빠른 속도로 낙하한 것이다. 당시 여객기에 탄 사람은 총 155명. 자칫하면 엄청난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기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사고는 단 한 명의 희생자도 발생하지 않고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40년 경력의 베테랑 기장 체슬린 셀렌버거가 땅으로 떨어지는 여객기를 강으로 몰아 비상 착륙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를 ‘기적의 불시착’이라 불렀다.
당시 셀렌버거가 보여준 위기관리 및 대처 능력은 타고난 재주나 지식으로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는 조처 방법과 절차에 관한 모든 힌트를 오직 ‘매뉴얼’에서 얻었다고 했다.
“저는 지금까지 하늘에서만 1만 9천여 시간을 보냈습니다. 비행기에 오를 때마다 매번 ‘오늘 비행기 사고가 일어난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하고 속으로 되물었지요. 그리고 만약 위기 상황이 닥치면 어떤 절차와 어떤 조치 방법을 따라야 하는지 반복해서 상상했습니다. 탑승객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지요.”
그는 평소에도 위기 상황 대처에 관한 매뉴얼을 꼼꼼하게 익혀온 것이다. ‘기적의 불시착’은 상상하는 습관과 훈련, 미리 준비하는 태도가 만들어 낸 성공이었다.
셀렌버거의 사례처럼 위기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리고 때에 따라 위기는 기회로 바뀌기도 한다. 언제 생길지 모르는 위기에 잘 대처하려면 항상 눈을 크게 뜨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자세가 필요하다.
위기를 예비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인도에서 만난 젊은 사업가 그레쥬가 떠오른다. 언제나 인파로 북적이는 인도 아마다바드 시내 3번 도로 뒷골목에는 그레쥬가 운영하는 ‘오마르 카얌(Omar khayyam)’이란 식당이 있었다. 인도 전통 음식과 전통차 짜이, 물 담배 시샤를 파는 이 가게는 폭염이 막 시작되는 오전 11시부터 손님으로 가득 차기 시작한다. 근처 가게들은 파리가 날려도 이곳만큼은 문전성시를 이루었는데, 그 비결 중에 하나가 가게 한 구석에 놓인 화로였다. 가로세로 1m 정도 되는 화로 안에 시뻘건 숯이 하루 종일 뜨거운 불길을 토해 낸다.
그냥 앉아만 있어도 온몸이 순식간에 땀에 찌들 만큼 무더운 날씨에 어째서 화로를 계속 켜 두는 것일까? 참다못한 내가 물었더니 그레쥬는 ‘손님이 언제 시샤를 찾을지 모르기 때문’에 화로를 끌 수 없다고 했다. 원래 물 담배는 도구 위에 작은 숯을 얹어 피우는 것인데, 이를 원하는 손님이 있으면 곧바로 숯을 올려 주기 위해 미리 화로를 피워 둔다는 것이었다.
오마르 카얌이 늘 손님으로 넘치는 이유는 몹시도 고집스럽고 철저한 그레쥬의 준비 정신 덕분이었다. 여느 가게처럼 그때그때 숯불을 피우느라 손님을 기다리게 하지 않겠다는 조처가 그의 가게를 빛나게 만들었다. 이처럼 항상 점검하여 준비하는 것은 갑자기 닥친 사고에서 위기를 관리하고, 일상 속에서 좋은 기회를 잡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테크닉이다.
Chapter 4. Masquerade 거짓 페르소나 - 나를 숨기고 상대를 움직이는 생존 기술
카리스마 - 확실한 존재감을 알려라
강한 첫인상을 만들어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모든 관계는 만남에 의해 정의된다. 또 수많은 만남은 우리에게 상대에 대한 인상을 남긴다.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첫인상이다. 사회 심리학에서 여러 차례 입증한 바에 따르면 사람은 상대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 때 상대에게서 얻는 첫 번째 정보를 주로 사용한다. 그리고 다음에 만날 때에도 보통 처음에 접한 정보를 좀처럼 수정하지 않는다. ‘초두 효과’라는 심리적 현상이다.
그러므로 만약 당신이 강한 첫인상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면 상대는 당신의 존재감을 항시 느끼고 있을 것이다. 또 당신이 실력있고 믿음직스러운 첫인상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면 상대는 당신의 능력을 실제보다 더 높게 평가하게 된다.
여기에서 핵심은 ‘강하다 혹은 약하다’, ‘능력 있다 혹은 없다’는 식의 객관적 사실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강하고 능력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능력이나 실력보다 이미지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프로 협상 전문가가 아마추어들이 학습을 위해 마련한 모의 협상 장소에 찾아갔다고 생각해 보자. 많은 사람들은 그가 프로라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주의를 기울이고 어쩌면 큰 두려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프로와 아마추어의 실력 차이는 없다. 설령 실력 차이가 있다 해도 그리 크지는 않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프로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갖는 것이다.
포커 게임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좋은 카드가 무조건 나쁜 카드를 이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강한 이미지의 카드가 약한 이미지의 카드를 이기는 것은 틀림없다. 마치 삼성이 브랜드 이미지나 디자인으로 크고 작은 중소기업의 제품을 판매 전부터 제압하는 것처럼 말이다.
카드 게임에서 베팅을 높게 하면 왠지 나보다 더 좋은 카드를 쥐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심리가 있다. 이 심리를 이용해 기선 제압을 하고 나면 상대는 더욱 더 위축된 플레이를 하게 된다. 강한 이미지를 만들고 상대에게 존재감을 확실히 심어 주려면 내가 소심하고 방어적인 게임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당신은 승부 앞에서 상대를 지속적으로 이길 것이며 얼마든지 뛰어넘을 수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 주어야 한다. 무례하지 않은 선에서 자주 대화를 시도하고, 또 여러 몸짓과 행동으로 내가 자리에 함께 있고 상대를 견제하고 있다는 것을 항시 느끼게끔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존재감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는 것이다.
카리스마와 이미지 전략
강한 이미지라 하면 곧장 생각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카리스마다. 카리스마는 고대 그리스어인 ‘charizesthai’에서 유래한 말로 ‘기꺼이 주다’, ‘선사하다’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카리스마란 ‘섣불리 자기 이익에 사로잡히지 않는 강한 사람처럼 보이는 것’을 뜻한다. 심리학에서는 카리스마를 상대의 자발적인 복종을 유도하는 요소로 본다.
자발적으로 지게끔 만드는 것이야말로 승부에서 이기는 최고의 전략이다. 밀고 당기는 싸움도 없이 당신 앞에 상대를 무릎 꿇게 하는 방법인 것이다. 그렇다면 카리스마는 어디서 나올까? 일반적으로 카리스마는 보통 사람과 특별한 사람을 구분하는 요소다. 남다른 능력과 신비로운 광채, 비밀스러운 힘을 뜻하는 말인 카리스마는 사실상 실재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그렇게 ‘보이는’ 것을 말한다.
나 아닌 누군가에게 보통 사람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초월적인 힘이 있기를 바라는 기대감, 특별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비현실적인 소망이 카리스마라는 개념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희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관계에서 카리스마는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고로 카리스마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행동이야말로 자기를 강하게 보이게끔 하는 고도의 이미지 전략이다.
우리는 어떤 말과 행동을 통해 카리스마를 의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다른 이미지를 만들 때와 마찬가지로 카리스마를 가지려면 어느 정도의 연기가 필요하다. 실제로 빼어난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은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어떤 이미지를 연기해서 연기와 현실 사이의 경계가 사라지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를 가리켜 흔히 페르소나(Persona)가 생겼다고 한다. 페르소나는 원래 고대 배우들이 극에서 쓰던 가면을 말하는 단어였다.
우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연기로 만든 페르소나 뒤로 자신을 숨기고는 한다. 이는 매우 보편적인 인간 심리다. 거짓 페르소나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은 어떤 이미지로 겉모습을 이상화하는 것이다. 즉, 거짓 페르소나는 일종의 자기선전이다. 독일 언론학자 요하인 베스터바 카이는 “인간은 모두 잠재적으로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 즉, 보여주는 행위로 감추고, 유도해서 딴 데로 주의를 돌리고, 감탄을 자아내거나 매혹시키거나 겁주어 쫓으려고 한다”고 했다.
인생이라는 흥미진진한 게임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우리에게는 적절한 거짓 페르소나가 필요하다. 카리스마 있는 페르소나에 익숙해질수록, 또 그것을 자신만만하게 다룰수록 그만큼 우리에게는 더 많은 추종자가 생겨날 것이다. 설령 우리의 이미지가 진실과 조금 다를지라도, 또 적당한 연기로 인해 얻어진 결과일지라도 양심의 가책을 느낄 필요는 없다. 책 『나는 달린다』의 저자이자 독일 외무부 장관 요쉬카 피셔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사람들이 이런 식의 연출을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는 점이 매우 안타깝다. 마치 한편에는 실제 인격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그 사람이 맡아서 하는 역할이 있다는 듯이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아주 사소한 일상 속에서도 우리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누구나 알고 있다. 이런 역할 놀이는 현대인의 특징이다.”
Chapter 5. Winning Game 이기는 게임 - 승부를 위한 심리 법칙
순발력 - 급박한 상황에서는 단순함이 필요하다
사람을 파악할 때 오차가 생긴다
가장 절실히 상대를 알고 싶어지는 상황은 언제일까? 돌이켜보면 그것은 당연히 한 번의 승리로 많은 이득을 얻을 때, 혹은 자신이 처한 위기를 모면해 줄 열쇠를 상대가 갖고 있을 때였다. 나 역시도 종종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다섯 시간 동안 포커 테이블에 앉아서 적지 않은 손실을 보는 가운데 정확도 100%의 단 한 방의 간파로 상대를 무너뜨리고, 지금까지의 손실을 복구함은 물론 최상급 스파 이용료 정도의 돈은 남기를 바라는 마음. 하지만 이런 급박한 순간에 꿈 같은 바람이 현실로 반영되는 일은 일생 동안 손가락으로 꼽아야 할 것이다.
지난 경험에 빗대어 보면 세상 어디도 상대의 마음을 100% 정확히 꿰뚫어 보는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예측이라는 말은 현상의 시간적, 공간적 움직임을 철저히 예상하는 것이다. 즉, 시간과 공간의 벡터가 있는 함수나 다름없다. 이러한 함수를 오차 없이 정확하게 계산하고 파악한다면 상대에 대한 일괄적인 정의가 생길 것도 같지만, 이 과정에서 생긴 많은 변수들 덕분에 정답의 반대로 결정하는 일 또한 허다하다.
르네상스 시대에 활동한 한 도박사는 “상대가 가진 카드를 100% 정확히 파악했다는 오만함만 버린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오래 테이블에 살아남을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의 말대로 인간은 물리학처럼 한정된 변수들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100%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다.
야구는 상대를 간파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을 가장 잘 표현한 스포츠다. 다음은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 이글스의 전 감독 노무라 가쓰야가 한 말이다. “3할을 치는 일류 타자와 그렇지 못한 평범한 타자의 차이점은 목 위 부분, 즉 눈과 두뇌에 있습니다. 경우의 수에 대해 잘 알고 상대 투수의 마음을 잘 읽어 내는 타자만이 3할을 치는 일류 선수가 될 수 있지요.”
훈련으로 목 아래 신체 부위를 아무리 열심히 단련한다고 해도 실전에서 상대 투수의 마음을 읽지 못하면 일류 타자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야구는 다른 운동 종목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예측과 간파전이 오가는 두뇌 게임이다. 심지어 인터넷 야구 게임에서조차 150~160km 정도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의 공을 맞받아치기 위해서는 지금 타이밍에 던지는 코스와 구종을 정확하게 예측해야만 한다. 만약 예측 없이 동물적 감각으로만 공에 대응한다면 투수가 던진 공은 이미 포수 글러브 안으로 들어간 후일 것이다. 야구 감독은 실전에서 쓰일 직관의 재료들, 즉 각 선수와 각 팀, 각 게임에서 생기는 수많은 데이터를 일일이 기록하고 확률로 분석한 뒤 주어진 승부 상황에 가장 적합한 판단을 선수들이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100% 정확한 판단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오차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 단위가 아닌 연 단위로 생각하라
잘 알려진 포커 격언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일(日) 단위가 아니라 연(年) 단위로 플레이하라!’ 단기간의 승부 결과로 자기 실력을 평가하지 말고 장기간의 승부를 통해 자기를 평가하고 그 결과에 맞춰 플레이하라는 의미다. 포커는 순간 승부로 볼 때 큰 폭의 오르내림이 존재하는 게임이다. 운이 좋으면 초보 플레이어도 순간적으로 많은 돈을 따게 되지만, 운이 없으면 한순간에 전 재산을 몽땅 잃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마치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극적인 상황 자체에만 집중하는 이들은 포커가 하룻밤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 단기 투자 게임이라고 오해한다. 하지만 게임을 넓게, 그리고 장기적으로 본다면 그날 하루의 오르내림은 그저 찰나의 일시적이고 작은 변동에 불과하다. 그것이 비즈니스든, 사랑이든, 투자든, 포커 게임이든 인생의 모든 것들이 전부 매한가지다. 사회생활의 면면을 오래 관찰하다 보면 느끼는 것이지만 종국에는 운이 좋은 쪽보다 정확한 판단력과 실력을 갖춘 쪽이 보다 많은 이득을 얻는다.
인생에서 실력이란 순간적인 기지와 판단력보다 지속적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보유하고 유지하는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러므로 인생이라는 판에서 이기는 게임의 플레이어가 되고 싶다면 짧은 승부보다 게임 전체를 하나의 승부로 보는 장기적 관점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실력을 측정하는 기준은 하루가 아닌 일 년, 며칠이 아닌 몇 년 단위가 되어야 한다.
만약 당신이 이기는 게임을 하고 싶다면 결코 순발력이 가져다준 우연의 효과에 기대서는 안 된다. 급박한 순간에는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예측하고 판단하라. 하지만 동시에 항상 넓은 시야를 가지고 전체 흐름을 관찰하라. 상황별 예측 방법의 차이를 정확하게 알면서도 상황을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는 안목까지 갖춘다면 당신은 이미 승부에서 반 이상 이긴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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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