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케네디스쿨

   
스기무라 다로 외(역자: 남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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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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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06��



>& ■ 책 소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엘렌존슨 설리프 아프리카 대륙 최초의 여성 대통령,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 등 세계 정치 경제를 주름잡는 지도자들을 길러낸 케네디스쿨. 이 책은하버드 대학의 공공정책대학원을 일컫는 하버드 케네디스쿨을 다녀온 일본인 학생들이 그 곳의 특징과 학교 강의 내용에 관하여 정리한 강의보고서이다. 세계적인 석학들과의 수업 내용과 더불어 인터뷰내용, 인재 육성에 대한 열정, 학생들의 칼럼 등으로 구성했다.


& ‘공공 분야의 리더를 양성한다’는 취지 아래 폭넓은 학제적 지식을 다루고이론과 실천을 적절히 융합하는 강의들을 조목조목 설명한다. 또한 이론이라는 바탕 위에 실제 사례를 가지고 벌이는 토론을 중심으로 이끌어가는하버드 케네디스쿨 강의의 특징을 보여준다. 또한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여러 석학들과의 인터뷰, 간단한 소회를 덧붙인 여러 교내 행사와풍경들까지 케네디스쿨의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담아냈다.


■ 저자 
스기무라 다로
 - 1963년도쿄에서 태어났으며 2003년 MC/MPA를 졸업했다. 학생경력개발학교 가큐칸 회장, GQ 코칭 회장, 영어교육학교 프레젠스 회장 등 활발한사회 활동을 거쳐, 현재 (주)제팬비즈니스라보 CEO로 활약하고 있다.


호소다 겐이치 - 1964년 나고야에서태어났으며 2003년 MPA 2를 졸업했다. 현재 경제산업성 원자력 안전보안원에 근무하며 산업 보안 규제의 규제 개혁 등을 담당하고있다.


마루타 아키테루 - 1966년 삿포로에서태어났으며, 2003년 MC/MPA를 졸업했다. 에너지, 환경 정책, 산업기술분석 전문가로 현재 (주)테크노바에 근무하고 있다.


■ 역자 남소영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를졸업하고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세계브랜드를 만든 한국 기업의 힘』『세계의 분쟁 바로보기』『질문의 힘』『인생2라운드』『직장 아니면 옮겨라』『로스쿨의 현장 속으로』 등이 있다. 


■ 차례
서문 - 오늘, 이 시대를이끌어 가다!
세계 지성인의 장, 하버드 케네디스쿨 : 서성교
프롤로그 - 케네디스쿨은 단순한 학교가 아니다!


PART 1 길라잡이
1. 왜 지금MPA를 알아야 하는가?
2. 리더십 양성과정

PART 2 교과 개요
1. 협상 능력키우기
2. 리더십 능력 키우기
3. 경영 능력 키우기
4. 분석력 키우기
5. 정책기획력 키우기


& 에필로그 - 졸업


& 부록
1. 케네디스쿨의 과정
2. 케네디스쿨의 역사
3.케네디스쿨의 개요
4. MPA 용어집




하버드 케네디스쿨

하버드 케네디스쿨


리더십 양성과정

케네디스쿨의 특징

미국 전역에는 크고 작은 200여 개의 공공정책대학원이 있는데 각 학교마다 독특한 특징과 교풍을 자랑한다. 특히 미국 최초의 공공정책대학원인 시라큐스 대학의 맥스웰스쿨(뉴욕 주 소재)은 행정전문직 교육으로 정평이 나 있고 카네기멜론 대학의 하인츠스쿨은 과학 기술 분야의 행정 관리에 강하다. 또한 인디애나 대학의 행정/환경학대학원(인디애나 주 소재)은 환경학과 지역 연구의 연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하버드 대학 케네디스쿨은 다음 분야를 강조하며 차별성을 둔다.


/공공 분야(public sector)의 리더십 육성

/학제성(여러 학문 분야가 서로 연관성을 갖는 일)

/이론과 실천의 융합


■공공 분야의 리더십 육성

MBA 과정을 밟은 사람이라면, 경영과 리더십이 서로 다른 능력이라는 사실을 배웠을 것이다. 경영이 업무관리와 위기관리, 작업효율 향상을 위한 능력인 반면, 리더십은 혁신과 프로젝트 창조, 비전 제시를 위한 능력이다. 리더십은 비즈니스 세계에서만 요구되는 능력이 아니다. 최근 들어 공공 분야에서도 리더십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오늘날 공공 분야에서는 기존 행정경영의 틀을 뛰어넘은 행정 혁신과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리더십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케네디스쿨 MPA(Master in Public Administration) 학위를 취득하려면, 리더십[고취(advocacy)] 계열 강좌군, 경영 계열 강좌군, 분석 계열 강좌군 등 각 분야에서 최소 한 개의 강좌를 이수해야 한다. 즉 케네디스쿨은 학생으로 하여금 어떤 전문성을 획득하게 한다기보다 일정한 리더십 능력을 익히도록 요구한다. 특히 협상은 정책지지(policy advocacy) 능력의 하나로 정책담당자뿐 아니라 NPO/NGO 직원이나 국제공무원에게 아주 필수적인 능력이다.


■학제성

다양한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시장경제의 물결이 밀려오는 오늘날에는 공공 부문의 리더도 전문성을 넘어서서 폭넓은 학제적 지식과 비즈니스 감각을 겸비해야 한다. 학제적 시점으로 풀어야 하는 사회문제는 많다. 대표적인 예로 지구 환경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지구온난화 방지에 실패한다면 미래의 인류가 받을 피해는 심각하다. 그러나 환경정책도 경제 발전과 산업경쟁력을 전제하지 않으면 그 효력이나 지속적인 실행 가능성이 낮아진다. 따라서 국가의 예산이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경제 발전, 환경 보전, 에너지 안전보장을 뜻하는 3E를 적절하게 조화시킨 정책을 내세우려면 폭넓은 학제적 시야가 필요하다. 케네디스쿨에서는 그런 시야를 가진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이 두 측면에서 학제성을 강화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우선 학제성 강화의 소프트웨어 측면을 살펴보면, 폭넓은 주제를 다루는 강의가 마련되어 있다. 케네디스쿨에는 경제학과 정치학, 국제관계학 이에도 윤리학, 과학기술 정책, 환경학, 미디어론, 도시 정책, 안전보장 등 개설된 강좌의 범위가 넓다. 또한 케네디스쿨에서는 하버드 대학의 풍부한 자산을 활용할 수 있다. 인권이나 인도적 개입에 관심이 있는 학생은 로스쿨에서 국제법 강의를 이수할 수 있고, NPO의 운영에 흥미가 있는 학생은 비즈니스스쿨 강의를 들을 수 있다. 게다가 케네디스쿨은 MIT, 터프츠 대학 플레처 법률외교대학원과 학점 교환 협약을 맺고 있어 두 대학의 간판 강좌를 이수할 수 있다. 요컨대 학제성의 기초는 이처럼 폭넓은 강좌를 이수할 수 있는 제도에 있다.


학제성 강화의 하드웨어 측면으로서 다양한 종류의 연구소가 설립되어 있다. 연구 주제의 범위는 안전보장에서부터 인권, NPO, 과학 기술, 미디어론, 주택 문제에 이르기까지 폭넓고 다양하다. 이들 연구소의 독자적인 세미나와 심포지엄에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다. 하버드 대학 전체를 합해 약 180개에 이르는 연구소들은 모든 학생의 흥미와 연구 대상을 망라하기에 충분하다.


■이론과 실천의 융합

케네디스쿨에서는 실천적인 공공 분야의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특히 이론과 실천의 융합을 도모한다. 이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두 측면으로 나누어 설명해보자.


첫 번째 소프트웨어 측면의 수단으로, 교수, 연구자, 학생, 특별연구원 사이의 의도적인 상호작용이 있다. 많은 공공정책대학원에서는 오랫동안 사회경험을 쌓은 경력자들, 이른바 미드커리어들을 다수 선발한다. 더욱이 케네디스쿨 산하 연구소는 각국에서 전문 경험을 쌓은 객원연구원과 특별연구원들을 다수 채용한다. 그들은 케네디스쿨의 수업에 참가할 수 있어,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학생들과 공유할 수 있다.


두 번째 하드웨어 측면의 수단으로, 가능한 한 새로운 교재와 매체, 지식들을 활용한다. 케네디스쿨에서는 이론가가 아닌, 가능한 행정과 정치 분야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교원을 채용한다. 행정 일선에서 경험을 쌓은 사람이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 환경은 향후 행정 일선에 진출하려는 학생에게 귀중한 훈련의 장이 되고 있으며 이론과 실천의 융합을 지향하는 케네디스쿨의 정책 또한 굳건하게 뒷받침해주고 있다.



교과 개요

공공 윤리 : 케네스 윈스턴 교수

"당신에게 윤리 교육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대다수 사람이 "아니오"라고 대답하지 않을까? 사람들은 자신도 남들만큼 좋고 나쁜 일을 분별할 수 있으며, 나쁜 짓을 저지른 일부 부도덕한 인간들이 상식을 고치고 윤리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실제로 불상사를 일으킨 사람들 모두가 무분별하지는 않다. 문제는 많은 도덕적 가치관이나 법률, 규칙, 그리고 자신이 소속된 조직과 단체에 대한 의무가 서로 대립하여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데 있다.


하지만 명확한 결론이 하나 있다. 요컨대 여러 다른 분석과 가치관을 종합하여 무(無)에서 결론을 조합할 수밖에 없다 윤리적 판단은 암기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라 응용문제다. 그리고 많은 사람과 사회에 책임 있는 결단을 내릴 리더는 아무런 훈련 없이 윤리적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 이 과정은 바로 이것을 위한 훈련의 기초가 된다.


■수업 구성 - 무에서 재구축하기

케네디스쿨의 인기 교수 순위에서 매년 10위 안에 드는 사람이 바로 윈스턴 교수다. 그는 수업 중에도 항상 웃는 상냥한 아저씨 이미지이지만, 사례 토론에서 학생들을 다그칠 때는 인정사정이 없다. 학생들이 안이한 의견을 내놓으면 "왜 그렇게 생각하지?"하고 집요하게 질문을 퍼붓는다.


교수는 오직 개입과 침묵을 반복하면서 20여 개 나라에서 모인 학생들의 다채로운 의견 발표가 끝나기만 기다린다. 그리고 학생들의 의견을 함께 생각한다. 긍정적인 면, 부정적인 면의 순서로 목록을 작성하고 타협이라고 생각되는 의견만 남겨둔다. 그 다음에는 해당 사례의 주인공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두고 학생들끼리 열띤 토론을 벌인다. 교수는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결론을 내리지 않는 대신, 자신의 생각을 보고서 형식으로 정리하도록 지도한다.


나는 항상 6장짜리 보고서를 쓰는 데 50시간 정도 걸렸다. 무의식적으로 아무 고민 없이 내리는 도덕적 판단에서는 명확한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단지 어릴 때부터 그렇게 해야 하는 것으로 배웠기 때문에 그런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케네디스쿨에서는 도덕적 판단에 대한 일상적인 과정을 무에서 다시 구축하라고 요구한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과 다른 사람도 옳다고 믿는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그것을 어디에 적용해야 하는지 판단하여 윤리적으로 결론을 도출해가는 과제였기에 평소보다 몇 십 배나 되는 시간이 걸린 것이다.


■사례 연구 - 비즈니스 리더의 윤리 판단

비즈니스맨인 나로서는 한 석유회사가 미국에서 맞닥뜨리게 된 윤리 판단을 다룬 사례가 가장 흥미로웠다. 근본 주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반성적 균형 상태로서 기업의 사회에 대한 도덕적 책임과 주주의 이익에 대한 배려라는 직업상의 책임 사이에서, 균형 잡힌 법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또 하나는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로서, 선진 민주주의 국가가 개발도상국에 대해 어떤 책임과 의무를 지는지 고려하는 것이었다.


배경은 다음과 같다. 선진국에 본사를 둔 이 석유회사는 자국이 상대국을 식민지로 통치하던 시대에 석유 권익을 획득했고 그 이후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그런데 석유회사가 현지에 지불하는 이권료 배분을 둘러싸고 석유 매장 지역의 소수민족과 독재 정권이 충돌했다. 결국 독재 정권이 소수민족 운동가를 체포하여 부당한 군사재판을 벌였고 사형을 선고했다. 사형 집행 날짜가 다가오는 가운데, 이 상황이 세계에 보도됐다. 이에 인권운동가들은 제품 불매 운동을 무기로 석유회사에 압력을 가했다. 회사 쪽이 원흉이 된 이상, 기업이 모든 정치력을 구사해 집행을 저지할 의무가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회사는 줄곧 내정불간섭주의의 원칙에 따라 행동했다. 현지 정치에 대해서는 일체 간섭을 하지 않고 공정한 재판과 사면을 요구하는 편지만을 독재 정권 측에 보냈다. 이는 별 효과가 없었고, 결국 사형이 집행됐다. 회사는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으로 약간 피해를 입었지만 오로지 원칙만을 고수했다.


우리는 이 사례로 석유회사의 도덕적 책임과 기업으로서 주주에 대해 지는 책임, 그리고 법을 중심으로 토론을 개시했다. 우선 석유 회사의 행동에 법적인 잘못이 없다는 사실은 명확했다. 그러나 합법적인 범위에서 독재 정권에 압력을 가할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편 사회와 주주에 대한 책임과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다. 기업은 어디까지나 주주의 이익의 최대화를 주된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이며 법인으로서 도덕적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의견이었다. 불매를 통한 손해를 감당하고서라도 주주의 이익을 지켜야 한다는 비즈니스스쿨 학생다운 의견이었다. 이러한 사고방식을 배제 모델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서는 경영진이 개인적 양심을 버린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여기에 윈스턴 교수는 학생들에게 책에서 인용한 사례를 새 주제로 던졌다. "경제적·정치적으로 혜택 받지 못하는 개발도상국 시민에 대해 선진국 시민으로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이었다. 학생들은 엇갈린 의견을 내놓았다. 하나는 세계시민(cosmopolitan)으로서 혜택 받은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원조할 의무가 있다는 의견이었다. 한편 세계시민적 시각에서 그 같은 책임은 개발도상국 시민에게 달갑지 않은 친절이며,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침공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지적하듯 내정간섭의 구실로 이용되기 쉬워 해악이 더 많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리고 다른 의견도 개진되었는데 세계시민이 모두 평등해야 한다는 비현실적인 세계시민적 시각은 부정하지만, 온갖 횡포를 부리는 군사 독재 정권이 탄생한 직접적인 원인이 과거의 식민지 정책에 있다면, 과거에 대한 책임으로 옛 종주국의 내정간섭은 피할 수 없다고 보는 의견이었다. 윈스턴 교수는 여기서 "그렇다면 어떤 상황, 어떤 조건에 내정간섭을 받아들일까?"라고 질문의 방향을 틀었다.


이런 의문들을 둘러싸고 논쟁하는 가운데, 특히 경제 지원의 시기와 관련하여 의견이 엇갈렸다. 전후 지원으로 책임을 다했다는 옛 종주국 출신 학생들의 주장과 식민지 시대의 착취가 현재와 같은 경제적·사회적 격차가 생긴 배경이므로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할 때까지 옛 종주국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으로 양분되었다. 논쟁은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격렬했다. 끝이 보이지 않았던 이 토론을 통해 모호했던 의문들에 대한 답들을 나름대로 정리할 수 있었다.


■케네스 윈스턴(Kenneth Winston)

하버드 대학과 컬럼비아 대학에서 철학을 수학했다. 1987년 케네디스쿨에 윤리학 과정을 개설하고 정치·실용윤리학을 가르쳤다. 최근에는 비교윤리학에 힘을 기울이고 있으며 아시아를 중심으로 여러 국가에서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아시아 교육에 대한 하버드 전체 교육자 세미나에서 주간을 맡고 있다. 교육용 사례, 실용윤리학, 법리학 등 다양한 방면에 걸쳐 저작 활동을 하고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Moral Competence in the Practice of Democratic Governance』『On the Ethics of Exporting Ethics : The Right to Silence in Japan and the U.S.』 등이 있다.



정책기획력 키우기

경쟁력의 미시경제학 : 마이클 포터 교수

■신개념 강의

2001년 말, 케네디스쿨과 비즈니스스쿨이 합동으로 경쟁력의 미시경제학이라는 강의를 개설한다고 발표했다. 담당은 마이클 포터 교수였는데, 한 친구가 포터 교수는 좀처럼 강의를 안 하기 때문에 이번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알려주기도 했다. 그는 경쟁 전략을 개발도상국 개발에 적용하여 기업과 군집, 국가를 분석하는 수업이라고도 일러주었는데, 포터 교수로부터 경쟁 전략을 배우고 그 틀에서 경제 발전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니 자연스레 관심이 갔다.


포터 교수의 개발도상국 개발 전략 강의도 꼭 듣고 싶었다. 그러나 사전 설명회에서 제시한 읽기 과제가 너무 방대해서 만만치 않게 느껴졌다. 게다가 수강자 전형을 위해 이력서와 지망 이유까지 작성해서 제출해야 했다. 수강 안내서에는 경쟁이 높아 수강할 가능성이 낮지만 포터 교수가 무엇을 생각하는지만 알더라도 수강할 가치는 충분하다라고 적혀 있었다.


교재는 『경쟁전략론』『일본의 경쟁전략』과 사례였다. 노키아, 볼보, 인텔 같은 기업 사례부터 시작하여, 일본의 팩시밀리 공장과 캘리포니아의 와인 산업, 코스타리카의 IT 산업 같은 군집 사례, 이어 싱가포르, 중앙아메리카, 코네티컷 같은 국가와 지역 사례, 나아가 EU의 통화 통합을 다룸으로써 경쟁 전략의 미시경제학을 밑에서부터 쌓아 올라갔다.


■강의 : 사례 연구, 강의, 초청 강사

사례는 30여 쪽의 책자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몇 십 년에 걸친 역사, 배경, 등장인물, 등장기업 등이 소개되어 있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행되는 내용이 아니라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줄거리 형식이었다. 사례 책자의 맨 뒤에는 방대한 참고 자료 목록이 붙어 있었는데 이것이 강의 교재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했다. 보통 비즈니스스쿨에서는 공부 모임에서 사례를 토론하고 빠뜨린 논점은 없는지, 새로운 관점은 없는지 검토한 후 수업에 들어간다. 그러나 이 강의에서는 사전 토론이 금지됐다. 그 대신 교수가 지도목표가 될 질문들을 웹사이트에 게시하고, 학생들은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사례를 연구했다. 그러면 학생들은 교과서를 읽어 머릿속에 그날의 주제를 넣고 그 틀을 사용해서 사례를 분석했다.


학생 수는 약 100명이었고 수강생 대부분은 케네디스쿨과 비즈니스스쿨 학생이었다. 그러나 개강 때부터 다양성이 장려되어 터프츠 대학 플레처법률외교대학원, MIT 학생들도 수강했다. 강의는 주어진 사례를 바탕으로 진행되었다. 포터 교수가 질문을 던지면 학생들은 일제히 손을 들었다. 교수가 갑자기 한 학생을 지명하는 콜드 콜(cold call) 방식도 이용됐다. 포터 교수는 셔츠 소매를 걷어붙인 채, 학생을 지명하고 이야기를 진행하며 강의실을 가볍게 뛰어다녔다. 그의 강의에는 힘과 리듬이 넘쳤다.


전체 토론은 사전에 주어진 질문에 따라 진행됐다. 참고 문헌 어딘가에 적혀 있을 듯한 대답들이 모두 나온 후에는 독창성과 사색이 필요한 시간이 찾아왔다. 포터 교수는 학생을 지명할 때마다 계단을 올라 학생에게 뛰어가서 "왜?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라고 질문을 퍼부으며 학생이 더 깊이 생각하도록 추궁했다. 그리고 자신의 다이아몬드 모델에 따라 강의실에 마련된 보드에 사례를 정리했다.


다이아몬드 모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국가와 군집에 있어서 경쟁력의 원천은 요소 조건, 수요 조건, 관련 사업과 지원 산업, 기업의 전략과 구조·경쟁 관계 등의 네 가지 요인을 정점으로 하며, 각 요인이 서로 관련되는 다이아몬드 형태의 틀로 분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군집(cluster)이란 특정 분야에서 상호 관련되는 기업이나 기관의 지역 내 모임을 일컫는다. 유력 기업 하나가 출현한다고 해서 국가나 지역 경제가 발전하지는 않기 때문에 군집을 육성해야 한다. 그리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이아몬드를 더 강화시키는 방안을 생각해내는데 그것이 곧 전략이다.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에 관한 토론이 끝나면, 그날의 주제에 대한 강의로 넘어간다. 포터 교수는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 경제의 다이아몬드 모델, 군집, 경제 전략 등의 주제를 프로젝터로 설명했다. 비즈니스스쿨의 사례 연구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체 토론인 경우가 많지만, 이 강의에서는 전체 토론이 끝난 후, 역사적 변천에 입각한 또 다른 사례나 사례 분석에 이용한 모델과 개념에 대한 해설을 들을 수 있었다. 언뜻 단순해 보이는 이론의 뒤에 그토록 치밀한 배경이 있었다는 것에 많이 놀라기도 했고, 강의에서 다루는 정보량이 너무 방대하여, 교과서를 읽고 개념을 활용하기 위한 사례와 씨름을 벌이고 나서야 겨우 소화시키기도 했다. 교수의 강의는 체계적인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됐다. 강의 중에 간혹 세계적인 리더가 초청 강사로 오기도 했다.


■공동 과제

성적은 강의 시간 때 발언과 공동 과제로 매겨지는데 비중은 엇비슷했다. 공동 과제는 여러 학교 출신의 네댓 명이 모인 조끼리 군집을 분석하여 학기 말에 발표하는 형식이었다. 우리 조는 나를 비롯해 컨설팅회사 출신의 프랑스 학생, 비즈니스스쿨의 남아프리카 학생, 케네디스쿨의 전 투자은행가인 영국 학생 등 네 명이었다. 우리는 남아프리카의 금융, 그중에서도 보험 군집을 다루기로 했다. 그 군집에 대한 분석은 물론이고 조언도 생각해야 했다. 요컨대 이 공동 과제는 수업에서 배운 분석틀을 실천하는 절호의 기회였다.


■실천을 위한 강의

마지막 강의는 이전에 배운 내용의 복습이었다. 안정된 거시경제는 경제 발전에 필요한 것이지만 실제 변화는 미시적인 수준에서 일어난다. 거기에는 전략이 필요한데 아무리 뛰어난 전략이라도 참가자 없이는 실행되지 않는다. 따라서 계획 단계부터 기업인을 전략에 끌어들여야 한다. 포터 교수는 강의 마지막 무렵에 미래의 세계를 함께 바꾸어나가자고 피력했다. 대학은 자신들의 사실을 전수하는 장소이며 세계에서 모인 학생들은 다시 세계로 흩어져 그것을 실천한다. 이것이 곧 교육의 묘미가 아닐까?


당연한 말이지만 내가 몸담고 있던 업계는 비즈니스스쿨에 더 가까웠다. 하지만 실천적인 관점이라는 의미에서 볼 때 케네디스쿨과 비즈니스스쿨은 동일하다. 포터 교수의 강의가 현실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은 강의에서 다루는 사례가 교수의 전략에 따라 실행된다는 점을 통해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그것을 실천하려면 케네디스쿨 학생과 비즈니스스쿨 학생이 서로 협력해야 한다. 포터 교수는 다음해에 적어도 세계 20개 대학에 이 강의가 개설될 예정이라고 했다. 강의 내용은 물론 장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강의 체계와 전략에 나는 경탄을 금할 수 없었다.


■마이클 포터(Michae이 Porter)

미시간 주 앤아버 출신으로 하버드 대학 비즈니스스쿨 교수이다. 경쟁 전력, 국가와 지역의 경쟁력, 경제개발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포터 교수는 1969년 프린스턴 대학 공학부 항공기계학과를 졸업했으며, 1971년 하버드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1973년에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전략과 관련한 포터 교수의 이론은 하버드 대학 비즈니스스쿨의 전략과정의 기초일 뿐만 아니라 세계 비즈니스스쿨에서 채택하고 있다. 그리고 하버드 대학의 강의 경쟁력의 미시경제학은 세계 17개 대학에 개설되어 있다.


지금까지 『경쟁우위의 전략』『국가의 경쟁우위』『경쟁전략론』을 포함해 18권의 저서와 10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다. 특히 1980년 출판된 『경쟁전략론』은 58판이 인쇄되었고 17개 국 언어로 번역되었다. 2000년에 발표한 『일본의 경쟁전략』에서는 일본 경제 발전의 원천으로 여겨지던 것들에 문제를 제기하고 미래를 위한 새로운 지침을 제시했다. 그는 수많은 국내외 주요 기업에 경쟁전략을 조언하고 있으며 미국, 인도, 뉴질랜드, 캐나다, 포르투갈, 에콰도르, 니카라과, 페루, 싱가포르, 타이완, 타이 등 많은 정부와 리더들에게 국가 경쟁에 관한 정책 조언을 하고 있다. 그 밖에도 주 정부, 지방정부의 경쟁력 향상에도 힘을 보태고 있으며, 현재 아내와 두 딸과 함께 매사추세츠 주 브루클린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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