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 마인드

   
리처드 거스트먼· 허버트 마이어스(역자: 강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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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리브르
   
18000
2008�� 04��



>■ 책 소개
남다른 창조성으로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사람들은 창조성을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이 책에는 저널리스트, 극작가, 유리조형가, 건축가, 인포시스 CEO, 소설가, 연출가, 팝 아티스트,컴퓨터 엔지니어, 디자이너, 극사실주의 화가, 영화감독 등 다양한 분야의 창의적 리더 20인의 크리에이티브 마인드가소개된다.


창조적인 인물들의 삶과 업적을 나열하기보다는 창조성에 대한 해석도 그 과정도 제각각의개성이 묻어나는 스무 명의 삶을 들여다보고, 창조성에 대한 그들의 철학을 직접 묻고 들으며 그 사람들 자체를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창조적이라는것에 대한 진정성을 되새기고자 한다. 이를 통해 창조성을 발휘하는 데 구체적인 자극제가 되는 것은 무엇인지, 우리네 삶의 양식과 조건에까지 일대변화의 바람을 불어넣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에 대한 호기심을 풀이한다. 또한 성장배경은 이들의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미쳤는지, 성격은어떠한지, 아웃사이더였는지 등 흥미로운 사안들도 분석한다. 


■ 저자 리처드 거스트먼· 허버트 마이어스
세계적인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디자인 서비스 회사 ‘거스트먼+마이어스’를 설립한 이 두 사람은 회사를 이끌어가는 35년간 디자인상 300여 개를 휩쓸며두각을 나타냈고 창조성에 관한 한 현역에서 물어난 지금도 누구보다 열정적이다. 허버트 마이어스는 세계 전역의 클라이언트들을 상대하기 위해거스트먼+마이어스의 자회사인 글로벌디자인네트워크를 세워 대표를 지냈고, 리처드 거스트먼은 브랜드와 생산자원 경영의 선두주자인 브랜드위저드의공동설립자이기도 하다. 창조성과 디자인을 주제로 수많은 글을 쓰고 강연을 해온 두 사람은 『디지털 시대의 브랜드 작업 size=2>


■ 역자 강수정
연세대학교를 졸업한 후 출판사와잡지사에서 일했으며, 지금은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신도 버린 사람들』『아버지가 없는 나라』『앗 뜨거워』『독서 일기』『우리시대의 화가』『시장의 유혹, 광기의 덫』『반짝이는 박수 소리』『동물들의 겨울나기』『리버 타운』 등이 있다.


■차례
‘거스트먼+마이어스’
서문


데이비드 핼버스탬 - 세상을 보는 창을 열다
에드워드 올비 - 무의식에서 아이디어를얻다
데일 치훌리 - 통제된 우연을 이용하다
다니엘 리베스킨트 - 건축으로 현실을 창조하다
난단 닐레카니 - 세계 경영의 미래를구상하다
에리카 종 - 내 안의 악마를 유혹하다
줄리 테이머 - 감동과 영감, 환희로 마음을 건드리다
제임스 로젠퀴스트 -2차원 표면에 환상을 만들어내다
스티브 워즈니악 - 삶을 단순화시키는 발명
롤란트 하일러 - 타협의 경향에 반기를 들다
밀턴글레이저 - 디자인의 제너럴리스트가 되다
척 클로스 - 예술의 신비로운 비밀을 밝히다
스파이크 리 - 영화의 지평을바꾸다
크리스 뱅글 - BMW 그룹 디자인을 구현하다
폴 워릭 톰슨 - 변하지 않을 의미를 찾아서
마빈 햄리시 - 작곡하고협연하다
스티븐 홀 - 규칙을 파괴하다
일리아나 구어 - 내 생애 최고 작품은 실수로부터 나왔다
켄 헤이먼 - 다른 사람들보다더 많이 보는 것”
카림 라시드 - 산업디자인의 미적 감각을 바꾸다


감사의 글


* 창의적 리더 20인 간략 소개
데이비드 핼버스탬: 저널리스트, 베트남전 기사로퓰리처상 수상
에드워드 올비: 극작가, 퓰리처상 세 차례 수상·토니 작품상 수상
데일 치훌리: 유리조형가, 유리공예의 영역을 확장한설치미술의 대가
다니엘 리베스킨트: 건축가, 세계무역센터 재건축 설계
난단 닐레카니: 인포시스 CEO, 타임 선정 ‘세계에서 가장영향력 있는 100인’
에리카 종: 소설가, 여성 욕망을 표현한《비행 공포증》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킴
줄리 테이머: 연출가,영화〈프리다〉 감독, 뮤지컬〈라이온 킹〉으로 토니상
제임스 로젠퀴스트: 팝 아티스트, 초대형 캔버스 작업을 주 분야로 함
스티브워즈니악: 컴퓨터 엔지니어, PC 발명, 스티브 잡스와 애플 컴퓨터 창립
롤란트 하일러: 디자이너, 포르셰 스튜디오 수석 디자이너로 패션디자인 총괄
밀턴 글레이저: 디자이너,〈뉴욕 매거진〉공동창립, 쿠퍼-휴잇 평생공로상
척 클로스: 극사실주의 화가, 독특한 격자로 대형초상화 작업, 구상미술의 대가
스파이크 리: 영화감독, 소수자 차별을 질타, 독립영화의 기수,《똑바로 살아라》등 감독
크리스 뱅글:BMW 수석 디자이너, 보수적인 BMW 스타일을 혁신시킴
폴 워릭 콤슨: 미국 쿠퍼-휴잇 디자인박물관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관장
마빈햄리시: 작곡가,〈코러스 라인〉뮤지컬 작곡, 오스카상·그래미상·토니상·골든글러브상
스티븐 홀: 건축가, 박물관부터 주거시설까지 다양한 영역작업, 키아스마 현대미술관 확장 공사
일리아나 구어: 조각가, 야드 바셈에 홀로코스트 상징하는 청동상 창작
켄 헤이먼: 매그넘사진작가,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와 20년간 현장 동행
카림 라시드: 산업디자이너, 컨템퍼러리 디자인으로 혁신을 몰고옴





크리에이티브 마인드


서문 

영화, 책, 음악, 그림, 조각, 건축, 산업디자인 등과 같은 창조적인 작품은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 아이디어라는 작은 씨앗의 싹을 틔우고 구체화해서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내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탄생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아이디어를 표현하면서 모험적인 시도로 세상에 자극을 가하고 싶어하고, 그렇게 해서 대중이 즐겁고 유익하게 활용해주길 바라기 때문에 영화와 연극과 책, 자동차와 건축 같은 각종 서비스가 창출되는 것이다.


서점에 나가보면 창조성과 관련된 책들이 꽤 많다. 대부분은 인물에 초점을 맞추고 그들의 삶과 업적을 추적한 내용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창조성을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조명해보고 싶었다. 창조적인 사람들이 남들은 상상조차 못하는 아이디어와 생각들을 어떻게 꿈꾸고 구상해내는지 그 계기와 비결을 그들의 육성으로 듣고 싶었다. 창조적인 사람들 자체를 책의 대상으로 삼고 싶었다.


이번에 우리가 인터뷰한 사람들은 모두 자기 분야에서 성공했으며 대부분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면서 이름을 떨치는 프로들이다. 이들은 저마다 창조성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사람들에게 환호를 받은 작업의 아이디어 과정과 단계를 설명했다. 인터뷰 대상은 예술과 건축, 문학, 디자인, 연극과 영화, 음악, 그리고 무대 공연과 경영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선정했다. 연령대와 국적도 다양하다.


그 어느 때보다 창조성이 중시되는 이 시대에 창조성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다면 해당 분야 종사자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이 책을 펼쳐 든 독자들이 창조적인 인생을 살아가는 데도 큰 자극이 되리라는 것이 우리의 기획 의도였다.


인터뷰 과정에서 이들은 과연 창조적인 사람들답게 다들 개성적인 방식으로 질문에 답했고, 그러면서 독특하고 흥미로운 시각을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공통된 특징도 발견할 수 있었다. 창조적인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거나, 관습과 규칙 깨뜨리기, 개인적인 만족감, 발견과 개인주의를 중시하는 태도 같은 동일한 주제들이 조금씩 다른 언어로 표현되고 있다.


이 책을 기획하게 된 건 디자이너로서 창조의 열정을 불태웠던 우리 두 사람의 개인적인 경험 때문이었다. 창조적인 작업과 더불어 인생에서 성공을 거둔 이들과 나눈 만남이 우리에게 큰 기쁨과 자극을 준 것처럼 이 책에 담긴 그들 개인의 시각과 진솔한 모습이 독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용기와 영감을 주리라 믿는다.



에드워드 올비Edward Albee - 무의식에서 아이디어를 얻다

에드워드 올비는 미국 연극의 지평을 바꿔놓은 작품과 주제 의식으로 유명하다.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라Whos Afraid of Virginia Woolf?>, <동물원 이야기The Zoo Story>, <키 큰 세 여성Three Tall Women>, <샌드박스The Sandbox>를 비롯한 이름 높은 희곡은 대부분 현대인의 삶을 깊이 통찰한 역작이다. 그의 작품에 담긴 독창성은 그를 동시대 다른 작가들과 구분되는 독보적인 존재로 만들어준다. 올비는 퓰리처상을 세 차례나 받았고, 토니 평생공로상과 국가예술훈장을 비롯한 많은 상을 수상했다. 대학 강단에도 자주 서며 작가와 예술가들의 쉼터 역할을 하는 에드워드 F. 올비 재단의 회장이기도 하다.


창조와 예술 창작에서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인간만이 그런 행위를 하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창조성이 우리 뇌 속 신경 회로의 어떤 장난스런 변덕에 따라 좌우된다고 확신한다. 지능이나 감수성,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관심 정도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살면서 똑같은 경험을 한다. 그런데도 창조하는 사람이 있고 창조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 까닭은, 창조하는 사람은 단순히 경험한 것에서 만족하지 않고 기어이 발언을 하기 때문이다. 예술은 만인이 겪은 경험에 대한 그들만의 발언이다.


창조성을 표출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자신이 뭐가 될지를 깨닫는 나이도 제각각이다. 나는 양부모 밑에서 자랐는데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두 분이 내게 원하는 것이 너무 달랐기 때문에 나는 열여덟 살에 집을 나왔다.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었다. 너무나 많은 가정과 학교에서 창조성을 억누른다. 나는 정말 원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에 집을 나왔다.


학교 교육은 처음엔 집에서, 그러다 집을 떠나 로렌스빌과 초트 같은 명문 사립학교를 다녔다. 내게 별난 구석이 있다는 걸 감지한 아주 훌륭한 선생님들을 거기서 만났다. 그분들은 예술을 자주 접하라고 나를 격려했고, 허섭스레기가 아닌 좋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다. 내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걸 알고는 뛰어난 작품들을 접할 수 있게 했다. 이런 것들이 전부 큰 도움이 되었다.


창조력은 유행을 따르는 게 아니라 경험에서 스스로 자극을 받을 때 북돋울 수 있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것들을 흡수하고 그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능력은 스스로 간직해야지, 어딘가에서 가져와서 심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극작가에게는 창조성의 일부인 아이디어가 필요한데, 그게 어디서 나오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얘기하려 들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디어가 무의식에서 온다고 믿는다. 한 희곡에 대해 줄곧 생각해왔다는 걸 어느 날 문득 깨닫는다. 상당히 오랫동안 무의식에서 그것을 생각해왔던 것이다. 그러다 느닷없이 그 생각이 의식의 영역으로 전이된다. 무의식에서 진행되던 생각을 포착해서 의식의 영역으로 옮기는 것, 그것이 내 창조 과정이다. 생각이 흘러가고 싶은 대로 흘러가게 놔둔다. 희곡이 종이에 적히고 싶어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글을 쓴다. 우리가 쓰는 모든 글은 전적으로 무의식에 좌우되고, 우리는 단지 그걸 종이에 옮겨 적는 것뿐이다.


내 작품은 대부분 배를 놓친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삶의 끝자락에 이르러 인생을 충만하게 살지 못했음을 통회한다. 나는 사람들에게 충만한 삶을 살라고, 모험을 두려워하지 말고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렇지 못한 삶은 숨을 쉰다고 해도 죽은 것이나 다름없이 끔찍하다. 사람들이 내 작품을 통해 지속적으로 깨어 있었으면 하는 것이 내 강렬한 소망이다. 머리와 가슴과 영혼이 모두 깨어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스티브 워즈니악Steve Wozniak - 삶을 단순화시키는 발명

스티브 워즈니악은 1976년에 스티브 잡스와 함께 애플 컴퓨터를 세웠다. 이어서 1970년대 중반에 애플 Ⅰ과 애플 Ⅱ를 세상에 선보인 그는 퍼스널컴퓨터의 발명가로 인정받고 있다. 워즈니악과 애플 컴퓨터는 엔지니어로서 쌓은 경험과 더불어 발견에 대한 집요한 의지로 세상을 바꿔놓았다. 이후 워즈니악은 거물 투자자로 변신했으며, US 페스티벌을 통해 콘서트를 홍보하고 자선사업에도 힘써왔다. 미국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등재되었고, 국립기술훈장과 하인츠 상을 비롯한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내 창조성의 원천은 수줍음 많은 성격과 컴퓨터에 대한 애정, 이 두 가지이다. 워낙 부끄러움이 심해서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직업은 애초에 바라지 않았다. 남들과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길을 가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이 시도하지 않는 접근법으로 차별성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컴퓨터는 초등학교 때부터 좋아했다. 고등학교 가서는 컴퓨터 설계에 매달리다시피 했다. 칩을 더 적게 쓰면서도 성능이 뛰어난 컴퓨터를 개발하는 걸 나만의 게임으로 삼았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개발하려고 주말마다 노력하다 보니 저절로 실력이 쌓였다. 그러면서 굉장히 독특한 솔루션을 찾아냈다.


휴렛패커드HP와 디지털이큅먼트DEC를 비롯한 몇몇 회사에서 미니컴퓨터가 출시되고 있었지만 그때만 해도 내가 컴퓨터 설계를 직업으로 갖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다. 그냥 재미삼아 했을 뿐이다. 이 작은 게임에서 뛰어난 실력을 갖추려고 안간힘을 썼던 이유는 승자의 기분을 맛봤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 일로 보수를 받고, 명예를 얻고, 심지어 상을 타거나 요트를 소유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게 즐거웠고, 그 일이 컴퓨터 설계였을 뿐이다.


프로그램을 구동할 수 있는 컴퓨터가 집 한 채 값이던 시절, 나는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가격대의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 부품들을 구해다가 그걸 어떻게 연결해야 원하는 걸 손에 넣을 수 있을지 고심했다. 결합된 부분들이 너무 많으면 그 설계는 폐기해버렸다. 작고 짧고 단순해야 했다. 사물을 단순화시켜 바라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 창조성의 가장 큰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스티브 잡스는 고등학교 때 처음 만났고, 곧 친한 친구가 되었다. 나중에 나는 HP에서, 그는 아타리Atari에서 일하다가 둘이 함께 회사를 세우고 애플 Ⅱ를 설계했다. 시스템 메모리에서 텍스트와 그래픽, 그리고 색을 이용해 설계했다. 키보드, 모니터, 게임 컨트롤러, 사운드가 함께 작동하는 최초의 PC였다. 그리고 가격이 낮았다. 그건 내가 처음부터 철저하게 모든 걸 설계한 진짜 컴퓨터 1호였다. 경쟁자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애플 Ⅱ는 PC의 혁명을 일으켰다. 자료를 카세트테이프에 저장하던 것에서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로 이동한 것은 사업용 프로그램 구동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1970년대 말이 되자 갑자기 컴퓨터가 한 달에 1만 대씩 팔려나갔다. 우리는 1980년에 주식공개를 했고, 하룻밤 사이에 백만장자를 여럿 만들어냈다.


요즘은 컴퓨터 강의와 강연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자원봉사에도 열심이고, 위원회에도 많이 참여한다. 또 가끔은 자동차를 놔두고 작고 가벼운 세그웨이를 탄다. 한동안은 US 페스티벌에서 콘서트 프로모터로 일하기도 했다. 그리고 학교로 돌아가 8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쳤다. 일주일에 하루도 빠짐없이 수업을 하느라 무척 바빴지만, 늘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다. 뭔가를 생각해냈는데 옆에서 "아니지, 아니야. 그 방법은 틀렸어"라며 고개를 젓더라도 그 사람들 말에 개의치 말고 혼자 힘으로 진실에 도달할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사람들은 나를 평가할 때 남다른 사고방식을 지닌,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은 길을 두려워하지 않는  창조적인 엔지니어라고 한다. 나를 늘 유용하고 실용적이면서도 값은 아주 싼 물건을 만드는 걸 최대 목표로 삼고 살아왔다. 그리고 PC가 우리의 생산성을 올려주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더 행복해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사람들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걸어가는 길고 구불구불한 여정에서 다만 한 점에 불과할 뿐이다.


인생은 얼마나 행복한가, 얼굴을 찌푸리지 않고 얼마나 더 많이 웃었는가에 달렸다. 돈이 얼만큼이고 요트가 몇 척인지는 아무 상관이 없다. 회사를 얼마나 잘 운영하고, 집안 살림을 어떻게 하는가와도 관련 없다. 순전히 행복에 대한 문제다. 아주 조금만 소유하고도 여전히 행복하고 멋진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밀턴 글레이저Milton Glaser - 디자인의 제너럴리스트가 되다

그래픽디자인과 건축설계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는 밀턴 글레이저는 현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동시에 후학 지도에도 힘을 쏟고 있다. 포스터와 그래픽 등 수많은 성과물로 잘 알려졌고, 1954년 푸시 핀 스튜디오Push Pin Studio를, 1968년에는 「뉴욕 매거진」을 공동 설립했다. 뿐만 아니라 뉴욕에 있는 수많은 레스토랑 디자인은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파리의 조르주퐁피두센터와 뉴욕현대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2004년에는 스미소니언 쿠퍼-휴잇 평생공로상과 미국 국립디자인박물관의 컨템퍼러리 디자인 공로상을 포함한 권위 있는 상을 다수 수상했다.


창조하고픈 충동은 인류의 본성이다. 인간은 형태를 만드는 동물이다. 형태를 만든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창조적인 작업이다. 인류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창조성이 필요했고, 그것은 인간이라는 종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는 데 큰 힘이 되었다.


개중에는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창조성을 억누르는 사람도 있다. 평범한 업무 환경에 적응하려면 실제 자기가 지닌 것보다 창조성을 덜 발휘해야 한다. 직장생활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보다 더 창조적이 될 수는 없다. 본질적으로 위험도를 낮추려는 프로 정신과 모험을 권장하는 창조성 사이에서 갈등할 수밖에 없고, 이 모순을 조화시키기는 어려운 일이다.


나는 우주에 아이디어가 너무 많이 떠돌아 다녀서 우리가 뭔가를 보거나 듣는 순간 감당할 만한 수준 이상의 아이디어가 생긴다고 확신한다. 개인적으로 내 아이디어의 가장 큰 원천은 독서다. 인류학과 행동주의, 뇌 구조 관련 서적도 읽는다. 아이디어는 각자의 개인사와 다른 세대가 거쳐온 세월, 그리고 시각 예술의 역사가 만나서 나오는 것 같다.


나는 늘 인류 역사에 생각의 연속성이 존재하고 우리가 거기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다. 아이디어는 한 개인의 과거와 다른 세대의 과거, 그리고 세계의 시각예술, 이 모든 차원이 광범위하게 축적되어 나온다. 예술과 기술의 흐름도 수천 가지 아이디어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아이디어의 샘은 무궁무진하다.

나는 디자이너이며 오랫동안 이 일에 종사해왔다. 나는 일이 너무 좋다. 세상에서 가장 신난다. 여전히 배울 게 많은 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아주 큰 행운이다. 디자인 일이 지닌 최고 미덕은 배움에 끝이 없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반열에 오르면 그때까지의 성취로 순항하는 다른 분야의 프로들과 대조되는 긍정적인 혜택이다. 디자이너는 죽는 날까지 흥미와 열정과 경이를 간직할 수 있다.


나는 스스로를 디자인계의 제너럴리스트로 생각한다. 인테리어부터 조각, 조명, 그래픽, 포스터와 소묘까지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게 좋다. 그러다 보면 계속해서 모르는 것을 접하기 때문에 일정한 수준에 도달한 다음 아는 것만 줄기차게 반복하는 일을 피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개방적인 태도를 고수하는 것은 권태와 무관심을 경계하려는 내 나름의 방책이었다.


나는 가르치는 일도 좋아해서 오래전부터 해왔다.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디자인 활동에 보편적으로 적용하는 규칙을 소개하겠다.

1 대상을 명확히 정할 것

2 메시지를 명료하게 다듬을 것 : 대상에게서 어떤 행동을 이끌어내고 싶은가?

3 어떤 스타일과 기술, 그리고 매개 수단이 그 메시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결정할 것


창조성을 멈추지 않으려면 과거에 이룬 성취는 폐기하거나, 최소한 그것을 토대로 다시 새로운 것을 쌓아야 한다. 아이디어 몇 개에 자신을 한정시키는 것이야말로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렇게 지금껏 많은 일을 했다. 그럴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늘 강조했던 디자인 제너럴리스트로서 자리를 굳힐 수 있었다는 것이 무엇보다 행복하다.



스티븐 홀Steven Holl - 규칙을 파괴하다

스티븐 홀은 2001년 「타임」이 선정한 미국 최고의 건축가였다. 건축가로서 그의 행동반경은 박물관부터 교회, 대사관, 학교, 주거 시설까지 다양하다. 미국은 물론이고 네덜란드, 프랑스, 벨기에, 오스트리아와 중국에 이르기까지 지역에도 한계가 없다. 판란드 헬싱키에 있는 키아스마 현대미술관과 미주리 주 캔자스시티에 있는 넬슨-앳킨스미술관 확장 공사는 그의 걸작으로 평가된다. 프랑스 금관문화훈장과 핀란드 알바 알토 메달, 쿠퍼-휴잇 국립디자인박물관의 건축 부문 디자인상까지 권위 있는 상을 두루 수상했다.


창조성을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나는 구태의연한 사고의 틀을 깨고 자기 일에 창조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로 창조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최선의 방식이 아닌 경우가 다반사인 관습의 굴레를 벗어나는 길이다. 무의식적으로 반복해온 생활방식에서 벗어나려면 새로운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이 지구에서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지에 대해서도 새롭고 창조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창조성은 예술 활동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그것은 생존의 중추이다. 상상력은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 꼭 필요한 핵심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우리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창조적인 사람은 현상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심지어 과학의 영역에서도 객관과 주관이 어우러진다. 실용적이고 객관적인 방식으로만 생각하면 미지의 상황에서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다. 꿈을 펼쳐야 한다. 꿈의 개입을 허용해야 한다. 그래서 객관적인 사고에 주관이 스며드는 일은 아주 결정적이다. 늘 똑같은 길만 마르고 닳도록 걸어 다니는 사람은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없다.


나는 매일 아침마다 한 시간 정도 그림을 그린다. 오래전부터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려왔는데, 이것은 나 스스로를 느슨하게 풀어주는 나만의 기술이다. 내 건축 디자인 중에는 이렇게 초기의 아이디어 스케치에서 시작된 것들이 많다. 이것들은 이를테면 창조성이 처음으로 움튼 순간들의 기록이고, 스케치북을 뒤적여 보면 그 순간들을 쉽게 더듬어볼 수 있다.


건축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하는 일이다. 모든 측면을 연구하고, 기본 요소들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 다음 아침에 일어나 일을 시작한다. 이런 직관은 항상 유지시켜야 실용적으로 통찰할 수 있다. 직관이 실용에 스며들어서 두 가지가 함께 작용하고 있느냐가 관건이다. 거기서 창조적인 해법이 나온다. 직관만으로 일을 처리하려고 들면 혼란에 빠지고, 실용성이나 사실로만 접근하면 결국은 아무것도 안 된다. 창조적인 사람은 설득 능력도 뛰어나야 한다. 창조적인 작업으로 성공하려면 여간해서는 설득되지 않는 사람을 설득해야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창조의 방향을 고민하기에 앞서 건축상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한 것인가부터 지나치게 걱정하는 건축가도 있다. 내 생각에 모든 프로젝트 초기에는 두 가지 일이 생겨야 한다. 첫째는 경쟁 상태에서 개념을 잡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규칙을 어기는 것이다. 프로젝트에 접근할 때는 관습적 사고를 따르면 안 된다. 그건 나의 철칙이다. 필요하다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아니, 다른 길로 가봅시다. 먼저 창조적인 해법을 찾고 나서 나중에 실용적인 문제들을 고민합시다." 클라이언트의 고정관념을 흔들어 새로운 사고방식으로 이끌고, 작업과정에 주관성을 개입시키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이 일을 할 수 없다. 그 다음에는 실용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로 관심을 돌려도 무방하다.


나는 꿈이 많다. 건축가로서 창조적 프로젝트를 완성하겠다는 포부, 그리고 최대한 그 이상에 근접하도록 구현하는 능력, 내게 성공이란 이런 걸 의미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하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한 작업이 안으로 들어가 빛을 보고 공간을 보는 경험을 하는 사람들에게 창조적인 자극을 주고 흥겨움과 영감을 안겨주는 것. 나는 이것을 영원히 성공의 잣대로 삼을 것이다.



일리아나 구어Ilana Goor - 내 생애 최고 작품은 실수로부터 나왔다

일리아나 구어의 조각들은 예외 없이 즉흥적이며 영감으로 가득하다. 이스라엘 티베리아스에서 태어난 그녀는 일생을 대부분 뉴욕에서 보냈지만 고국과의 유대감은 여전히 강하다. 정식으로 미술을 배운 적은 없지만 그녀의 창조성은 조각, 허리띠 버클, 금 장신구, 흔히 쓰이지 않는 콘크리트용 철근으로 만든 가구와 액세서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두루 아우른다. 일리아나 구어의 작품은 미국 전역은 물론이고 이탈리아와 프랑스, 스위스와 독일 등지에서도 전시되었다. 예루살렘의 홀로코스트 추모 박물관인 야드 바셈Yad Bashem에 놓인 대형 청동상은 가장 감동적인 그녀의 작품으로 손꼽힌다.


기억이라는 게 존재하는 어렸을 때부터 나는 줄곧 외톨이었다. 그리고 난독증을 앓았는데, 그때만 해도 난독증이 뭔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들어가는 학교마다 퇴학을 당했다. 어머니는 의사였는데도 난독증을 몰랐다. 그래도 사람들한테 이렇게 대꾸했다. "내 딸을 가만 놔두세요. 그 애는 천재니까." 그러니까 내가 난독증 때문에 고통을 받았다고는 볼 수 없다. 보이는 대로 보고, 하고 싶은 대로 했으며, 부모님도 "가서 숙제 안 하니? 다른 애들처럼 이것저것 잘할 수는 없니?"라고 채근하는 법이 없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나를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지 않았다. 그것이 내 인생을 구했다.


내 취향과 창조성의 뿌리는 과거에 있다. 아주 어려서 미국으로 건너와 지금까지 48년을 살았다. 늘 미국을 사랑했지만, 내가 이스라엘 사람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 사람은 유년기의 뿌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 뿌리를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도 있지만, 결코 거기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진실만 남을 뿐이다. 창조적인 사람으로서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뿌리라고 믿는다. 사람은 누구나 뿌리를 존중해야 하는데, 뿌리 없이는 창조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내게 있는 재능이 자신감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자신 있게 작품 활동을 한다. 나는 누구 밑에서 배워본 적이 없고, 그랬으면 하고 바란 적도 없다. 누군가를 스승으로 두고 배우면 그 사람을 닮고 싶어진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은 책에 나온 대로 한다. 창조적이 되려면 나만의 서명을 개발해야 한다.


나는 기성 재료를 즐겨 쓴다. 탁자와 의자에 썼던 철근 같은 것 말이다. 그런 재료들은 나보다 강할 때가 많고, 그걸 길들여서 자유자재로 쓸 수 있기까지는 몇 년 동안 붙들고 씨름해야 한다. 헨리 무어(Henry Moore: 나무, 돌, 청동을 사용한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조각가)가 위대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에게는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면서 그 특징을 유리한 쪽으로 사용할 배짱이 있었다. 대체로 조각가들은 익숙지 않은 재료를 쓰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늘 똑같은 재료만 쓰고, 잠재된 특징을 활용하는 대신 문질러서 광을 낸다. 그 관행을 깨고 남들과 다르게 작업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은 사람은 무어가 처음이었다.


나는 예술 활동을 하며 그 속에서 사는 것밖에 모른다. 예술과 관련해서 정식 교육을 받은 적도 없다.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를 본능적으로 알 뿐이다. 나는 자유롭고 싶다. 그리고 사람들한테 나처럼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다. 두려워하지 말고 느끼는 대로 살라고 말해주고 싶다. 집에 있는 낡은 가구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새로운 색을 칠해서 변화를 주거나 현대적으로 만드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고, 맹목적으로 유행을 따라가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는 결코 유행을 추종하지 않는다. 그리고 늘 이야기한다. "두려워하지 말아요.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해요. 실수를 통해서 배우세요." 하지만 세상에는 자신감 없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직관을 따라가라고 설득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려고 노력해왔다.


내 탁자를 구입할 경제적 여력이 없어서 비슷한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상관없다. 그 사람들과 교감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누군가에 나처럼 행동할 수 있도록 영향을 주었다는 것, 한순간이라도 행복을 만끽하고 인생을 즐기며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가르쳐주었다는 것. 그 느낌이야말로 내 인생에서 가장 뿌듯하고 창조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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