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사람의 심리에 관련한 여섯 가지 법칙에 따라 상대를 설득해내는 설득의 달인 25인의일화를 소개하면서 심리의 법칙을 적재적소에 활용하여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다소 어렵다고 생각하는심리적 법칙들을 일화에 자연스레 녹아들게 하여 독자들이 쉽게 공감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구성했다. 이 책을 통해 인간의 심리를 파악하는 비결과설득의 기술을 자연스레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한창욱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을 졸업한 뒤 여러해 동안 기자 생활을 거쳐 투자컨설팅회사에서 전문 위원으로 일하다가 지금은 금강이 내려다보이는 작업실에서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나를 변화시키는 좋은 습관』『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 하루라면』『희망수첩 이야기』『펭귄을 날게 하라』 등이 있다.
■ 차례
머리글 - 아! 이방원이 설득의달인이었더라면…
제1장 마음을 흔들어라
챔피언은 자신을 설득시킬 줄안다 - 무하마드 알리
훌륭한 참모는 리더의 마음을 읽을 줄 안다 - 곽가
사랑은 절망에 빠진 사람을 설득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크리스토퍼 리브
신뢰에서 비롯된 감동은 천 사람을 설득시킨다 - 마더 테레사
백 마디 거짓말보다 한마디 진실이 효과적이다 -마하트마 간디
유머는 굶주린 사자도 미소 짓게 한다 - 벤자민 프랭클린
인간의 뇌는 호기심에 목말라 있다 - 정곽군
제2장 무기를 이용하라
열정은 설득의 훌륭한 무기이다- 이사도라 던컨
잠재의식 속에 숨어 있는 전문가를 이용하라 - 앙리 마티스
지혜로운 사람은 약점을 강점으로 바꿀 줄 안다 - 장크레티앙
적은 나의 잘못을 지적해줄 유일한 사람이다 - 에이브러햄 링컨
몸은 입보다 설득력이 강하다 - 테리 폭스
미래의보상은 현실의 고단함을 잊게 하는 마법의 약이다 - 관중
의무감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 안자
유대감은 마음의문을 여는 만능키이다 - 넬슨 만델라
제3장 포인트를 공략하라
포인트를 찾으면 시간과 돈을절약할 수 있다 - 여불위
안락한 밀실에 가둬놓고 설득하라 - 진취
세상 모든 일에는 적절한 시기가 있다 - 정탁
성향을파악하면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 손자
협상의 성패는 상대를 얼마나 알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 서희
예리한 창보다는 적절한비유가 낫다 - 혜자
세상을 설득하려면 변화를 즐겨라 - 비틀스
훌륭한 연설은 군중을 들끓게 한다 - 마틴 루터 킹
부록 1 역사상 가장 흥미진진한 언쟁 - 브루투스와 안토니우스
부록 2
연설할 때 명심해야 할 열두 가지 법칙
설득을 망치는 열 가지 오류
협상을 망치는 열 가지오류
설득의 달인
제1장 마음을 흔들어라
챔피언은 자신을 설득시킬 줄 안다 - 무하마드 알리
무하마드 알리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겠다’는 그의 말이다. 복싱을 단순히 치고받는 경기가 아닌 예술로 승화시킨 명언이다. “경기장 안팎에서 쉴 새 없이 떠벌리는 이유가 뭡니까?”라는 기자의 물음에 알 리가 대답했다. “나는 일개 깜둥이 복서에 불과합니다. 내가 떠벌리지 않는다면 거만한 백인들이 나를 거들떠나 보겠습니까?”
세상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라는 게 알리의 대답이었지만 사실은 긴장감을 덜고 승리에 대한 신념을 높이기 위한 자기암시였다. 그는 링 위에 오르기 전 늘 죽음의 공포에 시달려야 하는 복서였다. 그러나 공포감을 안은 채 링 위에 설 수는 없었다. 우선 마음을 안정시켜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먼저 설득해야 했다. 알리는 매 대회마다 ‘상대를 몇 회에 KO시키겠다’는 예언을 서슴지 않음으로써 ‘이길 수 있다’는 자기암시를 주었다.
심리학 용어 중에 자성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라는 게 있다. 행동이나 학습을 함에 있어서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스스로의 예언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하면 성취도도 높게 나타나고, 잘할 수 없을 거라고 예상하면 성취도가 낮게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자성예언을 실전에 맞게 적용시킨 것이 이미지 트레이닝이다. 실제로 중요한 시합을 앞둔 많은 선수들이 자신감 향상, 집중력 향상, 감정 조절 능력 향상, 잠재 능력 개발과 함께 스트레스 해소로 인한 심리적 안정감을 꾀하기 위해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자성예언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떠벌림 효과(profess effect)를 이용하기도 한다. ‘내가 이 일을 성취하지 못하면 너에게 얼마를 주겠다’는 식의 조건부 계약을 맺거나 사람들 앞에서 반드시 이루겠노라고 공개적으로 표방하는 것이 그 예인데, 이럴 경우 자신의 말에 책임을 느껴서 더욱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시합 전 알리의 행동은 바로 떠벌림 효과를 노리고 한 것이었으며, 그는 실제로 자신이 KO시키겠다고 예언한 라운드가 되면 놀라운 힘을 발휘하여 상대를 KO시키곤 했다.
“챔피언은 체육관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소망, 꿈, 이상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20세기 최고의 복서로 인정받고 있는 무하마드 알리. 그는 자신을 끝없이 설득하여 링 위에서는 챔피언이 되었고, 링 밖에서는 모든 이들의 가슴에 감동과 희망의 메시지를 불어넣었다. 설득의 달인이 되기 위해선 알리처럼 스스로를 설득할 줄 알아야 한다. 스스로의 신념이 확고해야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자기 자신도 확신하지 못하면서 상대를 설득한다는 것은 설령 설득에 성공한다고 해도 부끄러운 일이다.
신념은 기체이다. 때문에 손안에 가두었다 생각해도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 그것을 액체로 만들었다 하더라도 방심할 수 없다. 균형을 잃는 순간, 어디론가 흘러가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신념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면 고체로 만들어야 한다. 돌멩이처럼 단단해진 신념은 목표를 이루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성공하고 싶은가? 멋진 인생을 살고 싶은가? 설득의 달인이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먼저 자기 자신부터 설득하라! 왜 성공해야 하는지, 왜 훌륭한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 왜 설득의 달인이 되어야 하는지 자신을 설득하라. 마음속에 안개처럼 떠돌아다니는 막연한 생각을 액체로 만들고 고체로 만들 수 있다면 당신도 챔피언이 될 수 있다. 설득의 달인은 말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확고한 신념을 지닌 사람이다. 알리는 그것을 몸소 보여준 진정한 챔피언이었다.
유머는 굶주린 사자도 미소 짓게 한다 - 벤자민 프랭클린
런던에서 최신 인쇄 기술을 배웠던 벤자민 프랭클린이 인쇄업에 막 뛰어들었을 때의 일이다. 거침없는 프랭클린의 행동에 기존의 인쇄업자들은 긴장했다. 그들은 담합하여 시정부와의 계약에서 그를 따돌렸다. 어느 날, 프랭클린은 인쇄업자들을 사무실로 초대했다. 인쇄업자들이 도착하자 그는 이상한 죽을 한 접시 내놓았다. 별로 먹고 싶지 않은 음식이어서 머뭇거리고 있으니 프랭클린이 먼저 숟가락을 들고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지못해서 손님들이 한입 떠 넣었고 이내 인상을 찡그리며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음식이오?” 그러자 프랭클린이 미소를 지으며 태연하게 대답했다. “톱밥입니다. 제가 요즘 생활이 어려워서 톱밥으로 연명하고 있습니다. 저도 먹고살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조금씩 양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인쇄업자들은 웃으면서 그를 받아들였다.
“사람의 웃는 얼굴은 햇빛과 같이 친근감을 준다.” 위게너 벨틴의 명언이다. 사람들은 논리 앞에 설득당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유머 앞에 쉽게 무너진다. 유머가 가진 특성 중에 하나가 상대로 하여금 호감을 느끼게 한다는 점인데, 이 호감이 바로 상대로 하여금 쉽게 설득 당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논리와 유머는 나그네의 옷을 벗기기 위해 내기를 벌이는 바람과 햇빛에 비유할 수 있다. 거센 바람이 불수록 옷자락을 여미는 나그네처럼, 논리로 설득하기 위해 밀어붙이면 붙일수록 상대방은 경계하고 움츠러든다. 그러나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면 자연스레 옷을 벗듯이 유머 앞에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장해제된다.
한판 붙으려고 벼르고 있는 사람에게 논리를 들이대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싸움을 하겠다는 것은 이미 자기 나름대로의 논리로 무장되어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달려드는 것은 곰과 힘겨루기를 하듯 빤한 결과를 낳는다. 그들은 자신이 세워놓은 나름의 논리를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일관성의 법칙’이 도사리고 있다. 인간은 자신의 말과 행동에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정당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유머 감각이 없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 유머 감각은 노력하면 길러진다. 가장 좋은 방법은 분위기에 맞는 유머를 창조하는 것이다. 위트로 가득 찬 유머는 상식 속에서 탄생한다. 유머의 패턴을 알고, 풍부한 상식을 갖추고 있으면 때와 장소에 어울리는 유머를 자유자재로 써먹을 수 있다.
상대를 설득하거나 협상하다 보면 서로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지점이 있다. 진전은 없고 분위기만 점점 무거워질 때, 유머 감각은 꽉 막힌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된다. 한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실없는 사람으로 보이거나 아무도 웃지 않을까 봐 유머 사용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그것은 지나친 우려이다. 유머는 육체의 긴장을 풀어주고 분위기를 바꿔주며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사람처럼 친근감을 준다. 또한 상황을 한발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여유를 주고, 뇌를 자극하여 창조적인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유머 감각이 다소 뒤떨어진다 해도 백 퍼센트 실패하는 경우는 드물다. 분위기 전환에는 도움이 되게 마련이고, 그 용기와 정성을 생각해서 오히려 예상 밖의 결과를 낳기도 하기 때문이다. 설득은 일종의 심리전이다. 유머를 적절히 사용하면 상황이 반전될 수 있고, 큰 난관을 피해 갈 수 있으며, 부드럽게 전쟁을 종식할 수도 있다.
제2장 무기를 이용하라
지혜로운 사람은 약점을 강점으로 바꿀 줄 안다 - 장 크레티앙
시골 호박. 1993년 10월 캐나다 총선에서 자유당의 대승을 이끈 뒤 세 번이나 총리에 임명되었던 장 크레티앙의 별명이다. 그만큼 사람이 순수하고 소탈하다는 의미이다. 크레티앙은 가난한 집안의 19남매 중 열여덟 번째로 태어났다. 선천적으로 한쪽 귀가 먹은 데다 안면 근육 마비(구안와사)로 입이 비뚤어져 발음마저 정확하지 않았지만 장애를 딛고 캐나다의 총리가 되어 많은 업적을 남겼다. 특히 교육청을 통폐합하고, 국영 기업을 민영화하는 등 작은 정부를 지향했던 크레티앙의 정책으로 캐나다는 만성적인 재정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뒤 12년간이나 집권했던 크레티앙은 업적만큼이나 많은 일화를 남겼다.
늘 문제가 되는 것은 크레티앙의 어눌한 말투와 그가 가진 장애였다. 정치 만화가들은 총리의 신체장애를 과장되게 풍자하곤 했다. 크레티앙이 선거 유세를 다닐 때였다. “여러분, 보다시피 저는 언어장애를 갖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오랜 시간 고통을 당했고, 지금도 언어장애 때문에 제 생각과 의지를 제대로 전하지 못할까 고통스럽습니다. 인내심을 갖고 제 말에 귀를 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저의 어눌한 발음에 귀 기울이지 마시고 그 속에 담긴 저의 생각과 의지에 귀를 기울여주셨으면 합니다.” 그때 누군가 소리쳤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총리에게 언어장애가 있다는 것은 치명적인 결점입니다.” 그러자 크레티앙이 단호하게 말했다. “저는 말은 잘 못하지만 거짓말은 안 합니다!”
이 세상에서 거짓말을 안 하고 사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누구나 상황에 따라서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하며 산다. 선의의 거짓말도 거짓말은 거짓말이다. 크레티앙의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는 말은 어쩌면 그 자체가 거짓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도 그가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크레티앙의 말에 대해서 그냥 넘어간 것일까?
첫 번째 이유는 자신의 약점을 스스럼없이 고백했기 때문이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총리에게 언어장애가 있다는 것은 치명적인 결점이다”라는 말은 정확한 지적이었다. 내심 많은 사람들이 동조했으리라. 그러나 다음 순간 “저는 말은 못하지만” 하고 약점을 고백하자 사람들은 총리에 대해 우월감과 동정심을 동시에 느꼈다. 그리고 한없이 관대해져서 “저는 거짓말은 안 합니다!”라는 뒷말을 그대로 믿어버렸다.
두 번째 이유는 ‘사회적 관습의 법칙’ 때문이다. 장애를 딛고 성공한 사람의 위인전을 보면 거짓말을 하거나 남을 속인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그들은 진실하게 행동하고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다. 반면 일반 대중보다 활동적이고 똑똑하고 말도 훨씬 잘하는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한다. 청중들은 장애를 딛고 총리까지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니, 일반 정치인과는 다른 특별한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희귀성의 법칙’ 때문이다. 금지하면 더 하고 싶고 몇 개 남지 않은 물건에 더 마음이 끌리는 게 인간의 심리다. 언어장애가 있는 것은 물론 단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희귀성의 법칙에 비추어보면 ‘언어장애가 있는 총리’는 분명 장점이 된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희귀한 총리의 말이라 왠지 더 신뢰가 갔던 것이다.
세상에 똑똑한 사람은 들판의 봄꽃처럼 지천이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특히 그렇다. 대다수가 약점은 필사적으로 감추고 강점을 내세우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에 누구나 똑똑하다. 그러나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완벽한 사람이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똑똑한 척할수록 적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소설이나 영화 속의 주인공을 보면 대개 한두 개의 약점을 갖고 있다. 약점이 있어야 주인공에게 애정을 느끼고, 약점으로 인해서 장점이 오히려 빛이 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심리는 세상 모두가 완전한 존재가 아니라는 데서 출발한다. 인간은 절대 완전무결할 수 없다. 모두들 크고 작은 약점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약점에는 관대하다. 적당한 순간에 약점을 공개하면 오히려 친근감이 생기는 것도 그 이유다. 뜻하지 않은 상황, 상대에게서 약점을 발견했을 때 사람들은 뜻밖의 발견에 놀란다. ‘어? 이 사람에게도 이런 점이 있었네!’ 그리고 순식간에 경계심이 허물어지고 그를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어진다. 비록 능력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인간미를 갖춘 비즈니스맨이라면 한 번쯤 손잡고 일해 보고 싶어지는 심리도 같은 경우라 할 수 있다. 설득의 달인이 되려면 자신의 약점을 적절하게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강점이 신의 선물이듯 약점 또한 신의 선물이다.
의무감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 안자
안자는 관중과 함께 제나라의 명재상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관중보다 100년 뒤에 태어난 인물로, 영공, 장공, 경공을 3대에 걸쳐 모시면서도 검소한 삶으로 제나라 국민의 존경을 받았다. 안자는 사람의 품성은 물론이고 문제의 본질을 한눈에 꿰뚫어보는 혜안을 지니고 있었다. 『안자춘자(晏子春秋)』에는 그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일화가 여럿 실려 있다.
경공이 아끼는 말을 마부에게 맡겼는데 갑자기 병에 걸려 죽고 말았다. 화가 난 경공이 마부의 사지를 절단하겠다며 당장 칼을 가져오도록 명했다. 부하들이 칼을 들고 오자, 안자가 경공에게 물었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서 물음을 청하고자 합니다. 요임금과 순임금 때는 사지를 절단할 때 어디부터 먼저 칼을 댔습니까?” 경공이 잠시 생각해 보았지만 알 수가 없었다. ‘내가 그런 짓을 처음으로 시도한 왕으로 기록되겠군.’ 안되겠다 싶은 경공은 마부를 옥에 가두라고 했다. 그러자 안자가 다시 나섰다. “이 자는 어리석어서 평생 자신의 죄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죽을 터이니 제가 임금을 대신해서 죄를 꾸짖겠습니다. 이 자로 하여금 죄를 깨닫게 한 뒤에 옥에 가두는 게 어떠하신지요?”
경공이 허락하자 안자가 하나하나 죄목을 들어가며 마부를 책망했다. “너의 죄는 모두 세 가지이다. 임금께서 너에게 말을 잘 돌보도록 명했는데 너는 이를 어겼다. 임금의 명령을 어겼으니 이것이 첫 번째 죽을죄이다. 또한 임금께서 가장 아끼는 말을 죽게 했으니 이것이 두 번째 죽을죄이다. 거기다가 임금으로 하여금 그까짓 말 한 마리 때문에 사람을 죽일 뻔하게 했으니 이를 전해들은 백성들은 우리 임금을 원망할 터이며, 제후들은 반드시 우리나라를 업신여기리라. 네가 임금의 말 한 마리를 죽임으로써 백성들로 하여금 원망을 품게 하고 나라의 위세를 약하게 했으니 이것이 세 번째 죽을죄이다.” 경공은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탄식하며 말했다. “그만하시고 상국께서 풀어주시오.”
안자는 경공에게 조언할 때 직접적으로 훈계하지 않고 경공 스스로가 깨닫도록 유도했다. 이는 경공이 불같은 성격을 지닌 때문이기도 했지만, 윗사람을 설득하는 일의 어려움을 간파하고 있던 까닭이기도 했다. 『한비자』의 ‘세난’편에는 유세가가 주군을 설득할 때 유의해야 할 몇 가지 원칙이 언급되어 있다. 현실에 맞게끔 바꿔서 ‘윗사람을 설득할 때 유의해야 할 다섯 가지 원칙’으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식과 논리로 설득하려들지 말고 마음으로 설득하라. 마음을 읽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그에 맞게끔 설득할 수 있다. 둘째 감추고 싶어 하는 비밀은 굳이 들추지 마라. 가까운 사이다 보면 알고 싶지 않아도 비밀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비밀이 새나가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비밀이나 약점을 잘못 건드리면 설득에 실패함은 물론이요, 만약의 경우 큰 화를 입을 수도 있다. 셋째, 신임을 얻은 뒤에 자신의 생각을 밝혀라. 아랫사람은 대개 기회가 생길 때마다 자신을 최대한 드러내려고 하는데, 이는 위험한 행동이다. 윗사람은 주제넘은 참견을 하는 아랫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일단 윗사람의 신임부터 얻어라. 누가 됐든 자신이 신임하는 사람이 하는 말은 비교적 거부 반응 없이 받아들인다. 넷째, 윗사람과 가깝게 지내고 있거나 윗사람이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의 악평을 삼가라. 설령 그들이 잘못이 있더라도 잘못을 지적하면 그 사람을 시기하거나 이간질하는 것으로 오인한다. 더 큰 문제는 윗사람들이 이러한 행동을 자신에 대한 또 다른 형태의 공격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다섯째, 기분을 헤아린 뒤에 설득하라. 기분이 좋을 때는 상관이 없지만 기분이 나쁠 때는 사소한 것도 트집거리가 되어 어떻게 해도 입맛을 맞출 수 없다. 말을 짧게 하면 지식이 부족하다고 하고, 말을 많이 하면 요령 있게 말하는 방법을 모른다고 한다. 신중하게 말하면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하고, 자유분방하게 말하면 예의범절을 모른다고 한다. 그러니 이럴 때는 되도록 피하는 게 좋다.
인간은 저마다 의무감에 충실하고 싶은 욕망을 지니고 있다. 의무감에 충실할 때 갈등이 사라지고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의무감에 대한 강박감에 사로잡혀 자살을 하는가 하면 의무감 때문에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설득을 할 때는 이를 유념하여 상황에 따라서 적절하게 의무감을 자극하라. 그러면 의외로 손쉽게 설득할 수 있다. 단, 의무감을 자극할 때는 강요하기보다는 칭찬해 주며 분위기를 밝은 쪽으로 끌고 가야 한다.
설득의 달인은 대화 중에 슬쩍 의무감을 자극하여 자발적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예를 든다면 이런 식이다. “사명감이 대단하시네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긍심을 느낍니다.” “부인은 정말 복 받은 분이시네요. 남편 분이 이토록 자상하게 신경 써주시다니.” “이런 분위기의 직장에서 일하시다니, 정말 부럽습니다!”
제3장 포인트를 공략하라
안락한 밀실에 가둬놓고 설득하라 - 진취
연나라는 춘추전국시대 북경에서부터 발해만을 따라 산해관 방향으로 이어진 북쪽에 자리하고 있던 나라로, 남서쪽으로는 조나라, 남쪽으로는 제나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었다. 당시 전국 7웅 중에서도 비교적 약소국에 속했던 연나라의 진취는 왕의 동생을 볼모로 삼아 산둥반도에 위치한 강대국 제나라와 동맹을 추진했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연왕의 모친이 펄쩍 뛰었다. 그녀는 진취를 만나자마자 따져 물었다.
“그건 절대로 안 될 일일세. 자식을 볼모로 보내고 나면 어미인 내가 어찌 두 다리 뻗고 잠을 자겠으며 음식인들 제대로 먹겠는가?”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마마의 자식 사랑은 평민의 자식 사랑보다 못하옵니다.” “대체 그게 무슨 망발인가?” “지금 대왕께서는 공자께 관직을 내리고 싶어 하십니다. 그러나 아무런 공로가 없다 보니 신하들이 반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금이 공자가 공을 세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아직은 태후마마와 대왕께서 건재하시니 괜찮지만, 훗날 두 분이 돌아가시면 태자가 왕위를 계승하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공자께서는 평민이나 다름없는 처지가 되옵니다. 더 늦기 전에 공자께서 관직을 받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태후마마께서 이토록 반대를 하시니, 이는 자식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자식의 앞길을 가로막는 게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러자 태후가 탄식을 하며 말했다. “오, 내가 큰 실수를 저지를 뻔했구려! 궁 안에만 있다 보니 눈앞의 일만 볼 줄 알았지 앞날을 내다보지는 못하였소. 그대의 식견에 탄복할 따름이오.” 태후는 공자가 제나라에 갈 수 있게 즉시 행장을 꾸리도록 명령했다.
소비자가 물건을 구입하는 결정적인 계기는 제품에 마음이 빼앗겨버렸기 때문이다. 제품에 마음을 빼앗기면 밀실에 갇힌 것처럼 생각이 지극히 단순해진다. 다른 제품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오로지 그 제품만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거나 어떤 계기로 인해 뇌가 환기되면, 어렵지 않게 밀실 상태에서 빠져나온다. 때문에 설득의 달인들은 소비자를 아예 밀실 속에 가둬놓고서 설득하여 뇌가 미처 환기할 시간을 갖기 전에 계약서에 서명을 하도록 만든다.
성공적으로 설득하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유입될 수 있는 다른 정보를 차단하는 게 좋다. 탁 트인 광장보다는 밀실이 좋다. 밀실은 시선이 한정될 수밖에 없는 공간이기 때문에 상대는 설득자의 말에만 귀를 기울이게 된다. 상대로 하여금 밀실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게 하려면 먼저 둘만의 공간을 마련하는 게 좋다. 단 둘이 있을 때는 미소를 띤 채 상대와 눈을 맞추고, 자주 이름을 불러주어야 한다.
분위기가 무르익어서 설득에 성공했으면 곧바로 계약을 맺거나 구두로라도 약속을 받아놓아야 한다. 밀실에서 빠져나가 제정신이 들었을 때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인간은 자신의 말과 행동에 일관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여, 설령 자신의 실수를 발견했다 하더라도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말과 행동을 합리화한다. 원상태로 되돌리는 과정이 번거로울수록 약속을 지키기 위한 합리화의 정도가 심해진다.
설득의 달인이 되려면 밀실을 잘 이용해야 한다. 굳이 딱딱한 회의실이 아니라도 괜찮다. 조용한 음식점이나 카페처럼, 잘 찾아보면 훌륭한 밀실을 발견할 수 있다. 상대를 밀실에 가뒀다면 나름대로 스토리를 준비해 설득에 들어가는 게 좋다. 스토리가 있으면 본론 속으로 쉽게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리한 창보다는 적절한 비유가 낫다 - 혜자
춘추전국시대 위나라의 승상 전수는 신하들과 관계가 좋지 않았다. 재상인 혜자가 보다 못해 전수에게 충고했다. “왕의 측근에 있는 신하들과는 원만한 친분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버드나무는 뿌리내리기 쉬운 나무이기 때문에 모로 심거나, 거꾸로 심거나, 꺾어서 심어도 반드시 뿌리를 내리고 살아납니다. 그러나 열 사람이 심는다 해도 한 사람이 뽑는다면 한 그루도 살아남지 못할 겁니다. 열 사람이 심는데도 불구하고 뽑는 한 사람을 당해내지 못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심기는 어려워도 뽑기는 쉽기 때문입니다. 왕에게 가까이 다가서려고 하시지만 쉽지 않은 것은 왕에게서 떼어놓으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왕의 측근에 있는 신하들과 친하게 지내셔야 합니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눈으로 보지 않은 것은 믿지 않는 인간의 성향을 잘 표현한 말이다. 때문에 설득을 할 때 직접 보여주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나, 그렇지 않을 때는 비유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적절한 비유는 상대로 하여금 머릿속에 영상을 떠올리게 하여 눈으로 보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낳는다.
사람들은 일반적인 특징을 이야기하면 다른 사람에게도 그런 특징이 있는지의 여부는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이 지닌 독특한 특성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현상을 심리학에서 ‘바넘 효과(Bamum Effect)’ 혹은 ‘포러 효과’라 한다.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지니고 있는 성격이나 심리적인 특징을 자신만의 특징으로 여기는 경향은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좋은 것일수록 강해진다. 쉬운 예로 사장이 직원들을 모아놓고 “양털처럼 포근하게 고객을 대한 사원을 선발해서 보너스를 주겠다”고 하면 많은 직원들이 보너스는 자기가 타게 될 거라고 확신한다. 첨단 과학의 발달로 인해 불가사의한 일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현대에 점쟁이들이 여전히 활개를 치는 이유도 바넘 효과의 영향이라 할 수 있다.
다수를 설득할 때 적절한 비유를 사용하면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적절한 비유는 대중을 상대로 한 연설에 반드시 필요하다. 사람들 저마다는 각기 다른 사연을 갖고 있으니 대중의 사연을 일일이 파악한 뒤 일대일로 설득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때 비유는 많은 사람들의 의식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되며, 대중은 각자 그 비유를 끌어다가 자신의 상황에 맞게끔 변형한다. 예수나 석가가 비유를 많이 사용한 것도 그 이유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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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는 “세계 만물은 은유다”라고 했다. 세상이 은유로 뒤덮여 있음을 말한 것이리라. 살다 보면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고 꼼짝하지 않는 사람을 설득해야 할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많은 말을 하는 것보다 적절한 비유를 하나 툭 던지는 게 좋다. 특히, 윗사람에게 충고할 때는 직설적인 화법보다는 은유가 낫다. 동양적인 사고방식에 젖어 있는 사람들은 나이나 직위에도 자존심이 있다고 생각하여 아랫사람이 직설적으로 충고하면 자존심 때문에 선뜻 충고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선물을 하기 위해서 반드시 집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선물만 대문 앞에다 놓고 돌아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때로는 상대가 자발적으로 마음의 문을 열고 나오게끔 유혹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