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강국의 야망과 고민

   
이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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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COM
   
18500
2019�� 02��



■ 책 소개


해외투자, 재테크 길잡이
국제 금융에 대한 통섭적 내공이 가득하다!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한국에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해외투자의 현장에는 실패와 투기, 반전과 역전의 드라마가 넘쳐난다. 최소한의 지식도 없이 이 거친 투자의 전장에 뛰어드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해외투자를 염두에 두고 쓴 책이다. 강대국들의 경제를 주로 다루지만, 경제 외에 역사, 문화, 지정학적 이슈들도 자주 등장한다. 왜냐하면 이들은 같은 집에서 사는 친구들처럼 서로 영향을 주고 받기 때문이다. 역사나 문화, 정치 등을 무시하고 경제만 이해하려 드는 것은 현상을 피상적으로 바라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두루두루 이해해야만 이들 국가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여러 강대국들 중 어느 나라가 해외 투자대상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을까? 저자는 경제강국이라고 알려진 몇몇 나라 정도를 투자 후보군으로 뽑는다. 책에서 다룬 브릭스, 터키, EU, 미국이 그들이다. 이들 국가들에 대한 투자 여부와 상품의 선택은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이종환
저자 이종환은 (현)농심캐피탈 CEO이다. 서강대 졸업, ROTC 군복무 후 삼성물산 국제금융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미국 미시건 주립대에서 MBA를 마친 후 자딘플레밍증권과 환은스미스바니증권에서 리서치, M&A, 유로채권 딜링, 주식과 펀드영업 업무를 담당했으며, 마이애셋자산운용 CEO를 역임하였다. 이화여대 대학원과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한림대학교에서 투자론, 국제금융론을 강의했다. 저서로는 헤지펀드를 소재로 한 『매직램프(원앤원북스, 2006)』와 투자상품을 알기 쉽게 설명한 『금융재테크(리더스북, 2007)』가 있다.

 

■ 차례
1. 영원한 미래의 강대국 브라질

잃어버린 10년
과도한 소비의존형 경제구조
환율 불안의 주범-경상수지 적자
결론

 

2. 자원 부국 러시아
러시아의 탄생
적폐의 상징, 울리가르히
러시아 경제를 관통하는 키워드
결론

 

3. 힌두경제의 나라 인도
모순의 실타래로 얽힌 사회
인도 경제의 미래
취약과 농업과 제조업
결론

 

4. 중국몽, 중국인의 꿈 중국
등소평 이전-치욕의 100년
시진핑 시대와 중국몽
리커노믹스
결론

 

5. 동서양의 교통로 터키
터키 경제의 진면목
오스만 투르크 제국 VS 터키 공화국
터키 경제를 관통하는 키워드-환율
결론

 

6. 바람 잘 날 없는 EU
유로화의 탄생 배경
유로화의 구조적인 문제
유로 재정위기의 발생 과정
결론

 

7. 기축통화 국가 미국
금융위기 발생의 서막
기축통화, ‘달러’
미국의 국력과 저력


결론

 




글로벌 경제강국의 야망과 고민


영원한 미래의 강대국 브라질

불과 10년 전만 해도 브릭스의 일원으로 ‘미래의 강대국’이라는 칭송을 받으며 외국자본을 무섭게 빨아들였던 브라질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왜 경제성장은 멈추고 실업률이 폭등하고, 또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며 환율이 급등하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경제위기가 찾아왔을까요?


브라질을 뒤흔드는 경제위기 사태를 바라보면 생각나는 경구가 있습니다. 바로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입니다. 넘쳐나는 자원을 잘 활용하지 못한 국가들이 많습니다. 풍부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해서 빈번히 경제위기를 맞는 브라질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국가경영시스템이 유기적이고도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이 문제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종국에는 후진적인 정치 역정과 만나게 됩니다.


작금의 브라질 경제위기는 2000년대 초 룰라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싹트기 시작했고, 후임 호세프 지우마 대통령 시대에 사단이 난 것입니다. 룰라 대통령 집권 시기, 브라질은 높은 경제성장을 기록했습니다. 브라질의 주 수출품인 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중국 특수 그리고 브릭스에 대한 환상을 갖고 밀려드는 외국자본 덕에 경제가 고공행진을 거듭했던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룰라 정부는 그때 국가 경제의 약점을 보강했었어야 합니다.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브라질 경제의 문제는 과도한 자원의존과 소비의존형 경제구조, 그리고 허약한 제조업이라는 것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브라질의 고질병인 인플레이션과 환율 불안도 다 여기에서 비롯되는 현상입니다.


그러나 국가의 곳간이 불자 룰라 정부가 맨 먼저 한 일은 저소득층 구제와 최저임금 인상이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임금인상에 걸맞는 생산성의 증가가 따라주어야 경기의 선순환이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설비와 R&D 투자를 늘려서 생산성을 개선하고 제조업의 기반을 다질 절호의 시기였는데, 룰라 정부에서는 도로나 철도 건설 등 인프라에 투자하거나 공장을 짓는 대신 소비세를 인하해 소비를 권장했습니다. 설비 투자를 소홀히 하고 생산성 개선 없이 소비에 의존하는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후임 지우마 대통령은 전임 룰라 대통령이 걸었던 정부 지원금 확대와 소비장려라는 쉬운 길을 따랐습니다. 결과는 보나마나였습니다. 소비 외에 딱히 성장의 동력이 없다 보니 경제가 곧바로 비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때마침 중국 특수가 사라지자 원자재 가격이 폭락했고 실업률은 급등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지우마 대통령이 뇌물사건으로 탄핵을 당했습니다. 후임 테메르 대통령이 분위기 쇄신을 위해 여러 개혁정책을 발표했습니다만, 브라질 경제의 미래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은 싸늘했습니다.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 브라질

브라질의 10대 수출기업에는 자원 수출기업이 상위에 포진해 있습니다. 1위인 철광석 생산기업 Vale사나 2위인 석유 생산기업 Petrobras 등 상단에 포진한 리스트는 수년간 큰 변동이 없습니다. 브라질 정도의 경제력이라면 한국의 삼성이나 현대자동차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나올 만도 한데, 그럴 조짐은 보이지 않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브라질에서 기업하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특히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신생기업들은 많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2017년 WEF의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브라질의 국가경쟁력은 세계 81위로, 전년 대비 6단계 더 하락했습니다. 참고로 한국은 26위였습니다. 브라질의 경쟁력 하락을 주도한 것은 정부 부문이었습니다.


위 그림에서 보듯 조세제도, 부정부패, 관료주의 및 인프라 부족이 가장 큰 문제로 꼽혔습니다. 이 리스트는 수십 년 간 변함없이 상단을 차지하고 있으며, 브라질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일종의 고질병입니다. 이런 것들을 통틀어 브라질 코스트라고 부릅니다.


브라질의 세수 체계는 복잡하기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연방, 주, 시에서 각기 다른 형태의 세금을 부과하는 구조라서 기업들이 애를 먹고 있습니다. 월드뱅크 자료에 의하면, 일반 제조업의 경우 세금 관련 서류작성에 브라질은 연간 2000시간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이는 중국이나 한국의 10배에 해당되는 수치이고, 경제 후진국로 꼽히는 베네수엘라의 800시간보다도 훨씬 많은 수치입니다. 관료주의와 부패 문제도 예전과 비교해 별로 나아진 것이 없습니다.


요동치는 헤알화 환율

소비 증가율 못지 않게 브라질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게 환율입니다. 왜냐하면 환율이 수입 물가와 인플레이션에 직접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또 자금시장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브라질에서 외국인 투자, 특히 달러의 주요 공급처인 외국인직접투자(FDI)는 환율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그래프에서 보듯, 2003년 룰라 정부 이후 브라질 헤알화는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며 달러당 4에서 2헤알 대로 안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2013년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하자 헤알화 환율은 급등했습니다. 2017년 GDP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서고서야 환율은 다소 안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불안한 헤알화는 언제라도 박스권을 탈피해 우상향으로 튈 가능성이 있으므로 브라질 투자자는 우선적으로 환율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한때 많은 전문가들이 2050년이면 브라질이 세계 4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지우마와 테메르 정부의 저조한 경제실적과 불안한 환율을 보면 그 예측은 공허하게 들립니다. 자원과 인구구조를 놓고 보면, 전 세계적으로 브라질만큼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나라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브라질은 값싸고 젊은 노동력이 풍부할 뿐 아니라 세계 1위의 자원보유국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조건이 좋다고 해도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부패, 열악한 인프라, 낮은 교육수준, 비효율적인 관료주의, 만성 경상적자 등 브라질이 해결해야 할 난제는 수없이 많습니다. 이들은 오랜 기간 브라질의 발전을 가로 막았던 병폐로서 하루아침에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지금까지 여러 대책이 나왔지만 별로 성과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브라질의 국가 경쟁력 순위는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 외 브라질이 경계해야 할 것은 자원병(Dutch Disease)입니다. 역사적으로 자원을 팔아서 먹고 사는 나라는 대개 이 병으로 고생을 했습니다. 브라질은 이미 나름의 해결책을 찾은 노르웨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석유부국 노르웨이는 석유에서 나오는 수입을 국내로 들이지 않고 국부펀드를 통해 해외투자에 집중 투입하고 있습니다. 통화유입을 막고 미래를 대비해 저축을 하는 것입니다. 이런 노르웨이를 두고 ‘푸른 눈을 가진 아랍인’, 혹은 ‘똑똑한 바이킹’이라고 칭송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브라질이 노르웨이의 모델을 따르던지 반대로 자원병에 걸려 어려움을 겪었던 네덜란드나 나이지리아의 전철을 밟을지, 선택은 브라질의 몫입니다.


최근 고금리를 앞세운 브라질 채권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이 많은데, 주의를 요합니다. 왜냐하면 고금리 시기는 환율불안 시기와 겹치게 마련이라 환율손실이 이자수익보다 클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단, 원자재 및 상품 가격이 급등할 경우 주식 투자를 한 번 고려해 볼만합니다.



중국몽, 중국인의 꿈 중국

시진핑 시대와 중국몽(中國夢, 중국의 꿈)

시진핑 주석의 통치이념은 중국몽(中國夢)으로 요약됩니다. 시주석은 공식 석상에서 수차례 중국몽을 언급했지만, 정작 중국몽이 무엇인지에 대해 꼭 집어 말한 적이 없습니다. 그 함의에 대해 해석이 분분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부국강병을 통해 중화사상의 꿈을 펼치겠다’는 말로 해석합니다. 중국몽의 요체는 아래 3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공정한 사회

첫째가 공정한 사회를 건설, 사회적 불만을 해소하겠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빈부격차를 줄이고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나 있습니다. 중국의 빈부격차는 근래 다소 개선되기는 했습니다만, 다른 나라에 비해 여전히 높은 편입니다. 2016년 중국의 지니계수는 0.465로, 한국이나 전 세계 평균보다 높고 심지어 러시아보다도 높습니다. 중국의 지니계수가 이처럼 높은 원인 가운데 하나는 도시와 농촌 및 동부와 서부 지역간 소득격차입니다.


그래프에서 보듯, 과거 30년간 도농간 소득격차는 더 벌어져 2015년에는 세 배 가까이 차이가 났습니다. 도시 주택 가격 폭등 외, 동부 해안 도시들의 발전으로 이 격차가 더욱 벌어졌습니다. 해안 도시 위주로 경제개발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일자리가 풍부한 해안 도시들과 서부 내륙 농촌과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진 것입니다.


중국의 지니계수가 높은 또 다른 원인은 부정부패에 있습니다. 미국 영주권을 얻기 위해 미국 부동산 개발 사업에 중국인들이 떼지어 투자를 한다거나 거액의 현찰을 숨기고 입국하려다 캐나다 공항에서 적발된 중국인, 중국 공산당 실세였던 저우융캉에 대한 수사도 원인을 캐다 보면 대부분 중국에서 만연한 부정부패로 귀결됩니다.


대외정책-G2 위상 확립

중국몽에 내재된 두 번째 함의는 대외적으로 국가의 존엄성을 지키겠다는 것인데, 결국 대미관계가 핵심입니다.


그러나 미중 양국의 국력 차이로 인해 중국이 미국과 대립각을 세운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미국과 중국을 일컬어 G2라고 부르고 있습니다만, 두 나라의 국력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국력 차이 외에도 미국이 다른 국가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 뜻대로 대외정책을 가져가는 부분도 중국에게는 부담입니다. 미국은 지금까지 중국이 상대해 왔던 국가들과는 차원이 다른 국가입니다.


2012년 류비륭 교수는 ‘10년 후 부의지도’에서 미중 관계의 핵심 이슈를 정리했는데, 지금도 핵심 이슈는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류 교수가 제기했던 이슈들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환율과 통화 측면에서 보자면, 미국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현 달러 기축통화 체제를 유지하려 할 것입니다. 반면, 중국은 달러 체제에 도전하기 위한 방책으로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간간히 미국은 무역적자를 문제삼아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며 잽을 날리곤 합니다만, 심각한 이슈로 떠오르지는 않았습니다. 과거 플라자 합의로 엔화 환율을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의 무역적자 문제는 환율 문제라기보다는 제조업 경쟁력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중국이 미국의 요구에 맞춰 위안화 가치를 조정해 줄 리도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환율 이슈는 양국 간 기축통화 대결의 종속변수로서 끝없는 설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은 미국 정부를 압박할 일이 생기면 미국 국채 최대 보유국이라는 카드를 꺼내곤 했습니다. 중국이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일거에 팔수도 있다는 무언의 협박을 하는 셈인데, 여기에 미국이 움찔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 국채를 쉽게 팔아 치울 수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이제는 그러한 협박도 잘 통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중국이 미국 국채를 팔기 시작하면 미처 다 팔기도 전에 가격이 폭락할 텐데, 이 경우 제일 큰 손해를 보는 나라는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들고 있는 중국이기 때문입니다.


리커노믹스

중국몽의 세 번째 함의는 ‘리코노믹스’를 통한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발판 마련입니다. 리커노믹스는 리커창 총리의 경제 정책을 일컫는 신조어입니다. 근래 시주석이 관심을 가지고 경제를 직접 챙기면서 ‘시지노믹스’라는 신조어가 생겼습니다만, 이 두 정책의 뿌리는 거의 같습니다. 중국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고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없애기 위해 재정정책, 국영기업, 금융산업 등 여러 부문에서 개혁을 실시하겠다는 것입니다. 단 그 과정에서 돈을 쏟아 붓지는 않겠다는 것이 일본 아베노믹스와 다른 점입니다. 리커노믹스가 제시한 아젠다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추구하는 목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리밸런싱(rebalancing)과 개혁(reform)을 통한 경제 체질개선입니다. 리밸런싱은 과도한 수출과 투자 비중을 줄이는 동시에 소비 비중을 높여 내수시장을 키우는 것입니다. 개혁은 경제 전반에 뿌리내린 비효율을 제거하는 것을 뜻합니다. 구체적으로, 개혁을 통해 제조업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낙후된 금융시스템 개선과 기술 개발을 통한 고부가 하이테크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리밸런싱과 개혁을 통한 체질개선, 이는 필연적으로 고통과 저성장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저부가 제조업 위주 고성장 정책을 포기하고, 인위적인 경기 부양책을 쓰는 대신 기술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경기부양 부작용 해소입니다. 2008년 대규모 경기부양을 실시하면서 생겨난 부작용, 특히 지방정부의 부채문제와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을 적절하게 손보겠다는 것입니다.


결론

중국몽, 중국인의 꿈

시진핑 주석이 내건 중국몽은 결코 이루기 쉬운 꿈은 아닙니다. 우선 부정부패나 빈부격차 해소와 같은 일차적인 정책 과제를 실현하는 것도 중국에게는 벅찬 일입니다. 중국 사회 전반에 걸친 부패의 뿌리가 깊고, 개혁에 대한 반발과 저항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한편 중국 정부가 바라는 대로 내수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일련의 선순환 시나리오가 필요합니다. 근로자의 임금이 오르고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려면 먼저 생산성이 증가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이 발달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투자가 선행되고 금융제도도 선진화되어야 합니다.

큐브를 맞추기 위해서는 여섯 면이 모두 들어맞아야 하는 것처럼 내수시장이 커지려면 결국에는 사회 전체의 소득과 복지 수준이 함께 올라가야 합니다. 마구잡이로 끌어올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닌 만큼 내수 확대 시나리오가 실현되는 데는 아마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외에도 중국이 해소해야 할 과제는 널려 있습니다. 공장을 돌리기 위해 필요한 자원과 에너지 확보문제, 황사와 공장의 폐기물 처리 등 환경문제, 잊을 만하면 터지는 소수민족 분쟁 등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또 14개 국가와 수만 km에 달하는 국경을 맞대고 있어 국경선 관리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미국이나 러시아, 일본 등 강대국 뿐 아니라 중앙아시아 나라들과 직, 간접으로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이고 IT나 전기차, 반도체 산업 등을 통해 기술굴기를 표방하고 있으므로 자산시장, 특히 몇 년간 부진했던 주식 시장이 급등할 여지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중장기 전망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 논란이 있는 만큼, 향후 2, 3년간 중국에 대한 투자는 신중하게 접근하시기 바랍니다.



기축통화 국가 미국

기축통화, ‘달러’

트레핀의 딜레마

일반적으로 통화가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신뢰성과 유동성을 동시에 지녀야 합니다. 오래 들고 있어도 그 가치가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신뢰성이라고 합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의 공급이 충분하고 돈을 받아주는데도 많아서 사용하는데 불편이 없는 상태를 ‘유동성이 있다’고 합니다. 신뢰성이나 유동성 중 어느 하나만 부족해도 통화로서의 기능을 상실합니다.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금화는 신뢰성은 있으나, 사용하기 불편해 유동성이 부족했습니다. 반대로 제1차 대전 이후 독일정부가 마구 찍어 사용하던 마르크화는 유동성은 넘쳐났으나, 신뢰성이 없어 화폐로서의 기능을 상실했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잘 생각해 보면, 신뢰성과 유동성은 동전의 양면처럼 양립하기 어렵습니다. 신뢰성과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통화량을 줄이면 유동성이 떨어지고, 반대로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화폐량을 늘리면 신뢰성이 약해져서 가치가 떨어집니다. 이런 현상을 트레핀의 딜레마라고 칭합니다.


기축통화 달러

달러도 트레핀의 딜레마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합니다. 특히 양적완화로 돈이 많이 풀리면서 달러의 신뢰성, 즉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그렇지만 달러화는 기축통화의 지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유동성과 신뢰성 측면에서 달러에 필적할 만한 대안 통화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먼저 유동성 측면에서 보면, 외환거래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무역이나 투자를 하다 보면 결제나 송금을 하기 위해 외환을 사고 팔게 마련입니다. 위 그래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기준 총 200% 가운데 약 87%로서 절반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달러 결제 비중은 유로나 엔화를 합친 것보다도 높습니다. 달러가 없는 국제금융이나 교역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한편, 각국의 외환보유고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과 달러 가치를 보더라도 달러의 신뢰성은 크게 훼손되지 않았습니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이, 달러가 각국 외환보유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입니다. 과거 20년간 그 비중이 다소 감소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제2위 통화인 유로조차 달러에 비해 비중이 훨씬 적고, 중국의 위안화는 아예 존재감이 없습니다.


다른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도 역시 크게 훼손되지 않았습니다. 달러 인덱스는 주요국 7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상대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1973년을 기준점(100)으로 연방준비은행에서 발표하는데, 2000년대 이후 하락하는 듯하던 인덱스 수치는 2010년 이후 다시금 상승해 2018년 11월말 기준 91.7을 기록했습니다.


세계 1위의 경제력과 군사력

미국은 여전히 세계 1위의 경제강국입니다. IMF에 따르면, 2018년 미국 GDP는 20조 달러로, 중국(14조 달러)은 물론이고 일본(5조 달러)을 크게 앞섭니다.


경제만이 아닙니다. 미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그 군사력을 자주 동원했는데, 이는 달러의 위상을 지키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무역과 환율을 둘러싸고 여러 크고 작은 분쟁이 끊이질 않는 국제금융시장에서 기존 질서를 어지럽히는 나라들이 생기면 이들을 실력으로 제압할 수 있어야 기축통화 체제가 제대로 굴러갑니다.


차트에서 보듯, 군사 강대국 미국의 국방비는 다른 나라들을 압도합니다. 미국의 국방비는 2위인 중국과 다른 강대국들의 국방비를 합친 것보다도 많습니다. 2017년 한 해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이런 추세가 수십 년 간 지속되어 왔기 때문에 미국과 다른 나라의 군사력 차이는 엄청나다고 보여집니다.


또 미국은 핵무기나 우주과학기술, 공군력 등 현대전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전력에서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NATO나 한미동맹 같은 군사동맹이나 또 Five Eyes(미국, 호주,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 5개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군사정보와 주요 기밀사항들을 공유하고 있다) 같은 첩보동맹 국가들은 유사시 미국과 함께 전쟁을 치르게 되어 있습니다. 특히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항공모함은 미국의 군사적 위상을 잘 보여줍니다.


미국의 정치 시스템

미국 투자자는 물론이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달러화와 미국 국채에 변함없는 신뢰를 보내는 또 다른 이유는 미국의 민주적인 정치 시스템에 있습니다. 견제와 균형의 바탕 위에 개방적이고도 투명한 민주적 절차와 법에 따라 작동하는 정치 시스템은 미국 정부와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감을 조성합니다. 미국에 투자하는 투자자라면 누구나 법에 따라 공정한 대우를 받을 것을 기대합니다. 공산주의 국가나 일부 권위주의적인 국가와 달리 미국 정부는 사유재산을 임의대로 압류하거나 징발하지 않습니다. 투자자들의 이런 믿음 덕에 달러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줄지 않는 것입니다.


막강한 미국의 Soft Power

소프트 파워는 ‘강제나 보상이 아닌 설득과 매력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는 능력’입니다. 1980년대 시중에 떠돌던 미국 쇠망론을 반박하기 위해 하버드 대학교의 조셉 나이 교수가 처음 제시한 개념입니다. 그는 미국의 경제력이나 군사력은 쇠퇴하고 있을지 몰라도 소프트 파워는 막강하다면서 미국 쇠퇴론을 일축했습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와서 보면 조셉 나이 교수의 주장이 틀린 것 같지 않습니다.


막강한 미국의 소프트 파워와 관련, 미국이 세계 1위를 달리는 분야는 수두룩합니다. 노벨상 수상자 숫자도 압도적으로 많거니와 야구나 미식축구 등 주요 스포츠 분야를 석권하는 팀도 미국팀이고, 유명한 선수, 그리고 감독도 대부분 미국인입니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LA다저스나 양키즈는 미국 메이저리그 소속이며, 전설적인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도 미국인입니다. 영화산업도 미국의 할리우드가 전세계 시장을 지배하고 있고, 마를린 먼로, 록허드슨, 톰 크루즈 등 수많은 스타를 배출해 냈습니다.


결론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그의 명저 ‘Diplomacy’’에서 21세기 미국의 위상에 대해 간단명료하게 말했습니다.


“What is new about emerging world order is that, for the first time, the United States can neither withdraw from the world nor dominate it.”


“미국 독주의 시대는 끝났다. 21세기는 미국을 포함해서 여러 나라가 힘을 나누어 가지는 다극화 시대가 올 것이다”라는 예언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키신저 전 장관의 예언은 절반 정도만 실현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미국이 혼자 국제 정세를 좌지우지할 수 없는 다극화 시대가 찾아온 것은 사실이지만 소프트 파워를 포함한 국력 면에서 미국이 다른 나라들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막강한 국력은 달러에 고스란히 찍혀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나라가 필요할 때마다 미국처럼 돈을 찍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축 통화 국가로서 미국만이 누리는 특권입니다. 향후 달러의 위상은 글로벌 경제 기상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때 달러를 위협했던 일본의 엔화나 유로는 각각 턱없이 작은 경제 규모나 자체적인 결함 때문에 달러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중국의 위안화도 일모도원의 형국입니다. 기축통화는 둘째치고, 그 전단계인 통화의 국제화도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달러가 영원히 기축통화로 남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미국 내부의 문제로 달러가치가 붕괴되거나 여러 나라들이 연계하는 경우에는 새로운 기축통화의 등장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기축통화 전쟁은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


미국 자산시장에 대한 투자는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특히 주가나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 중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을 대표하는 업종대표지수나 블루칩 내지는 우량 부동산 리츠에 투자를 권합니다. 왜냐하면 미국 정부는 다른 나라 경제 상황과 무관하게 돈을 무한정 찍어내서라도 자산가격의 하락을 방지하고 경기를 살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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