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의 심리학

   
닐 로즈(역자: 허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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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북스
   
13800
2008�� 08��



>& ■ 책 소개
연애에 대해 왜 남자들은 안한 걸 후회하고 여자들은 한 걸 후회할까, 시험지 답을 고칠까 말까, 붐비는 대형마트 계산대와 막히는 도로에서 줄을 바꿀까 말까, 다수의 상품을진열하는 게 과연 판매에 유리할까. 우리가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선택이란 얻는 것을 결정하는 일인 것 같지만, 사실은 그것을 얻기 위해 무엇을포기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만약에 어떠한 선택의 여지도 없는 일이 있다면 그에 대해서는 후회가 있을 수 없겠지만, 이런 일이 우리의인생에서 많지 않을 것이다. 


& 이 책은 더 나은 삶을 위한 "사후가정사고(事後假定思考)"를 소개하고,후회를 기회로 뒤늦은 자각을 행복으로 바꾸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후회를 하는 사고과정과 감정에 대한 이해와 통찰을 제공한다. 언제, 왜, 어떻게사후가정사고를 하고 후회를 경험하는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어떤 후회가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지, 또 어떤 후회가 우리에게 해가 되는지를 명쾌히밝힌다. 도움이 되는 후회를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후회는 우리로 하여금 반성하고 잘못을 고쳐 미래를 준비하게 하고, 결국 더 나은미래를 살게 해 줄 것이라고 조언한다.


■ 저자 닐 로즈(NealRoese)
후회와 "사후가정사고(事後假定思考)"에 관한 대표적인 권위자. 캐나다 온타리오대학교에서 사회심리학으로박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심리학과 조교수를 지냈다. 2008년 현재 일리노이대학교 심리학과(사회·성격·산업조직 심리 전공)주임 교수로 재직한다. 여러 차례에 걸쳐 "명강의 교수"로 선정될 만큼, 학문적 업적뿐 아니라 충실한 강의로도 유명하다. 지은 책으로 『WhatMight Have Been: The Social Psychology of Counterfactual Thinking』(1995)이 있으며,2008년 현재까지 60여 편이 넘는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법률적 판단과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 인간의 의사결정에서의 비합리성과 오류에관한 자문을 한다.


■ 역자 허태균
2008년 현재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있다.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사회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외국어대학교 조교수를지냈다. 닐 로즈 교수의 지도로 박사학위를 받은 첫 제자로서, 그와 공동으로 후회, 사후가정사고, 의사경정 분야의 연구를 지속한다. 지금까지30여 편의 관련 학술 논문을 발표했다.


■ 차례
옮긴이의 글 _ 후회는 선택과미래가 있는 곳에 존재한다 
지은이의 글 _ 후회를 만드는 생각 ‘사후가정사고’ 


PART 1 후회는 어떻게 작용하는가

01 나 자신을 알기 위한 후회 
재앙을 막는다 | 더 기쁘게 하고 더 슬프게 한다 | 절대적인 것은 없다| 우리가 하는 세 가지 비교 | 개과천선 이야기 | If의 심리학, 첫 번째 교훈 

02 후회는 좋은 것 
후회는 우리를돕는다 | 우리가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 | 어떤 후회가 오래 지속될까 | 나이 들면 지혜로워진다? | 남자는 안 한 걸 후회하고 여자는 한 걸후회한다 | 감정은 무모하고 위험한가 | If의 심리학, 두 번째 교훈 


& 03 사후가정사고는 어디에서 오는가 
아이들도 사후가정사고를 할까 |사후가정사고는 문화에 따라 다를까 | 인생의 나쁜 순간들 | 거의 그럴 뻔했어 | 역사 속의 가정들 |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 04 나쁜 후회 
왜곡된 현실들 | 내 손 안에 있다 | 응?이상한데… | 피해자 비난하기 | 자기비난 | 사후가정의 가장 어두운 면, 우울증 | 내 그럴 줄 알았어! | If의 심리학, 세 번째 교훈


PART 2 똑똑하게 후회하는 법

05 물건을 잘 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선택의 원리 | 대안이 얼마나 많아야 충분할까 | 물건을 잘 사는법 | 주식을 자주 사고파는 이유 | 왜 게임과 도박은 멈출 수 없을까 | 후회에 대한 예상 | 성과가 기대를 넘어갈 때 | 협상할 땐 먼저제안하라 | 배수진을 쳐라 


& 06 즐거운 사후가정사고 
멋진 인생 | 슬라이딩 도어즈 | 영원의끝에 있는 도시 | 아슬아슬한 순간 | 상상의 역사 | 최소 수정의 원칙 


& 07 의미 만들기 
운명과 선택 | 운명에 대한 믿음은 문화에 따라다를까 | 놀라운 상황의 해석 | 운명에 연연하지 마라 | 후회하지 않으려고 미신을 믿는다 | 시험지 답을 바꿀까 말까 |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


& 08 성공으로 가는 후회의 기술 
후회를 즐겨라 | 상황을 바꿀까마음을 바꿀까 | 미래를 위한 사후가정사고의 6가지 전략 | 그냥 저질러라 





IF의 심리학


PART 1 후회는 어떻게 작용하는가

나 자신을 알기 위한 후회

사후가정이란 이미 일어난 사실에 대해 반대 상황을 가정하는 것을 말한다. 때문에 사후가정사고(事後假定思考)는 이미 일어난 사실과는 다른 … 할 수도 있었는데라는 인지적 사고로, 일어난 사실과는 다른 가능성에 대한 상상이다. 이와 달리 후회는 사후가정사고와 함께 일어나는 감정적인 형태로, 특히 더 나은 가능성에 대한 사고에서 비롯되는 감정 경험이다. 즉 사후가정사고로부터는 다른 가능성을 인식하게 되고, 이에 수반되는 후회로부터는 더 나은 미래를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사후가정적 사고는 지금의 현실을 다른 무엇과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한다. 비교의 기준을 제공함으로써(이것이 저것 대신에 일어났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이해하기 위한 맥락을 만들어준다. 예를 들어 거의 일어나지 않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복권 당첨 또는 교통사고) 그러한 경험은 특별히 더 값지게 느껴지거나 혹은 특별히 더 고통스럽게 다가올 수 있다. 더 넓게 보면 우리들은 어쩌면 자신에게 일어날 수도 있었던 행운이나 재난에 대한 생각을 통해 우리 자신들의 정체성과 삶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는지도 모른다. 이런 일은 종종 무의식 속에서도 이루어진다.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사건을 그 대신 일어날 수도 있었던 대안적 사건들(사후가정적 사건들)과 비교해서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어쩌면 일어날 수도 있었던 일에 따라 같은 사건이라도 더 좋게 혹은 더 나쁘게 느낀다. 따라서 어쩌면 … 하게 되었을 텐데라는 사후가정사고는 모든 단계에서 우리의 삶의 의미에 영향을 미친다.  


- 더 기쁘게 하고 더 슬프게 한다

사후가정사고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우리의 기분을 나쁘게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이다. 기분을 나쁘게 만드는 종류를 심리학에서 상향적 사후가정사고라고 한다. 상향적 사후가정사고를 통해 우리는 실제 상황을 더 나은 상황, 더 바람직한 상황, 일어나기를 바랐던 상황들과 비교한다. 더 맛있는 식사를 주문했으면…, 그 자동차 사고를 피했으면…, 더 부자와 결혼했으면… 과 같은 생각들은 모두 상향적 사후가정사고의 예다. 반대로 일어난 일이 더 나쁘게 되었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하향적 사후가정사고라고 부른다. 이는 동경하는 이상적인 것은 올려다본다고 생각하고 그 반대로 동경하지 않는 것은 내려다본다고 표현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러한 두 가지 사후가정사고가 인간의 감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알기 위해서는 심리학의 기본 원칙 중의 하나인 대비효과(contrast effect)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이스크림을 먹은 후 곧바로 뜨거운 차를 마셔본 경험을 떠올려보자. 아마 그 차가 굉장히 뜨겁게 느껴졌을 것이다. 뜨거운 욕조에 있다가 곧바로 차가운 수영장으로 뛰어 들어갔을 때는 어떨까? 마치 누군가가 수영장에 얼음이라도 넣어 놓은 것처럼 굉장히 차갑게 느껴질 것이다. 이것들은 모두 우리의 감각, 지각과 관련된 뇌의 가장 기본적인 메커니즘인 대비효과와 관련된 예들이다. 바로 직전에 한 경험은 다음에 일어나는 사건에 대한 경험을 바꾼다. 일반적으로 뒤따르는 경험은 직전 경험의 반대, 대비되는 방향으로 느껴진다. 차와 수영장의 온도가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바로 전의 경험 때문에 더 뜨겁고 차갑게 느끼는 것이다.


대비효과는 때로 우리의 만족감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올림픽 경기에서 지금 막 메달이 결정된 선수들의 감정 변화를 생각해보자. 그들은 전 세계의 환호를 받으면서 시상식 단상에 오른다. 금메달은 제일 좋은 것으로 최고 우승자, 절대적 챔피언을 의미한다. 은메달은 2등으로 그는 분명 금메달 수상자 한 사람만 빼고는 모든 사람을 이겼다. 동메달은 3등으로, 금메달과 은메달의 두 사람이 앞에 있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메달이 없다. 우리 모두는 이 금, 은, 동의 순서가 명확히 그 가치의 순서와 일치한다는 것을 알고 선수들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러면 도대체 왜 은메달리스트보다 동메달리스트가 자신의 메달에 더 만족하는 걸까? 


미국 코넬리대학의 비키 메드벡과 사회심리학 연구팀은 놀랍게도 동메달리스트가 은메달리스트보다 더 행복해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 이상한 현상이 사후가정사고 및 대비효과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도 밝혀냈다. 그들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1992년 올림픽 경기의 TV 중계를 녹화했다. 그리고 선수들이 경기 결과 순간(메달 결정 순간)에 보인 즉각적인 반응과 메달 수여식(세 명의 메달리스트들이 메달을 받기 위해 단상에 섰을 때) 장면을 골라서 편집했다. 그리고 이 편집된 테이프를 스포츠와 올림픽에 관심이 없으며 그 선수들에 대해서도, 경기의 결과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선수들의 감정 변화를 1(극도로 괴로워함)에서 10(최고로 기뻐함)으로 평가하게 했다. 놀랍게도 그들은 메달이 결정되는 순간과 메달이 수여되는 단상 위에서 모두 은메달리스트보다 동메달리스트가 더 기뻐한다고 보았다. 즉 동메달리스트는 객관적으로 더 나쁜 결과(동메달)를 받고도 더 좋은 결과(은메달)를 받은 은메달리스트보다 더 기뻐했던 것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사후가정사고는 어떤 사건(또는 사물)이 한 범주에서 다른 범주로 매우 쉽게 변경될 수 있거나, 어떤 범주의 경계에 근접해 있을 때 더 많이 일어난다. 올림픽과 같은 스포츠에서뿐 아니라 우리 삶의 많은 부분에서도 어떤 행동의 결과가 명확한 사회적 기준으로 한 범주로 분류되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가장 명확하게 사회적 경계가 생기는 것은 승리자와 패배자의 두 범주로 나뉠 때다. 금메달리스트는 최고이고 그 외의 사람들은 그냥 나머지 사람들이 된다. 은메달리스트에게 이 경계는 가장 명확하게 보인다. 그러나 동메달리스트에게 이 경계는 상대적으로 멀리 느껴진다. 그래서 이 경계를 넘나드는 사후가정사고가 잘 일어나지 않고 그 영향이 크지도 않다. 그러나 은메달리스트에게 금메달과 은메달의 경계는 너무나 강해서 상향적 사후가정사고를 하게 만든다. 만약 내가 마지막 몇 초만 더 힘을 냈더라면…, 내가 한 번만 더 나의 부적에 기도했더라면… 금메달은 내 것일 수도 있었는데.


하지만 올림픽 경기의 결과를 분류하는 또 다른 중요한 경계는 메달을 받는 것과 받지 못하는 것의 경계다. 이는 금메달과 은메달 사이의 경계와는 확실히 다른 경계로, 메달 종류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목에 영광스러운 메달을 거느냐 아니면 하나도 걸지 못하느냐로 나누어진다. 금, 은, 동 세 명의 메달리스트들 모두에게 어떤 메달도 받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는 하향적 비교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경우엔 동메달리스트가 은메달리스트보다 경계에 더 가까이 있다. 따라서 이 경계에 가장 가까이 있는 동메달리스트는 이런 방향으로 더 쉽고 더 강하게 사후가정사고를 하게 된다. 내가 조금만 방심했더라면 나는 이 메달을 놓칠 수 있었고, 아무 메달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사후가정사고는 이렇게 현실과 상상 속의 두 사건을 직접 비교하게 함으로써 강력한 감정적 경험을 갖게 한다.  


후회는 좋은 것

- 후회는 우리를 돕는다

사후가정사고 중 후회는 가장 우리의 눈에 쉽게 띄는 형태이다. 이 고통스러운 후회는 흔히 정신세계에서 불필요한 악으로 간주되어왔다. 사후가정적 사고에 대한 초기 연구에서는 사후가정적 사고가 어떤 결정을 내리거나 불행한 사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말은 맞기도 하지만, 더 크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교통사고를 한번 경험했다고 운전을 완전히 그만두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후회가 간혹 정신적 피해를 일으킨다고 후회 자체가 나쁘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최근의 연구들은 후회와 사후가정적 사고가 학습, 일, 여가, 애정 등과 같은 복잡한 행동 과정을 효과적으로 담당하는 뇌의 작용에 얼마나 필수적인지 보여주고 있다.


사후가정사고는 흔히 특정 문제를 어떻게 피할 수 있었을까에 초점을 맞춘다.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주었을 과거의 대안들에 대해 생각하며 얻은 통찰력으로 미래의 유사한 문제들을 예방하게 한다. 스포츠를 예로 들어보자. 야구 경기에서 한 소년이 날아오는 야구공에 방망이를 휘둘렀지만 공을 맞추지 못했다. 그렇다면 그 소년은 노력했지만 실패한 것이다. 하지만 연습하며 이러한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는 동안 그 소년은 결국 공을 치는 법을 배울 것이다. 처음 헛스윙을 했을 때는 소년은 매우 실망하고, 슬퍼하고, 심지어 화도 났을 것이다. 이때 야구 코치는 "더 빨리 휘둘러!" 또는 "무릎을 더 굽혀!"라고 소리 질렀다. 목표는 공을 맞추는 것이지만 소년은 실패했고, 코치는 사실(공을 놓친 것)과 사후가정(공을 맞추는 것) 사이의 차이를 알아내고 이 차이를 좁힐 수 있는, 즉 공을 칠 수 있는 행동으로의 변화를 제안했던 것이다. 다행히도 그 소년은 결국에는 공을 잘 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 머릿속에도 이런 코치가 있어서 목표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었던 행동들을 이야기해준다. 우리가 경험으로부터 소리 없이 뭔가를 배우고 있을 때 이러한 수많은 목표 지향적인 사후가정사고들이 무의식 속에 흐르고 있다.


나쁜 후회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야. 네가 어떻게 할 수 있었던 일은 없었어." 이는 영화, 드라마, 그리고 우리의 일상생활 곳곳에서 들을 수 있는 흔한 말이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할 수 있었던 일이 전혀 없을 때는 만약 … 하기만 했다면과 반대되는 생각이 일어난다. 즉 사후가정사고에 대한 거부이다. 이는 그 사람이 그 일에 대한 책임이 없으며, 그 일이 무엇이건 간에 비난받을 필요가 없음을 의미한다. 만약 할 수 있었던 일(혹은 해야만 했던 일)이 있었다면 그 사람은 비난받을 수 있고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 이렇듯 사후가정사고와 비난, 죄책감은 서로 매우 가깝게 연결되어 있다.


사후가정사고는 현실과 비교되고, 이런 비교는 인과관계(한 사건이 다른 사건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우리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만약 X라는 행동만 하지 않았다면 Y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라는 말은 X행동이 Y사건을 일으켰다라는 의미다. 사후가정사고는 이런 인과관계에 대한 정보를 얘기해주고, 이 정보는 미래의 발전을 위한 방안을 제시해주므로, 일반적으로 유용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사후가정사고의 부정적인 측면도 알아야 한다. 비난과 죄책감은 인과관계에 대한 인식에서 나온다. 때로는 다른 사람에 대한 부당한 비방, 피해자에 대한 냉혈한 비난, 그리고 불필요한 자기비난이 일어날 수 있다. 이 모두가 사후가정사고의 부정적인 결과다.


그런 부정적인 측면들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살펴보자. 비난은 의도적으로 잘못된 일을 했거나 규범, 규칙 또는 법을 어긴 사람을 향하고 그 사람에게 책임을 지운다. 그래서 이러한 비난은 흔히 인과관계를 내포하고 있는 사후가정사고의 형태로 표현된다. 예를 들어 한 살인 용의자가 유죄임을 표현하는 한 방법으로 그 살인 용의자의 행동만 아니었으면 피해자가 지금도 살아 있었을 거라고 말할 수 있다. 사후가정사고 안에 인과관계와 비난이 가득 차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사후가정사고가 굉장히 위험해질 수 있는 이유이다. 사후가정사고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은 반드시 정의(옳고 그름)를 위해서 필수적인 것들이 아니어서, 이러한 요인들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판단을 심각하게 편향시킬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를 한번 살펴보자.


다트머스대학의 사회심리학자 닐 매크레와 그 동료들은 법률과 관련된 판단에서 사후가정사고가 일으키는 오류에 대해 거의 최초로 연구했다. 집주인이 3개월간의 긴 휴가로 집을 비웠을 때 일어난 절도 사건에 대한 이야기였다. 귀중품과 중요한 물건들이 거의 다 털렸는데, 나중에 도둑은 경찰에 체포되었다. 이 이야기를 읽은 후에 피실험자들은 그 절도 행위의 죄질(심각성)을 판단하고 어떤 형량이 적당할지 결정했다. 매크레는 그 절도 사건의 세부 내용을 조금씩 다르게 만들었다. 일부 사람은 휴가 기간의 중간쯤에 절도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들었다. 그리고 일부는 휴가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기 바로 전날에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들었다. 이러한 세밀한 차이에는 두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첫째, 거의 … 할 뻔했는데의 개념이 적용되고 있다. 집으로 돌아올 시간이 다 되었다고 들으면 그 일을 거의 막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더 쉽게 생기고 또 말이 된다. 둘째, 법적인 관점에서 보면 사실 절도의 시점은 그 절도 사건의 심각성이나 그에 대한 처벌의 정도와는 무관해야 한다. 그냥 절도 사건은 절도 사건일 뿐이다. 그것이 어느 시점에 일어났는가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절도 사건의 시점은 상관이 있었다. 매크레의 연구에서 사람들은 절도 사건이 돌아오기 하루 전에 일어났을 때 그 사건을 더 심각하게 보았다. 더구나 절도범에게 더 강한 처벌을 원했다. 이러한 결과는 곧 사후가정사고가 비난을 표현하는 매우 빠르고 쉬운 방법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사후가정사고를 더 강하고 명확하게 일으키는 사건은 더 강한 비난을 수반한다.


또한 불행한 사건의 피해자를 오히려 비난하는 우리들의 나쁜 버릇도 사후가정사고로 설명할 수 있다. 사후가정사고가 피해자의 행동에 초점을 맞출 때 인과관계와 비난이 형성된다. 우리는 일어난 사실의 다양한 요소들 중에 사후가정사고를 일으키는 부분(이미 일어난 사실 중 바뀔 수도 있었던 것)에 집중하며 인과관계와 비난을 더 명확히 느끼게 된다. 이렇게 사후가정사고는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



PART 2 똑똑하게 후회하는 법

물건을 잘 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라고 셰익스피어가 암시했듯이 선택은 곧 인간의 존재를 규정한다. 선택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사후가정사고가 있다. 그리고 현대의 미국 소비자보다 더 많은 선택을 해야 하는 소비자는 역사상 없었다. 우리는 매일매일 옷에서부터 음료수, 정치 후보자, 자동차, 음악, 거주 장소까지 선택하고 동시에 우리의 선택을 조정하려 하는 광고의 융단폭격 속에서 살고 있다. 선택은 사후가정사고를 만들어내고, 이런 사고는 그 선택에 대한 우리의 만족감이나 불만족감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이전 선택에 대한 사후가정사고는 그 다음에 일어나는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선택에 대한 사후가정사고의 영향을 알고 있으면 더 큰 돈을 벌 수도 있고 더 이상 돈을 잃지 않을 수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반지를 사려고 보석 가게에 들어간다고 상상해보자. 당신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0.5캐럿 반지) 그리고 돈을 얼마나 쓸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자, 이제 고전적인 판매 수법이 들어온다. 진열장 앞에 서 있는 상냥한 점원은 예산 범위 안에 있는 반지를 몇 개 보여준다. 당신은 그중 하나에 마음이 끌렸다. 이 최선의 선택으로 막 마음을 정하려는 순간, 점원은 훨씬 더 고가의 반지를 하나 더 꺼낸다. 그리고 "결정하시는 동안 이 1캐럿 반지도 한번 구경해보세요. 정말 아름답지 않나요?"라고 말한다. 정말 멋지다고 당신이 그 말에 조금 동의한 후에, 점원은 반지를 다시 진열대 안에 넣고 이미 마음에 들어했던 반지에 대해 묻는다. 과연 당신은 그 원래의 반지를 살 것인가?


더 비싼 반지를 본 후에는 첫 번째로 고른 반지를 살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판매 수법은 간단한 것이지만, 우리의 사후가정사고에 대한 교묘한 조작이다. 이것은 바로 대비효과를 이용한 조작이다. 1캐럿 반지와 비교해보면 마음에 드는 0.5캐럿의 반지가 더 적당하고 살 수 있을 것같이 보인다. 더 비싼 반지는 하향적 사후가정사고를 위한 대안이다(적어도 가격 면에서 보면). 이미 이야기했듯이 하향적 비교는 현재 상황을 좀 더 좋게, 좀 더 만족스럽게 만든다. 우리는 여기서 첫 번째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위의 반지의 예를 보물 흔들기 수법이라고 부르자. 사후가정사고를 가지고 당신을 조정하려는 판매자의 시도에 대한 최고의 대응 방법은 그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냥 상점 밖으로 나오라. 구매 결정을 다른 날로 미루자. 머리를 깨끗이 비우고 구매와 관련된 모든 선택과 생각, 정보를 의식에서 지운다. 연구에 따르면, 어떤 구매 정보로 인해 일어난 작은 혼란이 의식에서 사라지고 결정에 영향을 못 미치게 되는 데는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한 시간만 지나면 그 정보를 듣기 전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이와 관련해서 나도 여러 번 경험했던 판매 수법이 하나 있다. 가격이 폭등한 부동산 시장에서 처음 집을 사는 사람이 선택을 어려워할 때 이 수법은 매우 효과적이다. 몇 년 전 시카고에서 나는 부동산 중개업자로부터 정말 마음에 안 드는 집 몇 채를 소개받았다. 그리고 거의 마지막에 나의 예산 범위 안에 있으면서 앞서 봤던 집들보다 훨씬 나은 집을 발견했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교묘하게 하향적 비교를 만들어내는 수법을 이용한 것이다. 앞에서 본 엉망인 집들은 가격은 같은데 상태가 정말 안 좋았다. 이런 경우 대비효과로 인해 마지막에 본 집이 훨씬 마음에 끌리게 되어 있다. 여기서 두 번째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 예를 썩은 애피타이저 수법이라 부르기로 하자.


보물 흔들기 수법과 썩은 애피타이저 수법은 매우 다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나는 더 좋은 선택과 관련되어 있고 다른 하나는 더 나쁜 선택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두 수법은 동일한 심리적 원리를 갖고 있다. 가격과 질은 구매 결정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이고, 때때로 이 둘은 같이 움직인다. 더 높은 질에는 더 높은 가격이 따라온다(물론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보물 흔들기, 썩은 애피타이저, 이 두 수법은 하향적 사후가정사고의 대비효과를 이용한다. 보물 흔들기 수법은(질이 같다고 가정하고) 하향적 가격 비교를 강조하고, 썩은 애피타이저 수법은(가격이 같다고 가정하고) 하향적 질적 비교를 강조한다. 둘 다 모두 하향적 비교의 힘에 의존하여 자신의 선택이 더 좋아 보이도록 한다.


구매 전에 지금 상황에서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가격인가, 질인가? 이것을 알아야 자신이 가장 넘어가기 쉬운 수법을 미리 경계하고 대비할 수 있다.


성공으로 가는 후회의 기술

이 책의 내용을 하나의 메시지로 요약한다면 바로 후회는 좋은 것이다이다. 후회는 유익하다. 후회는 필수적인 심리적 기능을 수행한다. 후회는 사후가정사고의 가장 명확하고 가시적인 형태다. 그리고 사후가정사고는 우리로 하여금 현실을 이해하고, 실수로부터 배우고, 앞으로 전진하고, 더 나은 삶을 쟁취할 수 있게 하는 뇌 시스템의 자동적이고 효율적인 요소다. 후회를 피해야 한다고,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 하고, 후회를 인정하면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므로 결코 후회하지 말아야 한다고 들어왔을 것이다. 어쩌면 가장 이상적인 삶이란 전혀 후회가 없는 삶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결코 옳은 것이 아니다. 후회는 음식을 먹는 것만큼이나 건강한 삶을 위해서 필수적인 것이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너무 지나치거나 모자라면 문제가 생긴다. 너무 후회가 많으면 과거를 극복해 미래로 전진하지 못하고, 너무 후회를 안 하고 자신의 감정 경험에서 오는 교훈을 계속 무시하면 비생산적인 행동을 고집하여 성장과 발전의 기회를 놓친다. 핵심은 후회를 즐기라는 것이다. 뇌가 이 본능적인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그대로 놔두자. 이 작업을 방해할 만한 일을 하지 말자. 폭풍 속에서 항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파도가 높을 때는 파도를 향해 돌진하여 파도를 올라타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사후가정사고와 부정적 감정도 이와 같다. 정신 바짝 차리고, 후회를 피하려 할 것이 아니라 후회를 타고 넘어서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냥 저질러라

그냥 저질러라. 그 이유는 행동에 대한 후회가 비행동에 대한 후회보다 훨씬 빨리 심리적 면역체계에 의해 완화되기 때문이다. 나가서 뭔가를 저지르고 나서 그 결과가 나쁘다 해도 10년 후에까지 후회하고 있지는 않는다. 그 실패를 다시 해석하고 설명하고 극복해서 잊어버린다. 그러나 비행동의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에 대한 후회가 오랫동안 남는다. 그리고 인생을 전체적으로 돌아보면 대개 하지 않은 일들을 후회한다. 시도하지 않았던 연애의 기회, 선택하지 않았던 직업, 신경을 쓰지 않았던 친구들…. 행동을 강조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악몽과 같은 강한 후회를 초월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냥 저질러라라는 충고는 우리의 여가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도 적용된다. 나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만약 여윳돈이 있어 어떤 물건(옷, TV)을 살까, 어떤 경험(여행, 음악회)을 할까 망설여진다면 경험을 선택하는 편이 낫다고. 경험이나 물건을 사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비슷하지만 경험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것이다. 오래전에 갔던 휴가 여행은 기억해도 오래전에 가지고 있었던 TV는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어머니는 지금도 같은 생각이라고 말씀하신다.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행복한 기억은 네가 어렸을 때의 너에 관한 것이란다. 또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와 함께 했던 기차 여행을 아직도 기억하지. 그렇지만 첫 번째로 산 차말고는 과거에 샀던 물건들은 거의 기억하지 못한단다."


보통 어머니들이 말씀하시는 것들이 종종 옳은 얘기일 때가 많다. 사회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어머니들의 지혜 중에 어떤 것이 맞고 어떤 것이 틀렸는지를 실험을 통해 확인한다. 사회심리학자 리프 밴 보번과 길로비치는 위의 생각을 검증하여 그것이 사실임을 밝혀냈다. 2003년의 연구에서 그들은 구매 결정에 대해 설문을 실시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물건(옷)보다는 경험(음악회)에 돈을 썼을 때 더 큰 행복과 만족을 느낀다는 것을 확인했다. 따라서 둘 사이에 선택해야 한다면 경험 쪽을 선택하는 것이 후회를 줄이는 방법일 것이다. 사람들은 새로 산 물건들에는 굉장히 빨리 익숙해지지만 오래전의 아름다운 순간들은 두고두고 기억하며 즐거워한다. 에드 디너는 "물질주의는 행복에는 독이다"라고 말했다. 만약 당신에게 플로리다로 떠나는 휴가나 대형 TV 중에 하나를 선택할 돈이 있다면 반드시 휴가를 선택하기 바란다. 카메라를 가지고 가는 것도 잊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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