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을 지키는 경제학

   
김진철
ǻ
밀리언하우스
   
13000
2010�� 02��



■ 책 소개
“시골 의사” 박경철의 강력추천!!

주유소, 커피숍, 백화점에서부터 부엌과 거실,화장실에 이르기까지 현장에서 체득한 다양한 사례를 토대로 실물경제의 흐름을 꿰뚫고 이기적인 시장의 속내와 자본의 메커니즘을 살펴볼 수 있도록돕는 책.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경제행위가 어떤 의미가 있고, 우리의 삶에 어떻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여 제시하고, 이를통해 비열한 시장의 유혹과 속임수에서 우리의 지갑을 이기적으로 지킬 수 있는 현명한 노하우를 알려준다. 


공짜 휴대폰과 고가 휴대폰의 공생관계, 라면봉지의 권장소비자 가격에 숨은 대형마트전쟁, 쇼핑카트와 떨이판매에 감춰진 대형마트의 교묘한 유혹, 신용카드에 숨겨진 마음의 경제학, 막연한 두려움을 이용한 보험사의 마케팅 전략 등과같이 생활에 밀착되어 있으면서도 경제학적 의미가 있는 다양한 사례와 사건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이 책을 통해 경제 이슈를 파헤치고 경제현상이사람들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김진철

대원외고와 서울대를 졸업하고 2002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했다. 사회부와기획취재팀을 거쳤다. 만 4년간 경제부 기자로 일하며 취득한 생생한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에서매일 아침 경제뉴스를 전하고 있다.

그는 경제와 문화를사람 사는 흥미로운 이야기로 풀어내는 일에 특히 관심이 많다. 지금까지 불량식품 파동 겪은 기업의 흥망성쇠를 다룬 「먹거리 ‘불신지옥’…구원과죽음 사이」를 비롯해 「금융시장 괴담도 불안 탓?」「라면시장 촛불에 부글부글」처럼 주로 사회현안에 감춰진 경제이슈와 눈높이에 맞춘 생활밀착형기사들을 써왔다.

■ 차례
Part1 일상 속에서 꿰뚫어 보는 실전 경제학 - 경기지표의 허와 실

‘양치기 소년’ 같은 경기지표의 함정 덫을 벗어나라 |미니스커트와 립스틱의 진실 | 영화관에서 경기 예측하는 법 | 광고를 보면 경기 흐름을 읽을 수 있다

Part 2 출근길 주유소에서 만나는 가격차별 - 경쟁의이해득실
출근길 휘발유 가격에 경제가 숨어 있다 | 우리가 쓰는 기름값, 과연 공정한가? | 당신은 차에 기름이 아니라세금을 넣고 있다 | 석유 값과 휴대전화 통화료의 약탈가격 | 복잡한 휴대전화 요금제의 두 얼굴 | 현대차 가격, 한국과 미국이 다른 진짜이유

Part 3 스타벅스에서 배우는신제국주의와 공정무역 - 세계화 시대의 대안, 공정무역
브랜드를 넘어 제국으로! 스타벅스 공화국의 오늘 | 커피가 만드는신제국주의 | 커피 한 잔에 담긴 꿈과 희망 | 개과천선한 나이키, 착한 기업으로 거듭나다! | 착한 소비가 세상을바꾼다

Part 4 담배 한 개비에 숨은 세금정책의 덫 - 세금의 역할
흡연을 부추기는무차별하게 공정한 세금정책 | 호랑이보다 무서운 세금의 기원은? | 세금 인상하면 흡연율이 낮아진다? | 그래도 담배회사는 살아남는다 | 담배와대마초의 결정적 차이

Part 5 유재석의몸값에 숨은 경제원리 - 불평등의 경제학

비누 거품 연예인 몸값에서 찾은 경제원리 | 당근과 채찍, 인센티브의 진짜얼굴은? | 최저임금제가 실업자를 늘린다? | 행복은 연봉순이 아니다

Part 6 로또 대박 신화에 숨은 마음의 경제학 - 마음의 회계장부에 숨은 진짜속마음

공돈은 정말 공짜일까? | 로또 살 돈으로 ETF를 사라 | 오르는 주식 팔아치우고 떨어지는 주식 못 파는 이유 |화장품 회사 주식을 불황에 매수해야 하는 이유 | 밤에는 개인택시를 타라

Part 7 명품 속에 감추어진 게임 이론 - 에르메스는 왜 남몰래 재고를불태울까?
명품은 제값을 할까? | 짝퉁계의 럭셔리, 매스티지 | 똑같은 건 싫어, 프루브족 | 1만 원 상품권 마케팅의비밀 | 달콤한 악마, 신용카드의 덫

Part 8 이마트에서 찾아낸 1cm의 경제학 - 대형마트의 마케팅 전략
물건 진열에숨은 1cm 경제학 | 한국형 마트의 이유 있는 대박 비결 | 할인마트에만 가면 과소비하는 진짜 이유 | 이마트 우유는 승자의 전리품 | 90%세일의 숨은 진실 | 오픈 마켓의 위대한 도전 | 라면 봉지에서 사라진 권장소비자가격

Part 9 결혼과 출산에 얽힌 인구 경제학 - 결혼경제학

1등 신랑감과 신붓감의 변천사 | 첫사랑은 언제까지 기억될까? | 아이는 빚인가, 자산인가?
 

 




시장의 유혹과 거짓말로부터 내 돈을 지키는 경제학
 
일상 속에서 꿰뚫어 보는 실전 경제학 - 경기지표의 허와 실
양치기 소년 같은 경기지표의 함정 덫을 벗어나라

과거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를 마련하기 위해 발버둥쳤다. 미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은 현재의 다양한 경제 상황을 통해 장래 경기를 예측할 수 있게 산출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현재의 모습이고 지표는 숫자일 따름이다. 숫자는 현실을 온전히 반영하기 어렵고 조작하기도 어렵지 않다. 2009년 2~3분기에 대폭 호전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만 보면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해석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재정을 조기에 엄청나게 쏟아 부은 결과일 뿐이다. 재정정책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닐뿐더러 때때로 필요하지만 이에 따른 결과를 확대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주가지수나 부동산 가격이 급반등한 것 또한 정부가 돈을 대대적으로 풀고 저금리가 유지되면서 시중에 돈이 지나치게 돌아 벌어진 일이다.


수출실적도 환율 효과 덕분에 원화 기준으로는 크게 늘어났어도 달러 기준으로는 회복 기미가 보인다고 하기 어렵다. 따라서 경기지표라는 숫자가 현혹할 때는 더욱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 나의 현재와 전망을 살피고 이웃의 살림살이를 들여다보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기에 대중은 경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해야 할까? 날마다 신문을 빠짐없이 정독하고, 전문가의 강연을 듣고, 책을 읽으며 앞선 트렌드나 정보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새로운 펀드나 주식, 보험 등 각종 금융상품에 관심을 갖고 도전하는 것도 실물경제를 이해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이것만으로 충분할까?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경기는 생물과 같다. 죽은 경기는 되살아나고 잘나가던 경제도 수그러들기 마련이다. ‘골이 깊으면 산이 높고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증시 격언도 있다. 문제는 언제가 바닥이고 언제가 꼭지인지 아는 것인데, 이런 경기 흐름을 읽어낼 수만 있다면 큰 부자가 될 방편을 찾아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적어도 위기를 예견하고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서민은 경기지표를 맹신하기보다 삶을 더욱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 경기회복기에 서민은 금리의 방향과 더블딥 우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언론보도로 확대 재생산되는 경기지표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생활과 맞닿은 경기 흐름에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출근길 주유소에서 만나는 가격차별 - 경쟁의 이해득실
석유 값과 휴대전화 통화료의 ‘약탈 가격’ 정책 - 누구 땅이 더 크냐? 땅따먹기 휴대전화시장
석유시장이 4대 정유사로 이뤄진 것과 비슷하게 이동통신시장도 SK텔레콤, KT, LG텔레콤 3대 통신사가 장악하고 있다. 통신회사 역시 전국 곳곳에 통신망을 깔아야 하는 만큼 정유회사처럼 기본 설비투자비용이 막대하게 들어가는 장치산업이다. 또 공공재인 전파의 특성상 정부가 시장 진입을 일정 부분 규제하는 탓에 과점 체제가 형성되었다.


그런데 석유시장과 이동통신시장은 다르다. 통신사끼리 적당히 약속만 하면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지만 가격이 수십만 원씩 하는 휴대전화를 공짜로 주겠다고 이동통신사들은 앞 다투어 소비자를 유혹한다. 심지어 ‘마이너스 폰’까지 등장했다. 더구나 공급자 주도의 과점시장에서 빚어지는 이런 출혈 경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동통신사들은 ‘이러다 다 같이 죽는다’고 하소연하지만 기업이 바보는 아니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동안 이용요금으로 휴대전화 가격만큼, 아니 그 이상 소비자는 뱉어내게 되어 있다. 더구나 당장 서로 가입자를 뺏고 빼앗기지만 그래도 이런 과정에서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전체 매출액은 많아진다. 그래서 기존 가입자를 빼앗기더라도 신규 가입자에게만 공짜폰 혜택을 준다.


영상통화 같은 신기술이 접목되고 새로운 부가서비스가 알게 모르게 추가되는가 하면 요금 체계도 변경되면서 중장기적으로 기업 이익엔 유리한 국면이 조성된다. 더구나 통신회사는 상당 기간 통신망을 두루 깔아놓기만 하면 그 후 설비투자비용이 따로 들어가지 않는 특징이 있다. 이는 다른 업종에 비해 마케팅에 돈을 쓸 여력이 더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경쟁은 연중행사라기보다는 ‘짧고 굵게 치고 빠지기’ 식으로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 단기적 손실이 있다 해도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공짜폰 경쟁에서 물러설 수 없다. 무엇보다 시장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이들의 경쟁은 사실상 ‘제로섬 게임’이다. 공짜폰을 나눠주지 않으면 무조건 빼앗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는 약탈가격(predatory pricing) 개념이 숨어 있다. 당장 손실을 보더라도 가격을 아주 낮게 책정해 경쟁기업을 시장에서 몰아내는 방식이다. 이런 행위는 흔히 새로운 기업이 시장에 진입했을 때 이뤄지는 ‘말려죽이기 전술’로, 자금 여력이 충분해서 오래 버틸 수 있는 기업일수록 유리한 게임이다.


경쟁기업이 망하기 전까지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으로 혜택을 보지만 일단 경쟁기업이 사라지고 독점이 이뤄지면 가격은 급격히 인상된다. 그동안 입은 손실은 홀로 살아남은 기업의 독점가격으로 만회되고 향후 가격 결정력 역시 공급자에게 주어지므로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해가 된다. 이것이 낮은 가격을 늘 소비자에게 유리한 것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이동통신시장에 공짜폰이 범람하지만 정작 중요한 대목에서는 이동통신 3사의 과점 현상이 상존한다. 통신요금이 바로 그것이다. 이동통신사들은 간혹 휴대전화 가격은 깎아주지만 암묵적 합의 아래 통신요금은 높게 유지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챙긴다. 이동통신요금은 기름 값처럼 우리나라가 세계 1위 수준이다.


보통 이동통신은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장치산업이어서 초기에 요금이 높게 책정된 뒤 감가상각과 이용자 증가에 따라 낮아지는 게 일반적이다. 외국은 이런 흐름을 따라가지만 우리나라는 유독 현상 유지되거나 되레 올라가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오죽하면 소비자원이 나서서 국가별 이동통신 요금을 비교해봤다. 2008년 기준 우리나라의 음성통화 요금은 1분에 0.1443달러로, 비교한 15개 나라 가운데 가장 높았다. 미국?영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 등 OECD 회원국 12개국과 홍콩?싱가포르?이스라엘 등 15개국의 평균 요금은 0.1024달러였다.


이렇다 보니 가계 지출의 통신비 비중은 5% 안팎을 유지하고 높게는 6%대에 이른다. OECD 회원국 평균이나 미국에 비해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4배 수준이다. 더구나 통신비용은 소득이 적다고 줄어드는 게 아니어서 저소득 가구는 통신비 비중이 10%를 넘어설 만큼 과다 청구되고 있다.


로또 대박 신화에 숨은 마음의 경제학 - 마음의 회계장부에 숨은 진짜 속마음
공돈은 정말 공짜일까?

사람들은 대박 이야기에 환호하고 쪽박 이야기에 안도한다. 그런데 왜 대박은 쪽박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을까? 부자는 3대를 간다면서도 왜 로또 대박은 몇 년을 못 갈까?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과 로또 당첨금은 같은 돈이면서도 다르다. 사람이 마음으로 느끼는 가치가 달라서 합리적 이성으로 판단할 때 같은 값어치의 돈인데도 우리 마음속에선 값어치가 다른 것으로 기록된다. 이를 행동경제학에서는 ‘마음의 회계(mental accounting, 심적 회계 또는 정신회계)’라고 한다.


사람이 합리적이라는 것은 고전경제학의 한 가정일 뿐 사람은 합리적 행동만 하지는 못한다.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면 늘 경제학 지식과 명철한 숫자 감각, 계산 능력 등을 갖추고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인내심과 의지력도 강해야 한다. 돈을 관리할 때도 항상 전략적인 사고로 임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여러 가지 복잡한 자질을 갖추고 하루에도 수십 차례 찾아오는 선택 상황에서 매번 합리적 선택을 하는 사람이 과연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을까?


그래서 사람들은 합리적이지 못할 바에야 허술해지기 쉬운 돈 관리를 위해 ‘마음의 회계장부’를 활용하게 된다. 자기 나름대로 체계에 따라 중요성이 서로 다른 돈을 구분해놓은 것인데, 이를테면 월급 중에서 따로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떼어놓은 돈 50만 원과 한 달 용돈 50만 원은 서로 다른 마음의 회계장부에 기록되는 것이다. 따라서 내 집 마련 저축용 50만 원과 용돈 50만 원은 서로 가치가 다르다.


이렇게 보면 마음의 회계장부는 매우 유익하다. 여러 회계장부 중에서도 마구 써서는 안 되는 귀중한 가치를 지닌 돈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그렇다. 살림살이가 아무리 어려워도 아이의 대학 교육을 위해 모아둔 돈을 손쉽게 쓰지는 않을 것이며, 주식투자에 나선다 해도 가족의 주거를 보장하는 전세금까지 빼서 주식에 집어넣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마음의 회계장부가 늘 유익할 수만은 없다. 비합리적인 선택이 곧 어리석은 결과를 낳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거액의 돈이 단지 1급 회계 장부에 기입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쉽사리 노름판에 바쳐지거나 로또 당첨으로 수십억 원을 얻고도 공돈이라는 생각에 금세 탕진하는 일이 생겨나는 것이다. 또 지나치게 보수적인 회계 운용으로 충분히 거둘 수 있는 투자수익을 놓치는 것도 마음의 회계장부로 과오를 범하는 경우다.


명품 속에 감추어진 게임 이론 - 에르메스는 왜 남몰래 재고를 불태울까?
명품은 제값을 할까?

명품을 선망하는 사람은 많지만 소비 계층은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명품은 많이 만들어도 모두 팔리지 않고, 명품 브랜드를 만드는 기업들도 단순히 많이 팔리는 것보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더 신경 쓴다. 웬만한 불황에도 지갑을 닫지 않는 고소득층을 상대하다 보니 오히려 불황기에 씀씀이를 늘리는 기묘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백화점들은 불황기일수록 극소수 부유층을 상대한 VVIP 마케팅을 강화한다. 가격 할인행사와 반대로 더 희귀하고 더 비싼 명품을 매장에 진열하는 한편, VVIP만의 품위 있는 접객장소를 마련해 사생활 보호와 전담 고객 서비스로 만족감을 준다. 그래도 재고가 남으면 명품 아웃렛 등으로 옮겨 판매한다. 이때 타깃 고객은 중산층인 만큼 철저히 이월상품만 판매한다는 철칙을 지킨다. 그래야 현재 유행 중인 명품이 제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 명품 브랜드들은 재고 이월판매를 엄격하게 금지한다. 이른바 무재고 전략이다. 에르메스코리아는 협찬이나 촬영 등에 사용한 샘플은 물론이고 재고를 모아두었다가 해마다 여름과 겨울 두 차례 불에 태워버린다. 초기에는 재고품을 프랑스 본사로 반환했지만 운송 비용 등을 따져보면 차라리 소각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할인판매로 거둬들이는 수익보다 소각으로 희소성과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했을 때 기대가치가 더 높다는 계산에서 가능한 전략이다. 이는 절대 세일하지 않는 본사 방침과도 맞물려 있다. 에르메스뿐만 아니라 루이비통이나 샤넬 같은 명품 브랜드 역시 이월상품이 생기면 전량 폐기처분하는 무재고 전략으로 유명하다.


무재고 전략은 명품이 소비자와 게임에서 승리하는 방편이지만 명품 사용자들에게도 즐거움을 준다. 가질 수 있는 사람보다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상황이 유지되므로 명품의 희소성이 더욱 빛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와 권력의 한계효용은 체감하지 않고 체증하는 것처럼 명품에 대한 한계효용 또한 체증하는 셈이다.


달콤한 악마, 신용카드의 덫
요즘은 신용카드 한 장이면 만사 오케이다.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신용카드만 있으면 일상생활이 대부분 해결된다. 버스나 지하철부터 택시와 비행기까지 교통수단은 물론이고 식당이나 편의점뿐 아니라 학원, 병원에서도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하고 세금도 신용카드로 낼 수 있는 세상이다. 심지어 장례식 조의금까지도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하다고 한다. 무엇보다 신용카드 사용의 확대는 신용사회로 발전한다는 면에서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문제는 신용카드의 부적절한 사용인데, 행동경제학에서 신용카드는 위험한 마음의 회계장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신용카드로 물건을 살 때 머리로는 나중에 갚아야 할 돈이라고 알지만 지갑에서 현금이 전혀 빠져나가지 않아 심리적으로는 전혀 돈이 들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결국 신용카드로 아무리 물건을 ‘질러도’ 당장 현금은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구매력은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쓰지 않아도 되거나 쓸 필요가 없는 데까지 돈을 쓰게 되고 만다. 신용카드로 지불된 돈의 가치가 낮게 느껴지기도 한다. 신용카드 대금을 물 때까지 해당 금액의 이자만큼 이익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실제로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고려해야 한다. 가맹점이 물건 판매금액에 가맹점 수수료를 포함시켰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물론 신용카드 할부나 현금서비스를 받았을 경우 높은 이율과 연회비도 신용카드를 쓸 때 따르는 추가 비용이다.


신용카드 돌려막기라는 막장 소비행태가 벌어지는 것도 마음의 회계 때문이다. 신용카드로 구매할 때는 느껴지지 않았다가 대금 결제 때마다 돌아오는 지출의 고통을 지연하는 것이 신용카드 돌려막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돌려막기가 반복됨에 따라 지출의 고통이 지연될수록 고통의 크기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고, 막판에는 채무불이행과 파산이라는 지옥이 기다리고 있다.


마음의 회계로 보면 신용카드와 비슷한 것이 마이너스 통장 대출이다. 둘 모두 빚이지만 당장은 자기 돈이 나가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는 점에서 무작정 쓰고 보자는 소비를 하도록 유도한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마이너스 통장을 활용하는 방식을 보면 마음의 회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보통 마이너스 통장을 그대로 쓰면서 정기적금을 드는 경우가 있다. 이는 전통 경제학의 시각에서는 매우 불합리한 행위로 지적될 수 있다. 두 자릿수의 높은 금리로 빚을 내면서 정기적금의 한 자릿수 이자를 받으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고금리 빚도 갚지 못하면서 저금리 저축을 하는 어리석은 행위인 셈이다.


그러나 마이너스 대출과 정기적금을 따로 관리하는 사람은 비합리적일지언정 마음의 회계를 어느 정도 이해하는 사람이다. 마음속에는 마이너스 대출과 정기적금을 구분하려는 심리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너스 대출도 갚지 못했는데 무슨 정기적금이냐는 식으로 생각해 돈이 들어오는 족족 마이너스 통장에 채워넣는데도 빚을 갚기는커녕 마이너스 대출이 늘어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따라서 마이너스 대출의 높은 이자를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마이너스 통장에만 매달리기보다는 지출 통장, 저축 통장, 대출 통장 등을 구분해 관리하는 게 결과적으로는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돈 관리가 오히려 더 지혜로울 수 있는 것은 인간이 비합리적인 동물이기 때문이다. 결국 경제적인 생활은 돈의 절대적인 양보다는 그것을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마트에서 찾아낸 1cm의 경제학 - 대형마트의 마케팅 전략
물건 진열에 숨은 1cm 경제학

대형마트의 마케팅 솜씨는 실로 놀랍다. 들어가기만 하면 그 뒤로는 계획했던 것보다 더 사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하는 힘이 있다. 마트뿐 아니라 작은 편의점에서 대형 백화점까지 오랜 시간 발전되고 층층이 집적된 유통?판매 노하우가 그곳에 펼쳐져 있다. 소비자는 별 생각 없이 쇼핑 공간을 거닐며 물건을 고르고 계산대로 이동하지만 상품 진열부터 쇼핑 공간 배치, 이동통로와 에스컬레이터 위치 등 곳곳에는 엄청난 판매 전략이 숨어 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상품이 소비자의 눈에 잘 띄게 하는 것이고,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마트 쪽에서 팔고자 하는 물건을 소비자가 사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전략적 목표가 된다. 좁은 공간이라면 소비가 원하는 물건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물건을 진열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테지만 대형 할인마트처럼 수백 평씩 되는 매장에서 어떤 물건을 어느 위치에 놓을지 결정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단순히 상품을 잘 정돈해서 진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소비자가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갈 때까지 동선에 따라 적절한 물건을 놓아야 한다.


대형마트의 판매대에는 소비자가 즐겨 찾는 품목을 잘 보이는 곳에 두지 않는다. 어차피 소비자가 찾아낼 상품을 일부러 눈에 잘 띄는 곳에 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 일반적으로 사람의 시선은 위와 아래보다는 좌우로 움직이는 특징까지 감안해야 한다. 그래서 인기 있고 저렴한 품목은 주로 판매대 가장 아래쪽에 놓이고, 대신 소비자의 눈높이인 1.5~1.6cm 정도 높이에는 고가이면서 마트의 수익성을 높여줄 만한 상품을 진열한다.


중간 가격대 상품은 보통 찾아보기가 어렵지는 않아도 약간 탐색해야 하는 곳에 둔다. 저가나 고가 상품이 아닌 평균값에 가까운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소비자에게 있기 때문인데, 특히 이런 특성을 이용해 가격이 아주 비싼 상품과 싼 상품, 중간가격의 상품을 함께 배치해 소비자가 중간가격의 상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골디락스 가격(Goldilocks Pricing) 전략이라고 한다.


판매대 높낮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알아서 찾는 상품과 마트가 많이 팔기 원하는 상품이 놓인다면 좌우 배치는 어떻게 될까? 사람의 시선 방향이 오른쪽으로 향하는 데 익숙해져 있는 습성을 활용해 마트는 같은 높이에서 상품을 배치할 때도 더 많이 팔리는 상품을 주로 오른쪽에 놓는다.


출구에도 진열되는 상품이 다르다. 화장실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사람 생각이 달라지듯, 물건을 사러 들어갈 때와 구매를 마치고 나올 때의 소비자 심리는 다르기 마련이다. 보통 매장 입구에는 비싼 상품을 즐겨 놓는다.


대개 과일바구니 같은 소포장된 고급 과일이 소비자 동선이 시작되는 지점부터 진열된다. 소비자는 이후에 보는 상품들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낀다. ‘아까 저것보다 저렴하니까 이건 살 만한 거야’라고 소비자들이 생각하기를 마트는 노리는 것이다. 반면 백화점은 입구에 저렴한 할인 잡화들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통상 마트에 비해 비싼 제품이 많은 백화점의 속성상 저렴한 물건도 많다는 인상을 심어주려는 것이다.


소비자의 성별에 따른 진열 전략도 있다. 남녀의 소비 행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쇼핑을 좋아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하기 힘들어한다는 것이 거의 일반적인 이야기다. 보통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여성용품은 아래층에, 남성용품은 위층에 배치하는 것도 이런 남녀의 쇼핑 심리 차이를 반영한 것이다. 쇼핑을 좋아하지 않는 남성은 대개 필요한 물건을 해당 매장으로 가서 바로 구입해나가지만, 여성은 위층부터 천천히 내려오며 쇼핑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은 특별히 붙어둘 필요성이 작지만 곧 뛰쳐나갈 남성은 최대한 오래 머물도록 위층으로 올라가게 장치한 것이다.


이 밖에 백화점이나 할인마트에 창문이 없고, 시계가 없고, 1층에 화장실이 없는 것은 고전적이다. 시간을 의식하지 않고 쇼핑하게 하면서 화장실에 잠깐 들르더라도 여러 상품에 노출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엘리베이터를 가능하면 건물 구석 쪽에 설치하고, 에스컬레이터도 어느 층에서 내려오든 반 바퀴를 돌도록 배치하며, 에스컬레이터를 갈아타는 곳마다 저렴한 할인 상품을 늘어놓아 고객이 해당 층에 머물도록 유인한다.


유통업자들의 마케팅 전략이 날로 첨단화하는 터에 구매 목록과 단단한 마음가짐만으로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기 어렵다. 그들의 전략을 꿰뚫어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지혜로움이 보태져야 지혜로운 소비자가 될 수 있는, 그런 어렵고도 무서운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