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여우, 스튜어디스의 해피플라이트

   
이향정
ǻ
열음사
   
11000
2010�� 06��



■ 책 소개
대한항공 비행 경력 18년,2006년 국내 스튜어디스 최초로 박사 학위를 따 항공 업계의 롤 모델로 인정받는 이향정 교수가 쓴 스튜어디스 실전 매뉴얼. 오랜 기간 동안비행을 하면서 얻을 수 있었던 각종 노하우는 물론, 스튜어디스 지망생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를 질문으로 정리해 하나하나 친절하게 답변했다. 또한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대한항공의 객실 훈련원과 비행기 내부를 재현한 모크업(Mockup) 사진으로 승무원의 훈련 환경을 구체적으로 보여줘많은 승무원 지망생들의 궁금증을 해결해준다. 그 외에도 필살 면접 공략법과 승무원 미소 만들기, 스튜어디스가 애용하는 화장품 등 "승무원이 되기위해 꼭 필요한 알짜배기 정보"를 팁으로 구성해놓았다. 스튜어디스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내고,18년간의 비행 경력과 객실 승무원 교육 담당자의노하우가 담긴 차별화된 정보를 실었다. 

총 2부로구성된 이 책은, 1부에서는 스튜어디스 실전 매뉴얼을, 2부에서는 18년간의 비행 생활을 마치고 관광학부 교수라는 제2의 인생을 발굴하기까지의파란만장했던 인생담을 담고 있다.

■ 저자이향정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졸업 후,1989년 대한항공에 입사. 승무원에서 시작해 객실승무본부 선임 사무장에 올라 국제선팀장으로 일하면서 기내 서비스를 이끌었고, 대한항공 스카이팀 홍보 대사와 객실 훈련원 서비스 강사를 맡았다. 또한, 한국 멘사(MENSAKorea)에 가입한 정식 회원이기도 하다. 

어린시절부터 품어왔던 교사의 꿈을 잊지 않고,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편입한 후에 경희대학교 호텔관광학과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2006년 ‘현직스튜어디스 박사 1호’라는 영광을 얻는다. 일과 학업을 함께한 10년간의 세월은, 독종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토막잠을 자며 밀린 공부를 하고장거리 비행 후에는 장장 열두 시간의 수업을 들어야 하는, 힘들고 자신과 끊임없이 싸워야 했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바쁜 비행 스케줄 중에도최우등으로 석사 과정을 마쳤고, 박사 과정에서도 최고의 점수를 받았다. 또한, 대한항공 내에서도 기내방송, 영어, 일본어 우수 자격을 따며업무와 학업 모두에 열정을 가지고 임했다. 

2007년18년간의 비행 생활을 마치고, 2008년 백석대학교 백석문화대학 관광학부 교수의 길을 걷는다. 특성화사업단 주임 교수를 거쳐 관광학부 학부장및 항공 서비스 전공 교수에 올라 후학을 양성하면서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 도전 정신을 전하며 인생의 2막을 걷고있다.

저서로는 『최신 항공 업무론』『관광 예절서비스』『서비스와 이미지 메이킹』『국제 매너』등이 있고, 현재 교육과학기술부 교육과정 심의위원을 거쳐 교육과학기술부 선정 ‘항공사무일반’ 교과서집필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차례
1부 하늘의 꽃 스튜어디스의 세계

1장 스튜어디스 너 정체가 뭐야?
스튜어디스는 ?다! | 스튜어디스에게는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 스튜어디스는 꼭 예뻐야 할까? | 항공학과 출신만 스튜어디스가 되는 것일까? | English, 영원한 숙적이자절친 | 스튜어디스는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 스튜어디스의 월급은 얼마나 될까? | 그녀들의 비행 준비를 속속들이 파헤치다! | 출근 후,절대 피할 수 없는 체크! 체크! 체크!
**Tip 스튜어디스의 파우치에는 무엇이 들었을까?
2장 대한민국의 명품 스튜어디스를 꿈꾸다
햇병아리 스튜어디스의 첫 비행 |스튜어디스가 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 하늘이 내린 스튜어디스의 신체 조건이란? | 스튜어디스에게 필요한 마인드는 무엇일까? |스튜어디스의 업무량은 얼마나 될까? | 스튜어디스에게도 직업병이 있을까? | 승무원의 직급 체계를 알려주세요 | 정년 후에는 어떤 일을 할 수있을까? | 예뻐지는 남다른 비결,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 | 스튜어디스처럼 입고, 신고, 걸쳐라! | 스튜어디스의 톱 시크립! 승무원 교육대공개 | 명품 스튜어디스가 되려면
**Tip 당당하게! 자신 있게! 면접에 대처하는 자세

2부 하늘에서 지상으로의 파란만장한 줄타기
1장내 인생의 황금 같은 18년간의 비행
새벽을 깨우는 알람 시계 | 수십 억보다 소중했던 만 원의 행복 | 겉은 요조숙녀 속은 원더우먼 |100 빼기 1은 과연 99일까? | 하늘의 홍반장이라고 불러다오! | 나도 하늘에선 연예인 | “Kiss me”가 불러온 엄청난 사고 |승무원을 꼼짝 못하게 하는 고객 불만 카드 | 스튜어디스라는 이름의 감정 노동 | 긴급 사태! 랜딩기어를 내려라 | 권태기에 대처하는 나만의자세
**Tip 자연스러운 미소 라인 만들기

2장박수칠 때 떠나라! 인생의 2막을 열다
스튜어디스 출신 박사 1호가 되다! | 우당탕탕! 8년간의 이중생활 | 꿈을 믿는 사람만이 꿈을이룬다 | 박사 스튜어디스! 박사 사무장! | 관광의 즐거움을 학문으로 펼치다! | 많은 사람들의 hope가 되어라! | 잘 나갈 때 제2의인생을 준비하라! | 네 꿈을 펼쳐라!




하늘을 나는 여우, 스튜어디스의 해피플라이트


1부 하늘의 꽃 스튜어디스의 세계

스튜어디스 너 정체가 뭐야?

스튜어디스는 ?다!

젊은 시절 한 번쯤 꿈꿔보았을 스튜어디스는 모든 여성의 관심사일 것이다. 단아하고 깔끔하게 틀어올린 머리와 세련되고 멋이 나는 유니폼을 입고 지나가는 스튜어디스의 모습에 남녀노소 누구나 한 번쯤 눈길을 돌리기 마련이다. 아마 이것이 스튜어디스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스튜어디스는 겉모습은 멋있고 화려해 보일지라도 수많은 어려움에 맞서 도전 정신을 잃지 않아야 하고, 직업의식과 자기 관리로 철저하게 자신을 무장해야만 오랫동안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고, 그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스튜어디스의 유래는 여승무원이 아닌 남승무원, 즉 스튜어드에서 출발했다. 당시 유럽에서는 믿음직스럽고 안정감이 있는 남성이 서비스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고 한다. 최초로 남성 객실 승무원을 탑승시킨 항공사는 독일의 루프트한자 항공사로 1928년의 일이었다.


그 이후 여성 객실 승무원이 비행기에 탑승한 것은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간호사를 채용해서 탑승하도록 한 것이 스튜어디스의 첫 등장이었다. 간호사 자격증을 소지한 스튜어디스가 승객을 돌보고 보살피는 역할을 수행했던 것이다. 간호사 출신의 스튜어디스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전파되면서 불과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당시 미국 내 스무 곳의 항공사가 경쟁적으로 스튜어디스, 즉 여성 객실 승무원 제도를 채택하게 되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하늘의 천사라는 표현은 승객을 보살피고 간호하는 백의의 천사라는 의미에서 쓰였지만, 이제는 더 나아가 승객의 식사, 숙면, 여행의 즐거움, 친절, 비행 중 필요사항을 수행하는 역할로 발전했다. 그리고 외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꼼꼼한 서비스 마인드로 똘똘 뭉쳐 사람의 감성을 움직이는 업무를 하는 존재로 인식이 크게 확대되었다. 이제는 스튜어디스가 다국적 승객의 필요와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는 전문적인 지식과 행동 요령을 갖춘 멀티 플레이어형의 전문 직업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녀들의 비행 준비를 속속들이 파헤치다!

비행의 시작은 그 전날부터 시작된다. 비행 스케줄이 있는 전날부터 비행의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다음 날 18시 20분 출발 KE637편을 받았을 경우 객실 브리핑(Cabin Briefing, 출발하는 비행 편에 대해서 서류 체크, 안전사고 예방 스트레칭, 담당 근무 구역 확인 및 점프 시트 확인, 비행 기종 및 승객 현황 파악, 안전 교육 및 서비스 교육, 최근 지시 사항 확인, 고객 불만과 칭송 사항 리뷰, 해당 비행 편 특이 사항 확인, 팀워크를 다지는 시간이다.) 시간과 쇼업(Show-up, 비행을 위해 정해진 시간에 준비하고 인원을 점검하는 것으로 국내선은 쇼업 리스트(Show-up List)에 서명한다.) 시간을 미리 계산해둔다. 11시 이후에 출발하는 국제선 비행기는 출발 시간 두 시간 전에 객실 브리핑이 이루어진다. 비행 준비와 어피어런스 체크(Appearance Check, 용모 점검이라는 뜻으로 승무원들이 비행을 나가기 전에 적합한 용모와 복장을 갖추었는지 점검하는 시간이다.)를 하고 함께 탑승하는 승무원들과 인사를 나누기 위해서는 브리핑 시작 한 시간 전에는 도착해 있어야 한다.

출발 시각에 늦어 비행기를 놓치는 경우를 항공 용어로 미스 플라이트(Miss Flight, 정해진 출발 시각 에 맞춰 비행을 나가지 못하고 놓치는 것을 말한다.)라고 하는데, 미스 플라이트가 발생하는 대부분의 경우는 이른 새벽 비행에 늦잠을 잤거나 심각한 교통 체증으로 늦는 경우다.


승무원이 대기실에서 쇼업을 하지 않고 객실 브리핑 시간에 나타나지 않을 경우, 이때의 해결 방법은 두 가지다. 공항이나 사무실에서 스탠바이(Stand by, 결원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지정된 장소에서 승무원이 대기하는 것을 말한다)하고 있는 승무원이 대신 비행을 하거나(이 경우가 정석이다) 또 하나는 운 좋게 마음씩 좋은 팀장을 만나 브리핑은 참석하지 못했지만 곧바로 비행기에 탑승하는 것이다.  미스 플라이트는 승무원에게는 치명적인 오점을 남기고, 본인의 벌점으로 인해 소속 팀과 본인의 진급에도 큰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


몇 번이고 계산해서 일어날 시각과 집에서 나가야 할 시각, 브리핑 시각을 맞춰놓은 후에 준비할 것이 있다. 내일 입을 유니폼, 앞치마, 구두 및 각종 비행 준비물을 챙기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승무원들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비행 근무 전날에는 힘든 운동이나 음주, 수혈도 금지한다. 승무원이 지켜야 할 규정 중에는 비행 출발 스물네 시간 전에 스쿠버다이빙을 금지하고 열두 시간 이내에 알코올 섭취를 허용하지 않는 규정도 있다.


진정한 프로의 길은 철저한 자기 준비와의 싸움이다. 또 한 번 점검하고 확인해야 내 분야에 빈틈이 없다. 그것이 정답이다. 대충하거나 이 정도면 되겠지 하며 할 일을 내일로 미룬다면 빈틈이 생기고 만다. 성공의 길은 갑자기 점프하는 것이 아니라 작고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고 노력할 때 언젠가 그 길에 다다르는 것이 아닐까.


대한민국의 명품 스튜어디스를 꿈꾸다

스튜어디스가 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승무원이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자질과 만들어나가야 할 사항들은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바로 이미지 관리와 어학 관리, 건강 관리, 커뮤니케이션 능력 관리, 성적 관리다.


승무원은 항공사가 요구하는 신체 조건에 부응해야 한다. 또한 대면 호감도를 높이기 위해 외모를 가꾸는 일에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 스튜어디스는 기내에서 승객들과 얼굴을 맞대고 서비스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이미지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면접에서의 첫인상과 첫 느낌이 당락의 반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면접시 인사 담당자들은 친근하고 편안한 인상의 외적 호감도가 높은 사람을 찾는다. 그렇다면 과연 비호감인 인상을 호감으로 바꾸는 비결은 무엇일까? 호감 가는 인상의 첫걸음마는 무조건 미소다. 시간을 내어 별도로 스마일 연습을 하는 것도 좋지만 평상시 전화를 하면서, 거울을 보면서,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웃고 대화하는 습관을 기른다면 일상에서 좋은 연습이 될 것이다. 이미지 관리와 더불어 필요한 것이 외모 관리로, 키에 걸맞은 체중 관리가 필요하다.


두 번째로 준비해야 할 것이 어학 관리다. 지원 자격증은 토익 550점 이상이지만 안정권에 들려면 70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여기에 제2외국어자격증까지 있다면 금상첨화다. 또한 자격증을 뒷받침할 회화 능력도 중요하다.


세 번째는 건강 관리다. 야간 비행과 시차와의 싸움, 불규칙한 생활 습관, 제트 래그(Jet-lag, 장시간 비행에서 오는 비행 여독과 시차에 의한 피로감. 시차증, 시차병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등 이 모든 것은 승무원이 극복해야 할 직업상의 환경적인 어려움이다. 따라서 철저하게 건강 관리를 하지 않으면 비행이 점점 힘들어지고 몸에 탈이 난다. 더군다나 승무원은 1년에 한 번 체력 테스트와 수영 테스트를 받는다.


네 번째는 커뮤니케이션 스피치 능력이다. 승무원은 다국적 승객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센스 있고 민첩하게 행동해야 한다. 면접에서 자신의 장점을 부각하고 의견을 당당하게 표명할 수 있도록 스피치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성적과 스펙 관리를 들 수 있겠다. 인사 담당자는 대학 성적과 인턴십 경력, 봉사 활동, 영어 성적표, 각종 아르바이트 경력 등 스펙 관리가 우수한 사람을 성실하다고 판단한다.


승무원은 특정 부분만 잘하거나 특별하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승무원이 갖추어야 할 자질을 골고루 다지고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만들어야 한다. 꿈을 향해 달려갈 수 있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빨리 계획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밤안개 같이 미래가 불확실해 보이지만 그래도 하나씩 실행에 옮기는 사람만이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정년 후에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전직 스튜어디스들이 가장 많이 진출했고 또한, 선호하는 퇴사 후 재취업 직종으로는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는 이미지 컨설턴트나 CS 서비스 강사, 승무원 양성 학원 강사가 있다. 고객 응대 및 고객 만족에 관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서비스 강사나 이미지를 중시하는 이 시대의 흐름에 맞게 이미지 컨설턴트 등의 인기 직종에서 활동하면서 최상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끌어내는 안내자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서비스 매너를 살려서 호텔 서비스를, 해외 경험을 살려서 투어 가이드나 투어 컨덕터 혹은 기업체 비서를, 어학 능력을 살려서 외국어 강사까지 자신의 개성과 강점을 살려 다양한 분야에서 재취업이 가능하다. 요즘은 병원이나 기타 서비스 업종에서 매니저나 코디네이터로서 고객 관련 서비스를 도맡아 처리하면서 중심 역할을 맡고 있다.


정년퇴직을 하거나 항공사를 그만둔 승무원들이 경험을 살려 승무원 양성 학교로 전업하는 경우도 있다. 아직 많은 수를 차지하지는 않지만, 승무원은 퇴직 이후에도 경력을 인정받고 학위 과정을 밟아가며 항공 관련 학과와 관광 관련 학과의 교수가 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하지만 승무원이 아무리 매너와 친절을 갖추고 있더라도 다른 사람을 변화시켜야 하는 교육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다양한 교수법을 활용하고 지식을 쌓으며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2부 하늘에서 지상으로의 파란만장한 줄타기

내 인생의 황금 같은 18년간의 비행

수십 억보다 소중했던 만 원의 행복

승객 탑승이 완료되어 항공기의 주 출입문을 닫고 나면 그 비행기는 비상 체제에 대비하게 되어 있다. 모든 비상구를 비상시 승객탈출용 미끄럼대가 나올 수 있는 팽창위치(Armed Position)로 변경해놓는다. 이것을 세이프티 체크(Safety Check) 또는 슬라이드 체크(Slide Check)라고 한다. 비행기가 목적지에 도착한 후 항공기의 출입문을 열기 전에 다시 정상 위치(Disarmed Position)로 반드시 전환한다. 각자의 위치 구역의 슬라이드(Slide) 변경을 잘했는지 맨 뒤에서부터 순서대로 수신을 보낸 후, 기내방송 담당 승무원의 웰컴방송(Welcome Announcement, 기내에서 인터폰 겸용의 기내방송 장치로 승객들에게 환영 인사가 시작되는 것)에 맞추어 탑승 인사를 하기 위해 담당 구역 맨 앞에 선다. 승객들의 얼굴이 찬찬히 들어온다. 그중에 눈에 들어오는 할아버지 승객이 있었다. 영 마음이 편치 않은 듯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불편해 보였다.


"안녕하십니까? 제가 오늘 담당할 승무원입니다. 불편하신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읽을거리라도 가져다 드릴까요?"

"아니 괜찮아, 눈 아파."

"제가 여기 담당 승무원입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그렇게 할아버지와 첫 대면을 했다. 할아버지는 미국에 있는 아들과 손자들을 만나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혼자만의 귀국길에 힘들고 불편하고 답답해할 모습이 눈에 선했다. 기내식으로 제공된 비빔밥과 쇠고기 요리에서 비빔밥은 포장밥과 나물에 비닐 포장된 고추장과 참기름을 짜 넣어 비벼서 국과 반찬과 함께 먹을 수 있도록 세팅되어 있다. 연령층이 높은 승객들은 손이 무뎌져 비닐 포장된 참기름이나 고추장을 뜯기 힘들고 포장밥의 비닐 뚜껑도 찢기 힘들기 때문에 직접 포장을 열어 비벼드렸다. 할아버지는 고마워했지만 스튜어디스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지루한 장거리 비행 중간 중간에 말벗이 되어주고, 달달한 커피도 타드리고, 입국에 필요한 서류도 대신 쓰고, 잠시 주무시는 동안에 담요도 덮어 드렸다. 그러면서 어느덧 도착이 가까워졌다.


"오시는 동안 불편한 점은 없으셨습니까? 많이 피곤하시지요? 다음에 또 모시겠습니다. 댁까지 조심해서 들어가십시오."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할아버지가 손짓으로 나를 불렀다. 부름을 받고 가보니 말없이 손에 무언가를 쥐어준다. 얼떨결에 그것을 살펴보니 여러 번 접어 조그맣게 만든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이었다. "내가 너무 고마워서……덕분에 아주 편하게 와서 그래. 이거 자장면 사 먹어."


승무원은 기내에서 팁을 받지 못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나이 드신 어르신이 무안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극구 사양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할아버지의 성의를 기분 좋게 받았다.


그날 비행을 마치고 함께 일한 동료 몇 명과 자장면을 사 먹었다. 만 원의 행복! 생각지도 않은 할아버지가 주신 꼬깃꼬깃 접은 만 원 한 장으로 나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자장면을 먹었다.


서비스에 만족하는 승객들을 볼 때마다 나는 늘 배가 부르다. 내릴 때 내 손을 잡으며 너무 고마웠다고, 수고가 많았다고, 잘해줘서 즐거운 여행이 되었다고 진심이 느껴지는 인사말을 건넨다. 그럴 때마다 기분 좋고, 스튜어디스로서 마음이 뿌듯해진다. 아무래도 이 일을 하기를 잘한 것 같다. 일이 즐거웠기 때문에 아마 18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비행 소녀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리라.


박수칠 때 떠나라! 인생의 2막을 열다

잘 나갈 때 제2의 인생을 준비하라!

승무원은 킬링 타임 잡(Killing time Job)이다. 한 달이 쏜살같이 흘러가고 열두 번의 비행 스케줄을 받으면 1년이 금세 지나가버린다. 한 달에 장거리 비행을 두세 번 다녀오면 월급이 나와 있고 그러면 또 다음 달의 스케줄을 설레며 받아든다.


비행 경력이 5년 정도 되었을 때는 세월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흘러버렸다. 그렇게 재미났던 비행 생활이 5년을 기점으로 슬금슬금 싫증이 나면서 권태기가 왔지만 조금씩 극복해나가면서 승무원에서 선임 승무원, 부사무장, 사무장 그리고 선임 사무장까지 무리 없이 진급했다. 권태기 극복을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했던 터라 회사에서 필요한 영어, 일본어, 방송자격 관리에서도 다른 승무원에 비해 앞서 나갔다.


남자 선배들을 제치고 선임 사무장으로 오르고 몇 년 후, 나는 그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했다. 현직 스튜어디스 최초로 박사 학위를 받으면서 언론에 소개되었고 대항항공에 긍정적인 홍보가 되었으며 항공사 스튜어디스의 이미지를 향상시켰기 때문에 부장 진급, 아니 그 이상의 비전도 꿈꿀 수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한 약속이 있었다. 마흔 전에 꼭 교수가 되겠다고 다짐했고, 어린 시절 꿈을 꼭 이루자고 결심했던 것이다.


사람은 잘나갈 때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한다. 공부하라! 교육에 투자하라! 자신에게 투자해서 평생 공부하고 배워라! 10년, 20년을 보고 지속적으로 관심 분야를 파헤치면 어느 순간 그 분야의 달인, 최고의 전문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스튜어디스 정년 나이인 만 55세까지 비행을 했다면 더없는 영광이었겠지만 더 긴 안목으로 교수의 길을 택했고, 지금도 이 선택에 만족하고 있다. 때때로 선후배나 동료들이 지금의 내 모습을 보고 많이 부러워한다. 그러고는 왜 그때 자신에게 함께 공부하자고 하지 않았냐고 한다. 그러면 나는 말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자신에게 투자하라! 그리고 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실천하라! 잘나갈 때 제2의 인생을 준비하라!"


* * *


본 도서 정보는 우수 도서 홍보를 위해 원저작권자로부터 정식인가를 얻어 도서의 내용 일부를 발췌 요약한 것으로, 저작권법에 의하여 원저작권자의 정식인가 없이 무단전재, 무단복제 및 전송을 할 수 없으며, 원본 도서의 모든 출판권과 전송권은 원저작권자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