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 호모 이코노미쿠스
1장 뇌는 가끔 착각을 한다
기억은 비디오카메라처럼 기록되지 않는다_기억의 연금술
기억의 메커니즘 - 부호화, 저장, 인출
우리의 뇌가 하는 중요한 일 중 하나가 바로 기억에 관련된 것이다. 기억은 내외부에서 획득한 정보를 다시 불러낼 수 있도록 뇌의 일정한 공간에 보관하는 일종의 저장고와 같다. 방금 들은 정보는 시간이 흐른 후 또 다른 의사결정에 사용하기 위해 곧바로 기억저장장치에 저장되고, 한편에서는 저장된 정보를 기억저장장치에서 되살려내 의사결정에 사용한다. 그러나 기억은 비디오카메라처럼 기록되지 않는다. 모든 기억 요소들을 정확히 저장해둘 수는 없다는 의미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뇌에 비교할 바가 못 되는 컴퓨터 하드웨어보다 인간의 그것이 뒤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하나의 이유이다. 왜 그럴까?
인간의 뇌 속에 있는 기억장치는 통상 3단계를 거쳐 반복적으로 가동된다. 인간은 외부 정보에 대해 감각기관을 통해 적정한 주의가 환기되면 이를 정보로 인식하고 받아들인다. 이러한 ‘선택된 주의’는 몇 십 초 이내의 짧은 시간 동안 저장되는 단기기억에 머물게 되고, 이후 부호화와 시연 과정을 통해 저장된다. 두 번째 단계는 단기기억 속의 정보를 오랫동안 영구적으로 저장하는 장기기억으로 이전하는 단계다. 이를 저장 과정이라 하며, 정교화나 심상 이미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기억장치의 마지막 단계는 이렇게 저장된 기억 정보를 필요한 시점에서 다시 되살려내는 것이다. 이를 인출 과정이라 하며, 이 단계에서 인출에 실패하게 되면 망각되거나 소멸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최고의 기억은 만들어지고 위조된 것뿐
우리의 기억은 시간적 순서대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강렬했던 순간이나 머릿속에 상기된 맨 마지막 순간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를 ‘절정과 종결 법칙’이라 한다. 당신이 5일간의 여름 휴가를 보내기로 했다고 치자. 이 휴가 기간 중 3일 동안 폭우가 내려 휴가를 망치게 되었다. 집에 돌아온 후 친구들이 휴가에 대해 묻는다면 휴가의 기억을 어떻게 떠올릴까? 폭우가 쏟아진 3일이 언제였는지에 따라 당신의 기분은 달라질 수 있다. 절정과 종결 법칙의 논리를 적용한다면, 휴가 기간의 처음이나 중간에 폭우가 쏟아진 경우보다 마지막 3일 동안 폭우가 쏟아진 경우를 훨씬 좋지 않게 기억할 것이다.
이처럼 기억이 사실과 다르게 구성되는 경우는 정서적으로 충격이 심했던 사건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이를 ‘섬광전구의 기억’이라고 한다.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건이 일어나고 얼마 후 학생들에게 이 소식을 처음에 어떻게 들었는지 물었다. 그리고 2년 반이 지난 후 이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져보았다. 거의 모든 학생이 2년 반이 지났어도 자신의 기억은 정확하다고 했다.
심한 정서적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의 기억은 머릿속에 강렬하게 각인되고, 따라서 시간이 흘러도 쉽게 잊히거나 바뀌지 않는 것이다. 우리의 기억은 강렬하게 지각된 것일수록 오래 남는다. 그러나 이렇게 형성된 기억조차도 사실과 다르게 재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챌린저호 폭발 사건의 경우, 3분의 1이 넘는 학생들의 기억이 그 전과 달랐다. 더욱이 이들에게 기억이 틀렸다는 사실을 지적해줘도 이들은 자신의 기억이 완벽하다고 확신했다.
기억의 편견을 이해할 때 고객과의 소통이 가능하다
인출 시점에 맞는 정보를 제공 : 상품에 대한 정보 그 사실만을 기억하지 않고 재구성한다는 관점에서 저장과 인출 시점 간의 시차를 적절히 컨트롤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 시차 동안 소비자들은 무의식 속에서 나름대로 정보를 재구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TV 광고는 가능한 한 지속적으로 반복 노출을 해주어야 하며, 저장 시점보다 인출 시점에서의 재구성에 관심을 갖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구매 시점에서의 가격 세일 정보, 신규 매장의 위치, 새로운 디자인을 알려주든가 매장 입고 안내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효과가 클 것이다.
TV 광고는 정서적 반응을 유도해야 : TV 광고는 단순 메시지 전달에 적합한 매체이므로 기억을 위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주는 것보다는 정서적인 반응을 가져올 수 있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주효하다. 이러한 정서적인 감정이 최고의 기억으로 부호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흔히 말하는 고관여 제품들의 광고에서는 단순한 정서적 반응보다는 영향력이 높고 가치가 높은 정보나 장면을 제공하는 것이 더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다.
2장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과 본능에 이끌린다
타인의 시선을 통해 또 다른 나를 본다_거울 뉴런
자의식을 자극하는 미러 마케팅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우리는 자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단지 외모뿐만 아니라 그 내면까지도 말이다. 즉 자의식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러한 자의식 효과의 실체에 관해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교의 센터즈 박사가 1998년에 행한 연구 결과는 그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실험은 대형 슈퍼마켓의 식료품점에 마가린 시식 코너를 설치해놓은 뒤, 그 코너 뒤쪽에 대형 거울을 설치한 후 소비자들의 구매 행동을 관찰하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거울이 있을 때 소비자들은 맛은 좀 떨어지지만 지방이 없는 마가린을 주로 선택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건강에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반면 거울을 치워놓았을 때 소비자들은 반대로 평소처럼 지방이 잔뜩 들어 있어 진하고 맛있는 마가린을 선택했다. 거울이 없어 자의식이 별로 높지 않을 때는 자신의 욕구에 솔직히 반응해서 건강보다는 맛있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시선 의식은 소비 행동에 변화를 가져온다
자의식을 자극할 수 있는 작은 변화를 통해 소비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행동들은 ‘미러 마케팅’이란 용어로 설명이 가능하다. 미러 마케팅은 다음 두 가지의 테두리에서 실제 마케팅 상황에 접목할 수 있다. 바로 일반적인 유형의 제품 판매에 거울 효과를 적용하는 것과 그 원리를 이용해 소비자의 자의식을 자극하는 것이다.
건강 식품이나 화장품 코너 : 건강 식품이나 화장품 코너에 벽의 한 면을 가릴 수 있는 대형 거울을 설치한다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거울을 통해 인식하게 되는 자의식에 따라 행동이 바뀌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건강 식품 코너에서는 다이어트 또는 건강한 피부나 몸매를 가꾸어야 한다는 의식을 통해 구매 의욕을 강화시킬 수 있다.
패션 의류 매장 : 여성 패션 의류 매장에서 거울을 설치하는 것은 이미 당연하다. 심지어는 거울을 설치하는 각도를 조절해 실제의 모습보다 날씬하게 보이도록 하기도 한다. 자신의 몸매에 아름다움을 느끼는 고객이라면 거울을 통해 미에 대한 자의식을 자연스럽게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판매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레스토랑, 선물 가게 : 미러 마케팅은 직접적인 거울 효과를 노리는 것뿐만 아니라 그 원리를 일상적인 구매 활동에도 접목시킬 수 있다. 거울을 통해 자의식을 활성화시키는 것처럼 주변에 고객들이 많을 경우에도 자의식이 높아진다는 원리다. 남자친구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때는 가급적 적은 양이면서도 건강 지향적인 요리를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집에 혼자 있을 때는 밥솥을 껴안고 아무 거리낌 없이 먹을 수 있다.
선물 가게에서 주변에 있는 남을 의식하거나 혹은 선물을 줄 상대방을 의식하게 될 경우, 선물을 고르는 기준이 달라진다. 좀 더 화려한 포장이나 포장지를 한 선물을 고르는 것이다. 남을 의식하지 않거나 나를 위한 상품일 경우에는 반대로 수수한 포장이지만 내용물이 알찬 상품을 고르게 된다. 미국 유니온 대학 드보노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의 눈에 어떻게 보일까에 집착하는 타인 지향적 타입일수록 화려한 포장에 신경을 쓴다.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거나 매장 내에 사람들이 많은 판매 상황이라면 가급적 포장을 화려하게 해줄 필요가 있다. 조용히 혼자 고르는 보석 가게에서는 화려한 포장보다는 보석 그 자체가 주인공이 된다.
3장 손실에 대한 아픔이 얻는 기쁨보다 크다
현재의 1만 원이 한 달 뒤의 2만 원보다 좋아_미래 할인 효과
확실한 현재 가치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보상
누군가 당신에게 지금 당장의 15달러와 미래의 좀 더 많은 금액 중에서 하나를 택일하라고 했다. 그리고 그 미래가 1개월 후, 1년 후, 그리고 10년 후일 때 그에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많은 금액은 얼마인지 말해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1981년, 경제학자인 탈러가 직접 실험한 결과, 1개월 후에 그들이 기꺼이 받을 수 있겠다고 말한 금액은 평균적으로 20달러였다. 그리고 1년 후에는 50달러, 10년 후에는 100달러였다.
실험 결과를 보면 경제학에서 말하는 ‘원제안의 효용’은 시간이 경과됨에 따라 체감되기 때문에 미래 가치는 현재 가치보다 큰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즉, 사람들은 미래의 큰 것보다 확실한 현재의 작은 것에 더 큰 가치를 두고, 미래의 것에 대해서는 낮게 평가하는 것이다. 이후 지금까지 유사한 실험들은 ‘시간은 가격을 할인한다’라는 근본 원칙을 확인해주고 있다.
몇 가지 관점에서 그 이유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현재 내 수중에 있는 15달러는 지금 바로 사용하면 15달러만큼의 효용을 얻지만, 1년 후의 15달러는 현재와 같은 효용을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로 미래는 불확실하기 때문에 15달러가 실제로 내 손에 들어올지 어떨지 그 여부를 알 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당장 그 돈을 가짐으로써 나중에 잃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여 미래를 할인하게 된다. 또 현재의 취향이나 선호 여부가 1년 후에 변할 수도 있기 때문에 현재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지금 당장 얻거나 소비하지 않고 그 시기가 미래 시점으로 연장되는 것 자체를 손실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손실을 회피하려는 성향 정도에 따라 그 가치는 할인된다.
미래 할인 효과를 위해 가시적인 자극이 필요
간접 메시지보다 직접 노출이 좋다 : 여성들이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식음료품의 구매를 의도적으로 지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때 소비자들이 만족을 지연시키고자 하는 행위를 약화시킴으로써 즉각적인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방법들은 있는가?
다이어트를 위해 지금 당장 먹고자 하는 만족을 지연할 때 그들로 하여금 미래 할인 효과를 느끼도록 해주자. 가능하면 식음료 제품을 직접 노출하여 보여준다면 단지 메시지만 전달할 때보다 지연 효과를 빨리 단축시킬 수 있다. 먹음직스러운 제품과 함께 지방 함유량이 적고 식이섬유가 오히려 많아 변비에는 물론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라고 설득할 때 효과가 더 좋다. 단순히 과학적이고 기능적인 다이어트 정보를 메시지로 많이 전달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이성적인 판단만을 부추길 뿐이다. 이성적인 판단이 앞선다면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은 당연히 그만큼 낮아진다. 이는 꼭 다이어트 제품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구매 시기를 연기하고자 하는 모든 경우에 적용 가능한 마케팅 방법이다.
직접 만져보고 사용해보도록 한다 : 미래 할인 효과를 크게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사용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즉 시연해볼 수 있는 샘플 제공이 필수적이다. 눈앞의 이익을 보고 한발 물러서기는 쉽지 않다. 손에 쥐어주는 샘플만이라도 써본다면 소비자들은 미래 할인 효과를 느낄 것이다. 반드시 지금 필요한 물건은 아닐지라도 괜히 지금 놓치면 나중에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조바심을 낸다. 바로 미래 할인 효과가 발동한 것이다.
이는 상호성의 원칙과 더불어 즉각적인 구매를 이끌 수 있다. 대접받았으니 나도 뭔가 해주어야만 공짜를 밝히는 깍쟁이가 아니라는 걸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불편해한다. 많은 식료품 매장에서 시식 코너를 만들고 소비자들에게 대접을 하는 이유다.
4장 스스로 인지적 오류와 편향을 일으킨다
나는 합리적, 너는 충동적?_당사자 - 관찰자의 함정
나와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시각의 차이
운전을 하고 있는데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고 갑자기 앞으로 다른 차가 끼어드는 경험은 다들 한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경우 운전 교육을 다시 받아야 한다느니, 도덕적 양심이 없다느니 하는 갖가지 이유를 들먹이며 앞에 끼어든 운전자를 평가한다. 이번엔 반대로 내가 갑자기 차선을 바꾸어 끼어들어야 할 일이 생겼다면 어떻게 할까? 난 정말 교통규칙을 잘 지키고 싶었지만 너무 바빠서 지금 바로 좌회전을 해야만 한다느니, 지칠 대로 지쳐 앞서서 차선을 바꾸어야 하는데 깜빡했다느니 하는 등 여러 가지 핑계를 둘러댄다. 똑같은 상황인데 한 사람은 원색적인 비난을 듣고 한 사람은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비난에서 자유로워졌다.
일종의 인지적 편향 사례이다. 똑같이 무례하게 끼어들었지만 남이 한 행동과 내가 한 행동 간에 평가 기준이 다르다. 첫 번째 상황은 다른 사람의 무능력 때문이고 두 번째 상황은 나와는 무관하게 순전히 주변 상황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이와 같은 판단 차이는 우리들이 다른 사람을 볼 때와 자기 자신을 관찰할 때 나타나는 관점의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 어떤 행동에 대해서 당사자일 때와 단순한 관찰자일 때의 평가에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다. 존스와 니스벳은 이를 ‘당사자 - 관찰자의 함정’이라고 칭했다.
기업의 리콜 행위는 당사자 - 관찰자의 편차를 줄여준다
소비자들의 클레임에 재빨리 대처해야 : 구매자가 어떤 상품에 클레임을 거는 경우에도 당사자와 관찰자의 함정이 나타난다. 클레임을 건 구매자는 판매 기업의 생산 능력이나 품질 관리 능력을 의심하지만 기업에서는 아주 특이하고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발생된 사건일 뿐 기업의 품질 관리에 하자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 구매자의 이러한 인식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불신은 급속도로 확산될 수 있다. 2010년 초, 세계적으로 자동차 품질에서 최고를 달리던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대량 리콜 상황을 보면, 당사자 - 관찰자의 함정에 기업이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잘 살펴볼 수 있다.
처음 도요타 자동차는 세계 각지의 현지 공장들에서 생산되는 자동차들 중 극히 일부의 문제라는 입장이었다. 즉, 일부 생산 환경에서의 문제일 뿐 도요타 전체의 품질 관리나 생산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을 중심으로 한 대부분의 구매자들은 도요타의 특이한 생산 현황이라는 상황적인 요인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결국 도요타는 구매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대대적인 리콜 조치를 감행했다.
국내에서도 불순물이 들어간 제품을 소비자가 고발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이때 역시 기업은 당사자 - 관찰자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소비자나 구매 당사자들의 의견을 빨리 수용하고 안심시킬 수 있는 후속 조치를 취해야 소비자들이 그 기업을 믿고 기다릴 수 있다. 반대의 경우 그 소비자로부터 비호의적인 입소문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5장 똑같은 사실도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한다
소비자권장가격은 할인 효과를 정말 부추길까? - 기준점 효과
가격이 오를 땐 성큼성큼, 내릴 땐 찔끔찔끔
똑같은 폭으로 가격을 올리거나 내릴 경우, 대부분 소비자들은 인상된 가격은 인지하지만 내린 가격에 대해서는 무감각해진다. 왜 그럴까? 바로 ‘차이식역’ 때문이다. 차이식역이란 소비자가 두 개의 자극에 노출될 때, 이들 자극 간 지각 차이의 구분을 인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차이를 말한다. 이 차이식역이 크면 클수록 자극의 변화 정도나 서로 다른 두 자극 간 차이를 쉽게 식별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차이식역은 최초 자극의 강도에 비례한다는 ‘웨버의 법칙’에 의해서 구할 수 있다. 2만 원짜리 상품을 천 원 깎아주는 경우와 5천 원짜리를 천 원 깎아주는 경우, 깎아주는 가격은 천 원으로 동일하지만 소비자들이 느끼는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최초 강도인 초기 가격이 높으면 더 많이 깎아주어야만 낮은 가격 상품과 동일한 가격 인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의미이다.
제품을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인상 폭은 크게, 인하 폭은 작게 하고 싶을 것이다. 반면 소비자는 되도록 적게 인상되고 많이 깎아주길 원한다. 그 절충점은 소비자들의 심리적 지각 형태에 달려 있다.
사람들은 기준점을 중심으로 사고한다
이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이 바로 소비자들에게 ‘기준점 효과’를 적용하는 것이다. 기준점 효과란 항구에 정박한 배가 닻을 내리면 그 배는 닻과 배 사이의 거리만큼만 상하좌우로 움직일 수 있듯이 사람의 사고방식도 설정된 기준점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말한다.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할 경우 제한된 합리성에 입각하여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직관과 같은 휴리스틱 처리에 따르기 때문이다.
비쌀수록 품질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기준점 효과로부터 확증 바이어스가 발생한다. 일단 자신의 의사나 태도가 결정되면 그것을 뒷받침할 만한 정보만을 모으고 반대되는 정보는 기꺼이 무시하거나 자신의 의견이나 태도를 뒷받침하는 정보로 왜곡한다. 또한 기준점 효과는 우리의 판단을 결정짓는 것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행동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보통 고가격 제품들은 품질이 뛰어나고 명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인지한다. 기업들이 신제품 론칭 시 의도적으로 고가격 정책인 스키밍 전략을 펴는 이유이다. 고가격으로 시장에 출시될 경우 매출액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고 품질과 이미지 상승이라는 부수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제품의 품질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특별히 품질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예외적인 상황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대체로 가격이 싼 제품들은 품질이 낮기 때문에 가격이 낮고 제품에 대한 신뢰 역시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제품들의 품질에 문제가 생기면 즉각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재구매를 하지 않게 된다. 반대로 제품의 품질이 하나의 기준점이 될 경우에는 가격에 대한 저항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소비자권장가격은 기준점 효과를 유발한다
세일도 이와 비슷하게 진행된다. 소비자들은 적절하게 할인된 제품을 구입할 때, 그 제품의 실제 가치는 배제한 채 단순히 할인 전 가격과 비교해서 이익이라고 생각한다. 매장에서는 의도적으로 비싼 가격표를 만들고 소비자권장가격과 할인율을 적용한 가격을 동시에 제시한다. 뿐만 아니라 판매원은 손님에게 매장에서 가장 비싼 가격의 제품을 먼저 보여준 후 점차 낮은 가격대를 제시함으로써 가격이 싸다는 느낌을 받도록 한다.
이런 판매 전략은 가격에 국한되지 않고 자동차 세일이나 보험 상품 등에도 효과적으로 적용된다. 자동차의 경우 처음에는 옵션이 포함되지 않은 기본형을 제시함으로써 가격에 대한 저항을 낮추도록 한다. 이후 손님이 구매하겠다는 잠재적인 생각을 한 경우에는 점차 추가 옵션을 제시함으로써 판매 가격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보험 판매의 경우 반대로 가장 보장의 폭이 넓은 상품을 제시한 후 특약들을 하나씩 줄여줌으로써 보험료가 싸졌다는 인식을 하도록 유도한다.
6장 합리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않은 선택
감정과 이성의 댄스_감정 휴리스틱
모든 지각에는 반드시 감정이 동반된다
심리학자인 자종크가 모든 지각에는 반드시 어떤 감정이 동반된다고 주장하면서 판단이나 의사결정에 있어서 감정이 담당하는 역할의 중요성이 평가받기 시작했다. 그는 “우리들은 단순히 집을 보는 것이 아니다. 아름다운 집이든 추한 집이든 외관을 꾸민 집을 보는 것이다”라고 표현했다. 또한 사람들은 다양한 선택 대안으로부터 합리적이고 심사숙고하여 판단하기보다는, 나중에 그 선택에 대해 다양한 이유를 들어 정당화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X를 선택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은 단순히 ‘X가 좋다’고 말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선택의 배후에 감정의 움직임이 존재한다고 본 것이다.
예측 불가능한 경제 환경에서는 잘 아는 대상일수록 더 많은 확신을 갖게 마련이다. 즉 익숙한 사람, 익숙한 제품이나 기업은 예측하기 쉽기 때문에 익숙한 것을 선호함으로써 예측 불가능성을 줄이고 미래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소유는 익숙함을 낳는 하나의 원인일 뿐이며,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익숙함을 좋아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본능적인 성향은 주류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비합리적인 상황에서의 의사결정을 설명해준다.
익숙함을 찾는 본능적인 성향을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이 바로 자종크의 단순 노출 효과이다. 그에 따르면 어떤 것을 좋게 또는 나쁘게 생각할 아무런 구체적인 이유가 없어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더 좋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즉, 제품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 제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감정, 직감과 사고, 이성의 시스템을 섞는다
잘 만든 광고는 감정 휴리스틱을 작동 : 판단이나 결정은 감정이나 직감이라는 시스템과 사과와 이성이라는 시스템 간의 협동으로, 이른바 ‘감정과 이성의 댄스’에 의해서 실행된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감정이 더 뛰어날 수 있다. 잘 만들어진 광고물이나 브랜드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의사결정 시 중요한 휴리스틱 역할을 하도록 해준다. 따라서 호감이 가거나 익숙하거나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호의적인 감정이 녹아 있는 광고물이나 브랜드의 경우 선택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우리의 뇌에서 호감이 가는 브랜드일수록 무의식적으로 보상 및 쾌감 중추를 자극하기 때문에 감정 휴리스틱을 통해 브랜드를 평가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잘 만들어진 광고나 브랜드는 어떤 것인가? 잠재 고객에게 명확한 유무형 차원의 가치를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이때 그 가치는 반드시 이성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가치만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소비자로 하여금 ‘내가 그 제품을 사용하면 이런 이점은 있겠네!’라고 생각하게 할 만한 이성적 혹은 감성적 가치를 말한다.
서비스 상품 역시 감정 휴리스틱을 작동 : 제품이나 상품 및 기업뿐만 아니라 무형의 서비스인 경우 감정 휴리스틱이 작용되기가 더 쉽다. 매장에서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레이아웃이나 커피를 제공하거나, 다양한 체험 공간으로 이끄는 것은 호의적인 감정을 유발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불안해하거나 무시당할 수 있다는 걱정을 하는 여성 고객을 대상으로 한 자동차 매장인 경우, 가능한 한 편안하고 친절하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줌으로써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을 제거할 수 있다. 학교나 의료기관과 같이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감정 휴리스틱 활용이 더 중요하다.
현실적인 판매 현장에서 소비자들과의 감정 연계가 점점 강화되는 추세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마케팅의 모든 측면을 이성적이고 유형의 편익 중심의 어필보다 마음을 먼저 잡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이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