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전 세계 상위 1,000명의 재산을 합치면 하위25억 명의 재산을 합한 수치의 두 배다.
또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2%가 전 세계 가계 자산의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으며
상위1% 계층의 재산은 하위 50% 계층의 그것과 비교해 2,000배를 넘어선다. & & & & & &
• 대체 그 많던 중산층들은 다 어디로사라진 걸까?
• 왜 자본주의 사회는 1%를 위한 고속도로와 99%를 위한 정체도로로만 구분되어 있는 걸까?
• 자본주의 사회는어떤 타협을 맺었기에 이토록 급격한 양극화가 벌어진 걸까?
• 오늘날의 불평등에 대한 기존 주류 경제학자들은 왜 침묵만 지키고 있는 걸까?
끊임없이 던져지는 이러한 질문에 모든 경제학자들이침묵을 고수하는 것과 달리 신랄하게 비판하고, 해답을 제시하는 책이 바로 스튜어트 랜슬리 교수의『우리를 위한 경제학은 없다』이다. 랜슬리 교수는‘심각한 불평등은 처음부터 설계되어 있던 당연한 결과물’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불평등 개선의 해답을 찾기 위해 상위 1%가 부를 쌓기 위해저질러온 수많은 꼼수들에 대한 사례, 혁신과 경제 회생을 가져오는 데 실패한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을 고발하고 경기 침체가 장기간 지속되는 것을막기 위한 새롭고 근본적인 정책을 제시한다. 그동안 우리는 불평등의 증대가 경제 메커니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번번이 무시해 왔다. 그 결과노동 계층은 소비력을 빼앗긴 채 갈수록 어려운 현실에 빠져들고, 재벌들은 우리 경제에 새로운 시동을 걸고도 남을 수준의 대규모 잉여 자금을고스란히 금고에 쌓아두고 있다. &
저자 랜슬리교수가 말하는 교훈은 명쾌하다. 각국 경제를 벼랑 너머로 떠밀어낸 것은 외환위기가 아니라 워렌 버핏과 같은 재벌들조차 ‘억만장자에게 유리한정책과 환경 조성 중단을 촉구하라’고 나서야 할 지경에 이른 과도한 불평등이며 그 불평등의 구조가 결국 절실히 필요한 경제 회복마저도 방해하고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해법은 바로 평등 사회라고 강조하는 저자는 세계 금융위기 당시 다양한 국가의 사례를 바탕으로불평등이 심화된 과정, 불평등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 메커니즘을 낱낱이 분석하며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 저자 스튜어트 랜슬리(StewartLansley)
경제학자이자 금융 저널리스트, 유명한 TV 제작자다. 대학을 마친 뒤 국립경제사회 연구소(NationalInstitute of Economic and Social Research)와 환경연구센터(The Centre for EnvironmentalStudies)에서 연구직으로 근무하면서 빈곤, 불평등 및 부를 전문적으로 연구했다. 또한 브루넬대학교와 레딩대학교에서 강의하기도 했다. 이후텔레비전 방송으로 분야를 옮겨 다양한 시리즈를 기획했다. 영국영화협회(BFI), 뉴욕 영화제, 소니, 국제앰네스티가 수여하는 상을 받았으며<아파르트헤이트의 죽음(Death of Apartheid)&&으로 에미상 다큐멘터리 부문에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그는 BBC방송국시사부에서 제작책임자를 맡기도 했고 2008년까지 7년간 주간 폭로 라디오 시리즈인 <5라이브 리포트(5 Live Report)&&의편집장을 지냈다. 또한 저자는 다양한 학술지, 잡지, 신문에 사회경제 이슈에 관한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1985년 조안나 맥(JoannaMack)과 함께 영국, EU 및 일본에서 남아공에 이르는 다양한 국가의 연구자와 정부가 사용해 온 방법론을 사용하여 빈곤을 정의하는 새로운접근 방법을 고안한 『빈곤한 영국((Poor Britain)』을 집필했다. 그 외 지은 책으로는 『톱맨(Top Man)』『부유한 영국(RichBritain: The Rise and Rise of the Super-Wealthy)』『런던그라드(Londongrad: From Russiawith Cash)』가 있다.
■ 역자조윤정전문 번역가. 『금융의 제왕』『모던 타임스』『잡식동물의 딜레마』를 비롯하여 40여 권의 책을 우리말로옮겼다.
■차례1. 경제적 대격변
2. 노동자 죽이기
3. 사라지는 중산층
4. 파우스트식 계약
5.끊임없는 압력
6. 격동의 시대
7. 빌린 시간을 살다
8. 소비 능력 없는 소비 사회
9. 둥지 안의 뻐꾸기
10. 그들만의 먹튀
11. 더 큰 그림
12. 탈출구는 없는가
우리를 위한 경제학은 없다
들어가는 말지난 30년간 영미를 비롯한 많은 나라의 경제가 양분되었다.
한쪽은 돈이 돈을 버는 영역으로서 개인이 초고속으로 재산을 증식하는 길을 제공했다. 돈을 조종하는 사람들은 ‘돈의 경제’를 바탕 삼아 예나 지금이나 거대한 이익을 얻는다. 최고위 은행가, 금융가, 다국적 기업을 움직이는 경영자들인데, 이들은 소수지만 막강한 권력 집단을 이루고 있다.
다른 한쪽은 그들 소수를 제외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속한 영역이다. 새로운 기업이 일어나고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부를 축적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것은 바로 이 ‘생산 경제’ 분야다. 여기서 경제 생산물을 구성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노동 인구를 위한 일자리를 마련하고, 일반 대중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는 부를 창출한다.
생산 분야는 늘 금융 분야에 의존해 왔는데, 지금 이 두 영역은 이해관계가 크게 상충하는 단계에 와 버렸다. 지난 30년간 정부가 잘못된 판단에 따라 적극적으로 금융 분야를 지원했고, 이에 따라 돈의 경제가 생산 경제보다 우월한 위치를 점하고 말았다. 사실 금융 부문은 좀 더 광범위한 경제를 넘어 지나치게 커 버렸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역할을 떠맡았다. 바로 국내외 초갑부 엘리트층의 캐시카우가 된 것이다.
이 금융 권력 집단은 자본의 거대한 흐름을 조종하게 되자, 한층 커진 정치적 경제적 권력을 이용하여 기존의 부에서 더 큰 몫을 가져갔고, 좀 더 광범위한 경제에서 고혈을 짜냈다. 그들로 인해 국가는 내부와 외부의 충격에 훨씬 취약해졌을 뿐 아니라 세계 경제의 회복마저 저해되었다.
생산 부문이 취약해진 데 반해 세계의 초갑부들은 금융 위기 초기에 잃은 재산을 단기간에 되찾았다. 2011년 초, 그들의 재산은 2008년 기록했던 최저점에서 원래 수준으로 돌아왔다. 대서양 양쪽의 은행가, 금융가, 기업의 중역은 계속되는 경제 혼란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금융 위기가 절정을 이룬 2009년 월스트리트의 평균 보너스는 사상 최고액에 근접했다. 「포브스」는 2010년 10억 달러 이상의 자산가가 1,210명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2007년보다 28퍼센트 증가한 기록적인 숫자였다. 이들의 재산을 모두 합할 경우 2007년 3조 5,000억 달러에서 2010년 4조 5,000억 달러로 증가했다. 1,000명이 약간 넘는 개인들이 미국 경제 생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자산을 갖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물론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 상위층의 재산이 증가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대부분의 국민은 생활 수준이 하향하고 있다.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제에 생긴 근본적인 균열은 ‘임금과 이윤의 불균형’이다. 이는 30년간 임금이 지속적으로 줄어든 결과다. 이런 불균형을 바로잡지 않는 한 경제는 계속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지난 30년간 지속된 임금 감소의 흐름은 중단되어야 한다. 종전 직후 몇 십 년간 성장과 안정을 구가하던 시기의 수준으로 임금을 되돌려 놔야 한다.
지금 세계는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했던 경제 위기를 막 통과하고 난 터다. 세계 경제는 아직 회복을 위해 몸부림치는 중이다. 장기적인 회복은 경제를 구성하는 두 영역의 균형 회복에 달려 있다. 영구적인 혹은 거의 영구적인 경기 후퇴가 우리 앞에 놓인 위험이다. 이런 위험이 현실이 된다면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국민들이 낮아진 임금, 정체된 생활 수준, 사라진 신분 상승의 기회로 인해 고통받을 것이다.
노동자 죽이기 대처 총리는 오래전부터 노조에 대한 반감이 깊었다. 그녀가 볼 때, 민간 산업은 국가의 엄격한 간섭과 지나치게 강력한 노동 운동 아래서 꽃피울 수 없었다. 그녀의 동반자는 로널드 레이건이었다. 그에게 노조는 ‘특수 이익 집단’에 불과한 조직이었다.
이런 오래된 적의는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인플레이션과 실업의 치명적인 결합)이 도래하면서 강화되었다. 물가 상승이 경쟁 산업국을 앞질렀던 영국은 이때의 경제 혼란으로 유독 큰 피해를 입었다. 사실 서구 자본주의는 1930년대 이후 가장 심각하고 본격적인 위기를 맞았다.
경제 위기에는 여러 원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특히 영미에서 희생양이 된 것은 노동자 계층이었다. 1968년에 당선된 닉슨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과도하다고 생각한 노조 권력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단호한 성격의 아널드 웨버는 닉슨 정부가 임금 인상 요구를 억제하기 위해 만든 임금물가위원회 의장이었다. 그는 1974년 「비즈니스 위크」에 ‘노동자 죽이기’가 대기업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1929년 주식 시장이 붕괴하자 ‘노동자들을 정리’하라고 했던 미국 재무부 장관 앤드루 멜런의 충고를 상기시켰다. 노조 권력의 성장에 대처하기 위해 사용자 조직도 행동에 나섰다. 미국의 중소기업협회인 상공회의소는 회원사를 1970년 5만 개에서 10년 뒤 25만 개로 늘렸다. 1972년 설립된 경영원탁회의는 미국 대기업 CEO들로 구성된 강력한 단체로 1970년대 내내 연간 9억 달러를 로비 활동에 쏟아 부었다.
1970년대 중반부터 미국의 사용자들은 적의에 가득 차서 반노조 운동을 전개했다. 사용자가 권력을 되찾고 노조 권력이 붕괴되면서 나타난 가장 큰 영향은 임금 협상 과정에서 볼 수 있었다. 실업자가 많아지자 실질 임금은 더 이상 상승하지 못했다. 국가 생산에서 소득으로 지불되는 몫(경제의 균형을 측정하기 위한 중요 척도)은 감소하기 시작했고, 감소세는 줄곧 계속되었다. 사용자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노동 계급의 협상력이 약화되자 임금 비용이 낮아지면서 이윤이 증가했다.
2008년이 되자, 이런 변화의 결과로 국민소득에서 임금 노동자 계층에 돌아가는 몫은 전후 수십 년 동안과 비교하여 약 7퍼센트(한 해 약 1,000억 파운드에 해당) 감소했다. 최근 경제 양극화를 확대시킨 원인은 바로 임금 하락이었다.
이러한 ‘임금 위기’는 영국, 미국, 캐나다 같은 영어권 국가에서 특히 심했다. 하지만 그보다 정도는 덜하더라도 비슷한 임금 몫의 감소 현상이 대부분의 선진국과 중진국에서도 나타났다. 이런 추세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적 영향은 노동 인구 대부분의 실질임금이 생산성 증가 수준에 못 미치고, 그 격차가 가속화된다는 점이다.
임금과 생산성의 탈동조화 현상은 국가 경제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는 뇌관이다. 전후 경제 성장의 성과는 널리 균등하게 분배되었고, 소득은 소득 집단 전반에서 이윤 수준과 보조를 맞추어 상향 이동했다. 이런 공유와 조화의 여건 덕분에 경제는 안정과 균형이 지속될 수 있었다. 1950년대와 1960년대 실질 임금이 생산성과 보조를 맞추며 상승하는 동안에는 자동차, 세탁기부터 여가 활동과 휴가까지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따라갈 수 있었다. 생산물을 소비하기에 충분한 구매력이 있었고, 투자 수준을 유지하기에 충분한 이윤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많은 선진 산업국에서 상대적으로 임금의 몫이 감소하자 이런 균형에 금이 갔다.
임금-생산성 격차는 이제 대단히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 사무총장 후안 소마비아는 2010년 10월 IMF 연례 회의에서 비장하게 말했다. “위기 이전 수십 년간 대부분의 국가에서 소득 불평등이 확대되고 국민소득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면서 경제성장에 왜곡이 일어났습니다. 임금은 증가하는 생산성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많은 나라에서 성장으로 생겨나는 좋은 일자리와 괜찮은 직업이 이제는 너무 적습니다. 가계 소득은 줄어들고 매우 부유한 자들만 배를 불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부 국가의 경우 지속 불가능한 신용 거품에, 또 다른 국가의 경우는 수출에 의존해야 성장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끊임없는 압력 1970년대 말에 시작된 금융 시장과 노동 시장의 규제 완화를 통해 자본주의 모델은 훨씬 더 공격적인 사업 모델로 진화했다. 규제에서 풀려난, 광범위하고 단기적이며 무자비할 정도로 치열한 새로운 슈퍼자본주의는 먼저 영미를 장악했다.
슈퍼자본주의의 추진력은 ‘주주 가치(shareholder value)’의 추구였다. 이제부터 회사는 소유주를 위해 운영해야 하며, 모든 목표는 여기에 종속되어야 했다. 주주 가치의 추구는 주가의 단기 상승을 최대화한다는 것을 의미했고, 중역의 보수는 주주의 이익과 연결되었다.
경영자들이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독려하기 위해, 중역들의 보수 가운데 큰 부분을 스톡옵션으로 지불하는 새로운 형태의 보상 패키지가 도입되었다. 중역의 보수를 주가 변화로 측정되는 회사의 성공과 연계시키는 방법이었다.
영미에서 스톡옵션이 증가하고 ‘주주 가치’를 추구하자, 중역들의 회사 운영 방식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차츰 폐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선 회사는 주가가 떨어지면 고위 중역의 스톡옵션에 전보다 낮은 가격을 매기기 시작했다. 한 논평가는 이를 두고 신랄하게 지적했다. “미국 기업계가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이보다 더 좋은 예를 찾기는 힘들 것 같다. 회사의 주가가 크게 오르면 책임자들은 마치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군다. 그리고 주가가 폭락하면 복권에 당첨될 기회를 한 번 더 얻는 것이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주가 상승을 극대화하는 가장 성공적인 방법은 ‘다운사이징(downsizing)’이라는 것이 명백해졌다. 회사는 종업원을 줄이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1980년대에 GE가 잭 웰치가 가장 먼저 그 길을 닦았다. ‘중성자탄 잭’이라 불리는 웰치는 1980년부터 1985년까지 종업원을 41만 1,000명에서 29만 9,000명으로 감축했다. 이에 따라 GE의 수익은 크게 상승했고, 시장 가치 역시 하늘 높이 치솟았다. 미국 각지의 CEO들도 웰치의 전략을 모방했다. 회사 주가를 5포인트 올리는 가장 빠른 방법은 5만 명의 노동자를 해고하는 것이었다.
주주 가치라는 주문 아래, 노동력은 귀중한 자산이 아니라 단순히 생산 비용으로 취급되기 시작했다. 즉 회사의 필요와 중역의 기분에 따라 언제든 고용했다가 해고할 수 있는 소모품이 된 것이다. 기업에는 더 이상 사회적 차원도 존재하지 않았다. 성공의 열쇠는 임금을 낮게, 종업원을 적게 유지하는 데 있었다. 노동 인구의 규모와 보수를 억누를 수 있었던 것은 노조 세력이 약화되었기 때문이었다.
기업 구조 조정 붐이 일어난 것은 단기 주가 상승을 추구했기 때문이었다. 영미 투자 은행의 중역,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운용자, 자산 관리 회사 경영자가 배후에서 그 과정을 조종했다. 이들 새로운 고객이 원하는 것은 한 가지다. 더 빠르고 더 큰 이익이다. 과거와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규모로 점점 더 많아지는 돈이 결국은 투기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금융가에게 돌아가는 엄청난 보상은 단순히 비율의 문제가 아니다. 그만큼 중요한 문제는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다. 금융 영역에서 개인재산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며 부의 집중이 심화되었지만, 이런 현상이 돈을 벌겠다는 야심을 불어 넣는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부자의 길로 가는 문에 걸린 빗장을 풀어 줌으로써 부자를 꿈꾸는 사람들이 기업가 정신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 좀 더 역동적인 경제를 건설하고 부를 창출하리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소수의 금융 엘리트들이 부자가 되면서 약속된 성전과 함께 영미 자본주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었을까? 정말로 그들 덕분에 좀 더 안정된 세계와 국가 경제가 만들어졌을까?
둥지 안의 뻐꾸기 2010년 3월 영국산업연맹 사무총장 리처드 램버트는 런던에서 재계 인사들을 청중으로 두고 적대적 인수와 ‘잭 웰치식 자본주의’(다른 이해 관계자의 희생을 대가로 주주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가차 없는 기업 경영 방식)가 산업에 큰 문제를 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사들의 주된 목표가 단기적인 주주 가치일 경우, 기업은 ‘선을 위한 긍정의 힘’이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증거를 조사해 보면 주주 가치 추구가 실패의 긴 자취를 남긴 걸 알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엔론 파산의 원인을 거꾸로 추적해 보면 ‘실적’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밖에 모르는 기업 문화를 발견하게 된다.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은 과도한 중역의 보수가 매우 큰 원인 중 하나다. 영국은 신속한 수익 창출에 대한 집착이 투자 부족과 국가 경쟁력 약화의 원인이 되었다. 다른 경쟁국과 비교해 볼 때 영국은 배당금과 중역의 보수가 자본 투자보다 훨씬 우선되었는데, 이런 관행은 중장기적으로 주주나 회사에 이익이 되기 힘들다.
왜곡된 우선 순위 탓에 기업 중역들은 미래보다는 주주들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데 집중했고, 그 같은 상황은 영국의 장기적 산업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영국에서 그리고 정도는 덜하지만 미국에서도 투자 과정은 단기 수익에 집착하며 투자 대상이 된 개별 기업에는 별 관심이 없는 비개인적인 기관이 주도했다. 반면, 유럽 대륙의 회사들은 단기 실적과 관련하여 주주들과 그들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은행들의 압력이 작았다.
돈은 더 빠른 이익을 찾아 무한한 속도로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기업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투자 은행들은 기업 활동의 신속한 결과에 의존했고 고위층의 물갈이를 부추겼다. 그 결과 영국(특히 런던과 남동부)은 금융공학과 그 부산물(법률, 회계, 부동산)에는 일자리가 너무 많이 만들어진 반면, 디자인에서 소프트웨어, 친환경 기술, 엔지니어링까지 생산적이며 기업가적이고 첨단 기술을 요하는 경제 부문의 일자리는 감소했다.
단기주의는 주식 보유 기간의 단축, 공매도 거래 증가, 주가 변동성 증가에서도 아주 분명하게 드러난다. 20년 전에는 연기금과 보험 회사 같은 기관 투자가들이 훨씬 더 장기 투자에 집중했고, 주식은 보통 몇 년간 보유했다. 빠른 회전율은 회사가 단기 투자자들의 변덕에 어쩔 수 없이 장단을 맞춰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문제는 헤지펀드와 투자 은행에 의해 가중된다. 부유한 개인들에게 자본을 끌어 오는 헤지펀드는 2000년 이후 고속 성장했다.
헤지펀드는 논란 많은 역사를 갖고 있다. 업계에서는 펀드가 그 누구보다 먼저 과대평가된 회사나 통화를 발견하여 거품이 일어나는 것을 막는다는 이유로 그들의 역할을 옹호한다. 이 말은 일부는 사실일지 모르지만, 대체적으로 헤지펀드는 개별 회사나 국가 경제에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이었다. 펀드는 금융계의 보상 구조를 크게 왜곡시키는 한편, 내부 시장 정보를 부당하게 활용한다. 이런 정보는 경제를 이롭게 하는 데 쓰이지 않고 매니저와 고객의 사익을 위해 쓰인다.
1997년 여름 헤지펀드는 많은 동남아시아 국가의 통화가 과대평가되었다는 판단에 따라 이들 국가 통화에 대한 공격을 가했다. 펀드는 이때 큰돈을 벌었으나, 이로 인해 한국부터 인도네시아까지 관련 국가들이 봉착한 경제 혼란은 더 커졌다.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는 그들을 ‘악당 투기꾼’이라고 부르며 금융 위기를 부추긴 것을 비난했다. 신흥 국가들은 ‘핫머니’가 한꺼번에 몰려드는 유동성 홍수를 맞았다가 곧이어 자금이 빠져나가며 돈줄이 마르는 고초를 경험했는데, 펀드가 만들어 낸 변덕스런 금융 환경은 안정이나 성장의 건전한 토대가 될 수 없었다.
금융 부문의 확장으로 인해 소기업과 첨단 제조업을 포함한 경제의 다른 부분과 일부 지역이 희생되었다는 주장은 점점 더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에 관한 또 다른 논평을 보자. “금융 부문은 가장 똑똑하고 가장 열심히 일하며 가장 재능이 뛰어난 많은 개인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 인적 자본은 사회와 경제 전반에서 지불해야 하는 엄청난 기회 비용을 보여 준다.”
탈출구는 없는가은행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소득 집중도는 더 심화되는 것처럼 보인다. 처음에는 세계 금융계 및 재계의 많은 인사들이 금융 위기의 희생자가 되었다.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인 시터델은 금융 위기의 절정기에 투자자들의 돈 가운데 90억 달러를 잃었다. 일부 최고 은행가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그러나 초갑부들의 자산 감소는 짧게 끝났다. 미국에서는 2010년 여덟 명의 헤지펀드 매니저가 10억 달러 이상을 벌었다. 그해 세계 최고 부자 50명의 자산은 5분의 1이 증가했으며 영국에서는 최고 부자 1,000명의 전체 자산이 30퍼센트 증가했다.
초갑부들이 누린 이 운명의 반전은 대다수 국민의 운명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영국과 미국에서 대다수 국민의 생활 수준은 실업률 상승과 실질 임금 정체 혹은 감소로 타격을 입었다. 미국은 경기 침체의 짐을 전적으로 노동자들이 짊어져야 했다.
고용률은 경기 침체 때 6퍼센트 이상 하락했으나, 생산 감소는 그 비율의 절반도 안 되었다. 기업들은 경기침체기를 이용하여 임금을 동결하고 노동시간을 줄이고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기업 총수익은 2010년 초까지 18개월 동안 57퍼센트 증가하여 1조 6,000억 달러에 도달했다. 2010년 7월 미국의 비금융 기업이 보유한 현금은 1조 8,400억 달러에 이르러 2007년 초에 27퍼센트 상승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일찍이 볼 수 없던 수준이었다. 수익이 엄청나게 커진 반면, 임금은 같은 기간에 무려 1,220억 달러가 감소했다. 그 결과 생산성이 크게 증가했으나 거기서 나온 모든 이득은 기업 이익으로 돌아갔다.
리스크는 경제 불안을 야기하고 붕괴의 조건을 마련한 근본 원인이 여전히 지속된다는 데 있다. 영국과 미국에서 20년간 꾸준히 확대되어 온 임금-생산성 격차를 말하는 것이다. 경기침체기에 생산성 증가의 이익은 거의 전적으로 이윤 몫으로 흘러 들어갔고, 임금은 실질적으로 하락했다. 기업의 현금 잔고는 기록적인 수준으로 증가했으며, 세계의 초갑부들은 세계의 부에서 자신들이 차지하는 몫을 끌어올렸다.
영미 경제는 지금 일자리를 만들어 줄 투자 붐이 아니라 또 다른 파괴적 투기 활동의 파도에 휩쓸려 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투기 활동은 또다시 자산 거품을 일으키고, 그 과정에서 이 두 나라의 경제는 점점 더 절벽으로 다가갈 것이다.
2008년에서 2009년의 경제 붕괴가 반복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더 튼튼하고 덜 불안한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1930년대 같은 대규모적 대응이 필요하다. 우선 요구되는 것은 경제 발전으로부터 발생한 이익의 불평등한 분배, 소득·부·권력 집중의 심화 같은 경제 불안의 근원을 뿌리 뽑을 조치들이다. 이런 조치는 ‘선분배’의 정도를 수정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선분배는 국가의 소득 지원이 이루어지기 전 보상의 분배를 말한다.
필요한 것은 ‘노동자들과의 새로운 계약’이다. 이 계약에서는 국가의 소득 이전 역할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자리 보장, 적정한 임금, 상위층의 과도한 보상 제한을 통해 불평등을 원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 수용되어야 한다. 이것이 국가 경제 정책의 근간이 되어 소득의 최저한도를 높이고, 임금과 이윤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고, 임금-생산성 격차를 줄이고, 상위층의 과도한 소득과 재산 집중을 타파하는 일이 이루어져야 한다. 소득 집중도 제한이라는 목표는 경제 성장 그리고 물가 억제와 함께 핵심적인 경제 목표로 격상되어야 한다. 과도한 수준의 불평등은 수요, 대출, 국가 재정에 작용하여 경제 기능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임금 몫의 하락을 막고 이어 반전시키는 것은 영미 노동 시장과 금융 중심 사업 모델의 대개편을 요구하는 장기 목표의 불가피한 조건이다. 생산성 증가와 생활 수준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것은 인정사정없는 사업 모델과 노동 계층 협상력의 약화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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