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이펙트

   
김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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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담북스
   
20000
2010�� 12��



■ 책 소개
세계의 공장이라 불렸던중국이 금융대국, 경제대국에 이르는 여정을 통해 중국 경제의 실체를 낱낱이 살펴본 책이다. 중국경제정보분석(CEIA)의 수석분석가 겸투자전략가인 저자가 중국의 경제, 정치사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중국 경제를 빈틈없이 분석해냈다. 저자는 강대국으로서 어떤 외세에도끄떡하지 않을 초연함을 갖추기 위한 중국의 노력을 ‘장자’의 목계에 비유하며 중국이 급속한 발전을 이룬 것을 ‘관’의 키워드로 풀어내고 중국만의독특한 정치·경제 체제가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분석과 그 한계를 조명한다.

■ 저자 김태일
국내에서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 기획실에서 M&A와 IR업무를 잠시 경험하였다. 그 후 중국 상해재경대학원에서 중국주식 분야를 연구하였으며, ‘중국의 세계금융중심 건설전략’이라는 주제로 경제학석사학위를 받았다. 중국 1급 학술지인 중국관리과학에 논문을 게재하였으며 그 외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재학 중 한국선물거래소에서 주최한논문대회에 ‘KOSPI 주가지수 선물, 옵션 시장 내 투자자 유형별 매매패턴 연구’라는 내용으로 입상하기도 하였다. 현재중국경제정보분석(CEIA) 수석분석가로 재직 중이며 컨설팅과 강연, 칼럼을 통하여 투자자들과 긴밀한 교류를 하고있다.

■ 차례
제1장 중국의 길, 회고와 전망 
제2장 용의 발목을 잡는아킬레스건
제3장 세계의 공장, 중국의 붕괴 
제4장 세계의 공장에서 금융대국으로
제5장 중국은 세계에 어떤 의미로다가오는가
제6장 경제를 둘러싼 패권 움직임
제7장 자원전쟁의 서막
제8장 中, 미국의 덫을 피해갈 수 있을까
제9장중화가 남긴 한 푼의 힘, 화교세력
제10장 21세기 천동설은 재연되는가
제11장 중국에 투영된 한국의미래

부록
12차 5개년 규획과 그 이전발자취
7대 신흥 전략산업과 주식 투자종목 130선
경제·산업 및 금융 데이터
본토와 홍콩 증시수치요약




차이나 이펙트


세계의 공장, 중국의 붕괴

불유쾌한 타이틀, 세계의 공장

세계 경제를 통합시키는 가장 큰 동력은 체제 내부에 존재하는 분업이며 분업사슬의 최하층에 중국이 놓여 있다. 그러한 중국이 주어진 역할에서 탈피하려고 한다. 분업의 하층구조에 놓인 단순한 세계의 공장이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저가 노동비는 중국기업이 무에서 유를 창조할 발판을 제공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이것도 버거워진다. 중국은 노동비가 아닌 노동 경쟁력이 필요하다. 산업고도화를 이룬 생산 클러스터로 도약하지 않는다면 중국은 거대한 철 구조물로 변할 것이다.


후진타오 주석은 2009년 12월 주하이 시찰에서 중국에서 제조한 것이 아닌 중국에서 창조한 것을 만들길 요구하였다. 중국은 이제 기계장비 산업의 질을 끌어올리고 정보통신 산업을 육성하며 디자인의 중요성도 재평가한다. 환경에 대한 편견의 시각을 버리고 이제는 산업과 연계시킨다. 정보화 산업 선점 기회는 놓쳤지만 녹색산업은 주도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낸다. 신재생에너지와 환경산업을 육성하고 전략적으로 시장파이를 키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우주산업 강국으로의 부상도 꿈꾼다.


전 세계 시계생산의 80%가 중국에서 이루어지지만 1개당 평균 출고가는 1.3달러에 불과하다. 2~3달러에 하청을 받은 액세서리와 완구는 유럽과 미국에서는 10배 이상 높은 값으로 팔리고 있다. 디자인부터 색깔, 심지어 접착제 종류까지 바이어의 지시에 따라 조립된다. 80달러 전후에 팔리는 중국산 MP3는 중국기업에게 1.5달러만을 남겨줄 뿐이다.


500달러짜리 아이패드를 제조하면 99%는 모두 애플에 귀속되고 대표적 OEM 업체인 폭스콘에는 4달러가 떨어진다. 그러나 4달러도 모두 순이익은 아니다. 4달러에는 관리비, 전력비용, 토지임대료, 시설건축비 등 각종 부대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는 흔히 착취의 주체를 폭스콘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폭스콘의 노동비는 폭스콘이 아닌 애플의 지침에 따라 결정된다. 애플은 폭스콘에게 생산지, 즉 심천의 최저임금에 최대가능 노동시간을 곱한 값으로 임금을 산출할 것을 요구한다. 이것은 분명히 착취이다. 생산의 모든 과정은 애플에 의해 완전히 관리, 통제되며 부속품 하나도 폭스콘 임의로 구입할 수 없다. 세부 지침을 위반할 경우 가혹한 벌금이 부과되고 임원은 전화 한 통화로 목이 잘린다. 폭스콘은 기업이 아닌 더러운 일을 전담하는 인력관리회사인 셈이다.


앞으로 노사 갈등은 점점 심각해질 것이다.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환경에 노동자들이 분명히 NO라고 외치고 있으며 그 외침이 반향을 일으킨다. 폭스콘은 900위안에서 1,200위안으로 임금을 30% 올린 후 일주일도 되지 않아 2,000위안으로 두 번째 인상안을 내놓았다. 폭스콘에서 연이어 자살사태가 벌어지기 이전보다 임금이 2배 이상 상승한 것이다.


임금인상 물결은 향후 중국 전역으로 번질 것이고 외자기업은 선택의 기로에 직면할 것이다. 글로벌 분업의 하단에서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던 중국의 역할이 의문시되고 임금인상과 복지개선 비용은 누적될 것이다. 다국적 기업과 하청업체와 머리를 맞대고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를 토의할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중국은 만들고, 외국은 소유하고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라는 이름으로 세계 최대 생산량을 기록하고 있는 상품들만 170여 개에 달한다. 하지만 상품 속에 찍힌 브랜드는 중국의 것이 아니다. 중국에서 제조되는 상품 가운데 10%만이 자체 브랜드를 달고 수출된다.


새로운 시장과 성장동력에 목말라 하던 세계 경제는 13억 인구를 보유한 중국을 점차 주목하였다. 다만 13억 시장보다 생산기지에 대한 매력이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중국의 부상과 함께 중국 진출은 트렌드로 다가왔다. 중국 진출이 곧 미래 기업가치 상승을 의미하기도 했다. 21세기는 중국이라는 표어가 호소력을 발휘한 것이다. 1996~2000년 동남아 외환 위기에도 1.6배 성장하면서 세계의 공장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당시 중국의 가공무역 비중은 51%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세계의 공장은 중국신화의 상징으로 중국에 무한한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위기를 딛고 중국 경제는 급속히 팽창하였으며 4대 신흥경제대국, 즉 브릭스(BRICs)를 이끄는 선두주자로 부상하였다. 2001~2005년 중국의 무역 규모는 2.7배 확대되었으며 5년간 무역총액이 그 이전 20년 합계를 1.3배 앞섰다. 공장 클러스터에서 경제대국으로 위상의 전환이 이루어졌다. 유수한 다국적 기업이 물밀듯이 밀려왔으며 글로벌 투자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중국은 어느덧 세계화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중국의 가공무역 비중은 2000년 49% 정도로 떨어진 후 2006년까지 정체현상을 보였다. 수출입 회복과 산업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으면서 2010년 상반기 가공무역 비중은 39%로 떨어졌다. 이는 1990년 이래로 가장 낮은 수치이다. 가공무역 절대치는 여전히 상향곡선을 그리지만 그 속도는 규모체감 효과를 보인다. 가공무역 비중이 하락하는 원인을 내외부적으로 나누어 간략히 살펴보자.


내부적으로는 2007년 4월 가공무역금지상품목록을 발표하면서 중국이 더 이상 가공무역을 반기지 않을 것임을 명문화하였다.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 품목을 열거하면서 실질적 조치에 들어간 것이다. 중국은 저부가가치 제품을 통해 외화를 획득할 필요성이 사라졌다. 가공무역의 존재 의의는 외화획득이 아닌 취업난 해소로 전환되었으며 장려보다는 현상유지에 무역정책의 초점이 모아졌다. 외부적으로는 통상마찰 해소와 더불어 노동비를 포함한 각종 생산원가의 인상으로 일부는 폐업하고 일부는 동남아 등지로 생산시설을 이전했기 때문이다.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중국이 만들고 외국이 소유하는 구조에서 외국이 만들고 중국이 소유하는 형태로 조금씩 전환될 것이다 자원영역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자원이 있는 곳에 중국이 있다는 말이 낯설지 않을 만큼 중국은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다. 아프리카는 중국의 자원보고로 불리고 이제는 남미로 눈을 돌린다. 아프리카와 남미는 조우추치(走出起, 해외진출) 전략의 시범무대인 것이다. 2008년 중국기업의 해외투자는 521억 달러로 2007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2009년 3월 중국 상무부는 해외투자관리방법을 발표해 중국기업의 국제화전략을 지지하였다. 중국이 생산의 세계화가 아닌 소유의 세계화를 이룰 수 있을지 지켜보자.



세계의 공장에서 금융대국으로

금융대국을 꿈꾸는 중화의 혼

2009년 한 해 주식, 채권, 화폐 시장 전체 거래총액은 196.7조 위안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였다. 상품선물 거래금액은 130.5억 위안으로 2008년보다 81.5% 증가했다. 2009년 채권시장을 통해 2008년보다 약 70% 확대된 4.9조 위안을 모집했으며 주식시장도 64% 증가한 5,967억 위안을 조달하였다. 2009년 은행간시장, 채권시장, 황금시장, 주식 및 선물시장의 총 거래금액은 2008년 대비 약 51% 늘어난 332.7조 위안으로 집계되었다. 2009년 말 현재 채권예탁액과 주식시가총액은 15.98조 위안과 24.39조 위안으로 15%와 100.1% 확대되었다. 상하이와 심천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회사는 1,718개에 달한다. 2009년 말 기준 증권회사 총 자산규모는 203조 위안이며 자본총계는 3,832억 위안이다. 순이익은 933억 위안 내외로 나타났다. 60개 펀드관리회사에서 보유중인 자산은 3.1조 위안이며 2009년 한 해 118개 펀드가 신규 설립되어 3782억 위안을 모집했다.


중국은 2009년 7월 상하이, 광저우, 선전, 주하이, 동관 5개 도시에 정식으로 대외 위안화 결제업무를 실시한 이후 2009년 말 현재까지 409건, 35.8억 위안의 거래가 이루어졌다. 외자은행이 중국은행 홍콩법인에서 개설한 계좌 수는 53개로 잔고는 486억 위안에 달한다. 2009년 증권시장을 통한 직접융자 비중은 19.5%로 2008년보다 1.9% 상승하였다. 지방채 발행, ETF, 위안화 채권발행, 신용융자 및 대주거래, 주가지수 선물 등 신규 상품들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외환위기가 동남아시아를 덮치기 바로 한 해 전 중국 경제는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졌다. 허구경제가 실물경제를 넘어섰으며 중국은 자본주의로의 첫 발을 내딛었다. 1996년 GDP 대비 총통화(M2) 비율은 106.9%로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을 실시한 지 17년 만에 상품은 화폐에게 주도권을 내주었다.


허구경제 수준을 점검하는 또 다른 지표로 금융심화율이 있다. 금융심화율은 흔히 금융연관배율이라고도 불리는데, 한 국가의 금융자산총액을 국민총생산으로 나눈 값을 뜻한다. 또한 금융심화율은 일국의 금융시장 발전 잠재력을 가늠하게 해준다. 한국의 금융심화율은 미국, 일본 등 여타 금융 선진국보다 낮지만 이미 900%를 넘어선 상태이다. 이는 금융시장 성장잠재력이 한계에 직면했음을 의미한다.


중국의 금융심화율은 2003년 200%를 돌파한 이후 2005년까지 정체된 양상을 보였다. 2005년 당시 한국의 금융심화율은 660% 내외로 중국보다 3배 정도 높았다. 한국 금융시장의 눈부신 성장과 아울러 실물경제가 위축되고 있음도 내포한다. 중국의 금융심화율은 2007년 370%를 찍으며 사상 최대를 구가했다. 2008년 증시폭락과 함께 300% 이하로 떨어졌지만 2009년 재차 330%를 찍으며 금융화 추세가 일시적 현상이 아님을 보여준다.


중국은 여전히 화폐시장, 즉 은행을 중심으로 자원배분이 이루어진다. 자본시장이 화폐시장을 크게 앞지르지 않는 한 금융불안 요인으로 중국 경제가 침몰할 가능성은 낮다. 화폐시장 불안은 중국 정부에 의해 관리되고 제약될 것이다.


시장규모로 보면 중국은 지금도 금융대국이다. 글로벌 시가총액 Top 10 은행에 공상은행과 건설은행이 1, 2위에 나란히 올라 있다. 중국 본토는 세계 2대 주식시장이며 홍콩과 대만을 포함할 경우 일본증시 시가총액보다 1.8배 크다.


금융 선진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금융발전단계로 이루어낸 성과이다. 금융심화율이 한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선다면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최대 금융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다. 그때쯤 우리는 중국을 글로벌 금융중심이라 부르고 달러가 아닌 위안화를 교환의 척도로 삼을 것이다.


투기광풍에 뜨겁게 달구어지는 중국

중국인에 있어 투기 대상은 크게 전통적 투기대상과 비전통적 투기대상으로 나뉜다. 전통적 투기대상이란 부동산, 주식, 황금 등을 말하고 비전통적 투기대상은 상품을 일컫는다. 비전통 투기대상은 부동산, 주식, 황금처럼 투자패턴이 일정하지 않다. 투기상품을 번갈아가면서 치고 빠지기 식으로 판을 벌인다.


상품투기의 첫 테이프는 동충하초가 끊었다. 1983년 1그램당 0.2~0.3위안에 거래되었던 동충하초는 20여 년만에 200위안에 팔려나갔다. 물가상승을 경제성장률 수준으로 잡고 산출해도 1그램당 동충하초 가격은 3위안이면 충분하다. 적정가격보다 58배 이상 뛴 것이다. 사스와 신종플루를 계기로 동충하초는 면역력이 높은 최고의 상품으로 부풀려졌다. 풀뿌리에서 일약 불로초로 둔갑한 것이다.


동충하초의 뒤를 이은 것은 자단목이었다. 2002년 톤당 2만 위안에 팔리던 자단목은 몇 년 사이에 800만 위안으로 400배 이상 폭등했다. 자단목이 휩쓴 자리는 푸얼차로 대체되었다. 한때 푸얼차 1그램 가격이 황금 1그램과 같다는 말까지 나왔다. 푸얼차는 운남지방에서 생산된 발효차로 거래의 60%가 광동에서 이루어진다. 푸얼차의 뒤는 곧 마늘이 떠받쳤다. 최근 2년 사이 중국 마늘 가격은 100배 이상 뛰었으며 1킬로그램 마늘 가격은 같은 무게의 돼지고기 가격보다 비싸졌다. 작황부진에 신종플루 백신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며 투기열기가 고조된 것이다. 그 영향으로 한국의 마늘가격도 뛰었다.


이상의 몇 가지 상품투기 사례에서 우리는 공통점을 추출할 수 있다. 첫째, 투기대상 모두 중국정부가 가격동향을 긴밀히 체크하지 않는 품목이라는 점이다. 둘째, 생산량과 출하지가 한정되어 있다. 쉽게 매점매석이 가능하고 유통경로에 대한 관리가 용이하다. 공급을 통제할 수 없다면 시세조작은 불가능에 가깝다. 셋째, 유행과 여론조성에 적합한 품목이라는 점이다. 동충하초와 마늘은 만병통치약이라는 환상을 대중에게 심어주었다. 소득이 높아지면서 건강과 특권의식에 집착한다는 것을 꿰뚫어본 것 같다.


중국 학계는 2004년 투기자금이 1,000억 달러 정도가 유입된 것으로 추산했다. 2003년에도 184~250억 달러 상당의 핫머니가 스며들었다. 이 투기자금은 주식보다 부동산 쪽으로 몰린 것 같다. 해외 투기자금을 기반으로 중국 부동산은 본격적으로 가열되었으며 화교들이 전세기를 빌려 돌아다니며 단체로 아파트를 사들이는 풍경도 연출되었다. 2005년 일부 핫머니들이 이익을 현실화했으며 2006년 핫머니의 유출 강도는 더욱 뚜렷해졌다. 최대 630억 달러가 빠져나간 것으로 추산된다.


2003년, 2004년에 들어온 부동산 투기자금이 2005년과 2006년 두 해에 걸쳐 수익현실화에 나선 것이다. 2007년은 투기자금의 손 바뀜 현상이 벌어졌다. 부동산에서 증시로 말을 갈아탄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 유입된 자금과 대기자금 등을 감안할 때 고점 기준 최대 2,400억 달러까지 기승을 부린 것이다. 이들이 중국과 홍콩증시 폭등을 촉발했다.


2008년은 증시폭락과 경기침체로 유출이 가속화되었다. 보수적 수치인 오차와 누락 규모만으로도 500억 달러에 육박한다. 과거 패턴을 보면 투기자금은 2년 간격으로 유출입 포지션을 변경하고 투자대상을 갈아타는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2009년 2,000억 달러 내외가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부동산과 증시에 모두 그 흔적을 남겼다. 시장 자율보다는 정부의 인위적인 경기부양책, 신용팽창, 위안화 절상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자금 방향이 선회한 것 같다.


2011년은 유출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갈 것이다. 다만 그것이 꼭 증시하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굳이 바람을 잡고 끌지 않아도 금융대국으로 점점 다가서고 있는 중국에 있어 투기라는 두 글자는 떨쳐버릴 수 없는 족쇄와 같다. 

 


자원전쟁의 서막

자원은 경제성장의 젖줄이다

13억 인구는 중국 경제가 가진 역량이지만 동시에 자원의 한계를 설정한다. 중국과학원은 인구와 주요 자원을 놓고 중국의 인구한계를 조사한 적이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중국이 감당할 수 있는 최대치는 16억 명이며 이상적인 수치는 7억~10억 명으로 나타났다. 주요 자원별 인구한계를 살펴보면 한 해 식량산출량 기준으로는 12.6억 명 이하가 최선이고, 에너지 부하로는 11.5억 명이 한계이다. 베이징과 상하이 같은 랜드마크 도시를 제외하고는 지금도 정전현상이 보편적이다. 총 국토 면적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크지만 인간이 생활하기에 적합한 지역은 3% 미만에 불과하다. 토지가 수용할 수 있는 최대치는 10억 명이다. 담수공급량, 즉 식수문제는 한층 심각하다. 4.5억 명이 이상적인 한계치로 추산되었다. 중국 수도인 베이징은 세계 최대의 물 부족 도시로 유명한데, 1인당 수자원 양은 전국 평균의 10분의 1에 불과하며 세계평균과 비교할 경우 30분의 1로 떨어진다. 


절대치로 보면 중국은 자원대국에 속한다. 다만 자원이 지역적으로 산재해 있고 그 질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존재한다. 석탄은 북쪽에, 천연가스는 서쪽에 몰려 있다. 2008년 기준 석탄매장량은 3261억 톤으로 전 세계 매장량의 11% 정도를 차지한다. 석유는 2.6%로 세계 11위이며 천연가스는 14위이다. 특히 몇몇 희소자원 생산량은 세계 1위이다. 지르코늄은 90%가 중국에서 가공 생산되며 그중 85%가 수출된다. 텅스텐과 인듐은 중국에서 80% 이상이 생산되며 게르마늄은 95%가 중국산이다. 몰리브덴의 5분의 1 정도가 중국에서 산출된다. 첨단산업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희토류도 중국의 눈치를 보는 대표 자원이다. 휴대폰, LCD, 광학렌즈 등에 이어 전기자동차, 풍력발전기 등에 희토류가 소요됨에 따라 중국은 희토류 수출물량 제한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에 일본은 수입선 다변화, 미국은 자체 수급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미국 이외에 전 세계 매장량 2, 4위를 차지하고 있는 구소련연방과 호주도 빠른 발걸음을 보이고 있다. 몇 년 이내에 희토류에 대한 중국의 독점적 위치는 붕괴되겠지만 그것이 가격인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몇몇 자원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지만 이도 13억 인구를 떠올리면 부족해 보인다. 세계 3위의 석탄매장량을 기록하고 있지만 1인당 매장량은 50위이다. 1인단 석유 및 천연가스 매장량은 세계 평균의 15%와 10%에 불과하다. 동과 알루미늄은 6분의 1과 9분의 1 수준에 그친다. 13억이라는 인구는 절대적 풍족을 평균적 부족으로 되돌린다. 중국 지도층은 세계 곳곳을 누비며 자원외교를 펼친다. 지폐를 풀어 광물자원과 개발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각국에 높은 배팅을 일삼고 번번이 고배를 마신다.


GDP가 1% 늘어날 때마다 중국의 일자리는 80만 개가 창출된다고 한다. 중국에 있어 GDP 8% 성장은 640만 명의 신규취업을 의미하며 그것은 자원공급을 통해 지탱된다. 자원확보와 더불어 원자재 가격변화도 면밀히 체크하고 있다. 높은 원자재 가격은 24시간 돌아가는 기계를 멈추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GDP에서 건축과 공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5.6%와 43% 정도이다. 주 원자재 가격을 통제하면 중국 경제 과반을 지배할 수 있다는 말과 같다.


중국이라는 나라를 굴리는 최대 자원공급원은 호주이다. 미국이 시장으로 중국의 목을 쥔다면 호주는 자원으로 중국을 누른다. 여기에 캐나다까지 첨가되면 상황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샌드위치 속 햄 같이 중간에 끼인 채 생산의 첫 단계와 마지막 단계는 영미계에 의해 좌우된다. 이것이 중국의 한계이며 또한 돌파해야 할 장벽이다.



중국에 투영된 한국의 미래

한반도를 둘러싼 힘의 역학관계

비(非)유라시아권이 21세기에도 글로벌 헤게모니를 행사하려면 한반도를 중국과 일본, 러시아 및 동남아시아를 제어하는 축으로 삼고, 아프가니스탄으로 중국, 러시아, 남부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유럽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라크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전장을 이동하고 병력을 재배치하고 있다. 공간이 아닌 점을 통하여 힘의 역학관계를 조정하려고 한다. 중동에 집착하던 미국이 중앙아시아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남으로는 파키스탄과 인도를 옆에 두고 동으로는 중국과 맞대어 있다. 북으로는 중앙아시아를 관통해 중동을 향한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할 수 있다. 좀 더 올라가면 러시아를 사정권에 둔다. 서로는 이란을 굽어보면서 이라크와 연결되어 중동을 묶어둘 수 있다. 중동은 유럽의 전략지대로 터키는 유럽 남하를 막는 최전선이다.


지리, 문화, 인종적으로 한국은 일본이 가지지 못한 역사적 뿌리와 토대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을 압박하고 러시아와 일본을 견제할 수도 있다. 극동에 던진 돌 하나로 세계 3대 세력의 발걸음을 붙잡을 수 있다면 전략가들은 이것을 최상의 초석이라 부른다. 남북관계는 민족의 주체적 의지가 아닌 미국의 전략적 의도와 경제적 필요에 따라 10년 이내에 빠르게 개선될 것이다.


중국은 현재 북한이라는 완충지대를 두고 경제발전과 내부문제 해소에 전 자원을 쏟아 붓고 있다.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은 한반도라는 완충지대가 존재함으로써 상당한 역량과 자원을 경제건설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압록강과 두만강을 경계로 대규모 군대를 주둔시킨다면 중국은 경제건설에 투입될 재원 상당수를 군비로 돌려야 할 것이다. 폭탄이 쏟아질 거리에 대규모 산업단지를 건설할 국가는 드물다. 그 결과 21세기를 수놓을 중국의 부흥은 제한될 것이며 모든 전략들에 대한 재조정 작업을 벌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극동지방으로의 힘의 이동은 러시아를 불러들이며 꼬리를 물고 일본을 엮을 것이다. 경제에 투하될 자원들이 군비 경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침몰하고 사회는 불안정해질 것이다. 또한 투자위험은 상승하고 금융비용은 높아질 것이며 기업들의 경쟁력은 하락하게 된다.


전투는 이겨도 점령이 불가능한 전쟁을 지속한 나머지 미국의 한계는 더 빨리 드러났다. 아마 세계에서 점령전이 가능한 유일한 나라는 중국일 것이다. 전투에서 승리한다면 13억 인구의 1%만으로도 중국은 세계 어느 곳이든 점령이 가능하다. 광활한 제국을 건설한 몽골 및 로마의 역사가 이를 잘 반영해준다. 같은 앵글로색슨족이라도 섬인 영국과 대륙인 미국의 차이가 제국의 통치방법을 차별화시켰다. 고립주의는 미국적인 것의 일부분이다.


앞으로 10년, 20년이 지나도 중국 사회에는 절대적 빈곤층이라는 계급이 존재할 것이며 이들 비중은 적어도 1%를 넘어설 것이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남한이라도 중국의 3선 도시보다는 풍족할 것이며 이는 전쟁 억지력을 감소시킨다. 한반도는 중국과 러시아 곁에 있으며, 일본은 한반도 밑에 놓여 있다. 미국이 힘의 역학관계를 비틀 수 있다면 중국 역시 그러하다. 남은 것은 의지와 결단이다. 중국 경제가 내수 중심으로 그리고 군사력이 현대화될수록 자제력은 엷어지고 점령 의지는 강해질 것이다. 한반도 해역에서 중국을 향해 함포외교를 하는 미국만큼 북한을 무장시켜야 된다는 중국의 의도가 우리를 서글프게 한다.


한반도, 중국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

중국의 중요성은 시시각각 상승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에 시간당 약 990만 달러 상당의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관점이 아니다. 세계 모든 국가들이 비슷한 시각으로 자국과 중국과의 관계를 바라본다. 한반도는 이러한 중국과 국토를 맞대고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있다. 따라서 감정이 아닌 냉철한 이성을 통해 협상의 미학을 정점까지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중국 지도부는 대만에 대한 관점 연장선에서 한반도를 바라본다. 중국이 만약 초강대국으로 올라선다면 남북한 모두 중국 영향권에 편입될 것으로 생각한다. 초강대국으로 거듭난 중국을 거부할 국가는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며, 한반도는 아닐 것으로 판단한다. 중국은 대만에게 중국의 부상과 역량을 파악할 50년이라는 숙고의 시간을 주었다. 지금도 그 시간은 흐르고 있다.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은 대만이 중국의 힘을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상징적 사례이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정치, 사회로 확대전이될 것이다. 끝내 대만이 거부한다면 중국은 군사적 옵션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대만에 시간을 주었듯이 중국은 한반도에도 중국의 위치를 판단할 여유를 준다. 그러나 힘의 격차가 뚜렷해지고 협상보다는 강요가 더 효율적임을 느낄 때 중국은 한반도에 권위를 내세울 것이다. 


2020년 이전이라도 남북한이 느슨한 연합체제를 이룬다면 중국에 있어 한국은 종적이웃(즉 명령과 수락 관계)이 아닌 횡적이웃(협상과 양보)에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이 시기를 놓친다면 한중관계는 점차 횡에서 종으로 변하고 한반도는 중국이라는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위성으로 추락할 것이다. 한반도와 중국이 주종관계를 맺을지 아니면 동반자 관계를 맺을지는 결국 중국이 아닌 한반도, 즉 남북관계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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