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투 원

   
피터 틸 외(역: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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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13500
2014�� 11��



책 소개


독점은 모든 성공적 기업의 현 상태다!

 

성공하는 기업들은 다들 서로 다르다. 각자의 독특한 문제를 해결해 독점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반면 실패한 기업들은 똑같다. 경쟁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창조적 독점이란,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서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동시에 그 제품을 만든 사람은 지속 가능한 독점 이윤을 얻는 것이다. 이제 늘 하던 사업을 조금씩 개선해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여 성공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러한 창조적 독점은 앞으로 우리가 창업하고 경영하는 모든 방식을 근본부터 바꾸어 놓을 것이다.

 

제로 투 원은 온라인 결제 서비스 기업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 피터 틸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회사를 만들고, 미래의 흐름을 읽어 성공하는 창조적 독점에 대해 다룬다. 이 책에서 독점은 자기 분야에서 너무 뛰어나기 때문에 다른 회사들은 감히 그 비슷한 제품조차 내놓지 못하는 회사를 가리킨다. 그동안 제대로 알지 못했던 독점기업의 본질을 확실하게 보여주면서, 어떻게 독점기업을 만들어 ‘0에서 1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기업을 만들 수 있을지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


피터 틸

기업가이자 투자자.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스탠퍼드 로스쿨을 졸업했다. 1998년 전자결제시스템회사 페이팔(PayPal)을 설립해 CEO로서 회사를 이끌었으며, 2002년 페이팔을 상장시켜 빠르고 안전한 온라인 상거래 시대를 열었다. 2004년 그는 첫 외부 투자로서 페이스북에 투자했고 페이스북 이사로 활동했다. 같은 해 소프트웨어 회사 팰런티어 테크놀로지(Palantir Technologies)를 출범시켰다. 팰런티어는 컴퓨터를 활용해 국가 안보 및 글로벌 금융 등의 분야에서 애널리스트들을 돕고 있다. 틸은 또한 링크트인(LinkedIn)과 옐프(Yelp)를 비롯한 수십 개의 성공적 기술 스타트업에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들 기업 중 다수는 페이팔 마피아라는 별명이 붙은 전직 동료들이 운영하고 있다. 페이팔 마피아는 페이팔 멤버들이 실리콘밸리를 움직이는 파워그룹으로 성장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피터 틸은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 회사 파운더스펀드(Founders Fund)의 파트너이기도 하다. 파운더스펀드는 스페이스엑스(SpaceX) 및 에어비엔비(Airbnb), 옐프(Yelp) 등 페이팔 마피아 멤버들이 창업한 회사 및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런 점이 틸을 페이팔 마피아의 대부라 불리게 한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학교 교육보다 학습을 우선하라고 권함으로써 전국적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틸 장학금(Thiel Fellowship)을 만들어 장학생으로 선정된 학생에게 대학교를 중퇴하고 창업하는 조건으로 10만 달러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그가 이끌고 있는 틸 재단(Thiel Foundation) 역시 기술 진보와 미래에 대한 장기적 생각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블레이크 매스터스

법률연구 기술 스타트업 주디캐터(Judicata) 공동 창업자. 2012년 스탠퍼드 로스쿨에 재학 당시, 피터 틸이 스탠퍼드에서 강의한 ‘CS183: Startup’ 수업 내용을 꼼꼼히 필기해 블로그에 연재했는데, 이 노트가 조회수 100만 회를 넘는 등 인터넷상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역자 이지연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 후 삼성전자 기획 및 마케팅 팀에서 일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디스커버리,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호기심》《빅데이터가 만드는 세상》《단맛의 저주》《플라스틱 바다》《거짓말을 간파하는 기술》《어느 날 당신도 깨닫게 될 이야기》《행복의 신화》《킬 더 컴퍼니》《매달리지 않는 삶의 즐거움》《2012세계경제대전망(공역) 등이 있다.

 

 

차례

 

머리말_ 01이 되려면

 

1. 미래를 향해 도전하라

2. 과거에서 배워라

3. 행복한 회사는 모두 다르다

4. 경쟁 이데올로기

5. 라스트 무버 어드밴티지

6. 스타트업은 로또가 아니다

7. 돈의 흐름을 좇아라

8. 발견하지 못한 비밀

9. 기초를 튼튼히 하라

10. 마피아를 만들어라

11. 회사를 세운다고 고객이 올까

12. 사람과 기계, 무엇이 중요한가

13. 테슬라의 성공

14. 창업자의 역설

 

맺는말_ 시간이 흐른다고 미래가 되지는 않는다




제로 투 원

0이 1이 되려면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모든 순간은 단 한번밖에 일어나지 않는다. 앞으로 그 누구도 컴퓨터 운영체제를 만들어서 제2의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될 수는 없다. 검색엔진을 만들어서 제2의 래리 페이지나 세르게이 브린(구글 창업자들)이 될 수도 없으며, 또다시 소셜 네트워크를 만들어 제2의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가 될 수도 없다. 이들을 그대로 베끼려는 사람이 있다면 정작 이들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것이다.

물론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의 모형을 모방하는 게 더 쉽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되는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일을 다시 해봤자 세상은 1에서 n이 될 뿐이다. 익숙한 것이 하나 더 늘어날 뿐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면 세상은 0에서 1이 된다. 창조라는 행위는 단 한 번뿐이며, 창조의 순간도 단 한 번뿐이다. 그 한 번의 창조로 세상에는 낯설고 신선한 무언가가 처음으로 생겨난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이 어려운 과제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지금 아무리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다 해도 미국 기업들은 문을 닫게 될 것이다. 우리가 물려받은, 늘 하던 그 사업을 개선하고 또 개선해서 쥐어짤 수 있는 건 다 짜냈을 때 그때는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믿기지 않겠지만, 그때는 2008년의 위기 따위는 우습게 보일 만큼 커다란 위기가 찾아올 것이다. 오늘의 ‘모범 사례’는 우리를 막다른 길로 이끌 뿐이다. 우리를 성공으로 이끄는 것은 아직 가보지 않은 길, 새로운 길이다.


공공 부문에서도, 사기업에서도 이미 거대한 행정 관료주의가 판치는 세상에 새로운 길을 찾겠다고 하면 기적을 바라는 사람처럼 비칠지도 모른다. 또 실제로 미국에서 회사 하나가 성공하려면 수백, 수천 개의 기적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이 다른 종들과 구별되는 것은 기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 기적을 우리는 ‘기술’이라고 부른다.


기술이 기적인 이유는 ‘더 적은 것으로 더 많은 일을’ 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기술은 우리가 가진 보잘것없는 능력을 고차원적 수준으로 끌어올려 준다. 다른 동물들은 그저 본능에 따라 댐을 쌓고 벌집을 만들지만, 인간만큼은 유일하게도 새로운 것을 발명할 수 있고 기존의 것을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 무엇을 만들지 결정할 때, 인간은 미리 주어진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창조해 세상에 대한 계획을 새로 쓴다. 초등학교 2학년 때나 배울 법한 이 기초적인 사실을 우리가 자주 잊어버리는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대부분 했던 일을 반복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모든 혁신은 그동안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낸 것이므로 혁신의 방법을 구체적 단어로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실제로 내가 발견한 가장 강력한 패턴은 성공한 사람들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가치를 찾아낸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어떤 공식을 따라 해서가 아니라 사업을 생각할 때 가장 기본적인 원칙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경쟁 이데올로기

창조적 독점이란,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서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동시에 그 제품을 만든 사람은 지속 가능한 이윤을 얻는 것이다. 경쟁이란, 아무도 이윤을 얻지 못하고 의미 있게 차별화 되는 부분도 없이 생존을 위해 싸우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경쟁이 건강하다고 믿는 걸까?


그것은 경쟁이 단순히 경제학적 개념이나 개인 또는 기업이 시장에서 겪어내야 하는 불편함이 아니라 하나의 강박관념, 즉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침투해 있는 이 이데올로기가 우리의 사고를 왜곡하고 있다. 우리는 경쟁을 설파하고, 경쟁은 필요한 것이라고 뼛속 깊이 새기며, 경쟁이 요구하는 것들을 실천한다. 그리고 그 결과로 경쟁 속에 갇힌다. 경쟁을 더 많이 할수록 우리가 얻는 것은 오히려 줄어든다.


이렇게 간단명료한 진실을 우리는 모두 무시하도록 훈련받았다. 교육 시스템은 경쟁에 대한 우리의 집착을 반영하는 동시에 부추기고 있다. 성적이라는 것 자체가 각 학생의 경쟁력을 정확히 측정하는 도구다. 가장 높은 성적을 받은 학생은 지위와 자격을 부여받는다. 우리는 각 학생의 재능이나 의사와는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은 과목을 거의 똑같은 방식으로 가르친다. 그 결과 책상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맞지 않는 학생들은 열등하다는 기분을 느껴야 하는 반면, 시험이나 과제와 같은 전형적인 측정 방식에 뛰어난 학생들은 이토록 작위적으로 구성된 현실을 기준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하게 된다. 희한하게도 학교의 이런 현실은 바깥세상의 현실과도 비슷하다.


학생들이 이 토너먼트에서 더 높이 올라갈수록 사정은 더욱 나빠진다. 엘리트 학생들은 자신 있게 계단을 올라가다가 결국은 자신의 원래 꿈을 포기해야 할 만큼 치열한 경쟁 단계에 이르게 된다. 고등학교 때 높은 목표를 세웠던 학생들은 대학과 대학원에 가면 경영 컨설팅이나 투자은행 같은 아주 뻔한 커리어를 놓고 똑같이 똑똑한 또래들과 치열한 라이벌 경쟁을 펼쳐야 한다. 기존 체제에 편입되는 대가로 학생들은 인플레이션보다 더 빠른 속도로 치솟는 수십만 달러의 수업료를 내야 한다. 우리는 대체 왜 이러고 있는 걸까?



스타트업은 로또가 아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주제는 ‘성공이 운이냐 아니면 능력이냐’ 하는 문제다. 성공한 사람들은 이에 대해 뭐라고 얘기할까?


성공한 사람들에 관한 글을 쓰는, 성공한 작가 말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에서 성공은 “행운과 예기치 못한 이점들이 얽혀서”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워렌 버핏이 스스로를 “운 좋은 정자 모임의 멤버”이자 “난자 복권” 당첨자라고 말한 것은 유명한 얘기다.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의 성공이 “믿기 힘든 행성의 배열” 덕분이라고 말하면서 “반은 운이었고, 반은 타이밍이 좋았고, 나머지가 머리 덕분”이라고 농담을 했다. 빌 게이츠는 심지어 자신이 “운이 좋아서 특정 능력들을 타고났다”라고까지 말했다. 그게 정말로 가능한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이들은 어쩌면 전략적으로 겸손을 떠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러 기업을 성공 궤도로 올려놓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성공을 기회의 산물로 치부하려는 경향들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세상에는 수백만 달러짜리 기업을 여러 개 세운 사람도 수백 명이나 된다. 스티브 잡스나 잭 도시, 일론 머스크 같은 몇몇 사람은 수십‘억’ 달러짜리 회사를 여러 개 만들었다. 성공이 대부분 운에 달려 있다면, 이렇게 여러 개의 사업을 성공시킨 인물들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트위터와 스퀘어의 창업자인 잭 도시는 2013년 1월 자신의 200만 팔로어들에게 이런 트윗을 남겼다. “성공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답글로 달린 글들은 대부분 노골적으로 부정적인 내용이었다. 해당 트윗을 <애틀랜틱>에 보도한 알렉시스 매드리걸 기자는 이렇게 답했다. “성공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말한 사람은 모두 백인 남성 백만장자들이다.” 이미 성공한 사람들이 새로운 일을 하기가 더 쉬운 것은 사실이다. 인적 네트워크도 그렇고, 재산도 있고, 경험도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점만을 강조한다면 계획을 세워 성공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너무 쉽게 무시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 논쟁을 객관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안타깝지만 없다. 기업은 실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에 관해 과학적인 대답을 얻으려면, 2004년으로 돌아가서 1,000개의 세상을 만든 다음 각 세상마다 페이스북을 하나씩 시작해 몇 개나 성공하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실험은 불가능하다. 모든 기업은 자신만의 고유한 환경에서 시작하며, 모든 기업에게 시작은 단 한 번뿐이다. 표본 크기가 1일 때는 통계가 나올 수 없다.


불운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이전 세대들은 열심히 노력하면 자기 자신의 운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인생이 대부분 우연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는다면 이 책은 왜 읽고 있는가? 단지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다면 창업에 관해 배우는 것은 소용없는 일일 것이다. 《바보들을 위한 슬롯머신》 같은 책이 나온다면 어떤 부적이 좋을지, ‘당첨 확률이 높은’ 슬롯머신을 어떻게 구별하는지 말해주겠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결코 당첨되는 법을 알려줄 수는 없을 것이다.



발견하지 못한 비밀

지금은 아무리 유명하고 친숙한 아이디어라고 해도 한때는 알려지지 않고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였던 적이 있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삼각형의 각 변의 관계는 피타고라스가 고심 끝에 그 비밀을 알아낼 때까지 수백만 년간 숨겨진 비밀이었다. 만약 피타고라스의 이 새로운 발견에 한몫 끼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면, 피타고라스가 운영했던 이상한 채식주의 집단에 들어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을 것이다. 오늘날 피타고라스 기하학은 초등학생들에게도 가르치는 일반적 통념이 되었다. 관습과 통념이 중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보편적 관습만으로는 남들보다 우위에 설 수 없다. 관습은 ‘숨겨진’ 비밀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얘기한 통념과 반대되는 생각에 관한 질문을 기억할 것이다. ‘정말 중요한 진실인데 남들이 당신한테 동의해주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이미 자연 세계에 관해 알아야 할 것은 다 알아버렸다면, 지금 당연시하는 아이디어들이 모두 완전히 규명된 진실이라면, 이미 모든 게 다 이루어졌다면, 이 질문에 대한 훌륭한 답변은 더 이상 나올 수 없을 것이다. 통념에 반하는 사고가 쓸모 있는 이유는, 세상에 아직도 파헤칠 숨겨진 비밀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기초를 튼튼히 하라

모든 위대한 기업들은 고유한 특징을 갖고 있지만, 어떤 기업이든지 처음부터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도 있다. 이 점을 내가 워낙 자주 강조하다 보니 지인들은 나를 놀리듯이 이를 ‘틸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틸의 법칙은 ‘기초부터 망친 신생기업은 되살릴 수가 없다’라고 요약될 수 있다.


처음이란 아주 특별한 것이다. 모든 것의 처음은 그 이후에 벌어질 일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우주가 만들어진 138억 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우주가 처음으로 생긴 백만 분의 몇 초 사이에 우주는 10^30배로 확장되었다. 1조 배로 확장된 것이 다시 1조 배, 그리고 또다시 100만 배 확장된 것이다. 그 잠시 잠깐 최초의 순간 동안 우주가 창조되었고, 그때의 물리 법칙들은 지금 우리가 아는 물리 법칙들과는 달랐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처음 만들어진 227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미합중국 헌법 입안자들은 제헌 회의에서 함께 보낸 몇 달 동안 기초적인 문제들을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었다. 중앙정부는 어느 정도의 힘을 가져야 할 것인가? 의회 대표는 어떤 비율로 할당할 것인가? 그해 여름, 필라델피아에서 나온 절충안들을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든 그 때 이후로는 바꾸기가 쉽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기업은 국가와 비슷하다. 일찌감치 내려진 나쁜 결정들은 이후에는 바로 잡기가 아주 어렵다. 어쩌면 파산 명령이라도 나야 누군가 바로잡아볼 시도라도 해볼 것이다. 회사 창업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최초의 사안들을 제대로 처리하는 것이다. 부실한 기초 위에 위대한 기업을 세울 수는 없다.



사람과 기계, 무엇이 중요한가

성숙기에 접어든 여러 산업이 정체했을 때, IT 기술이 너무나 빠르게 발전했기 때문에 지금은 IT가 곧 ‘기술’과 동의어인 것처럼 되어버렸다. 이제 15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주머니 크기의 기기로 전 세계 정보에 순식간에 접근한다. 몇십 년 전, 우주 비행사를 달에 보냈던 컴퓨터들보다 지금의 스마트폰 한 대가 몇천 배나 큰 처리 능력을 갖고 있다. 무어의 법칙이 계속 적용된다면 미래의 컴퓨터는 지금보다 더 강력해질 것이다.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에서 컴퓨터는 이미 인간보다 나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1997년 IBM의 딥블루 컴퓨터는 체스 세계 챔피언이었던 가리 카스파로프를 이겼다. 퀴즈쇼 <제퍼디>의 역대 최고 참가자였던 켄 제닝스도 2011년 IBM의 왓슨 컴퓨터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구글의 무인 자동차는 이미 캘리포니아의 도로를 돌아다니고 있다. 레이싱 챔피언 데일 언하트 주니어는 별로 위협을 느끼지 않지만, <가디언>은 무인 자동차가 “대량 실업을 몰고 올 수도 있다”라고 걱정한다.


누구나 미래에는 컴퓨터가 지금보다 더 많은 일을 할 거라고 예상한다. 컴퓨터가 너무 많은 일을 하는 나머지 이런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 ‘30년 후에도 사람들이 할 일이 남아 있을까?’ 벤처 투자자인 마크 앤드리슨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듯이 이렇게 말한다.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잡아먹고 있다.” 역시 벤처 투자자인 앤디 케슬러는 거의 신명이 난 듯한 목소리로 생산성을 높이는 최선의 방법은 “사람을 치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브스>는 좀 더 불안한 기색으로 독자들에게 “기계가 당신의 자리를 대신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미래 전문가들은 그 답이 ‘예스’이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 기술 반대주의자들은 기계에게 자리를 빼앗길 것이 너무나 걱정된 나머지 신기술 개발을 전면적으로 중단하자고 한다. 하지만 어느 쪽도 더 뛰어난 컴퓨터가 반드시 인간 노동자를 대체할 것이라는 그 전제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전제다. 컴퓨터는 인간의 보완물이지, 대체물이 아니다.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을 세울 기업가들은 인간을 한물 간 폐물로 만들려고 시도하는 사람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키워줄 방법을 찾는 사람일 것이다.



창업자의 역설

페이팔을 함께 시작한 여섯 명 중에서 네 사람은 고등학교 때 폭탄을 제조한 경험이 있었다.


다섯 명은 만 23세 이하였다. 우리 중 넷은 미국 밖에서 태어났고, 셋은 공산 국가를 탈출해 이곳으로 왔다. 유 팬은 중국에서 왔고, 루크 노섹은 폴란드에서, 맥스 레브친은 소비에트 산하의 우크라이나에서 왔다. 당시 이들 나라에도 정상적인 아이들이 폭탄을 만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우리 여섯 명은 남들 눈에 괴짜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나와 루크가 처음으로 나눴던 대화는 인체냉동보존술 계약을 맺었다는 얘기였다. 맥스는 국가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실제로 국적이 없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맥스의 가족이 미국으로 탈출하고 있을 때,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되는 바람에 맥스네 가족은 한동안 외교적으로 붕 뜬 상태로 지냈던 것이다. 러스 시먼스는 트레일러에 살다가 탈출해 일리노이 주에 있는 수학 및 과학 영재학교에 들어간 경우였다. 전형적으로 유복한 미국 가정에서 자란 사람은 켄 하워리 한 사람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켄은 페이팔 내에서 유일한 이글 스카우트였다.


하지만 켄의 친구들은 켄이 대형 은행에서 제안받은 봉급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 돈으로 우리와 합류한 것이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켄도 완전히 정상은 아닌 셈이었다.

창업자들은 무엇이 다른가

세상에는 강한 사람도 있고 약한 사람도 있고, 천재도 있고 멍청이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 중간에 있다. 모든 사람이 어디쯤 해당하는지 그래프로 나타낸다면 종형 곡선이 나올 것이다.


창업자들 중에는 극단적인 특성을 지닌 사람이 워낙 많기 때문에 창업자들의 특성만 모아서 그래프로 그리면 양끝 쪽에 더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양 끝이 뚱뚱한 그래프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창업자들의 가장 특이한 부분을 제대로 짚어낼 수가 없다. 우리는 보통 반대되는 특성을 서로 배타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예로 평범한 사람은 부자이면서 동시에 가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창업자들에게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신생기업의 CEO들은 현금은 없으면서도 장부상으로는 백만장자일 수 있다. 뚱하고 고약하게 굴다가도 갑자기 매력적인 카리스마를 뿜어낼지도 모른다. 그리고 성공한 기업가들은 거의가 인사이더인 동시에 아웃사이더다.


그런 사람들이 실제로 성공하면 명성과 오명을 동시에 떨친다. 그래서 창업자들의 특성으로 그래프를 그리면 뒤집어진 정규분포 모양이 된다.


이 이상하고 극단적인 특성 조합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태어날 때부터 그랬을 수도 있고, 개인의 환경을 통해 습득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마도 창업자들은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극단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혹시 그들이 전략적으로 어느 특성을 과장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혹시 다른 모든 사람이 창업자를 과장되게 표현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요인들이 모두 동시에 작용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그렇다면 각 요인은 서로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이런 순환 관계는 보통 특이한 사람으로 시작해 더욱 특이하게 보이거나 특이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끝난다.



시간이 흐른다고 미래가 되지는 않는다

아무리 많은 추세가 이어진다고 해도 미래가 저절로 일어날 수는 없다. 특이점이 어떤 모습을 띨 것이냐 하는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가장 가능성 높은 두 가지 시나리오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해야만 하는 냉혹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미래는 아무것도 없거나, 무언가가 있거나 둘 중 하나다. 그리고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다. ‘미래는 지금보다 낫겠지’라고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 싶다면 지금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


아마도 ‘우리가 우주적 규모의 특이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냐’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우리가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 한 번밖에 없는 기회들을 잡을 수 있을 것이냐’ 하는 문제일 것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모든 것들은 단 한 번뿐이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새로운 것들을 창조할 수 있는 하나뿐인 방법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즉 우리는 0에서 1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단순히 지금과 다른 미래가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 그러기 위해 꼭 필요한 첫 번째 단계는 스스로 생각해보는 것이다. 처음 고대인들의 눈에 비친 세상이 낯설고도 신기했던 것처럼,&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볼 때만이 우리는 세상을 재창조할 수 있다. 그리고 오직 그때에만 미래가 올 때까지 세상을 보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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